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호수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정용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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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이벤트에 당첨 되어서 손수건과 함께 받았던 <세계의 호수>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싶어서 집어들었다. 제목과 뒷표지만 보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먹먹하고 씁쓸한 이야기였다. 오래도록 이별하지 못한 두 사람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별과 작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계의 호수>는 이별에서 작별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이별은 혼자하는 것이고, 작별은 둘이 함께 손을 흔드는 것이라고. 갑자기 이별당한 주인공은 오래도록 이별하지 못하다 작품의 마지막에 다가가 비로소 이별한다고 느꼈다. 세상의 모든 이별에는 재회가 붙지 못하는 것이고 그들의 이별도 마찬가지지만 주인공은 간신히 이별할 수 있었고, 끝내 작별하지는 못했다. 오해가 얽힌 후회가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그때 헤어지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는, 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지금 우리의 현실이 그때의 헤어짐 때문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을 파고들고 과거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아쉬움이 잔향처럼 남는다. 완벽한 이별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우리가 끝내 작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한국문학을 좋아하지만, 손에 선뜻 집히지는 않는다. 외국 문학을 읽을적에는 “아 여기도 이렇게 생각 하는구나, 아 이렇게 생각하기도 하는구나”하고 넘길 수 있는 것들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온갖 감정이 더 깊숙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어쩌면 더 쉽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세계의 호수>가 그랬다. 어쩌면 내가 겪어본, 어쩌면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렇게 평범한 이별이 큰 아쉬움과 슬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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