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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주말이었고, 축제기간이었다.
낡은 천막 안으로 간이 판매대가 놓여 있었다.
혼자 앉아 이 책을 읽었다. 중간쯤 읽었을까. 눈물이 났지만 슬프진 않았다. 점심을 먹고 다시 읽었다. 늙은 아버지와 다 큰 딸이 대화할 때쯤 다시 눈물이 흘렀다. 슬펐지만 벅차오르진 않았다. 잘 썼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직전까지 읽었을 때, 엄마가 작중화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 간간이 오는 손님들도 보이지 않고, 초겨울의 칼바람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방이 조용했다. 마지막 장을 덮었다. 그리고 그 때 처음 알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간과했던 진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고향에 있는 엄마에게 전활 걸었다. 내가 하는 일,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하는 고민들을 두서없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20분인지 30분인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 때 분명 바삐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던 엄마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얼마나 내가 궁금했으면, 얼마나 나를 기다렸으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고, 그렇게 말했다. 말하며 나는 속으로 울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와 나 사이의 사랑의 기울기를 알기 때문에. 내가 순간적으로 아무리 간절해져도, 영원에 가까운 엄마의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리뷰를 다시 쓴다면, 첫 번째는 당연히 이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미래, 오직 미래의 시간만 이야기되는 시대에 끊임없이 내 뒤에 서 있었던 누군가를 기억해내라고 하는 뼈아픈 슬픔. 굳이 실천을 종용하지 않지만 바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의 힘.
출간 4개월, 50만 부라고 하니 <엄마를 부탁해>는 2009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은 더 휘몰아칠 것이다. 부디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신세기의 엄마에 대한 오마주로 남아서, 우리들 개개인의 삶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를.
이 단절된 세상의 단단한 끈이 될 때까지 오래 오래 회자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