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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
백해인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9월
평점 :
-각종 사건사고와 이사준비로 스트레스가 머리 꼭지까지 올라와서 읽던 책들을 모두 내팽게치고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을 읽어버렸다. 역시 힐링에는 호러단편이 최고다. 아무튼 누군가 오해하기 전에 ‘기막히다‘라고 붙인 제목은 말이 안나와서 기가 막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막히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의미로 붙인 것이라는 이야기 부터 해야겠다. 솔직히 이번에도 기대는 전혀 안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신선하고 기발한 스토리와 혐오감까지 드문드문 불러일으키는 내용에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탈피, 키스] 어느날 갑자기 지저분해지던 얼굴 피부가 점점 심해지더니 괴물과 비슷한 현상이 되어버린 주인공.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음에도 피부는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sns에 피부 보정을 한 사진을 올리며 만족감을 느끼던 그녀는 어느날 목욕탕에서 의문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제안을 홀린 듯 따르던 주인공의 얼굴 피부가 마법처럼 깨끗해졌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상의 세계에서 거짓 된 삶을 살아가며 만족하다 점점 뒤틀린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우리네 현실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외적인 집착을 지적하는 작품이다. 공포심과 현실적인 소름끼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면] 노름꾼 아버지 때문에 하루하루 겨우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우애가 깊은 자매가 있다. 불행한 가정환경 덕분에 그들의 우애는 더욱 돈독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노름할 돈을 벌기 위하여 언니를 팔고난 후 노름판에서 돈을 모두 잃은 아버지는 동생마저 노름판에 걸게 된다. 그렇게 울며 생이별한 그들은 오래도록 서로의 생사도 모르고 살다가 어느날 동생의 귀에 언니가 ‘젊은 장정들을 사간다‘는 소문이 들리게 되고, 자신의 주인으로부터 도망쳐 언니를 찾아 나서게 된다.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또 아니었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묘하게 색다른 느낌이라 오히려 새로움과 익숙함의 즐거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가지치기] 어느날 팔에 올라온 종기. 애써 긴 팔로 가리며 다녔는데, 계속해서 커지던 그것에게 어느날 눈알이 생기고, 기어코 얼굴 형태로 변해만 간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임팩트 있었던 작품이다. 어찌보면 너무 억지스럽고 당황스러운 결말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가 겪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끼치고 혐오스러움이 생겨나는 작품이었다.
[비어있는 상자] 일용직 사무실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성거리던 주인공 앞에 한 봉고차가 멈춰선다. 주인공은 열심히 자신을 어필하고 그렇게 힘들게 얻게 된 일자리는 박스를 배달하는 일. 그런데 봉급이 너무 세고 박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주인공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가장 신선한 작품이었다. 미래에는 정말 이렇게 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영혼없이 껍데기만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요즘 시대를 강렬하게 비판한 작품이라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작품이었다.
[무미의 끝] 연락이 끊겼던 친한 동창생에게 어느 비오는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뜻밖의 편지에 다소 두려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는데, 연락이 끊긴 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로 시작 된 편지는 또 다시 뜻밖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흐지부지하고 애매한 진행과 아쉬운 결말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쯤에는 엥? 하는 심정이 들었던 작품이다.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작품.
-너무 진지하거나 가볍지 않아서 딱 기분 좋게 읽을 수 있고, 기괴하고 기막힌 스토리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었다. 신선하고 즐거운 호러 단편집을 찾는다면 [기기괴괴공모전 수상작품집]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다음으로 출간 될 기기괴괴공모전 2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