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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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잘 쓴다.  

"이 사람 천재인가?"

그런 생각이 내내 따라다녔다. 

<괴짜경제학>은 전혀 '괴짜'가 아닌 한 경제학자의 실전경제학이다. 그는 다만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고, 이론보다는 일상에서 진실에 접근하고자 했다.  

이론과 일상의 사이에서 한 진리가 다른 진리에게 길을 내줬다. 필요한 변화다. 경제학이 인간을 존중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그는 한 권의 책으로 입증했다. 

경제학의 기저는 심리학에 있다는 것을 통감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무수히 많다. 이 천재(에 가까운) 경제학자의 다음 행보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이런 사람이 글을 써야 진짜 경제학이고, 진짜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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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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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이었을 겁니다.
"탱자나무 울타리 위로 아지랑이가 뽀얗다."라는 문장으로,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이 짧고 소란스럽고 아픈 이야기를 보는 매일의 3분이, 지난 일 년의 가장 예쁜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더듬거리며 읽기 시작한 연재가 차츰 눈에 익고, 몇 번의 덧글도 달고, 마침내 푹 빠져 눈시울을 붉힐 때까지, 바깥 세상은 몇 번이나 들썩였습니다. 그 출렁이는 세상 속에 단 3분, 나를 고요하게 해 주었던 이 책에 감사드립니다. 처음 읽는 연재소설임에도 끝까지 기대하며 읽게 되었던 건, 역시 이야기의 힘 때문이었겠죠. 이야기 속의 해금이와 그의 친구들에게도 처음이자 마지막 인사를 보냅니다.
 

울지 마.

열렬히 사랑하고,

끝끝내 잘 지내.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예쁜 울음을 울 수도 있고,

가장 환하게 불을 밝힐 수도 있을 거야.


이야기 속의 주인공 해금이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   

차마 평점을 매길 수 없는 추억에, 줄 수 있는 별을 모두 주어 세상으로 보냅니다. 아직 해금이를 만나지 못한 다른 사람들 역시 나처럼 가슴 먹먹한 그때를 기억할 거란 확신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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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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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마법의 방’의 입구가 있다.  


그 입구는 대부분 기차역의 기둥이거나 대저택의 옷장이었지만, 일단 당신 동네 빵가게의 오븐이라고 해두자. 자, 여기까지 가슴으로 이해했다면 이제 <위저드 베이커리>의 입구가 열린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선 마법의 빵을 판다. 물론 재료는 비밀. 빵의 종류는 이런 것들이다. ‘마인드 커스터드 푸딩’,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타임 리와인더’,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 ……효능이 궁금하다고? 이름을 보고 상상하는 바로 그것이다.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당신은, 이 빵을 살 것인가? 그래서 ‘해리포터’처럼 멋진 마법을 부리며 스스로를 강력하게 하고 싶은가? 수중에 돈이 있다면, 구천 원 정도의 돈만 지불한다면 당신에게도 마법의 주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헐리웃 영화처럼은 아니다. 당신이 원했던 마법의 위력은 반드시 당신에게 되돌아간다. 모든 마법에는 책임이 따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는 ‘현실’이라는 단단한 지반을 획득하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얘기를 해 보자.
남자라기 보단 아직 소년인 고 1, 말을 더듬는다. 집안 문제가 심각하다. 새엄마를 피해 마법의 빵가게로 피신해왔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마법을 별 의문 없이 믿는다는 것만 빼면 꽤 괜찮은 놈이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걸 수 있다. 여기서 마법사와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 마법의 세계를 동경하지만, 그 이면도 보게 된다. 그래, 사춘기가 끝나고 있는 거다.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 도망나왔던 곳으로 가야한다는 걸 인정한다. 보는 사람이 응원하게 만드는 놈이다. 마지막에 마법의 쿠키를 먹을까말까 고민한다. 먹는 경우와 먹지 않는 경우가 있다. 다행히 먹지 않고도, 달린다. 마법이 없어도 달리는 법을 그는 배웠다. 
 

솔직히 말하자. 첫 소설 아닌가. 처음 50페이지만 참자.
전혀 새롭고, 굉장히 긍정적인 여운을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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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라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7
로베르토 사비아노 지음, 박중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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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르타주. 

흔히 심층적인 취재기사로만 알고 있었던 이 장르가 문학에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알고 본 것이 아니라, 너무 실제적인 묘사에 놀라 찾아보니 그렇더라. 그만큼 친절한 책이다. '고발'이 친절하면 사실적인 무서움이 된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시길.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의 흐름이 그대로 플롯이 된다고 생각했다. 고모라에서 감정은 인식보다 빨리 휘발된다. 첫 장부터 끝까지 내달리며, 이 책은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간다.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진실과 진실 같은 것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환상적인 팩션 한 편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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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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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었고, 축제기간이었다.
낡은 천막 안으로 간이 판매대가 놓여 있었다.
혼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중간쯤 읽었을까. 눈물이 났지만 슬프진 않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읽었다. 늙은 아버지와 다 큰 딸이 대화할 때쯤 다시 눈물이 흘렀다. 슬펐지만 벅차오르진 않았다. 잘 썼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직전까지 읽었을 때, 엄마가 작중화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간간이 오는 손님들도 보이지 않고, 초겨울의 칼바람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방이 조용했다.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알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간과했던 진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고향에 있는 엄마에게 전활 걸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하는 고민들을 두서없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20분인지 30분인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때 분명 바삐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던 엄마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얼마나 내가 궁금했으면, 얼마나 나를 기다렸으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고, 그렇게 말했다. 말하며 나는 속으로 울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와 나 사이의 사랑의 기울기를 알기 때문에. 내가 순간적으로 아무리 간절해져도, 영원에 가까운 엄마의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리뷰를 다시 쓴다면, 첫 번째는 당연히 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미래, 오직 미래의 시간만 이야기되는 시대에 끊임없이 내 뒤에 서 있었던 누군가를 기억해내라고 하는 뼈아픈 슬픔. 굳이 실천을 종용하지 않지만 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의 힘.

출간 4개월, 50만 부라고 하니 <엄마를 부탁해>는 2009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은 더 휘몰아칠 것이다.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신세기의 엄마에 대한 오마주로 남아서,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를.  
이 단절된 세상의 단단한 끈이 될 때까지 오래 오래 회자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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