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한국인이 사랑하는 단편소설 24선 대한민국 스토리DNA 14
황순원 외 지음 / 새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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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우수 서포터즈로 받았던 책들도 아직 수두룩하다. 이번에는 그 중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전 한국문학 소설집 <소나기>를 손에 집어들었다. ‘한국도서’라는 큰 틀 속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만날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게 된 나만의 한 달 같은 주제 챌린지. 쌓인 도서 좀 해치우자 싶어 시작했지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도해 기쁘다. 다시 읽는 우리의 옛 문학은 어딘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이런 내용이었나? 싶어서 되려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나하나 쉬이 넘길 수 없는 주옥같은 작품들에 웃고 울며 읽어나갔다.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도 있고, 난생 처음 보는 작품도 있다.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내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내 독서의 끈이 이렇게나 짧았구나 하는 마음에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게나 읽지 않은 우리의 문학이 많음에도 왜 그리 외국고전에 눈을 돌렸나 하는 자책과, 은근히 깔보던 한국고전이 이토록 진하고 아름다웠던 것을 깨달아 스스로의 경거함을 꾸짖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놀랐던 점은 한국에는 없는 줄 알았던 산책, 자연을 보며 사색하는 장면이 수두룩했다는 부분이다. 가난하고 힘든 삶 속에도 자연이 있고 사랑과 지혜를 향한 갈망이 있었다는 것이 눈물겹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기도하고 그들의 후손들은 그것의 귀함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서글프기도한 마음이었다. 그때 그 시절이기에 아름다운 이야기들, 우리의 추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이야기들, 옛 향기를 잔뜩 음미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여러 작가의 여러 작품을 실었다는 것, 그래서 두루두루 우리의 문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나 좋았다.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각기 시선이 다르고 감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 그 시절 우리 사회를 여러 시선과 다양한 서술 방식으로 가득 느낄 수 있다. 사실 한국 고전문학은 여러 한자와 지금은 사라진 단어들, 방언들 때문에 읽기 버거운 것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전부 번역 된 상태이면서도 그 당시 특유의 향기를 품기는 단어들은 손대지 않은 편집으로 어렵지 않게 온전히 읽으며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새움 출판사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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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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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다섯 번째 도서는 정세랑 작가의 <지구에서 한아뿐> 난다 출판사에서 리커버되어 출간 되었을 때 한창 인스타그램을 뜨겁게 달궜던 기억이 난다. 그 뜨거움에 함께 하고자 곧바로 구입했던 책인데 이년이나 지나서 읽을 줄이야. 아무튼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든 책이었는데, 로맨스소설을 너~무 싫어하던 나에게 나. 로맨스 좋아하는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 소설이다. 세상에 이렇게 달디 달다니.

-얼마전 <세계의 호수>를 읽으며 작별에 대해서 생각했다면, 이번에는 사랑이다. 참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하고 조금만 생각해도 지나쳐버리기 때문인데, 이 어려운 과제에 정세랑 작가는 꽤나 담백하고 강렬하게 도전했다. 연애를 하다보면 필시 생길 수 밖에 없는 답답함과 짜증. 슬픔과 기다림. 의문을 지나 유쾌함과 엄청난 달달함이 기다린다. 제목은 ‘지구’이면서도 범우주적인 러브스토리에 로맨스와 SF사이를 아슬아슬 왔다갔다 하는 것도 꽤나 재미있게 다가온다. 달달하다가도 흥미롭고 유쾌하다가도 애잔한 이야기가 혼란스럽기도 하면서 마음 깊숙이 들어오기도 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기억도 안날 어렸을 때 부터 죽음과 사랑을 생각했다. 할 수록 재미있고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다.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스스로가 그야말로 코미디로 느껴지기도 하고. 정세랑 저자의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고는 솔직히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 하나만 보고 멀리까지 찾아온 생명체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냐만은, 사랑까지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렇다면 기존의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 비해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를 만나면 비교가 되어서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내’가 사랑한 사람을 그 사랑으로 지울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인 ‘다른 무언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과연 어떨까? 담백한 우주적 러브스토리이면서 사랑에 있어 애송이들인 독자들의 머릿속을 꽤나 많이도 흔든다. 마지막 페이지를 함박웃음 지으며 덮어놓고도 ‘그래서 어떤게 진짜 사랑이라는 거야?’ 라는 외침을 던지는 내가 진상 독자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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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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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일 출판사에서 협찬받아 읽어보게 된 <캑터스> 사실 시월이일 출판사의 신작이고, 넷플릭스 영화화 확정이라는 소식만 듣고 고민없이 선택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읽다보니 프레드릭 베크만 작가의 <브릿마리 여기 있다>와 꼭 닮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이고, 거기에 경이롭기 그지없는 임신이라는 소재가 첨가 되어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가 탄생되었다.

-자신만의 세상에 틀어박혀 문을 꼭꼭 잠구고 살아가던 사람. 그녀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감정을 낭비하는 것을 비효율적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온갖 감정들도 현재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이지 않으면 꾹꾹 눌러 감추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변화가 생기고, ‘어쩔 수 없이’행하게 된 한 가지 한 가지들이 모여 그녀를 크게 뒤흔들게 된다. 그녀는 점점 ‘지금 이 상황에 내 감정을 감추는 것이 정말 효율적인가?’ 라고 생각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실 나는 여러 복합적인 상황들이 그녀를 조금씩 변하게 했다고 느끼면서도 임신이라는 신체적 변화가 그녀에게 변화의 기회를 제공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호르몬 변화와 새생명이 나의 뱃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심리적인 생각들, 자연스레 솟아나는 사랑까지. 그런의미에서 독자들에게도 더욱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새로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은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처음에는 주인공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아마도 나는 이렇게 독선적인 성격의 등장인물이 나오면 짜증나는 모양이다) 하나 둘 생기는 사건에 흥미롭게 페이지를 넘기며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하게 된다. 시작은 까칠했지만 마지막에 다다를 수록 달콤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올 겨울 따스한 소설이 읽고 싶다면, 단연 <캑터스>를 손에 집어야 한다. 주인공과 함께 고통받고, 울기도 하다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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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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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이벤트에 당첨 되어서 손수건과 함께 받았던 <세계의 호수>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서 집어들었다. 제목과 뒷표지만 보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먹먹하고 씁쓸한 이야기였다. 오래도록 이별하지 못한 두 사람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별과 작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계의 호수>는 이별에서 작별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별은 혼자하는 것이고, 작별은 둘이 함께 손을 흔드는 것이라고. 갑자기 이별당한 주인공은 오래도록 이별하지 못하다 작품의 마지막에 다가가 비로소 이별한다고 느꼈다. 세상의 모든 이별에는 재회가 붙지 못하는 것이고 그들의 이별도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은 간신히 이별할 수 있었고, 끝내 작별하지는 못했다. 오해가 얽힌 후회가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때 헤어지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때의 헤어짐 때문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을 파고들고 과거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아쉬움이 잔향처럼 남는다. 완벽한 이별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우리가 끝내 작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한국문학을 좋아하지만, 손에 선뜻 집히지는 않는다. 외국 문학을 읽을적에는 “아 여기도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아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하고 넘길 수 있는 것들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온갖 감정이 더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어쩌면 더 쉽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세계의 호수>가 그랬다. 어쩌면 내가 겪어본, 어쩌면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렇게 평범한 이별이 큰 아쉬움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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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 인도 우화집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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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의 <인생 우화>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출간 되자마자 구입했던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 삶이 퍽퍽할 때 읽어야지 하면서 아껴두다가 지금이 딱 적기인 것 같아서 손에 집어들었다. 한국문학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모아서 엮은이가 한국 시인이니 그냥 넘어가는 걸로,, 아무튼 모든 일에 지치고 쉽게 화가날 때 읽으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이야기집이다.

-삶이 버거울 때 우리는 이야기를 찾는다. 그러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는 이럴 때 손에 잘 집히지 않는다. 내 삶이 버거워 타인의 힘든 삶을 함께 짊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용기를 얻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나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나오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잊고 지냈던 삶의 지혜와 동심을 통해 내가 처하는 삶을 다시금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그런 시민들의 마음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리 단순하게 그리 큰 여운을 주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낸 것을 보면 말이다. 이것이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건네준다는 것. 양치기소년의 어리석음을 통해 거짓말은 나쁘다는 것을 배웠던 것 처럼 말이다. 인도의 우화는 특히 더 쉽고 재미있다. 종교적 향기가 짙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마저 시대, 나라의 차이로 인식하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우리는 그저 누군가의 지혜를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으면 된다.

-작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류시화 시인은 좋은 글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혼자 보기 아깝고 많은 사람이 느꼈으면 하는 것들을.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임과 동시에 말로, 글로 통해 ‘전하는’사람이다. 만드는 사람만 있다면 아무도 그 글이 만들어졌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의 역할도 중요하다. 다정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는 시인의 다정함에 더욱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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