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면 그들과 어떻게 끝맺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지내왔을지 얼마나 변하고 또 얼마나 그대로일지 궁금해졌다.헤어진 이들은 대부분 대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98쪽


<두고 온 여름>과 <여름이라는  그림>을 함께 읽다 보니, 글을 읽다가, 그림 한페이지 씩 찾아 보게 된다. 여름 속 주제가 늘 말랑말랑 하기만 할 것란 착각....





차일드 하삼의  그림 (애플도어의 남쪽 절벽) 을 보다가, 4월의 유혹 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으나..착각이었다. 그리고 나는 헤어진 부류..를 정말 두 부류로(만) 나뉘게 되는 걸까 생각하다가... 한 번 쯤 더 만나도 좋을 사람..인데 우리는 왜 다시 만나게 되지 못하는 걸까..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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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이른바 빛과 공기로 이루어진/ 인간 세계에서 버섯은 무엇을 들었을까?/ 말라 죽기 전에/ 어떤 말을 땅 밑으로 되돌려 보냈을까/ '조심해' 였을까? (...)/ '구월의 버섯'











영화 '미세리코드리아' 에서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가 버섯이 등장(?) 하는 타이밍이었다. 시체 위에서 자라는 버섯이라니... 버섯이름을 외우지 못했으나, 정말 일까 내내 의구심이 마음 속에 있었던 탓에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 '구월의 버섯' 을 읽어가다.. '조심해' 라는 문장 앞에 자동 멈춤이 되었다. 다시 그 버섯 이름을 찾아봐야 겠다 생각했다. 곰보버섯..아주 맛있는 버섯이지만 독버섯 '마귀곰보버섯' 과 많이 닮은 모양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의문은 이제 더이상 의문으로 남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욕망과 자비는 한끗 차이가 맞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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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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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졸라의 <목로주점>과 <제르미날>을 읽었을 때의 흥분을 기억한다. 이야기는 밝지 않았으나, 빨려 들어가는 기분..해서 함께 읽던 지인과 자연스럽게 이 책의 기원(?)에 대해서까지 수다를 나누며 루공마카르 총서를 다 읽어 보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루공가의 치부>(혹은 루공가의 행운) 를 읽을 때만 해도 루공마카르 시리즈를 떠올렸던 건 아니다. 그런데 차례대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비로소 생겼다.(여전히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있지만..)



<꿈>을 구입할 당시에도, 루공마카르 총서를 염두해 두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구입하고, 지금껏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는 사이 을유에서는 표지가 새롭게 바뀐 듯 하다. 그동안 읽은 에밀졸라의 소설보다 분량이 적다.(그래서 다행이다) 종교적인 느낌도 들면서,  신비스러운 장면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에,장편이었다면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읽다가 포기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 읽혀져서 놀랐다. '꿈'에 방점을 둔 것이 아니라 '무지' 라는 화두가 보인 탓이다. 무식함을 조롱하기 위함이 아니다. 여기 소설에서 처럼 가난해서 버려진 아이가, 온전하게 교육 받지 못한 무지의 상태..그러니까 백지의 상태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과정에는 너무 많은 위험 요소가 따라온다는 뜻이다. 맹목적인 신앙 속에서 복종을 강요받고(그것을 강요라 생각지도 못하는...) 순교자가 된 여인들의 행복이 곧 자신이 도달해야 할 행복이란 꿈을 갖게 된다. 현실에 찾아온 사랑 앞에 그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모습은 가슴 아팠다.


"꿈이라고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그 성녀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다면 그 환영은 당신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자 이젠 당신의 어떤 것도 사물에 쏟아 넣지 말아요.그러면 그것들은 침묵할 거요"/282쪽


무지에서 비롯된 여러 상황 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더니,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모든 것은 꿈일 뿐이라는 심플란 결론. 조금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지만,꿈이 있어 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환상 속 꿈을 현실로까지 가져 오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온 환영은 다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갔다. 그것은 어떤 환각을 일으킨 다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돌아갔다. 그것은 어떤 환각을 일으킨 다음 사라져 버리는 허상에 불과했다. 모든 것은 꿈일 뿐이다. 그리고 행복이 절정에 이른 순간 앙젤리크는 사라졌다. 입맞춤의 가느다란 숨결 속에서"/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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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신을 만들었다/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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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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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적산가옥은 일본이 토지 약탈을 위한 조사사업을 끝내고 한창 산미중식계획을 펼치던 1930년대 지어졌다. 적산가옥의 뜻은 '적이 산 집' 이다"/11쪽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은 무서워 했던 것 같은데,지금은,심야괴담같은 프로를 즐겨 시청한다.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라 그렇다. <적산가옥의 유령>이란 제목을 보면서도 당연히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일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야기 첫머리에서 부터 나는 뭔가 쿵 하고 얻어 맞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적산가옥'의 뜻을 모르고 있었던 거다. 군산에 갔을 때도, 서울역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갔을 때도, 적산가옥 형태의 집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감탄을 했던 것 같다. 내가 감탄한 근거 조차 생각나지 않을 만큼 '적산' 이란 의미를 먼저 생각했다면, 그 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를 먼저 생각해 보게 되었을 텐데...


이야기는 적산가옥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된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인령'(유령)' 존재한다.증조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적산가옥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마주한다. 운명처럼. 그 이야기는 과거 식민지 시절 적산가옥에서 일어난 일이다. 때로는 꿈처럼, 때론 증조할머니의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진 듯한 이야기. 그러나 유타카의 입을 빌어 나오는 소리는 모두 우리 리가 겪게된 치욕과 아픔의 역사였다. 유타카라는 망령이 적산가옥에 존재하는 방식의 형식은 다분히 소설적 표현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적산가옥의 유령>이 역사문제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반전(?)이 등장하는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유타카와 적산가옥의 관계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현재의 그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편에게서 드러난 반전.누구도 그녀의 남편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을 게다. 한순간 남편의 실체가 느닷없이 드러나는 순간,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세 가지 정도라고 해야 할 수 도 있겠다. 우형민을 의심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를 쉽게 의심할 수 없었다. 방관자가 되기도 쉽고, 나라를 빼앗기는 건 더 쉬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자연스럽게 역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우형민 같은 존재들이 계속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유타카 망령이 자주 나타나지는 않을 테니까. 내 나라가 겪었던 고통을, 우형민은 또 다른 약자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었다. (오독의 즐거운 순간이었다. 가네모토 상과 우형민은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적산가옥에 유령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망령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가늠 할 수 없었는데, 우리에게 고통과 치욕을 남긴, 역사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이 집에서 1년을 버티라고 한 것은 외증조모의 뜻이었다. 그리고 꿈속의 나는 외증조모의 젊은 시절을 살고 있었다. 나에게 꿈을, 한 참 전의 과거를 보여주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외증조모는 어쩌면 죽어서까지 이 집에 머물고 있는 걸까?"/77쪽


다크투어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어, 늘 책과 다큐로 대신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도 아직 찾아가 보질 못했는데, 더는 미루지 말아야겠다. 엄연히 일어난 역사에 대해 망언 퍼부는 자들이 멈추지 않는 한 적산가옥의 유령(인령)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그들이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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