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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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웨디렐. 이 여자 재밌다. 

드레스의 박음질 솔기마다 금가루를 감추고 있는 여인. 

모든 남자들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돌봐주고 싶게 만드는 창녀 

모든 남자들이 안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심지어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사기 당했다는 걸 알아도 분노는  잠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역대급 미스터리 여주인공이다. 


1월 14일밤에 무슨일이 있었을까. 

카버가 웰스를 오두막에서 만나고 떠나고 배가 뜨고, 로더백의 사라진 화물상자 안에는 밀수품이 들어있고 

때를 같이하여 사라진 스테인스

안나의 드레스 솔기에 있는 금가루는 누구의 것이고, 어떤 방법으로 빼돌려져 밀매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무디는 누굴까. 

금궤는 어디 있냐고. 


모든 인물들이 개성적이다. 

은행원, 법원서기, 교도관, 목사, 마약굴 주인, 선장, 신문사 사장, 약사 여기에 중국인과 마오리족 남자까지 

이 모든 사람을 편견없이 딱 그사람답게 등장시켜 머리를 굴리고, 화를 내고, 불안한 눈빛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직조된다. 

퍼즐처럼 전체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맞춰지는 가운데 서로 속이거나 속으니, 이야기는 더욱 정교해 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모두 조금씩 진실을 알고 있다. 

저 많은 인물들이 모두 금과 관련해 자기 속셈이 있고 조금씩은 악당인데, 귀엽다. 


다만 행성과 인물을 맞추는, 점성술인지, 여튼 별 의미 없어 보인다. 

그게, 뭐, 그다지. 효과적인 장치로 느껴지지 않아. 신경쓰지 않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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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루미너리스 1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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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풍은 푸르스름한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람에서는 쇠 맛이 느껴졌고, 그 쓴맛은 구름이 어두워지고 점점 피어오르면서 더 강해졌다. 마침내 불어닥친 폭풍은  화나 나서 펄펄 뛰며 손바락으로 내리치는것 같았다. 

영국 여성작가들을 신뢰한다. 

브론테 자매부터 크리스티와 울프와 레싱까지 

영국 여성 작가의 계보를 잇는 캐나다 여성작가도 좋아해. 에트두드부터 페니까지. 


크라운 호텔은 실용적이고 간소한 타입의 숙박시설로 오로지 부두에서 가깝기 때문에 사람들이 묵는 거였다. 부두와 가깝다는 사실이 편리하기는 해도 딱히 장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임시 가축수용장과 너무 가까워서 도살된 짐승들의 피 냄새가 짜고 시큼한 바다 냄새와 뒤섞여 마치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아이스박스 안에서 고기가 썩어가는것 같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려 보여줘도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냄새까지.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많다. 

이렇게 성실하고 편안하게 서술된 문장이 그림으로 그리듯이 소설을 끌어간다. 

절묘한 구성과 더불어 이야기를 받쳐주는 문장력이다. 



2. 

엘리너는 이야기를 좋아 한다. 

윌터가 12명의 남자가 있는 흡연실에 등장하는 첫장면 발퍼와의 대화는 윌터가 자시 소개를 이야기 하도록 배치 했다. 

두번째 장은 발퍼가 윌터에게 이갸기 하면서 로더백의 이야기를 다시 전한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속에 살인사건과 자살 소동이 있다. 

이야기 속에 의혹과 실마리와 복선이 모두 들어 흥미롭게 흐른다.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독서삼매경. 내일의 일정을 걱정하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책장을 넘길 수록 1866년 1월 2주동안 호키타카에 무슨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하다. 

하여튼 12명의 남자가 금궤를 둘러싸고 각자 엄청 분주하다. 

카퍼선장과 죽은 프랜시스 웰스의 관계도 의심스럽고  

12명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얘기를 해준다. 

각자 이사건에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뭘 알고 있는지 그리고 뭐가 궁금한지 말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은 것도 있고, 속이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서로서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정보를 숨겼다가 공유하며 사건을 더듬어 나간다. 재밌어. 



3.

발퍼에게는 자신의 낙천적인 태도가 성공을 불러왔다고 믿는 사람 특유의 여유로운 분귀기가 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크라바트는 실크로 된 고급품이었지만 그레이비소스가 점점이 붙은 채 목에 늘어져 있었다. 무디는 그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단적인 성향이 있고, 쾌활한 사람으로, 즉 자유론자 정도로 구분지었다.

28살에 썼다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문장이고 캐릭터는 선명하다. 

1886년, 황금을 찾아 사람들이 모이는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28살의 나이에. 부럽네. 


어깨에 망토를 걸치고 라인산 와인을 들이켜는 대학 친구들과 있을때면 그는 젊은이 다운 고뇌와 활력을 담아 계급 통합을 옹호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과 마주하면 언제나 깜짝 놀랐다. 그는 아직까지 금광촌이 온갖 오물과 위험으로 얼룩진 곳이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낯선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사실, 식료품상의 금고에는 돈이 가득하지만 변호사는 쫄쫄 굶는곳이라는 사실, 계급 구분이 없는 곳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윌터 무디와 금광촌 호키티카 마을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이런 문장도 안정감있고 재밌다. 


맨부커상 수상작은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몇차례 시도는 했지만 지루했었어. 

이번에는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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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반전
바바라 바인 지음, 최준영 옮김 / 봄아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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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표지에, 이렇게 성의없는 부적절한 번역이라니. 


거기에는 두 곳의 숲이 있었다. 호수 아래 있는 하나까지 셈에 넣을 수 있다면 세개였다. 커다랗고 검은 삼나무가 자라는 저택앞의 잔디밭은 낙엽수들로 이루어진 2만여 평방미터의 해묵은 숲의 끝에 있었고, 그 숲 너머로, 지면이 솟아오르며, 풀로 뒤덮인 승마 도로가 그 숲과 소나무 숲을 갈라놓았다. 


8페이지 부터 이상한 문장들이 보인다. 

번역이 부적절하기도 하고 문법에 맞지 않기도 해 소설 초반의 몰입을 방해한다.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다음페이지 넘어갔는데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뭔가 잡동사니가 잔뜩 어질러진 방처럼 어수선한 번역이다. 

문장이 계속 걸려서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하며 보느라 한시간이 넘도록 34페이지 언저리를 헤매다 

더이상 읽기를 포기하며, 이 상태로 리뷰를 쓰기로 한다. 


번역도, 이런 상태의 문장으로 책을 내 놓은 편집자도, 출판사도 

이건 정말 원저자 바바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봄 아필. 이 출판사 잊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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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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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간만에 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발음하기 어려운대다 애칭까지 훅 들어오는 이름들에 헷갈렸다. 


표트르 안드레예비치 

300명의 농노가 있는 영지를 소유한 귀족의 아들 

이제 막 열일곱살이 되어 군대에 복무하러 간다. 

뭐, 나라에서 부른게 아니라, 아버지가 친한 장교한테 편지써서 보내면, 그냥 장교가 된다. 

하필이면 꿈에 부풀었던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변방의 국경수비대 

말이 요새지 통나무집이 몇 채 서있는 황야다. 


사령관사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훈련장에서 기다란 변발에 세모꼴의 모자를 쓴 스무명 정도의 나이 든 상이군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정렬 자세로 서 있었다. 맨 앞에는 큰 키에 활력이 넘쳐 보이는 사령관이 중국식 실내복을 입고 취침용 모자를 쓰고 서 있었다. 

중국식 실내복을 입은 저 활력넘치는 사령관 이반 쿠즈미치가 대위고 그의딸 마리아 이바노브나가 대위의 딸이다. 


"......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마샤 일인데. 시집갈 나이가 됐어도 어디 지참금이 있어야 말이죠. 쓸만한 빗 하나에 목용용 솔, 달랑 3코페이카 뿐이니, (하느님 용소하소서!) 이걸로는 목용탕 밖에 더 다니겠수. 착한 사람을 찾게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 마샤는 노처녀로 늙어갈 수 밖에 없다우."

주인공은 안드레예비치인대, 왜 제목은 대위의 딸일까.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음, 빼어난 미인도 아님, 어리숙하고 순박하고 부지런하고 착하고 충성스럽고  

이것이 러시아 지식인들이 러시아 인민들을 생각할때 바라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대위의 딸, 마샤다. 

 


2. 

푸르른 어머니 떡갈나무 숲이여. 술렁이지 마오. 

상념에 젖은 이 사내대장부를 방해 마오. 

내일이면 이 사내대장부 문초를 받으러 간다오. 

무시무시한 판관이신 황제 폐하의 면전에 

황제 폐하께서 이 몸에게 물으실 테지. 

농부의 아들아, 고하라, 고하라. 

누구와 함께 도적질을 하고 약탈을 일삼았느냐.

네 일당은 몇이더냐?

황제 폐하, 이 몸이 아뢰는 말씀은 

전부다 사실이고 진실이옵니다. 

첫번째 동지는 칠흑같은 밤이요, 

두번째 동지는 강철 검이요,

세번째 동지를 들라면 나의 준마요,

네번째 동지는 팽팽한 활이요,

이 몸의 첩자는 날 선 화살이었사옵니다. 

그러면 황제 폐하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농부의 아들아, 잘했도다. 

도둑질도 잘 하였고 대답도 잘하였다!

짐은 보답으로 상을 내리겠노라. 

들판 한가운데 높이 세운 나무집,

두 기둥 사이에 가로지른 대들보를. 


교수형에 처해질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른 이 교수대에 관한 민요가 내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켰던가를 말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들의 흉악무도한 얼굴과 화음이 잘 맞아 듣기 좋은 목소리. 그렇지 않아도 애잔한 노랫말에 감정이 가득 실려 더 한층 구슬퍼진 노랫가락까지. 이 모두가 시와 같은 공포감을 일으키며 심신을 뒤흔들었다. 


들어보고 싶다. 뱃사공의 노래라네. 

러시아의 전제정치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서도 유난히 잔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크고작은 농민들의 반란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러시아 민요들은 독특하게 아름답다. 

반란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마련이고, 서사의 힘이 강한 러시아의 특성이 된다. 

가혹한 학정에 시달린 인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서사외 노래, 그리고 미술까지. 

추운 나라 러시아의 아름다운 전통이 된다. 


근대장편 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예고하는 소설이며, 이후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하는 근원지로 평가된다. 

책 뒤에 옮긴이가 쓴 작품해설의 설명이다. 


표도르 안드레이치의 성장소설이면서 그의 개인사와 푸가쵸프의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얽히며 만난다. 

역사의 흐름에 압도되지 않고 그리뇨프의 충직한 하인 사벨리치, 반란군 대장 푸가쵸프, 교활한 시바브린, 대위의 아내 바실리사 예고로브나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생동감있어 재밌다. 


서사의 힘이 있는 이런 소설을 보면 

카자크 병사를 그린 레핀의 호탕한 그림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저 애잔한 뱃사공의 노래, 노랫말도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대위의 딸은 낭만적인 소설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풍미한 당시 자본주의 선진국의 리얼리즘에 비하면 아직도 러시아는 전제정치 아래 낭만적이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후진국 러시아에서 가장 잔인한 학정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혁명이 성공하는 것이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현우선생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듣기로 했기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러시아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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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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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두번째 잭 리처 

이번엔 일부러 시리즈 초반의 작품을 골랐다. 

기대하며 턱없이 두꺼운 책의 책장을 넘겼는데, 초반의 차일드는 더 원색적이고 잔인하고 튀는대다 마초구나. 

후반의 차일드는 불피요한 잔인함이 없는데, 이번 시리즈는 자극적이라 내 취향에는 과하다. 


물론 잭 리처 시리즈는 리처가 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의뢰인도 없고 

그렇다고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담당구역의 범죄도 없어서 우연히, 사건을 만나게 되지만 

그녀가 납치당하는 현장에 우연히 잭이 있었다는 설정은 정말 


홀리가 운정수에게 강간당하려는 찰라 

리처는 벽을 허물어 사슬을 매단채로 운전수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리처의 품에 안겨 우는 홀리를 리처는 달랜다. 뭐래. 

리 차일드가 남성이라 그런지 FBI 수사관 홀리를 의도만큼 매력적으로 그려내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납치스토리 별로고 

왜냐하면 납치는 매우 피곤한 작업이거든. 목표를 이루기도 어렵고, 불필요한 긴장도 많고. 

이미 죽은 시체를 발견한 다음부터의 수사를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범죄의 과정을 보는것은 잔인한 경우가 많고. 


똑똑하고 유능한 FBI 여성수사관은 다리를 다친 여성이고 

납치한 광신도같은 집단의 보스는 불필요한 살인을 너무 잔인한 방식으로 너무 많이, 너무 쉽게, 또라이 같이. 

이게 말이돼? 싶은 우연과 과함이 엉성하다는 느낌. 구성의 짜임새도 후속 작품들만 못하다. 

아마도 시리즈 초반이라, 진화하는 중이구나, 싶다. 


구성과 캐릭터가 떨어지지만 소품, 특히 총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런 방식의 시시콜콜들은 본적이 없으니까.  

총의 모델에 대한 설명, 총을 쏘는 자세, 바람의 방향, 집중해서 조절하는 숨소리까지 들릴만큼, 그래서 살짝 지루하고

납치와 살인, 대량살상을 위한 계획 등 기본 스토리와 구성의 무리함이 더욱 지루하게 만든다. 

후반 작품들에 비해 여러모로 엉성한 잭 리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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