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눈앞에 ‘마법의 방’의 입구가 있다.
그 입구는 대부분 기차역의 기둥이거나 대저택의 옷장이었지만, 일단 당신 동네 빵가게의 오븐이라고 해두자. 자, 여기까지 가슴으로 이해했다면 이제 <위저드 베이커리>의 입구가 열린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선 마법의 빵을 판다. 물론 재료는 비밀. 빵의 종류는 이런 것들이다.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타임 리와인더’,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 ……효능이 궁금하다고? 이름을 보고 상상하는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이 빵을 살 것인가? 그래서 ‘해리포터’처럼 멋진 마법을 부리며 스스로를 강력하게 하고 싶은가? 수중에 돈이 있다면, 구천 원 정도의 돈만 지불한다면 당신에게도 마법의 주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헐리웃 영화처럼은 아니다. 당신이 원했던 마법의 위력은 반드시 당신에게 되돌아간다. 모든 마법에는 책임이 따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는 ‘현실’이라는 단단한 지반을 획득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얘기를 해 보자.
남자라기 보단 아직 소년인 고 1, 말을 더듬는다. 집안 문제가 심각하다. 새엄마를 피해 마법의 빵가게로 피신해왔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마법을 별 의문 없이 믿는다는 것만 빼면 꽤 괜찮은 놈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걸 수 있다. 여기서 마법사와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마법의 세계를 동경하지만, 그 이면도 보게 된다. 그래, 사춘기가 끝나고 있는 거다.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 도망나왔던 곳으로 가야한다는 걸 인정한다. 보는 사람이 응원하게 만드는 놈이다. 마지막에 마법의 쿠키를 먹을까말까 고민한다. 먹는 경우와 먹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먹지 않고도, 달린다. 마법이 없어도 달리는 법을 그는 배웠다.
솔직히 말하자. 첫 소설 아닌가. 처음 50페이지만 참자.
전혀 새롭고, 굉장히 긍정적인 여운을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