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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승리자 박열
후세 다쓰지.나카니시 이노스케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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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의 효용-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에 관한 연구
리처드 호가트 지음, 이규탁 옮김 / 오월의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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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보수
에드 맥베인 지음, 홍지로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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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연 소년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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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5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5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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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중국인 이야기 

처음 만나는 중국현대사, 격동의 세월을 살다간 다채로운 사람들,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재밌다. 


이번에는 무인 린뱌오로 시작한다. 

무관학교를 함께 다니고 항일전쟁의 전선에서 함께한 역전의 노장들이 무산계급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나라를 운영한다는 

이 전제가 중국의 현대사를 풍요롭게 한다. 

조선을 망하게 한 양반들이 친일파가 되어 무장투쟁하는 독립투사들을 고문하고 죽이고 

해방후 친미파로 이름만 바꾸며 정의를 조롱하고 인민을 짓밟으며 힘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천박한 정치철학을 일반화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부끄럽고 부러운 일이다. 


황푸군관학교 출신 린뱌오는 항일전쟁과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공이 가장크고 병사들에게 인기있는 장군이다. 

그러나 모든 전쟁에서 승리하고 무산계급의 혁명을 위한 정부 수립후 그는 은둔한다. 

어쩌면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목숨걸고 싸우고, 전장에서 전장으로 몸을 옮기며 싸우는 일은 얼마나 피곤했겠어. 


린뱌오는 전쟁 시절 어느 구석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던 이론가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경계했다. 

이런 전통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으로만 항일투사인 사람들의 문제는 뻔뻔함이 아니라, 현실을 모른다는 거거든.  


국,공 양당은 너죽고 사잘자 식의 싸움을 멈춘 적이 없었다. 놀던 동네가 비슷하고 북벌과 항일전쟁을 위해 두차례 연합을 하다보니 뒷구멍으로 연락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재미가 있다. 

공인된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의 야사를 읽는 재미 

국민당 고관들 중에는 마오쩌뚱이나 저우언라이 등과 몰래서신을 주고받는 일이 허다했다. 공산당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월덕에 밝혀진 것도 많다. 묻힌 것은 더 많다. 워낙 비밀이 많고, 겉과 속이 같으면 3류취급하는 민족이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왜 안그랬겠는가. 일제라는 동일한 적에 맞서 목숨바쳐 싸우기 위해 군사학교때 부터 여러전선에서 동지이다가 

이제 서로 다른 편이 되었다 한들, 함께 공부한 학교와 전우로의 시간이 단칼에 사라질 수는 없는 법 


덩톄메이는 본인만 몰랐을 뿐 타고난 유격전의 귀재였다. 전대원들에게 엄수할 사항을 주지시켰다. 

"항일 구국은 민중보호가 제일 중요하다. 지혜와 용기, 인자함과 신의를 존중하지 않는 무장 세력은 비적과 다를 게 없다. 주민을 불안하게 하거나 부녀자를  희롱하는 자는 적으로 취급한다."

유격전의 핵심은 숨어 있다가 신속하게 치고 빠지는 것. 

그러기 위해 인민의 지원이 핵심이다. 

숨어있을때와 빠질때, 인민의 바다에 숨어야 하거든. 


"밭에서 태양과 씨름하지 마라. 남는게 없다. 커서도 돼지를 키울 시간 있으면 책과 씨름해라. 공직자 할 생각은 하지도 마라. 일부를 제외하곤 전부 도둑놈들이다. 정치가도 마찬가지다. 평소 말은 번듯하게 잘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때 책임감이 뭔지를 모르는 망종들이다. 옛사람의 글을 숭상하되 새로운 것을 배척하지 말고, 무를 중시하되 거칠어지지 않도록 노력해라."

마오커슈 아버지의 당부다. 

무를 중요시하되 거칠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라. 

중국사람들 말 참 잘 한다. 


중국 1세대 외교관으로 호남에 미녀들과 어울리고 외교적 지위가 분명했던 구웨이쥔은 특이하게 국,공 양덩의 지지를 받았다.

"50여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일관된 원칙을 견지했다. 상부의 지시를 받거나 건의를 할 때마다, 국가에 무슨 이익이 있을지를 스스로 고민했다. 나는 평생 당파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권력투쟁에 말려들다보면 국가의 이익을 생각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를 처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정치적 득실이나 야심을 실현시키려 한다면, 담판은 파열되기 마련이다. 정치와 외교는 구분돼야 한다. 정치적 야심이 있는 사람은 외교관 자격이 없다. 정치가가 왹에 나서는 것도 위험하다."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국익'이란 또한 정치가 아니던가. 

한미FTA 협상을 하며 농업을 내주고, 미국이 기침하면 사드를 배치하는 외교를 하면서 모두 '국익'때문이라고 하더라. 

누구를 위한 국인인가,는 여전히 남는 문제다. 


강호에 영웅도 많고 호걸도 많구나!

부자집 딸로 태어나 구웨이쥔, 양광호, 황후이관들과 함께 시대를 풍미한 옌유윈이 109번째 생일날 장수의 비결을 말한다. 

"평생 보약 먹어 본 적 없고, 운동도 하지 않았다. 지난 일은 금세 까먹고, 오늘 일만 생각했다."

재밌는 사람들이다. 


이번편에는 6.25전쟁을 둘러싼 김일성과 마오쩌뚱, 스탈린의 밀당과 중국 인사들의 판단이 소개된다. 

볼수록 김일성 이 바보같은게 뭘믿고 겁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 사람들이 서로 죽이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여태 분단국가로 사는 비극을 우리에게 남겼나 싶다. 


중국을 읽으며 한국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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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4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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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갸기 시리즈는 재밌다. 

거대한 땅 중국의 현대사, 그러다보니 혁명이 배경이다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어도 김명호 문장이 깔끔해서 좋다. 


장세스는 황푸군관학교 교장 시정부터 마오쩌뚱을 싫어했다. 마오쩌뚱이 황푸에 강연 올 때마다 "목욕도 안하고 머리도 제대로 한 감는다. 옆에만 가면 냄새가 진동해서 머리가 아프다. 칫솔질도 안 하는 주제에 입에서 고전이 술술 나온다." 며 무시했지만 현실은 존중했다.

이런 이야기가 재밌다. 

대륙을 두고 싸우는 영웅호걸 장수들이 뒷다마까며 서로 욕하고 싸우고, 그러다 여자 때문에 살려주기도 하고 

마오쩌뚱은 잘 안닦아 더럽기로 유명했다네. ^^


"평소내노라하던 사람들이 30대 중반의 왜소한 사람 눈치 보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무슨 남자가 술은 물론이고 춤도 출 줄 몰랐다. 산해진미가 즐비했지만 물만 마셨다. 술을 못하면 노래라도 하라고 했더니 아는 노래가 한곡도 없다며 얼굴이 빨개졌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복장이 어찌나 초라했던지 옷을 한벌 사주고 싶었다. 린바오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장제스, 마오쩌뚱은 물론이고 스탈린도 탐냈던 최고의 전략가, 전쟁예술가 린뱌오에 대한 여류화가의 회고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인 이야기 씨리즈중에는 지루한 편이다. 

혁명과 내전의 와중에 다영한 사람들의 극적인 이야기가 재미의 핵심인대 

장제스와 장쉐량, 쑹메이링의 삼각관계,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이야기는 

물론 이 이야기들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1권부터 3권까지의 다채로운 이야기에는 못 미친다. 

북한의 김일성 이여기도 그다지, 재미없다. 


짧지만 마지막장 신중국 외교부 풍경은 재밌다. 아, 감탄하며 읽었어.

한번도 빨아 본적 없는 두툼한 군복에 짐 보따리를 둘러멘 사람들이 꾸역꾸역 외교부로 몰려들었다. 장정과 항일전쟁, 국공내전을 거치며 많게는 100여만 명에서 적게는 2만명 이상의 전투병력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장군들이었다. 개중에는 베이징을 처음 와 본 사람도 있었지만 평생 주눅이라곤 들어본 적 없는듯 행동거지에 거침이 없었다. 따라온 부인들의 행색도 남편들과 비슷했다. 

삶의 대부분을 피비린내나는 전쟁에서 보낸 장수들이 신중국 수립 후, 즉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후 외교부 관료가 된다. 

이제 정부를 운영하니 누군가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전쟁터의 인간관계는 거칠고 솔직하지만 외교의 인간관계는 거짓말도 잘하고 세련됨, 격식이 아닌가.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이번에는 총이 아니라 입으로 싸워야 하니 답답해 진 거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부심과 열정으로 일한다. 

감동적이고 재밌다. 


우리는 언제 성공한 혁명의 경험을 갖을 수 있을까. 

나도 성공한 혁명의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언제 외국어 잘해서 전쟁에 이겼나. 까짓거 해보지뭐. 

이런 마음으로 헌신하는 관료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늘 굽신거리고 아부하고 주눅들어 눈치보는 관료들, 그래야 성공하는 세상은 답답하다. 

대륙의 호연지기 느껴지는 중국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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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평전
송우혜 지음 / 서정시학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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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동주는 좋아하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의 영혼을 밝혀주는 촛불이랄까. 

1988년 처음 발행된 후 개정판이 나오고 2004년 재개정되어 나온, 잘 씌어진 평전이다. 

윤동주에 대한 애정 뿐아니라, 일제시대 북간도 명동과 용정의 뜨거운 분위기가 생생하고 

무엇보다 사료와 함께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구술이 꼼꼼해서 더욱 신뢰가 간다.


해방전후사, 한국 근현대사를 전혀 안읽은 것은 아닌대, 만주로 이주했던 한인들의 역사를 처음 보았다.  

저렇게 치열하고 열심히, 끓어오르는 솥단지처럼 뜨겁게, 삶을 살아내고 있었구나. 

만주의 발견이랄까.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윤동주와 그의 이종사촌이자 절친 송몽규의 어린시절과 젊은날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그렇다고 과하게 찬양 일색도 아니며 

시대상황을 밝히고 가계의 기풍을 소개하며 객관적으로 동주와 몽규의 마음을 읽는다. 

오래간만에 좋은 평전을 읽었다. 

어떤 소설보다 극적이고 아름답다. 

윤동주의 삶을 해석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그의 자취를 더듬어 우리에게 알려준 송우혜에게 고맙다. 

윤동주의 삶에 걸맞는 평전이다. 



2. 

일제시대를 살다 읽찍 죽은 청년, 시를 읽으며 틀림없이 마음결이 고왔을 청년이다, 했는데 

명동과 용정의 당시 분위기를 보니 

국가없는 식민지의 아들로 살며 고통과 분노 그리고 성찰이 있었을 것이다. 

유복할 뿐 아니라 대대로 지역에서 존경받는 집안의 아들이다. 

이 시대의 용정은 굉장히 진취적이고, 여성들도 지혜롭다는 느낌이 있어. 

아래위 예를 강조하던 무능한 지배계급의 몰락으로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은 인민들이니 

굳이 남녀차별이나 출신에 따른 차별까지 지키고 당하며 살아지겠냐고. 


어쩌면, 생긴것도 준수하니. 윤동주는. 시처럼. 


'부끄럼'이란 것은 인간이 지닌 일상적인 정서의 하나라기 보다는, 차라리 인간의 실존 그 자체에 관한 성찰의 한 양식이라는 것을, 그렇다! '부끄럼'이란 것은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이 그들의 불완전함을 슬퍼하는 참회의 방식에 다름아니다. 그러하기에 인간이 정직하게 부끄럼에 마주서자면 그의 전 존재, 그의 전 중량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서본 경험이 없는 한 이토록 가슴을 치는 절창은 솟아날 수 없는 것이다. 

윤동주의 시를 보며 궁금해지던 부끄러움 


수치 앞에서 정직했고 성실했다. 그가 그럴수 있었다는 건 아마도 그가 청결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으니라. 그것은 신의 축복이다. 

송우혜의 말이 맞다. 

수치앞에 정직하고 성실한 것은, 두렵고 무서운 일 아닌가.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을 20대의 청년이 했다는 것이, 그것을 시로 썼다는 것이, 

어떻게 이렇게 맑은 영혼이 있을 수 있는가 말이다. 



3. 

함께 구속되어 동일한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비슷한 시기 감옥에서 죽은 몽규와의 동주일 삶을 

이제야 읽으며 가슴을 친다.  


일제가 징역 2년에 처한 송몽규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민족독립의식의 앙양에 힘썼다는 거다. 

실상 골방에서 친구들 몇명하고 의견을 나눈거다. 

행위가 없다. 폭탄을 터트린 것도 아니고, 그 준비도 아니고, 데모를 조직한 것도 아니고 

시절이 엄혹하니, 부디 때를 기다리자고 한 것 밖에 없다. 

이게 치안유지법 위반이고 징역 2년을 선고 받는다. 

사상이 범죄가 되는 황당하지만 살벌한 법이다. 


일본에서는 패전과 함께 맥아더가 점령군 총사령관으로 부임후 1945년 10월 4일 폐지된 치안유지법이 

대한민국에서는 국가보안법으로 아직도 살아 여전히 인민의 사상을 검증하고 벌한다. 

우리는 몽규, 동주보다 자유로운 땅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동주는 젊은 나이에 일본 감옥에서 죽고 

해방후 그의 벗으로 윤동주의 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강처중은 좌익이라고 체포되어 사형선고 받았다가 

6.25 전쟁이 터져 월북했다. 

그리고 우리는 강처중의 존재를 잊는다. 


동주와 함께 몽규와 강처중을 호명하여 정당하게 소개한 송우혜에게 다시한번 고맙다. 

참담한 근현대사를 딛고, 우리는 무엇이 마땅히 부끄러운가. 



뱀발 

일본 교토 여행 준비하며 하필이면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읽어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번 검토되었다는 미시마의 탐미보다 

식민지 감옥에서 죽어 이름조차 잊을 뻔한 동주의 부끄러움과 참회가 어찌나 맑고 아름답던지

이런식의 민족적 정서가 깔린 비교 의미없다 생각하는대  

동주에게 미안하고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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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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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몸도 약할 뿐더러, 달리기를 하여도 철봉을 하여도 남에게 뒤지는 데다가, 선천적인 말더듬 증세가 더욱더 나를 내성적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모두들 내가 절간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외딴 절 주지의 아들 미조구치 

미시마는 탐미문학의 거봉이라고 책표지에 소개된다. 

탐미주의, 탐미문학이라고 소개되는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배불러 한가한 자들의 소일거리라서, 탐미란 나른하고 지루할 뿐 아니라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미조구치, 이 아이는 시작부터 예민하고 소외되어 외롭지만 그래서 고집도 세다. 

게다가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는 시기. 전체주의 광풍이 몰아치는 폭력의 시대에 예민함이나 허약함은 경멸의 대상이 된다.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시작이다. 

교토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 



2.  

이 시대의 작가들은 흔히 그러는대 일본은 유난히 여성혐오가 심하다. 

미시마는 장난 아니구만. 

이웃의 예쁜 소녀 우이코는 군인의 아이를 갖더니 탈영한 군인을 배신하고 

화려한 기모노를 입은 여자는 절에서 하얀 젖가슴을 꺼내 찻잔에 젖을 짜서 젊은 군인에게 준다. 

심지어 어머니는 모기장 속 결핵에 걸린 남편과 아들이 누운 옆에서 친척 남자와 정사를 나누고,

이 장면을 목격한 아들 미조구치의 등 뒤에서 아버지가 그의 눈을 가린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가학적인 감성이 참 불편한다. 


금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결핵에 걸린 아버지와 말더듬이 미조구치이고 

여성들은 금각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 아니라 언제든 욕망에 옷을 벗고, 속된 욕심으로 가득한 멍청한 존재다. 


청년이 된 미조구치가 미군에게 몸파는 창녀를 발로 짓밟고 차는 장면에서 일단, 책을 덮었다. 

찌질한 남자의 여성혐오에 대한 보고서를 탐미의 이름으로 더 읽어야 하는건지 생각 중이다. 

다 읽은 책만 리뷰를 쓴다는 기준을 위해 이 혐오를 더 보아야 하는가. 심지어 탐미.  



3. 

나는 예술가가 되기에는 너무도 오만하였다. 폭군이나 위대한 예술가가 되겠다는 꿈은 꿈일 뿐, 실제로 착수하여 무엇인가를 해내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 

남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긍지였기 때문에, 무엇인가 남들을 이해시키겠다는 표현의 충동을 느끼지 못했다. 남들 눈에 띄는 것들이 나에게는 숙명적으로 부여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고독은 자꾸만 살쪄 갔다. 마치 돼지처럼. 

어떻게 고독이 돼지처럼 살쪄갈까. 

고독이란 마르고 가냘픈 결핍이 아니단가. 

그러나 한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살쪄가는 고독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고독은 학처럼 여위는 것이 아니라, 돼지처럼 살찌는 것이 더 어울릴 수도 있구나. 

이런 문장이 탐미 인가. 


나는 어두운 새벽길을 곧장 달렸다. 돌멩이도 나의 발길을 방해하지 못하였고, 어둠이 내 앞에 자유자재로 길을 터 주었다. 

우이코를 보기 위해 미조구치가 달려간다. 

나는 길 쪽을 엿보핬다. 멀리 하얗고 희미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새벽의 색깔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우이코였다. 

섬세한 감성과 예민한 감성은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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