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룸에서 

정유라 덴마크 은신처의 고양이들을 또, 그리고 좀 더 오래 보여주었다. 

그 때 유튜브 채팅창에서 "고양이도 송치해야 합니다" "고양이도 부역자다" 등등, 등등등 

읽으며 터짐. 


그런데 

금연의 동기로 

사실 이게 가장 강력할 수도 있지 않나. 

실제로 다른 것보다 그 이유에서 끊은 사람들 있지 않나. 

나는? 나는 안 되나? 지금 3개 남았다. 





나는 옛날 이런 (속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대개의 경우) 두꺼운 종이 활자 조판 하드커버 책들이 

좋다. 커버는 저렇게 얇은 종이. 심심한 디자인으로. 오래된 유명한 책들 중엔 이런 판으로 아마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샹포르의 단장집 불어판 갖고 있는데, folio classique 페이퍼백. 

그런데 어디서 저 하드커버 아주 비싸지 않게 판다면, 살 거 같다. 


샹포르 말 중에서 매일 기억해도 가치 있을 말로 이것 있다. "정의가 너그러움에 앞선다. Il faut être juste avant d’être généreux. (One must be just before being generous. 혹은 Justice precedes generosity)." 이 말을 생각하고 이 말을 이해한다면, 적어도 "세상의 이치"의 반성의 길 위에서 한 걸음. 이라고 방금 생각함. 아주 긴 논평을, 심지어 이 말의 주석으로 책 하나를 쓰기에도 충분한, 말이라고까지. 


*다시 잘 보니 이 책 하드커버가 아닌 것 같기도. 

프랑스는 책을 어떻게 만드는 거냐. 여태까지 불어 책 하드커버는 못 본 거 같기도 하다. 

하긴 불어 책 많은 서점도 안 가봤다. 하긴 불어 책 자체 별로 못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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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Books에서 가장 웃겼던 장면에 이것 있다. 

Black Books 사장인 버나드가 마니에게 서점에 취직하라고 제안하는 술집 장면. 

버나드가 마니에게, 술에 떡이 됨이란 무엇인가 보여주는 술자리. 인사불성이란 무엇인가. 


대학원에서 가장 괴롭고 우울했던 시절, Black Books 대출해서 보고 또 보았던 며칠이 있다. 

별 생각 없이 dvd 넣었다가 눈물 줄줄 흘리고 닦으면서 웃고 움. 세상엔 이런 시트콤도 있구나 무한 감탄. 

S1E1에, 이 시트콤이 (그 전체가, 이 걸작의 전체가. 전체로 보았을 때) 시작하고 3분도 안되었을 지점에, 정녕 미친 

장면과 대사가 있다. 주요 인물이 여성 1인 혼성 3인조인데, 프랜(여. 소품가게 주인) 버나드(서점주인) 마니(회계사였다가 버나드 서점 취직). 프랜과 버나드는 절친. 마니가 이들 사이에 끼여드는 newcomer. 마니가 버나드 서점에 가려다가 서점 문 닫혀 있기에 그 옆집 프랜의 가게로 가는데 


그를 본 프랜이 놀라고 긴장하며 어색하게 행동하고

마니가 "왜 그러십니까?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랄 때 

프랜의 답이 이것이다. 


"당신이 남자고 해서 우리가 잔 건 아닌가. 따지러 왔나."


(*영어로는 you being man and all, I thought we might have had sex. 이런 문장이었던 듯). 


좀 전 기억하면서, 이거 정말 얼마나 (듣고 보면 한편 뻔하지만) 명대사인가 다시 감탄. 

처음 보던 때 얼마나 놀라웠었나. 이 사람들은 심연의 정면을 똑바로 보는구나 싶던 일. 

배우들, 그리고 연출의 힘도 있었을 것이나. 


아도르노가 <미니마 모랄리아>에서 여러 번 쓰는 표현, "세상의 이치 way of the world". 그것의 반성이 여기 있지 않나. 그것의 얼굴을 향해 날린 주먹....... 까지는 아니어도 요리조리 잘 갖고 노는 면이 Black Books에 있는데 이 장면이 한 예일 거라 생각. 


*"웃지 않은 날, 그 날이 가장 낭비된 날이다"는 샹포르의 말. 

여태 dvd로 보았던 드라마든 영화든, 다 보고 나서 바로 처음부터 다시 본 건 

이것 뿐인데, 그러면서 혼자 정말 구르며 (당시 집에 있던 소파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소파로. 바닥 위에서) 웃게 되던 일. 몇 년치의 웃음을 다 웃었던 며칠. 샹포르의 말이 맞는게, 이미 긴 세월 전이지만 온전히 선명히 기억되는 그 날들이다. 


**심연을 보는 일. 그걸 해주는 무엇이 있을 때만 

나도 그걸 할 수 있고 정신의 힘, 이런 것이 유지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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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장에서 오지만 그토록 잔혹한 충동. 

살려는 욕망이 공격의 욕망이 되는 세계. 로트레아몽의 세계. 

바슐라르는 로트레아몽과 니체를 비교하며 이렇게 썼다: "로트레아몽 곁에 두면, 

심지어 니체가 둔해진다(느려진다). 심지어 니체가 고요하다. 자신의 독수리, 그리고 뱀과 

함께 니체는 가족 모임을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니체에게 춤추는 사람의 스텝이 있다면, 로트레아몽에게 

호랑이의 도약이 있다." 



바슐라르 전기에서 5장, "로트레아몽 혹은 공격성의 에너지" 첫 문단에 나오는 내용. 

(그런데 정말 "-- ou --" 구조, 이것 혹시 프랑스 계몽주의의 유산이며, 프랑스 인들은 여전히 이 유산 

뜯어먹고 사는 건가. <깡디드 혹은 낙관주의>에서 <방드르디 혹은 태평양의 끝>까지...... "울랄라"도 이 "ou"와 관련이 혹시 있나.) 


<로트레아몽>에서 인용하는 저 몇 줄의 문장은 

문장은 정말 단순하고 내용도 실은 (바슐라르가 저 책을 쓰던 무렵엔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니체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바로 알아볼 내용임에도, 그럼에도 전혜린이 추종했던 "서구의 지성"

이것의 한 표본이 될 문장들이라 생각한다. 로트레아몽을 이해하고, 니체를 이해하고, 그리고 둘을 같이 생각하기. 

이것이 실은 쉬운 일이 아니고, 한국에서는 아직 드물게만 일어나는 일. 아니 그런 일 자체는 드물지 않다 해도, 바슐라르처럼 그걸 꼭 맞는 문장으로 쓰는 건 드물게만 일어나는 일. 


16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그만 피우려던 담배, 아직도 피우고 있다. 

금연, 금연만 하면 인생에서 더 바랄 게 없어. 흡연자 정규직 vs. 금연자 비정규직이면 

(밸런스 좋긴 한데) 후자라면서. 끊어라! : 이러면서도 못 끊고 피우고 있다. 지금 남은 담배까지만 피우고 

금연의 기록을 서재에도 하면서, 마침내 금연에 성공하기를 바라보는 중. 흡연, 금연에 관한 많은 애기를 쓰게 될 수도. 정신없이. 


그런데 과학철학자면서 로트레아몽 같은 시인을 연구했다는 게 그게 그 자체로 

바슐라르가 얼마나 자유 정신이었는지, 얼마나 '교조' 이런 것과 거리 먼 정신이었는지 

알게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같은 자유 정신, 대담하고 자유롭게 탐구하는 정신... 은 

그를 만나는 모두에게 은총 ;;;; 준다고, 여겨보자. 그 은총 때론 작고 무력해보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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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04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생각이 듭니다. 문화적 차이 아닐까 하고. 프랑스와 독일. 언어 늬앙스도 그렇고 철학이나 문학 둘다에서 생각의 점프력이나 속도감 보면 프랑스가 확실히 더 심하다(긍정적으로)는 생각이 들거든요. 프랑스 철학, 문학, 영화 질색하시는 분들은 그래서 인 것도 같고^^;

몰리 2017-01-04 19:34   좋아요 1 | URL
갑자기 sns에서 불빠, 불까.. 이런 말이
아이러니 없이 쓰이던 사례들이 생각났습니다. 이곳의 얕고 불모인 정신적 풍토가 드러났던 사례 아니냐면서..; 영어라면 Francophile, 이 말이 조롱으로만 의도되게는, 그렇게는 쓰일 수 없을 것임과 비교해 봐야한다면서. ; 불어도 참 매력적인 언어 같고 프랑스 문학, 문화, 역사 무엇이든 깊이 공부하고 배울 가치가 넘칠 텐데요. 아직 잘 모르지만, 불어가 언어 자체가 속도감 친화적인 언어 같습니다 (˝에스프리˝가 프랑스적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선언 투로 말하기 애호하는 것, 이것도 프랑스적이고 좋고요. 니체가 프랑스 애호했던 것도 갑자기 더 잘 이해되고, 바슐라르의 니체 읽기가 얼마나 프랑스적인 읽기인가도 (정작 그가 그 시대 프랑스의 비주류였음에도요),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집니다.
 



이름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어보고 싶은 

Waldemar Januszczak. 철자도 복잡하다. 니체 이름 Nietzsche, 

t 다음에 철자 어떻게 되냐고, 진심 어리둥절하며 물어보던 대학원 시절 한 미국인 동기 있었다. 

그가 이 이름을 본다면. 


저 <고갱> 포스터에 적힌 바 "renowned art critic"이 전혀 과장 아닌가 보았다. 

77년 The Guardian에 처음 썼고 이후, bbc, The Sunday Times. 하여튼 영국 국영방송이 보유한 최장 활동 현역 비평가.. 라고도 하고. 미술사, 미술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내가 본 건 웬디 수녀, Simon Schama의 The Power of Art, 그리고 이 분의 것들인데 


저 두 분에게 없고 아마 노력했더라도 갖지 못했을 것 같지만 

이 분에게는 장점이고 개성으로 있는 무엇. 그 무엇이 이 분의 성공 비결 중 하나였을 것 같다. 


그 무엇에 대해 자꾸 생각해 보게 되는 건 

54년생인 그는 2차 대전 후 영국으로 온 폴란드 난민 부모에게 태어났고 

그가 한 살일 때 철도역 인부였던 부친이 기차 사고로 사망. 당시 부친 57세, 모친 33세. 모친은 목장에서 젖짜는 일로 생계를 꾸림. : 이런 얘기 보고 나서. 그는 폴란드 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맨체스터 대학. 미술사 전공. 이게 공식 교육의 전부. 


사실 그의 진행 스타일, 그의 언어에서도 

기득권("이스태블리시먼트") 출신이 아니라는 게 느껴진다. (웬디 수녀는 몰라도 사이먼 샤마는, 바로 느끼게 하는 그것....) 미술을 향한 열정,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이런 것도 느껴지고. 


To make a long story short. (sigh.....) 

실제로 그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나 모르지만, 어쩌면 박탈당한 환경이었달 정도는 아닐 수도 있지만 

그를 보면서, "정신의 존중" 이것 정말 극히 중요하다고 계속 기억하게 된다는 것. 그의 삶에 그의 재능, 개성을 

알아보고 더 잘 표현, 실현될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국내 도입, 혹은 확장 시급. 



*제목은 (미술에 대해 쓰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어)  

그가 미술 평론을 시작하던 때의 심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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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3명의 남자(셋 다 아마 30대)가 공동 진행하고 

게스트 출연도 꽤 많은 영화 팟캐스트. Filmcast. 영화 주제 팟캐스트 중에서는 인기 팟캐스트로 꼽히는 팟캐스트.  

한 때 거의 다 챙겨듣다가, 너무 브로맨스 분위기라 잘 안들었는데 최다 다운로드 에피소드는 매년 그것이라는 "올해의 top 10" 에피소드, 최근 업로드인 The Top 10 Films of 2016 들어봄. 


(메인 호스트인 데이빗 첸이, <아가씨>를 1위로 선정. 다른 호스트 한 사람은 3위로 선정. 

둘 다 이 영화 열광적으로 칭송하는 걸 들으면서, 궁금해졌다. 곧 찾아볼 정도는 아니지만 

이 둘의 칭찬이 -- 사실 이 사람들이 업계 사람들 아니고 영화광 입장에서 팟캐스트 하는 사람들일 거라서 -- 

전혀 빈 말 아니게 들리고 호기심 자극되었음을 기억해 두자....) 


10위 선정을 끝내고 나서 

"Honorable Mention"이니 "올해 가장 저평가된 영화" 등 남은 범주에 속한 영화들 

얘길 하는데 "올해 가장 실망이었던 영화"로 데이빗 첸이 Suicide Squad를 꼽음. "이 영화는 

트레일러가 걸작이었어. 영화도 걸작일 걸로 기대하면서 점점 더 보고 싶어지는 영화일 수밖에 없었어. 

하지만, 잘 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영화였다고. 조커가 나올 이유도 없는데 나와. 편집도 망하고 햐튼 프랑켄슈타인 괴물같은 영화가 나오고 말았어."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일 수 있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어." 


Suicide Squad could have been good, but I didn't think ended up being good.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이 말 떨어지자 다른 호스트가 


"어떤 영화든 좋은 영화일 수 있었어. Every movie could be good, Dave." 

이러고 일동 웃음. 또다른 호스트는 "그 곳에선 오직 좋은 영화들만이 존재하는 평행 우주가 있어."  

이러고 또 일동 웃음. 


이거 웃기지 않나. 나도 따라 웃었다. 저런 식의 재담; 재밌지 않나. 

"어떤 영화든 좋은 영화일 수 있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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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 팟캐스트가 아니라 외국 팟캐스트인가 보군요 ?

몰리 2017-01-04 11:56   좋아요 0 | URL
네 LA 기반 미국인 3인.
성공한 팟캐스트들이 다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렇게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만들 수 없을 거 같은
자연스런 개성... 이 있더라고요. 성공한 팟캐스트들 보면 팟캐스트가 참 매력적인 매체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