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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즐거운 체질 학습법
송재희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교사로서, 아버지로서 가장 괴로운 일은... 나의 교육 활동이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나는 '필요성, 정당성, 보편성'으로 무장하고 아이들에게 들이대는 '약'을 아이들이 거부하고 도리질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
이제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내가 들이댄 '약'을 '독'으로 받아들인 아이들도 많았을 것이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학생부 선생 하면서 아이들을 두들겨 팬 일부터,
형사처럼 취조한 일...
상담이랍시고 아이들에게 훈육을 일삼은 일과,
아이들이 대답하지도 않는 수업을 혼자서 늘상 진행했던 일...
아이에게도 그렇다.
왜 넌 그거도 하나 딱딱 맞게 못하냐?
어제 공부한 걸 또 틀리고 앉았냐?
평소에 공부하지 않고 어떻게 시험을 잘 치겠냐?
너 나중에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고 했던 '약' 아닌 '독'들...
아이들도 '체질'이 있듯, 교사나 부모도 '체질'이 있다.
그 체질을 4상 체질로 나눌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교육 방법, 훈육 방법'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먼저 읽은 송재희의 '소통'을 우선 읽고, 이 책은 '체질 학습법'을 더 정리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
아이들에게 일괄적으로 '작심 3일'처럼 매3일마다 다짐을 하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고,
고3 아이들에게 커닝페이퍼 만들듯이 정리하고 공부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같은 공부 방법이 먹혀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아픈 것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공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은 교사와 부모들의 노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점이 이 책의 가치라면 가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아이들은 어떤 방법과 접근을 통해서도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일반직 공무원처럼 '평가'를 해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인적자원관리'차원에서의 교육부에 소속된 공무원이다 보니, 자주 성질이 더러워진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성스러운 노동'이다.
아이들에게 평생의 아름다운 추억을 줄 수도 있지만, 쉽게 아이들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말 잘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단순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란 '목적'을 향하여 교육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인데, 갈수록 교사를 줄이고 경쟁이나 시키려는 방법으로는 교사도 학교도 모두 '수단'에 불과하게 될 것 같은 불안한 미래에 슬프고 두려운 마음 크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송재희씨의 '소통'을 읽고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바꾸고 바라보면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화'는 낼지언정, '짜증'은 덜 내게 된 것 같다.
'마음 공부', '상담', '내려 놓기' 이런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의 다양성을 열어두는 공부를 교사들과 함께 하는 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송재희의 글이 조금 아쉬운 일은 그이의 사업이 한국의 '특별시'의 '특별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