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트레버의 소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호퍼의 그림들이 있어서..호퍼 그림 뒤적이다가..놀라운 풍경화를 발견한 기쁨..


내 눈에는 도저히 풍경화로 보이지 않아서..

화가는 어떤 마음으로 그렸을지 몹시 궁금해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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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 성장기 위픽
함윤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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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 만큼 강렬한 첫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나의 첫 도둑질...이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니...' 지금껏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엄마의 무언가를 내가 '도둑' 질 했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지나친 은유라고 누군가는 우겨보고 싶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인정했다. 이후 소설의 이야기가 조금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군가의 삶을 '도둑' 질 했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결코 자유로울수 없을게다.


그래서 '도둑질' 을 했다고?  라고 물어 온다면, 설명할 수 없다. 애초에 말이 안되는 상황일수도.. 그런데 도둑질..을 통해 분투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정말 도둑(질)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어떻게 끝나게 될지 궁금했다. 딱히 해야할 이유도 없는, 도둑질...그런데 어느날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 남자를 통해,그의 묵직한 질문을 통해 그녀는 알게 된다. 조지 엘리엇 소설('제이컵 형' )인물이 떠올랐다.'고장난 영혼'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엄마로부터 받았던 충격적인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이 화근일수도, 애정을 듬뿍 받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었을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 도둑질을 하진 않지만..결핍이,설명될 수 없는 결핍이 도둑질을 하게 했다면, 성준이란 인물을 통해 조금 알게 된다, 도둑질은 나쁘다는 식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질문 "너 꼭 이런 식으로 살아야만 해?" /43쪽  누구도 그녀에게 해 주지 않았던 말. 그리고 소설은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진짜 잃어버리는 순간이 오면서 알게 된다. 


"나는 엄마의 말을 되새긴다. 잘못 삼킨것.그 표현을 곱씹을수록 계속하여 기침과 헛구역질이 나온다. 내가 처음으로 또 제대로 훔친 무언가를 잘못 삼켰다는 사실.그로써 그것이 영영 내 손을 떠났다는 사실에 목 안쪽이 벅벅 긁히듯 아프다.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서러운지 온몸으로 깨닫는다"/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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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는 작가 이름보다 제목으로 먼저 손이 가게 되서 읽게 된다.

조금은 노골(?)적인 제목이라 나는 또 호기심이 가게 되었고..

그런데 읽다가 문득 떠오른 책들이 있어 ~도둑 들어간 책이 처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기뻤지만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는 사실도 반가웠다. 읽지도 않은 '도둑맞은 가난' 제목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는 건, 이제는 읽어야 할 타이밍이란 의미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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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따라 가는 것 자신을 내맡기는 것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내맡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머리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세워진 벽이 무너져야 했다. 진실함에는 그것이 요구되었다. 그레타의 시 같은것(...)"/29쪽








 

'일본에 가 닿기를' 낭만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페이지를 펼쳐보고 '아카디아'를 떠올렸다. 이것 또한 너무 낭만적이란 생각을 했다. 그레타가 품었던 사랑을 이해하고 싶어서는 아니였나 싶다.(아주 잠깐...) 시인의 마음으로 특별한(?) 사랑을 갈망했던 걸까? 아니면 정말 사랑이 하고 싶었던 걸까공교롭게 최근 읽었던 졸라의 <사랑의 한 페이지>와 제임스 우드의 <인생에 가장 가까은 것> 를 떠올려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졸라는 소설에서 폭풍 같은 사랑으로 인해 아이를 잃게 하는 고통을 그녀에게 주었다. 앨리스 먼로의 이야기 '일본에 가 닿기를' 에서는 그렇게까지 가혹한 형벌을 내리진 않았다. 그러나 '죄'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은 그녀에게도 찾아왔다.


"죄,그녀는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였었다. 결연하고 탐닉적인 관심을 아이가 아닌 다른 것에 기울였었다. 죄" /39쪽



사랑(?)으로 인해 아이를 잃을 뻔 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죄'를 묻는다. 그리고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서 인용된 맥베스 글을 읽다가, '소리'라는  은유가, '일본에 가 닿기를' 에서도 공포로 작용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멕베스를 읽으면서 한 번도 '소리'에 집중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소설은 '이해'의 영역이 아닌 '은유'의 세상으로 읽혀질 때 훨씬 더 풍요롭게 읽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또 배웠다.


"단순한 이해는 유용하고 필수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정신에서 가장 보잘것 없는 능력이며 가장 신뢰할 수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으려 한다"/143쪽 '모든 것을 사용하기' (드 퀸시의 인용문이다.그의 책을 읽으려다 포기했는데,다시 읽어봐야겠다)











"사람들은 그곳을 통과할 때 늘 걸음을 서둘렀다. 덜컹대는 소리와 흔들림은 결국 세상 모든 것이 그리 필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거기에, 객차들 사이에 끊임없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금속판 하나에 케이티가 앉아 있었다. 눈은 크게 뜨고 입은 약간 벌린 채 몹시 놀란 듯 혼자 케이티는 울고 있지 않았지만 엄마를 보자 울음을 터뜨렸다"/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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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

살면서 근본적으로 소설이 가르쳐준 인간에 대한 이해가 나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자주 있었다. 사람들의 동기를 파악하면서 누군가가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읽을 수 있었다.때로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얼마나 모르는지를 깨닫고 나면 적잖이 놀라기도 한다. 이럴 때면 사람은 마치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내려다보는 사제처럼 우위에 선 느낌을 받는다. 이는 소설을 읽을 때 주어지는 특권이기도 한데 우리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려 하는지 허구와 환상으로 자신을 구성한 다음에 그 요소들을 어떻게 억압하거나 망각하려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107~108 ‘진지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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