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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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일본이 전쟁으로 내달려가던 시기 

군국주의 미친 바람이 아니라면 사람이 어떻게 전쟁을 찬양할까. 

위대한 영웅을 노래하고 대의를 위해 인민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이 영광이던 시대 

담백하고 소박한 문체로 가볍게 일상을 얘기하려니,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가 말한다. 

어쩌면 차마, 인간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하던 시대가 아닌가. 

유난스레 예민하지도 않고 가벼운 필체로 썼지만 경박하지 않다. 

과하게 포장하지 않고, 위선이나 허풍, 자만조차 별 위대할 것 없는 지식인의 삶을 살짝 비틀어 재밌다. 

'살짝'이 중요하다. 

과하게 공격하며 분노의 날을 세워 스스로 학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세키는 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르문학이 아닌 범주에서 좋아하는 첫 일본작가가 되었다. 

어쩌면 피비린내나는 전쟁의 와중에 이렇게 염치바르고 한편 투명하게 담백한 글로 한숨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소세키가 일본의 국민작가로 화폐에도 얼굴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된다. 

착하고 순한 사람이 쓴 고백이다. 


덴쇼인님의 문서를 관장했던 사람의 누이동생의 시어머님의 조카딸 이라니. 

빵 터졌다. 사돈의 팔촌이라더니.

일본도 아는 사람의 연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가봐. 

떡국을 먹고 춤을 춘 고양이도 그렇고, 소박하고 편안한 문제가 읽을 수록 재밌다.  

그래, 사람 사는게 다그렇지. 뭐 별거 있냐. 


비교적 현대에 씌어진 일본 장르문학 중에는 시시콜콜 일상의 나른함을 말랑말랑하게 재밌게 쓴 작품들이 있는데 

이런 전통이 있었구나 싶다. 


소세키는 1867년 태어나 1916년 49세에 사망했다. 

일본이 제국주의 국가로 거듭나 잘나가던 시기이다. 

너무 장황해서 지루한 감이 있지만 나쁘지 않다. 

아직 전쟁의 잔인함이나 패전의 고통이 상처가 되기 전이라서 

러일전쟁 승리 후인데,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의 정신이 손톱만큼도 없는 것이 특히 좋다. 

누가 뭐라든 인생을 즐기는 낙관이 있고 

독특한 캐릭터들의 엉뚱함, 고양이의 장황함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영어선생네 고양이가 주인닮아 잘난척을 한다.

주인공 구샤미 선생네 고양이가 이 모양을 보며 아니꼬와 하는데

주인을 닮아 물정 모르기는 두 고양이가 똑같다. 재밌어. 


이번에는 일본 여행을 앞두고 숙제하듯이 읽었다. 

언제고 편안한 마음으로 소세키 전집을 쌓아두고 읽어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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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을유세계문학전집 88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지음, 서광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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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러시아 문학을 읽었다. 

삶은 늘 앞을 알수 없는 일이라,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져 두달을 날리고, 회복하느라 다시 두달을 날렸다. 

그리하여 계획했던 만큼 읽지는 못했다. 

이번에 빠진 함정은 후폭풍조차 커서, 아직 다 빠져나왔다 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이제는 책일 읽고 가끔 리뷰를 올릴 만큼은 회복되었으니 기쁘다. 


라디셰프는 근대 철학의 기준으로 이성을 신뢰하는 계몽주의 전보적 지식인이다. 

이 작품을 접한 예카테리나2세가 라디셰프에게 사형을 언도할 정도로 당대를 뒤흔든 고발장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나에게 너희가 태어난 것은 물론이고 먹을 것을 주고 교훈을 준 것에 대해 어떤 빚도 없다. 태어난 것? 너희가 그 과정에 참여하기라도 했었니? 태어날 것이냐고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더냐? 너희들이 태어나는 것이 너희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알기라도 했단 말이더냐?

ㅎㅎㅎ 

라디셰프가 부모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나도 가끔 이런 생각하거든. 

어느날 보니까 내가 태어나 살고 있었던 거지. 

나,라는 자의식은 근대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그러나 시시콜콜 잔소리가 너무 많아. 뭐 굳이 이렇게 훈계를 남발할까. 

계몽주의 지식인의 특징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의 마을과 도시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사연이 있다. 

각각의 사연들마다 주제를 정해 라디셰프의 모범답안을 알려준다. 

18세기 러시아 사회를 탄식하고 답답해 하는것은 그럴만 하다고 느껴진다. 

18세기 러시아를 살아간 계몽주의 지식인의 고민수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이 답답했던 라디셰프의 선의가 의심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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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선택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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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좋아하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 

이 시리즈는 모든 작품이 다 좋다. 스토리도, 철학도, 구성도, 문체도, 분량도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캐릭터. 


이번에는 코튼의 대뷔네. 

코튼 클링은 고지식한 형사들중에 예외적인 캐릭터다. 

잘생기고 쿨하고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남자 

장황한 감식반 직원의 설명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기분을 상하게 해놓고 

"일을 빨리 진행하고 싶을 뿐. 나는 결과만 필요해."

어깨를 으쓱하면 땡인 남자. 

뒤 시리즈에서는 바람기 많은 탐정 캐릭터로 나와 재미를 준다. 



2. 

"지금, 같은 여자랑 십삼년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네. 아내에게 축복을." 그의 푸른 눈이 반짝였다. "난 내 감방에 익숙해지고 있지. 아내가 문을 걸지 않고 외출한다 해도 난 탈출할 생각조차 안 할 거야."

에드 맥베인 표 핑퐁처럼 오가는 빠르고 경쾌한 대화 

이런 유머섞인 대화로 맥베인은 삶의 지혜와 연륜을 자랑한다.  

이런 핑퐁식 대화가 이야기를 쫄깃쫄깃 맛나게 해. 


3.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뒤에 붙은 저자의 말이 재밌다. 

코튼 호스의 등장 배경과 87분서 시리즈가 반복되면서 기분좋은 맥베인의 유머 

재밌다. 재밌어. 

빨리 빨리 나오면 더 좋을걸. 피니스아프리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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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식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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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슬란드에서 온 토라시리즈의 첫작품이다. 

아르드날뒤르 인두리다손 덕분에 나는 아이슬란드가 좋다. 

북구의 추운 나라, 소박하고 작지만 문학적 수준은 높은 나라이고 감성이 풍부한 나라라고 

인두리다손을 미루어 짐작한다. 

더윽이 여성작가의 여성이 주인공인 시리즈. 반가워라. 



2. 

중세의 마녀사냥은 북유럽 사람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인 모양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나봐. 

잔인한 고문을 너무들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마녀사냥도 즐겨 소설의 소재가 되고 때로는 잔인한 고문에 더 중심을 두기도 하고 

수도사, 양피지 조각, 문신, 흑마술, 저주, 복수, 마녀, 고문 이런 조합이 어둡게 어우러진 작품들이 많다. 



3. 

마지막 의식은 나쁘지 않은 수작이다. 

잔인한 살인과 범인을 찾지 위한 퍼즐풀기 보다 

토라와 매튜의 수작이 더 재밌었다. 


이르사는 어둡고 심각한 사건,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스토리를 

토라의 일상으로 현실감을 주면서 캐릭터로 전체 분위기를 밝고 가볍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소재도 어두운데 인물들이 너무 힘주면 재미없어지거든. 

이르사는 그 균형을 잘 맞춘다. 

무엇보다 이혼하고 싱글맘인 토라의 현실감있는 상황과 그녀의 재치가 돋보인다. 

매튜가 또 나오길 바라는데.... 어쩌려나. 


너무너무 재밌다고는 못하지만, 다음 시리즈를 더 찾아 보며 토라를 즐길것이다. 

이번이 첫작품이니까, 틀림없이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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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보수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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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좋아하는 87분서 시리즈. 너무 천천히 나온다. 

읽다보면 익숙한 캐릭터들을 확인할수 있지만, 그들의 이름을 까먹기 전에 다음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무엇보다 87분서 시리즈의 장점은

1) 생생한 캐릭터. 87분서 형사들이야 자꾸 보니까 그의 과거와 현재까지 모두 아는 친구들이고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범인을 비롯한 조연들도 톡톡 빛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 기대하게 된다. 


2) 적당한 길이. 이야기가 너무 길면 몰입도 떨어지고 지루해진다. 

너무 욕심내지 않고 스토리에 적당한 길이로 작품을 완성하는것, 이 맥베인의 장점이다. 


3)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는 백미다. 즐거운 독서로 책장이 휘리리릭 넘어가는 것이 아까울 지경이다. 


"케터링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나요?"

"네, 가끔씩 여자를 데려왔어요. 착한 아가씨들이었죠. 단지 내의 모두가 그 사람더러 결혼하라고 닦달해 댔어요. 어떤지 알쟎아요."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불행을 함께 나누자는 거죠." 

이런 대화들. 빠르게 톡톡튄다. 5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현대적이다. 재밌어. 



2. 

이번에는 피해자의 정부 낸시가 재밌다. 

그녀가 제퍼슨 가에 있는 아파트 문을 연 순간 코튼 호스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사랑에 빠질만한 옷차림을 하고 있지않았는데도, 사실 그녀의 차림새는 게으름뱅이 같았다. 


코튼호스는 최근에 87분서로 전근온 187센티미터에 몸무게는 군더더기 없는 86킬로그램인 형사다. 

"그래요. 사이를 만났을때도 난 순결한 백합은 아니었어요. 나는 스불일곱 살이에요, 호스씨.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죠. 눈부신 빛에 꼬여 여기 흘러든 촌년이 아니에요. 사이가 내 머리카락에서 건초를 떼오 준게 아니라고요."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사랑이야기일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바람둥이 형사 호스의 이야기다. 


카렐라와 마이어는 반갑고, 새로운 인물 호스는 독특하네. 

바람둥이 탐정의 캐릭터를 87분서로 옮겨오니까, 이런 재미가 생긴다. 



3. 

이런 스토리는 낯설지 않다. 

협박으로 돈을 펑펑 쓰는 사내. 

목줄을 쥐고 흔들며 돈을 벌다가 더이상 목에 밧줄을 걸고 반복해서 돈을 줘야 하는것에 진력이난 누군가 

그를 죽이기로 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리에 

그가 쥐고 있던 숨겨진 목주을 찾아 따라가보는 스토리 

로렌스 블록의 살인과 창조의 시간, 매튜 스터커가 보고 싶어 졌다. 87분서를 보다가. 

똑같은 흐름의 이야기가 블록과 맥베인이 이렇게 다르면서 재밌다. 

마무리의 반전은 크리스티 적이고. ^^


여전히 재밌다. 다음편을 기대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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