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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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신작을 발표하지 않는데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작가가 있습니다.
인용되고, 추억되고, 재평가받으며, 입에서 입을 통해 어느새 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사람.
그 현상에 대해 나 역시 공감했다면, 그 때부터는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문학을 사랑하고, 작가를 사랑하는 것의 묘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지금 생각나는 그러한 작가는 세 명이 있습니다.

로맹 가리
조세희
무라카미 하루키.

한 사람은 운명했고, 한 사람은 절필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작품을 놓고 읽습니다.
 
아직 100%의 소녀도 만나지 못했고,
아직 외로움이란 정말 괴로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아직 1Q84의 다음 이야기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이 객관적이지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에 대한 나의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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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혼자다 1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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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 700여 페이지를 덮고 나면 마침내 머무르는 것은 하나의 장면이다. 죽음의 순간에서 삶의 중요했던 순간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갈 때, 그 찰나의 포착 같은 것. 또는 찰나 그 자체.

24시간동안, 칸이라는 지방에서, 다섯 명의 주인공이, 살아남거나 죽는다.  

리뷰의 문장들마저 짧아지고 엄격해진다. 그것이 삶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승자는 혼자다>는 보여준다.  

거칠고, 냉정하다. 

늘 높이 올라가려고 했던 내게, 코엘료가 보내주는 하나의 오마주는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책을 읽으며 긴장할 때마다, 나는 두려웠다. 그것이 나의 염원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자유를 얻었다. 그것이 때로 우리에게 슬픈 권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온 몸을 휩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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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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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작가 공지영의 첫 소설, 명불허전이다. 

글은 쉬웠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쉬웠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듯, <바람의 화원>을 읽듯 술술 읽혔다. 평이한 문장 때문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마저 가독성을 위해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회통념의 심장을, 또는 그 옆구리를 찌르는 방법에도 정통한 것 같았다. 모든 것의 아귀가 척척 맞아떨어졌고, 슬퍼해야 할 때를 만들었다가 눈물을 쥐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쉬워서인가, 읽고 난 뒤의 여운은 생각만 못하다. 어쩌면 주인공 강인호의 선택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끝끝내 밀고나가지 못한 신념은 초라했다. 이야기의 내내 평면적 인물들을 내세웠음에도, 강인호만은 그런 선택을 했어야 했던가. 그도 하나의 평면적 인물이 되어, 소설에서나마 우리에게 화끈한 대리만족을 줄 수는 없었을까. 어차피 문학적 성과를 바란 것이 아니라, 실천을 종용하는 소설이 아니었나.

지금은 더 많은 희망을 이야기해도 좋다.  

지금은 더 많은 희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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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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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에겐 마음이 없다. 그것이 인간과 뱀파이어를 가르는 척도가 된다.

'흡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드라큘라는 때때로 미화되거나 찬양받기도 한다. 그는 누군가를 사랑했었으므로, 혹은 그것과 동류라 생각되는 감정의 표현을 보여주었으므로, 그는 흡혈이되, 뱀파이어와 늘 다른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엘리,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간다는 이 당돌한 뱀파이어는 드라큘라 이후 처음 만나는 하나의 인격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며, 그가 느끼는 뱀파이어의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당부하건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엘리가 보여주는 감정의 격류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준을 수없이 도덕적 잣대 위에 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들어와도 된다고 말해야 한다. 

초대받지 못한 뱀파이어는 절대 문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없다. 어쩌면 이 소설은 그 뱀파이어의 얘기를 들려주며, 우리를 반대로 이 잔혹하고 슬픈 세계로 초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꺼이 초대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초대받은 자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 끝에 붉은 선혈이 낭자한 한 사람이 서 있다고 해도. 

그리고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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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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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속을 응원하겠다'고 얘기한 것이 1년 전.

그러나 <스타일>의 그녀는, 세상이 미쳐돌아갈 때 또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나 보다.

'그냥 통속'이 아닌, 잘 만든 '세태소설'이 나왔으니... 웃고 끝나지 않는 묘미가 이 책에는 있다.  

뚱녀 요리사인 주인공 '정연두'는 어느 날 3년을 만난 남자친구에게 차인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리얼리티 다이어트 방송 프로그램'은 그녀의 삶을 180도 바꿔버리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웃고 떠들다 '정연두'처럼 각자 자신 속으로 침잠해간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끝에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

웃고 긴장하며 내 친구의 일기장 같은 것을 따라가다보면, 나는 어느새 진실 쪽으로 반쯤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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