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서머싯 몸의 단편들을 다시 읽고 있어요. 전 그의 장편보다 단편이 더 좋은 것 같아요.특히 <연>을 가장 좋아해요"

"영화로도 만들어졌잖아요"/149쪽 '고독'부분











최근 <달과6펜스>를 읽으면서, 다시 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케이크와 맥주>는 두 번 다 재미나게 읽었는데..생각해보니깐, 나는 아직 몸선생의 단편집을 만난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파상하고 순간순간 착각했던 모양이다. 졸라선생의 <사랑의 한 페이지>를 읽다가 '밀회'라는 단어가 윌리엄 트레버의 <밀회>를 읽게 만들었으니, 이제는 몸선생의 단편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 그런데 무려1,2편으로 나온 민음사에 '연'은 없다. 빛소굴에서 출간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바람...우선 민음사에서 나온 단편집부터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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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가 힘들었던 시절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은 자신을 버틸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더랬다. 오로지 연수밖에는 알 수 없었던 이유가.그런데 국내 번역본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이란 표현은 없었다.


"(..) 한국어로 가지런히 놓인 문장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는 없었어. 아무리 뒤져봐도 흔적조차 없었지. 중국 앵무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오직 차갑고 하얀 '도자기 앵무새'만 있었어.(..) 도자기를 뜻하는 'china'를 중국으로 오해한 거였어. 중국 앵무새였다면 'chinese cockatoo'  라고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뒤늦게 떠올랐고 상상에서 기억이 되어버린 중국 앵무새가 있는 집조 산산조각이 나버렸어.내가 오래도록 사랑하고 의지했던 중국 앵무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거야(...)"/66쪽 


자신이 믿고 있었던 것이 무너졌다는 사실만으로 그녀가 좌절하지는 않았을 텐데..무튼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고 나서,나는 그냥 오늘을 잘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라는 소감을 남겼더랬다. 그리고 윌리럼 트레버의 소설 '그라일리스의 유산' 에서 그냥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신기했다. 우연처럼 나타난 도자기도 그렇고^^


"(...)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분관 도서관에서 은퇴해도 돈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오늘의 행동은 일종의 표현이었다.(...) 그 이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장식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을 속이게 되기 때문이었다.도자기 한점도 받지 않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쓸 것이다.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다렸다./120쪽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 언제나 즐겁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으면서 혼잣말 처럼 했던 생각을,'그라일리스의 유산'에서 마주한 것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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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위픽
이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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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픽시리즈를 골라(?) 읽는 중이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은 영화적인 기분이 연상되서 골랐지만,이주혜작가님의 소설을 여러 권 읽는 터라 망설임 없이 고를수 있었던 것도 같다.


짧은 이야기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소설을 읽는 동안 뭔가 쿵하고 내려 앉는 듯한 기분이 든 건 '작가의 말'을 통해 이해받은 느낌이다. 상실에 관한 마음이 소설에 그대로 녹아 있을수 밖에 없었던 이유.고백하자면, 최근 내가 애정하던 가게들이 여러 곳 문을 닫았다. 내일도 만날것 같은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닫혀진 문앞에서,허탈감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상상이 지극하면 기억이 된다.아니 지난한 기억 끝에 상상이 찾아오던가,기억과 상상은 그리 다른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7쪽


 궁극적으로 언제든 헤어져도 아무렇지 않을 관계에서 조차 상실은 허탈감을 가져온다.하물며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이라면...조금은 영화 대사처럼 시작되는 문장을 읽으면서,(나는) 과일가게 사장님과 밥집 사장님이 문을 닫게 된 이유를 상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상상이 내 기억으로 굳어져 버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짧고 강렬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다.'강렬' 하다는 느낌은 소설이 짧아서 다행이란 느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쌍뚱이 같은 사촌, 비교대상이 되어야 하는 관계..그것들 보다 더 중요한 걸 간과하는 사이..누군가는 진짜 아픔과 마주할 수도 있다는 걸,우리는 모른다. 아니 종종 외면한다.울프의 <댈러웨이 부인>만이 위로가 되었다고 연수가 이야기 하는 순간,소설의 이야기가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음 아픈 사람이, 다시 회복 되기란 이렇게 힘든모양이다. 한탄강을 걸으면서, 애정하는 호암미술관 나들이 하면서 그렇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은 공허하다. 삶은 예측 불허라..그냥 지금을 살아야겠다. 



ps 이주혜작가님 소설에는 유독  장소들이 조연역활을 잘 해주는 것 같다. 덕분에 라제통문이란 곳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애정하는 한탄강과 호암미술관이 언급되서,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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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어리석었고 어리석음엔 대가가 따라요. 전 결혼이 줄 수 있는 걸 욕심냈고 욕심에도 대가가 따르죠.1년 전에 갚을 걸 갚고 나니 땅이 반 에이커밖에 안 남았어요.(..)"/21쪽 '고인 곁에 앉다' 












"(...)엄마가 짝지어준 남자랑 약혼하고 엄마가 점찍어놓은 집에 들어가 살고 엄마가 가란 곳에서 공부하고 엄마한테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급급해 멍청하게 살았어. 그래서 벌을 받았고 하지만 이만하면 벌은 충분히 받았으니 한국에 돌아가면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지 무엇보다 나한테 잘못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생각했어"/64쪽 


'고인 곁에 앉다' 이야기 속 에밀리의 목소리를 이주혜작가님 소설에서 다시 듣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에는 지나치게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거 아닌가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에 함부로 단정짓는 말을 하기가 힘들다. 조금만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정도... 분명하건,온전한 '나'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힘들게 하는 건지는 알것 같다.어느 때보다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가 버거운 시절이라 그럴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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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동네 책방에는,한 작가의 작품을 출판사별로 정리해 둔 공간이 있다. 울프의 작품도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시 <댈러웨이부인>을 읽어 볼까 하는 마음이 든 순간,2025년에 새롭(?)게 나온 버전들이 제법 보인다. 그동안 열린책들과 솔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만 읽었는데...이주혜 작가의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다가,다시 읽어 보고 싶어졌다


"(...)맨발로 정신없이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어느 강의실 열린 창밑에 쭈그리고 앉아 강사의 목소리를 훔쳐 들었어.놀랍게도 강사는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앞부분을 낭독하고 있었어. 강사의 음성을 타고 댈러웨이 부인이 꽃을 사러 런던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지(...)댈러웨이 부인이 오래전 스쳐 갔던 여러 집을 나열하는 대목에서 "중국 앵무새가 있는 집" 이라는 구절이 내 귀에 날아들었어.(...)"/60쪽










예전에 쓴 독후기를 찾아보았다. 당연히 저런 에피소드를 소감으로 남겼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그래도.. 그러나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몰랐다. 정말 저런 대사가 있었던 걸까.. 지난해 나온 민음사 아니면 을유버전으로 읽어볼까 했던 마음에 피식 웃음이 났으나.. 이주혜작가님의 기발한 상상력이 빛어낸 결과였다. 물론 이야기는 아팠지만.... 차이나를 너무 쉽게 '중국'이라 생각했구나..그리고 나는 다시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이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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