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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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에미, 에미, 에미!

지금 당신이 두려워하는 북풍이 불고 있어요. 메일로 전해 받은 전선을 연결해 스탠드를 켜 두었나요? 당신이 연락하고픈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는 중인가요?

끊임없이 요구하기만 하는 당신의 어리광, 시니컬하면서도 애정어린 말투, 막무가내식의 질투, 모험 같은 사랑을 꿈꾸는 눈빛, 가끔씩이지만 다정다감한 사랑의 인사, 쉽게 흥분하고 쉽게 안도하는 성격, 비비 꼬아대지만 재치넘치는 유머, 그리고 지금은 북풍이 불고 있어요. 당신을 닮은 바람.

에미, 그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하지 마세요. 아래를 보지 마세요. 아직, 견딜만 한거죠?

창틀을 뒤흔드는 북풍, 소리 없이 내려앉는 먼지들, 차가운 메일함, 서늘한 심장과 떨리는 손가락, 이 무질서한 일상과 고독, 반복되는 외로움, 무한한 환상, 그 어느 곳에서도 당신을 찾을 수가 없어요. 또 그 모든 곳에 당신의 흔적이 있어요.

한 때의 꿈 같은 사랑, 그것이 우리 삶을 얼마나 뒤흔들어놓았는지... 에미, 사랑에는 그런 시기가 있어요. 느닷없이 수신 불가 통보를 받아야 하는 시기. 당신이 잘 이겨낼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과 당신의 이성과 당신의 삶이. 상대방이 어떤 각오로 사랑을 포기했는지 당신이 안다면(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지만), 당신은 평생 흘릴 눈물을 지금 당장 쏟아낼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에요.

내 인생의 빛나는 순간과 외로운 순간마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와 그 바로 전, 바로 후에도.

진심을 담아, 사랑하는 에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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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08-04-2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그제밤에 읽기 시작하여 오늘 아침 도저히 참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다 읽어버렸어요. 리뷰를 쓰려고 들어와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니 어쩜! 주드 님의 이 글의 의미를 알겠네요. 레오라면 정말! 이렇게 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멋진 리뷰예요.

산도 2008-04-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주신다니, 고마워요.
'공감'이 필요했거든요. 에미와 레오에게,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저에게요.
마음이 흔들리는 계절이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오네요.

비로그인 2008-12-1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도, 이 책을 읽다가 너무 좋아 친구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땡스투를 눌렀는데 닉네임이 저와 같으면서도 다른 분이셨군요. 아, 정말 마음이 먹먹하게 쓰신 리뷰여서 땡스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아직도 야금야금, 아껴 읽고 있는데 다 읽지도 않고서 다른 이에게 선물할 정도면 제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아시겠지요.
왜 이렇게 먹먹해질까요. 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이런 리뷰 끝에는, 좋은 리뷰에요, 잘 봤습니다. 라고만 댓글을 달 수도 없는 것이지요. 이름이 같으면서도 다른 것은 알라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유쾌한 우연, 이라고 하겠습니다. 제 닉네임은, 제가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었어요.

산도 2008-12-2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반갑습니다. 알라딘의 유명인사라 저는 가끔 뵈었지요. ^^
다시는 이런 사랑을 읽지 않게 되길, 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결론을 암시하는 리뷰라 정말 죄송합니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