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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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를 참 좋아한다.

특히 마지막, 스타벅스에서 창 밖으로 우산을 쓴 인파의 풍경을 바라보는 오은수의 시선. 두렵지만 다가가려고 하는, 다르지만 이해하려고 하는,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의 따스함.
자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리가 타인에게 가져야 하는 일종의 자세 같은 것.
그래서 '칙릿'이라는 말로는 왠지 아쉬운 나의 favorite book.


그리고,

<너는 모른다>는 미스터리다.
중산층 가족 막내딸의 실종사건을 발단으로, 우리 시대의 가족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게 하는 현실직시형(!) 미스터리라고 할까. 이번에도 역시 촘촘한 문체와 일상을 바라보는 예리한 관찰이 소설을 빛낸다. 어떤 글을 써도 바탕은 흔들리지 않는구나, 하는 부러움과 질투를 잠시 느꼈고, 그래서 새로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매번 기대하고 즐겁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던... 무엇보다,

가족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가장 마음이 갔다.

이를테면 <모방범>이나 <용의자X의 헌신>을 읽고 좋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쓴 소설은, 그것이 추리적 기법을 갖고 있을 때 오히려 더 빛난다고 할까.
 

정이현이 젊은 작가라서, 아직 할 일이 많은 작가라서 괜히 내가 행복하다. 좋아하는 작가와 같은 시대의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것, 그 작가의 작품들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마다 즐거운 추억으로 회자되는 것, 그런 작가가 있어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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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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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김훈의 글을 읽는 것은 고역이며 노동이다. 

그러나 읽지 않는 것은 더 힘든 일이다. 

그리하여 이번에도 그 압도적인 문장의 힘을 겨우 버텨가며 글을 읽는다. 

 

해망. 

졸렬하고 치사하지만 숙명적이고 가차없는 인간의 삶이 거기 다 모여 있었다. 

내게도 있는 것인데, 내가 끝없이 내 안에서 밀어내고 있던 삶의 모양들. 

차마 보기 싫어, 먼지의 기슭에 내동댕이쳐 버린 나의 비루함도 거기 있었다. 

혹 빛나는 무엇이 그 안에 있을지 몰라, 기삿거리조차 되지 못한 그 삶의 더께를 벗겨낸다. 

그리고나서 바라본 서울의 하늘은 해망의 하늘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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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 기념시선집 창비시선 300
박형준 외 엮음 / 창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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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300번 째를 맞아 기념으로 출판한 시집. 

주요시집에서 한 편씩을 끌어다 모았는데도, 절창의 향연이 되었다. 

이것이 창비시선의 목록인가, 한국시의 굵은 줄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일품이다. 

<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 

선생들이 걸었던 자리마다 떠 있는 별들을 되짚어오는 길, 그 길이 눈부시게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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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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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어때? 재밌어? 무슨 내용이야?”
<1Q84>를 읽은 누군가에게 어떤 방법으로 질문하든, 아마 명확한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1Q84>는 요약할 수 없다.
긍정으로든 부정으로든, 요약되어지지 않는 것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하나의 이야기가 가지는 자세랄까, 그런 것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숱한 가십과 화제의 중심에서도 도통 벗어날 생각을 않는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런 문제작을 만나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나 역시 처음 <1Q84>란 제목을 들었을 땐 너무나도 생경했다. 
검색을 해보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란 음악이 가장 먼저 검색되었고, 조지 오웰 <1984>의 오마주라는 얘기도 들렸다. 전혀 무관한 <아Q정전>의 판매가 늘었다. 원고매수로 환산해보면 정확히 1,984매라는, 황당한 소문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이 <1Q84>를 로 읽었다.

그 모호함과 실험적인 제목,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모두가 유쾌하게 즐겼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은 일찍이 평론가 남진우가 얘기했듯이, ‘그의 작품은 독서나 분석의 대상이라기보다 차라리 매혹의 대상’이라는 하루키 소설의 감성적 특징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요약할 수 없는 관계로, 나의 리뷰는 철저하게 주관적이며 고즈넉할 것이다.
한없이 본질을 향하고 있지만, 또한 아무 것에도 닿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나는 겨우 몇 가지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에 그칠 것이다.

‘리틀 피플’은 사회학적 언어로서 가장 흥미로웠다. <1984>에서 얘기한 ‘빅브라더’라는 개념의 대체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미 모두가 경계하기 때문에 ‘빅브라더’와 같은 구조의 감시체제가 인간을 구속할 수 없다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대신 잘게 나누어진 군중집단과도 같은 새로운 체제가 인간을 구속하게 된다는 것인데,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다. ‘리틀 피플’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 체제의 속성이 표면적이거나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일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Question의 세계, <1Q84>의 세계에서의 고독은, 흥미롭거나 오싹하기보다는 무력할 정도로 가슴 아팠다. 모든 것이 올바르게 놓여있지만, 그곳이 내가 알던 세계와 약간의 어긋남이 생긴 새로운 세계라면, 그것을 나 혼자 인식하고 있다면, 그 고독의 깊이는 어떠할 것인가. 아오마메가 느낀 그 무력감을 하루키는 완벽하게 전달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Q84>의 결말이다.
결국 현실과 새로운 세계의 경계가 무너져버리며 아오마메와 덴고의 만남, ‘고양이 마을’의 해석, 아오마메는 방아쇠를 당겼는가…… 모든 것이 논란이 되는 지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일본의 많은 독자들은 3권을 기다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1Q84>는, 지금까지의 독법을 부정하며 독자의 가장 안쪽까지 파고들어와 인파이팅을 하는 것이다. 잽도, 탐색전도 없다. 단 한 방의 카운터펀치가 있을 뿐이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를 ‘고양이 마을’과 ‘수도고속도로의 비밀통로’로 되돌아가게 한다. 그것이 <1Q84>가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이다.


좋다, 나쁘다고 평가할 수 있는 범주의 바깥에 있는 소설.
이 소설을 읽게 될 다음 독자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말은 이것이다.
우리는 <1Q84>의 세계에 내동댕이쳐져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당신이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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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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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에 대한 추억으로...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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