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이제는 오디오북도 특유의 분의기에 따라 손이 가기도 하는데 애거서크리스티 시리즈만의 묵직한 분위기에 푹 빠져서 다른 책을 두어번 들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애거서 시리즈를 다 들으면 아마 재독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오디오북 퀄리티가 좋고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으니 몇 번이고 들어도 물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해서 이번에 듣게 된 작품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이다. 푸아로 시리즈로 중간 부분부터는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하는게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헤이스팅스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던 케번디시로부터 휴가기간동안 자신의 저택에 와서 지내라는 초대를 받는다. 그 마을에서 전쟁 피난차 와있던 푸아로와 재회하고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어딘가 뒤숭숭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기어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누가봐도 극명한 범죄자에게 사람들은 분노와 혐오를 느낀다. 그런데 푸아로가 사건의 형태를 완전히 바꿔버리는데..어떻게 써야 스포가 되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이틀이나 고민하다가 결국 내용에 대비하지 않고 얘기하기로 했다. 겉으로 보면 누가봐도 너무 뻔하고 답이 정해져있는 이야기다. 유산문제에 얽힌 뻔한 살인사건에 용의자는 누가봐도 이사람이다 싶은 이야기. 그러나 여기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독자들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한 번의 의아함과 놀라움 그리고 두 번의 반전을 선사하며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전한다. 역시 푸아로다 싶으면서 동시에 얄밉기도 하고, 아무래도 에거서 크리스티는 가스라이팅의 달인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드는 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즐기는 추리 소설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은 반전의 놀라움이나 범인을 추리하는 스릴감 혹은 맞췄을 때의 짜릿함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푸아로가 범인을 밝혀냈을 때의 놀라운 흥분과 안도감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