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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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이제는 오디오북도 특유의 분의기에 따라 손이 가기도 하는데 애거서크리스티 시리즈만의 묵직한 분위기에 푹 빠져서 다른 책을 두어번 들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애거서 시리즈를 다 들으면 아마 재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오디오북 퀄리티가 좋고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으니 몇 번이고 들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해서 이번에 듣게 된 작품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다. 푸아로 시리즈로 중간 부분부터는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게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



-헤이스팅스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케번디시로부터 휴가기간동안 자신의 저택에 와서 지내라는 초대를 받는다. 그 마을에서 전쟁 피난차 와있던 푸아로와 재회하고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어딘가 뒤숭숭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기어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누가봐도 극명한 범죄자에게 사람들은 분노와 혐오를 느낀다. 그런데 푸아로가 사건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데..

어떻게 써야 스포가 되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틀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내용에 대비하지 않고 얘기하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누가봐도 너무 뻔하고 답이 정해져있는 이야기다. 유산문제에 얽힌 뻔한 살인사건에 용의자는 누가봐도 이사람이다 싶은 이야기. 그러나 여기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독자들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한 번의 의아함과 놀라움 그리고 두 번의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전한다. 역시 푸아로다 싶으면서 동시에 얄밉기도 하고, 아무래도 에거서 크리스티는 가스라이팅의 달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드는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즐기는 추리 소설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은 반전의 놀라움이나 범인을 추리하는 스릴감 혹은 맞췄을 때의 짜릿함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푸아로가 범인을 밝혀냈을 때의 놀라운 흥분과 안도감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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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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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를 다 읽고 선택한 다음 책은 <양꼬치의 기쁨>이다. 출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읽기도 했고 제목과 표지 디자인부터 기괴해서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손가락을 다치면서 의도치않은 휴가가 생겨서 펼쳐들었다. 사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는 조금도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는데 환상 호러가 살짝 가미 된 기괴 소설로 독특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닫혀 있는 방> 시어머니와 함께 살기 싫어 이사하게 된 집. 가격이 저렴한 대신 한 방의 문은 열 수 없다. 이사 후 남편의 야근이 잦아졌는데, 알고보니 어머니와 매일 저녁 함께 있느라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충격과 실망을 받게 된다. 설상가상 집에서 이상한 소리와 냄새가 난다.

<초신당> 자살하기 위해 들어간 숲 속에서 발견한 의문의 집. 마치 미로같은 집 안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본능적으로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이 되었던 주인공은 되려 아이에게 잡혀 한 방에 갇히게 된다.

<양꼬치의 기쁨> ‘남편 양꼬치’를 판매하는 양꼬치집. 고기가 먹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고기류는 전부 재료소진이라는 식당 주인의 말에 자신의 남편을 사용해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주인공.

<뒤로 가는 사람들> 홧김에 아내를 죽인 후 이상한 현상이 발생된다. 사람들이 거꾸로 행동하는 현상이 발생한 후 집으로 돌아가면 시간이 돌아가 아내가 되살아난다.

<상실형> 살인을 저지르면 ‘상실형’이 선고되는 세상. 그들은 세 가지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혀와 중요부위를 상실한 주인공은 나머지 한 개의 상실을 두려움에 떨며 기다린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것은 석방이다.

<초대받은 손>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된 남편의 군대시절 동기. 그는 그들에게 잠시만 월세를 내며 방 한 칸에서 신세를 질 수 있겠냐며 물어보고 돈이 궁했던 그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가 들어오고 나서 이상한 일들이 생긴다.

<흉터> 어렸을 적 언니의 실수로 볼에 기다랗고 커다란 흉터를 가지게 된 주인공. 어느날 그녀에게 한 할머니가 다가와 원하는 시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알약을 건넨다.

<기억의 꿈> 좀비가 되어 상한 빵을 시급으로 받으며 좀비랜드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점점 잊혀져가는 과거 회상을 한다. 아직 좀비가 아니었을 때 좀비가 된 여자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내 이름은 제니> 위 이야기와 연계되는 이야기로 엄마의 강압 아래 성장한 한 여성이 선보러 나갔다가 좀비가 되어 폭언을 당한 후 좀비들의 시체가 모여있는 곳에 버림받게 된다.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지구에 우주선이 침략하여 지구 멸망을 예고한다. 사람들은 마지막 시간을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보낸다. 주인공은 마지막 두 시간이 남았을 때 죽기 전에 살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남자친구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기괴하고 독특한 상상의 세계이면서도 ‘가까운 사람’과 생기는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실제적인 느낌을 동시에 들게 만든다. 환상적인 내용에 있을 수도 있음직한 내용이 섞이면서 더욱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 탄생했다. 이 분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다. 반대로 고어 난이도가 꽤나 높기 때문에 괴이하고 고어한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절대 읽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소설이다. 나는 잊혀져갈 때쯤 또 한 번 읽을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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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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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손가락을 다치면서 너무 심한 붓기와 통증으로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서 멍하니 시간만 보냈다.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또 그것대로 힘들어서 통증이 줄어들 때마다 밀리의서재를 열심히 읽었다. 역시 뇌가 굳어있을 때는 호러가 최고다. 그중에서 믿을만한 작품을 읽고 싶어서 이전에 읽었던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테이프>를 선택했다. 역시는 역시다. 다시 읽어도 너무 재미있다.



-미쓰다 신조의 단편들은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각각의 단편을 쓰게 된 이야기와 거기에 얽힌 사연이 매 편마다 나와서 이야기가 더욱 현실감있게 다가와 공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알차게 재미있으면서 몰입도도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미쓰다 신조는 액자 소설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모든 단편집이 각 단편들이 연계되는 이야기라 단편과 장편의 재미를 두루 느낄 수 있다. <괴담의 테이프>도 테이프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괴담 이야기를 들으며 녹음해놓은 테이프 중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뽑아 쓰는데 바쁜 미쓰다를 도와주기 위해 편집자가 다량의 녹음 테이프를 대신 들어주다 그녀에게 괴의한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역시 재미있는 책은 몇 번 읽어도 재미있고, 이야기를 더 깊이 읽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다.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미 읽은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공포감있게 읽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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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리커버) -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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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세 글자가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아마 <오은영의 화해>를 읽은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 세 글자. 이것 하나만 보고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2019년에 출간 된 책이 왜 이제서야 핫해졌을까? 하는 아쉬움과 좀 더 다양한 책에 눈을 돌리지 않은 스스로에게 자책을 하게 된다. 내가 원하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책. 내 잘못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저 운이 없었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책. 유아시절에 정서적인 부분이 얼마나 큰 차지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는 책이 바로 여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읽어야 한다. 상처받았기 때문에,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필수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그게 바로 <오은영의 화해>일 것이다. 나는 아이를 키우기 전에 혹은 성인이 된 후 유년시절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뇌과학 도서를 읽어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난이도도 있고, 즐겁게 읽기 쉬운 도서는 아니기에 추천은 하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알맞은 도서가 탄생한 것이다. “아동 교육의 측면에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 과학의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편안해야 자식이 건강한 정서를 가진 사람으로 자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난 후에야 새로운 생명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지식을 우리에게 직관적으로 알려준다.



-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전에 존재하는게 바로 ‘나’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내 아이가 행복할 수 있을까? <오은영의 화해>는 미래의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서도, 나 스스로를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게 만들기 위해서도 꼭 한 번씩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한 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말고 시간이 남을 때마다 조금씩 천천히 섭취하는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책 속 문장들을 감상해보자. 분명히 이 책이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

-우리 중에는 그 사연의 주인공들이 아닌 사람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그와 비슷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들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팠는데 아무렇게나 살지 않고 버틴 것. 그것은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하고, 당신 안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누구나 그렇게 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입니다. ‘마음 같아선’이란 생각이 들면 그 마음대로 해도 돼요.

-강박적 순환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어릴 때 받은 상처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채우려고 같은 패턴의 실수를 반복한다는 겁니다.

-원하는 대로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습니다.

-예상할 수 있는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면 그게 인생을 잘 겪어 내고 있는 거에요.

-내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상식적 수준에서 표현했는데 상대가 그걸로 화를 내는건 그 사람이 감당할 몫이지 나의 몫이 아니 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세요.

-욱하는 일은 정당화 될 수 있는 변명이 아닙니다.

-불안은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백 가지 중에 아흔 가지를 잘해도 못하는 열 가지가 더 눈에 보여요.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질문하세요, 이주 개인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세요. ‘내’ 인생에서 좌절된 것은 무엇이고 만족된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결론적으로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나중인지, 글로 써보고 소리 내서 말하는 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존감은 우주 공간에 ‘나’라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는 것을 언제나 잊지 않는 거에요.

-원래 인간들은 공평하지 않게 행동해요. 세상도 인생도 공평하지 않아요.

-이 세상에는 옳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이 참 많거든. 그때마다 이렇게까지 아파할 필요가 없어.

-좋은 사람은 인간다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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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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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되자마자 구입해두고는 아까워서 읽지 않고 있던 <검은 얼굴의 여우> 미쓰다신조의 새로운 시리즈라니, 스스로 만족하실 거라는 자신에 찬 목소리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탄광에 억지로 끌려가 강제노동을 했던 우리의 참옥한 역사가 담긴 내용이라니 한국인으로써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읽어보니 그의 자신감이 이해가 됐다. 미스테리요소가 살짝 가미 된 추리소설이라 어떤 면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추리, 어떤 면에서는 미쓰다신조이기에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종전 후 각양각색의 이유로 탄광에 모인 사람들. 갑자기 벌어진 사고와 연속 된 의문의 죽음들. 이것은 이나리신의 분노일까 누군가의 살의에 의해 벌어진 사건일까.
처음에는 비참한 우리 민족의 고통을 이해하고 부조리함에 분개하는 일본인들의 대화로 시작한다. 때문에 한국인으로써 가슴아프면서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도 있구나 하는 따스함으로 기분 좋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끝부분에 등장하는 한국인 강제노동자의 수기는 가슴아픈 분노가 차오른다.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일단 몰입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런 배경 속에 이나리신에 대한 탄광원들의 두려움 섞인 미신이 더해지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장르소설로 절대 활용할 수 없을 것 같은 소재를 서로 섞일 것 같지 않은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섞어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 더해지는 반전은 뭐 말 할 것도 없다.



-마지막 결말까지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하야타의 활약이 기대됨과 동시에 저자 미쓰다신조에게 더욱 푹 빠지게 되는 소설이다. 그의 깨어있는 사상이 독자로써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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