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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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 내게는 감추고 싶은 것이 많았다. 

때가 잔뜩 낀 손톱이라든가, 구멍난 양말처럼 자질구레한 것에서부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 나라는 존재는 그것 자체가 커다란 하나의 비밀상자였던 것 같다. 나만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나를 누구한테 들킬까봐, 나를 호명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곤 했다. 그런데 커가면서 내 고민이나 비밀 같은 것들은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갖고 있는 범위 안의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좀 안도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물론 달라졌다. 여러 의미에서 나는 성숙해졌다. 하지만 예전의 어린 내가 그리울 때가 있다.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반짝거렸던 삶의 비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완득이'를 읽는 내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성격과 외모, 말투와 배경은 전혀 다르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갖고 있는 범위 안의 것들'에서 고민하고 부끄러워하며 때로는 환호하는 모습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완득이의 비밀이 반짝거린다. 그 반짝거림은 내게 익숙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웃고, 울고, 응원했다.

책을 읽으며 우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상하게 요 근래 그런 일이 잦아졌다.

나, 아무래도 키가 조금 더 크려나 보다. 완득이도 나도, 지금 스텝 바이 스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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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u 2008-04-0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드셨군요! 책을 읽으며 우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은...^^ 저도 가끔은 반짝거렸던 삶의 비밀들을 간직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