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가 힘들었던 시절 울프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 은 자신을 버틸수 있는 무언가가 되었더랬다. 오로지 연수밖에는 알 수 없었던 이유가.그런데 국내 번역본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이란 표현은 없었다.
"(..) 한국어로 가지런히 놓인 문장 어디에도 중국 앵무새는 없었어. 아무리 뒤져봐도 흔적조차 없었지. 중국 앵무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오직 차갑고 하얀 '도자기 앵무새'만 있었어.(..) 도자기를 뜻하는 'china'를 중국으로 오해한 거였어. 중국 앵무새였다면 'chinese cockatoo' 라고 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뒤늦게 떠올랐고 상상에서 기억이 되어버린 중국 앵무새가 있는 집조 산산조각이 나버렸어.내가 오래도록 사랑하고 의지했던 중국 앵무새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거야(...)"/66쪽
자신이 믿고 있었던 것이 무너졌다는 사실만으로 그녀가 좌절하지는 않았을 텐데..무튼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고 나서,나는 그냥 오늘을 잘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라는 소감을 남겼더랬다. 그리고 윌리럼 트레버의 소설 '그라일리스의 유산' 에서 그냥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 신기했다. 우연처럼 나타난 도자기도 그렇고^^
"(...) 기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었고 아무것도 변할 수 없었다.분관 도서관에서 은퇴해도 돈은 많지 않을 것이므로 오늘의 행동은 일종의 표현이었다.(...) 그 이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장식품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현실을 속이게 되기 때문이었다.도자기 한점도 받지 않을 거라고 그는 그렇게 편지를 쓸 것이다. 비밀의 그림자 속에 겨울 꽃이 흩어져 있었고 기만이 조용한 사랑을 기다렸다./120쪽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 언제나 즐겁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을 읽으면서 혼잣말 처럼 했던 생각을,'그라일리스의 유산'에서 마주한 것이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