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은 내가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죄책감을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밀어내는 곳이다. 

내 전화를 기다릴 부모님, 지불해야 할 카드 대금, 해야할 설거지, 털을 밀어야 하는 다리. 이것들이 내가 추구하는 고귀한 해결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랩은 내가, 여전히 나 자신인 그 아이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랩은 내가 내 가장 친한 친구와 놀 수 있는 곳이다. 랩에서 나는 웃을 수 있고 황당해질 수 있다. 나이가 1억년으로 추정되는 바위를 분석하면서 밤을 새울 수 있는데, 아침이 오기 전에 바위 성분을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년이 되면서 감당해야 했던 그 모든 귀찮고 혼란스러운 일들 -- 연말정산, 차보험, 자궁암 검사 -- 이 랩에서는 하등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된다. 전화기도 없으며 그러니 아무도 전화하지 않아도 상처받지 않는다. 문은 잠겨 있으며 나는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 모두를 알고 있다. 바깥 세계가 랩 안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랩에서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믿는지 알아내는 곳이라는 점에서, 랩은 내게 교회 같다. 


(My lab is a place where my guilt over what I haven't done is supplanted by all of the things that I am getting done. My uncalled parents, unpaid credit cards, unwashed dishes, and unshaved legs pale in comparison to the noble breakthrough under pursuit. My lab is a place where I can be the child that I am still am. It is the place where I play with my best friend. I can laugh in my lab and be ridiculous. I can work all night to analyze a rock that's a hundred million years old because I need to know what it's made of before morning. All the baffling things that arrived with adulthood -- tax returns and car insurance and Pap smears -- none of them matter when I am in the lab. There is no phone and so it doesn't hurt when someone doesn't call me. The door is locked and I know everyone who has a key. Because the outside world can't come into the lab, the lab has become the place where I can be the real me. 


My laboratory is like a church because it is where I figure out what I believe)."  



npr 서평 팟캐스트에 하와이 대학의 식물학자 Hope Jahren이 출연해서 

올해 4월 출간된 그녀의 회고록 Lab Girl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책에서 그녀가 읽어준 문단들 중 

이 문단이 아주,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마존 미리보기에서 찾아내 옮겨 옴. 그런데 번역은... 하 흐으 참. 이 문장들이 영어로는 굉장히 잘 읽히는 문장들일텐데 같은 정도 가독성 가진 한국어 문장으로 같은 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왜 영어는 (by nature) 유창한데, 한국어는 어눌한가" : 이런 질문에 진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진실이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을 듯. 사실 구절 단위로 (my lab을 말할 두 가지 가능성, "랩"과 "내(나의) 랩" -- 이런 식으로) 분석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번역을 가장 잘하는 10명의 번역가가 이 문단을 번역한 다음, 10개의 번역 문단을 놓고........ : 이라든가.  


여하튼 여러 대목에서 공감, 감탄. 

"정직이 천재성의 원천" 이 말의 진실을 보여주는 문단이라고까지. 

천재성이란 어떻게 정직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Hope Jahren은 알고 있다. : 이러며. 


미국에서 과학은 여전히 보이즈 클럽이고 

여성 과학자들은 남성 과학자들은 전혀 모를 여러 험한 어려움들을 여전히 겪고 있다고 한다. 

진행자가 "아니 당신처럼 유명한 당신처럼 성공한 과학자도 그 어려움들과 친숙합니까?" 이런 질문을 하고 

그녀는 음 그게, 그렇다... 고 답하면서 "이 시스템이 나를 "garbage"라 불렀을 때 믿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그것이 나를 "genius"라 부른다 해도 믿지 않아요"라는 말도 한다. 이것도 보기보다 참 심오한 말이라 감탄. 


외에도 옮겨 적어둘 가치가 있는 수많은 말들을 그녀가 하는데 

Lab Girl은 내일, 17년의 첫구매로 구입하려고 장바구니 담아 놓았으니 

책이 도착하면 책도 참고해서, 적어둘 수 있는 것들 적어두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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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6-12-3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arbage 라니요!!!

몰리 2016-12-31 19:37   좋아요 0 | URL
한 공간에 모인 남성 과학자들 누구보다 못지 않게 성취해도
아니 그들보다 더 많이 성취해도, 그들 중 그녀와 눈이 직접 마주쳤을 때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눈으로 말하지 않을 남성 과학자는 없을 거라고 해요.

진행자가 깜놀;하면서
믿기 힘들다, 그건 19세기도 아니고 17세기에나 일어날 일로 들린다.. 고 하는데
그녀는, 명확히 말로 표현하진 않지만, 어쨌든 자신이 방금 한 말에 진실이 있다고.

식물학(생물학)은 과학 내에선 가장 젠더평등 있는 곳일 것 같은데도 그렇다면
정말 물리학 같은 데선, 한 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이 여학생이어도 그 시절부터
커리어 내내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눈빛으로 전달받고 그러겠나봐요 지금도. ; 하여튼 남자들은. ;;;
 



지옥의 재구성이었던 영국판 The Office. 

이건 정말 처음 볼 땐 맨정신으로 보더라도 

다시 볼 땐 반드시, 술로라도 멍해지면서 봐야했었다. numb해지면서. ; 

데이빗 브렌트(리키 저베이스)가 자작곡 Free Love Freeway 부르는 저 장면도 

술에 취한 상태로 아마 다섯 번쯤 봤을 듯. 그러던 게 거의 10년 전인데, 지금 찾아보면서 

조금 놀란다.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젊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호기심이 많았나에. 

이것도 진짜 매혹되면서 봤었다. 지금은 무엇이든 그때만큼 '매혹'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시대에 적합하게 훼손된 인간을 그의 언어, 그의 표정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드라마로 영국판 The Office만한 드라마 아마 없을 듯.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더 생각해 보려다가 

내가 여태 본 것들 중, '이것이 사랑이다'고 가장 강력히 보여준 건 무엇이었나 자문했더니 

답이 영국판 The Office로 나옴. 여기서 Tim과 Dawn의 사내연애. 







아마 마지막 에피소드, '크리스마스 스페셜'으로 제목 달았던가 그 에피소드에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시리즈 전체에서나 

아니면 그 에피소드에서만이나, 정말 기가 막혔다고 기억함. 아주 진실하고 아주 강력했다는 의미에서 기막힘. 

Dawn은 회사를 그만두길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 그림을 그리는 쪽이던가, 더 예술적인 방향으로 다른 커리어를 생각하던 중. 그리고 그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 Tim이 내내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 Tim이 Dawn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아니면 선물을 통해. ("물감"을 선물하던가??) 


대략 그런 내용이었을 텐데 

아.......... 이것도 한국에서 만들어지지 못하지. 

그 정도의 온전한 이해, 일어나지 않지. ;;;; 일어나나? 혹시 이건 나만 모르는 건가? 


데이빗 브렌트로 훼손된 인간의 표정과 언어를 탐구하듯이 

덜 훼손된, 혹은 훼손을 취소하려는, 혹은 훼손이 일어난 바 없는 

그런 인간들을 Tim과 Dawn으로 탐구한다고 해도 좋겠다. 


*안 마시려다 마시기 시작한 16년 마지막 불금의 맥주와 함께 쓴 포스트.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취하는 기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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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엔 

상호대차한 책 받으러 학교에 갔다. 

두 권인데 둘 다 미셸 투르니에 책. 하나는 저것. 제목은 부제까지 하면 길다. 

Robinson Philosophe: Vendredi Ou La Vie Sauvage, De Michel Tournier ; Suivi De Le Philosophe Aux Images, Entretien Avec Michel Tournier. "철학자 로빈슨: 방드르디 혹은 야생의 삶, 미셸 투르니에에게서. 철학자에서 이미지까지, 미셸 투르니에와의 대담" 이런 건가? ㅋㅋㅋㅋㅋㅋ ;;;  전혀 확신할 수 없는데, 어쨌든 다루는 주제는 까다로울지 몰라도 문장은 간명한 문장들일 것 같아 기대되는 책. 사전과 구글 번역이 있으므로 문장이면 어떤 어려움이든 거의 전부 해결할 수 있다. 


문장들이 간명하면서 동시에 

프랑스 사람들이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하는 것 같기는 한 '멋부리기' 이것이 가득할 것 같기도 했다. 일단 목차서부터.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 이 구조 그대로 한 30개의 짧은 장들 제목을 만듬. "-- ou --" 구조). 그랬는데, 책을 복사실에 '불법 제본' 이것 맡겨두고 온 다음이라 지금 확인은 못한다. (예전 트위터할 때, 불법 제본 규탄하는 트윗 몇 번 읽은 적 있다. 안하는 게 좋겠고 안해야겠지만, 그것만이 답인 경우도 있지 않나. 책값이 엄청나게 비싸거나 (칼 융의 차라투스트라 세미나. 2권에 40만원) 도서관이 아니면 아예 구할 수 없을 때, 그런데 일부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전부를 참고해야 할 때. 그런데 일부 복사할 때처럼 손으로 하나씩 넘겨가며 복사하며 그래서 훼손이라야 사실 극히 미미한 정도라면, 돈은 없지만 읽고자 하는 ㅋㅋㅋㅋ 누군가에겐 이게 답이 아닐까요. 이런 경우에 한정해서, 나라면 옹호하겠다....) 


그리고 Mirror of Ideas. 이것은 영어판으로. 

Agalma님이 투르니에와 바슐라르에 대해 쓰신 댓글에 답글 쓰고 나서

이 주제로도 페이퍼를 써야겠다고 작정했고, 참고할 책들로 일단 이것들 마련. 

무엇보다 "정규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혹시 그게 내 쪽으로 올지 모르니 

내 쪽으로 올지 모르게 하기 위하여, 쓰려는 페이퍼. 


집에 오는 길에 Before Sunrise, Before Sunset 이것들은 한국에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로구나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들에서 여주, 남주는 서로 "이해"라는 걸 하지 않나. 그런데 그 이해라는 것이 "그 사람의 신을 신어봄"의 이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가치를 알아봄의 이해("appreciation")이고, 그런 이해는 전으로도 후로도 "존중"과 함께 하지 않나. 바로 그 존중, 이게 한국에선 안되며 존중이 안되기 때문에 이해도 일어나지 않고, 해서 그것을 주제로 남녀관계를 탐구함은 한국에서 불가능해. 그 뿐만이 아니지. 이들은 생각을 하며, 또 생각을 나누잖아. 생각을 하며 생각을 나누는 여자들은 있어. 하지만 남자......... : 이 즈음에서 신촌 도착. 





물론 예외가 많을 것이다. (하도 많아서 '예외'라 말할 수 없... 음 그럴 리는 없잖아). 

그렇긴 한데, 이것도 모두가 가장 가까운 관계(가족, 친구, 연인...)에서도 언제나 겪는 일 아닌가. 

이해(존중이 전제되고 존중과 함께 하는 이해, "appreciation" 이 영어단어로 번역할 법한 이해)하기 두려워 하지 못하기. 혹은 이해를 청하나 거부 당하기, 받지 못하기. 


아닌가. 이것도 나만 잘 아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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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2-31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도 응원! 정규직도 응원!

역지사지보다 상대의 가치를 알아보는 존중과 이해가 더 훌륭한 거 같아요. 좋은 말씀^^

몰리 2016-12-31 09:45   좋아요 1 | URL
˝정규직˝ coming my way, 제목으로 노래라도 만들.
일단 작사부터. : 이러고 있어 보았습니다. 저 위의 누군가는 알고 계신대. 정규직이 네게 올지, 정규직이 사라질지. (안돼 안돼. 아냐 아니라고. 다시 해).

그런데 정말, 생활에서 평등을 실천할 하나의 길로 ‘존중‘을
얘기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년엔 이 주제로도 과하게;;; 매일 매일;; 쓴다면 좋겠습니다.
 









허핑턴포스트 기사에도 나왔던 고양이. 

고양이 미용하면 이상한 귀여움 있지 않나. 

예전 디씨 냥갤에 '애기씨'라는 고양이 있었는데 

그 냥이도 원래도 귀여운데 미용하면 재미있고 귀여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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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12-3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형이 살아서 거울보는 거 같고 거참 기기묘묘하네요ㅎ;;

몰리님 내년 건강히 그리고 영감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세뱃돈으로 페이퍼 왕창 주시려나ㅎ;;

몰리 2016-12-31 09:50   좋아요 1 | URL
이게 뭐지. 쟤가 나인가. 나는 나인가...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인형 옷 입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런데 햐튼 귀엽고. 귀염사 위험. 흑.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페이퍼 주제 하나도 주시고요. 이것도 감사합니다! ^^
Agalm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도 많이 써 주세요. 제게 주제도 많이 던져 주시면 넙죽넙죽. ;;;
 



트위터에서 유명했던 

북한산 정상에서 식빵 굽는 고양이. 





"북한산 고양이"로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들 중 

핵귀여운 턱시도(가 아니라 작아서 못입는 조끼 정도인가)냥. 뚱냥이. 

고양이 다 이쁘지만 이런 고양이는 특히 더, 당장 부비부비 쪽쪽하고 싶어지지 않나. 





혹시 얘가 커서 쟤가 된 건가. 

싶어지는 사진들이 발견되는데 

같이 놓고 보니, 이 냥이가 저 뚱냥이 어릴 적은 아닌 거 같다. 

그러기엔 얼굴에서 검은색 부분의 모양이 다른 듯. 몸에서 검은 털 부분도. 

얘는 식빵 굽는 고양이와 더 닮아 보인다. 





근데 얘는 아마도 쟤의 좀더 어린 시절인 듯?! 

얼굴 털모양도 그렇고 다리도. 꼬리 감는 모습도. (꼬리야 고양이들 전부 감으려면 저렇게 감겠지만 그래도 뭔가). 

토실토실한 게 아주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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