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 정의의 빈틈, 인간의 과제를 묻다
이민규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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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딱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사실 '빌리언스'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떠올랐는데 그것은 단지 뉴욕 검사라는 공통점 때문이어서 제목으로 쓰지 못했다.


 저자인 이민규 검사는 자기 자신에 대해 표현할 때 '물 흐르듯, 평범하게, 욕심없이, 별다른 재주없이, 흘러가는대로, 넘버3 정도 되는...'등의 단어들을 썼다. 위스콘신 주에서 태어나서 이중국적자여서 한국 군입대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뼈대있는 집안의 자손이니 군대를 가주었으면 하는 아버지의 은근한 바람을 수용하여 군대에 간다. 군대에는 의례 있는 성질 나쁜 선임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느라 군입대가 늦어진 김일병의 '블랙법률사전' 덕분에 LSAT 준비를 한다. 그 전까지는 로스쿨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특별한 겸손의 표현을 쓰지도 않고,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같은 톤으로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을 보니 본인은 진심으로 자기 자신이 평범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웨슬리언 대학에 진학하여 교양과목을 원없이 수강한 것이 자기자신과 잘 맞았단다. 


 이 책은 이민규 검사가 뉴욕검사실에서 지난 1년 간 겪은 다양한 사건 이야기, 미국 사회의 부조리와 국가의 의무, 시민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 들이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쓰여 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타인의 삶: 정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와 '호크니와 고메즈, 전태일과 조영래'에 대한 부분이었다.


 다시 빌리언스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미국의 검사는 '돈'보다는 '명예'와 '기회비용'을 선택한 이들로 그려진다. 정말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모두 바치겠다는 신념으로 검사일에 몰두하거나 훗날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한 보증수표 혹은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절차 정도로 삼는 경우로 나뉜다는 것이다.(드라마 속 설정이므로 실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이민규 검사는 확실히 위 두 부류 중 어느 부분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고....법을 공부했고 검사나 변호사 혹은 교수 중 하나를 하긴 해야하는데...변호사는 자신과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로펌 쪽에서도 본인을 원하지 않아서 검사 일을 먼저 해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그 자리에 적응하고 또 성장하다보면 이민규 검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검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분명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쓰는 동안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어떻게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에 진학할 정도로 잘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특히 법정은 언어를 무기로 써야할텐데....


 이민규 검사가 초심을 잊지 않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뉴욕 검사실을 잘 지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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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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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메인 화면을 며칠째 장식하고 있다. 사실 나도 그래서 샀다. 

책 표지에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과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라고 쓰여 있다. 이런 경우 그냥 지나치기가 참 힘들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카툰' 등 이미지로 된 텍스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은 읽고 싶었다. 


총평을 하자면 작가가 얼마나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고도 남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일단, 무조건, 반드시, 예외없이...펜 들고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단 써야 작가다. 


지은이는 시인도 되고 싶었나보다. 시집도 냈다보다. 자세한 건 알 수 없지만 다른 작가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만화를 그리는 것을 보면 평소 다독과 다상량이 습관화 된 진심 책 덕후인 듯....그러나 여기 반전이 있으니....낮에는 치과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작가소개의 말이 있었다. 그리고 무려 <뉴욕타임즈>에다가 만화를 연재했단다. 와우! 이런! 좀 반칙아닐까? 아닌가? 아닌가보다. ㅎㅎ


미국 문화와 알파벳에 기대어 위트가 표현된 부분이 많아서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부분부분 인상깊게 남았던 곳을 살짝 옮겨둔다. 

이렇게 이미지로 된 책...즉 그림책이나 그래픽노블이나 카툰 등의 일부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일은 삼가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활자로 된 것도 일정량 이상 온라인에 공개되면 안되는데 그림책 등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책은 글로만 절대 설명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덧붙여 기타 놀랐던 것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한 카푼이 한 페이지 전체로 꾸며져 있었던 것이다. 하루키 소설의 요소들을 아이콘으로 표현했는데 기발했다. 


49쪽 <문학 속의 갈등>

 고전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인간 대 자연  인간 대 사회  인간 대 기술 
 인간 대 인간 인간 대 자기자신  인간 대 현실 
 인간 대 신 인간 대 신의 부재  이간 대 작가 



50쪽 <무라카미 하루키 빙고>

신비로운 여인/ 귀 페티시/ 마른 우물/ 무언가의 실종/ 누군가 뒤를 밟는 느낌/ 예기치 않은 전화/ 고양이/ 오래된 재즈 음반/ 도시의 권태감/ 초자연적인 힘/ 달리기/ 비밀통로/ 자유공간/ 기차역/ 역사적 장면 회상/ 조숙한 10대/ 요리/ 고양이에게 말 걸기/ 평행세계/ 기이한 섹스/ 멋진 표지 디자인/ 도쿄의 밤/ 특이한 이름/ 얼굴 없는 악당/ 사라진 고양이


108쪽 <만족>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면...

한번 잘 해봐

세상의 온갖 찬사를 다 받아도....

만족이란 없을 거야.

그러니 인정을 목표로 삼지 말고

처음처럼 나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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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히로타 아키라 지음, 허하나 옮김 / 현암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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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무리' 속에서 뭔가 의미와 가치를 찾는 내용일거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표지에 나온 개미 무리는 그런 나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윌리를 찾아라..' ㅎㅎ

개미 집단이 가장 찾기 어려웠다.

털 없는 양, 살 없는 생선, 목 짧은 기림, 더듬이 3개인 곤충 등 그럭저럭 찾을만했는데 개미는.....정말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에 모두 검정색이고 기린이나 양처럼 형태적 특징이 없는 편이라 다른 곳을 향한 한 마리 개미를 찾기 어려웠다.

가까스로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개미를 찾아냈고, 그 개미가 향한 방향으로 따라가보니 희귀한 개미들이 참 많다. 반대쪽은 모두 다 희귀해서 오히려 평범하고 보통인 모습을 하고 있는 개미가 특이해보이는 것이다. 뭐지....하고 물음표만 남기다가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이런 세상 저런 세상 다 있으니 이리저리 돌아다녀봐라. 네가 머물던 곳에서 다른 개미들과 다른 방향으로 향했기 때문에 너는 엄청 특히한 개미들만 살고 있는 나라에 갈 수 있지 않았느냐...그러니 힘을 내서 남들 사는대로 살지 말고 다르게도 살아봐라. 요런 느낌인데 좀 약하다. '꽃들에게 희망을'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만3세~5세 사이의 아이들은 다른 그림 찾느라 이 그림책을 엄청 좋아하겠구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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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마음일까? 이게 정말 시리즈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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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인상적인 문구만 적어둔다.

뒷페이지에 '핵심주제 마음, 미움, 관계'라고 쓰인 것이 인상적이다.

주제가 확실한 그림책이라니...ㅎㅎㅎ

 

그래, 나중에 어른이 되어도 싫은 사람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왜냐면 곰곰이 생각해 보거나 그 자리를 잘 피하거나 당당히 맞서거나,

어떻게 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을 테니까.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래, 싫은 마음은 예를 들면 어떤 것일까.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같은 걸까?

왜냐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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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M Dear 그림책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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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자기만의 방'.....'잃어버린 영혼'..

앞으로도 이 목록 위에 다른 책들이 추가될 것이다.

무엇이냐면 내가 끝까지 읽었는지 아닌지 좀처럼 기억할 수 없는 책, 읽은 것은 분명한데 읽었다고 하기엔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는 책(대부분의 책이 그렇긴 하지만 이 책들은 심각할 수준으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냥 제목과 작가 정도...그런데 나는 분명 이 책들에 대해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물리적 시간이 있노라고 확신한다), 그래서인지 읽기를 여러 번 시도한 책...

 요안나 콘세이요는 '잃어버린 영혼'으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 서울 '알부스 갤러리'에서 원화전이 있다기에 깜짝 놀랐었는데 이 책의 번역가가 알부스 갤러리의 아트 디렉터란다. 그런 인연으로 그런 멋진 전시회가 서울의 작은 갤러리에서 알차게 꾸려졌던 것이다. 내가 알기로 전시 기간을 연장까지 했었다. 예년이라면 꼭 가봤겠지만 코로나19 전염병 때문에 삼가해야 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과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마트가는 길도 여러 번 생각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 읽은 그림책 월든에서 소로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호수에서 목욕을 했다. 이는 하나의 종교적인 의식으로, 내가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었다.

바다 근처에 사는 M은 외로운 것 같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파도만 그려놓은 페이지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파도가 데이지 꽃밭과 같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노란색으로 물든 바닷가가 그려져 있는데...이 역시 내 영혼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이 드는 그림...이 정도 크기의 그림이 이정도라면..그리고 인쇄된 상태가 이 정도의 울림을 주는 것이라면 원화를 앞에 두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크 로스코나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회가 실제로 한국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그리고 정말 그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마주했을 때(물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감상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수준의 관람이었지만...) 느꼈던 '다름'이 떠올랐다. 그런 경험은 하면 할수록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어지러운 생각들로 내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잠시 기대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내 영혼에 머문다. 나 스스로 믿을만한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은 삶의 큰 위로와 안식처가 된다. 


바다에 있는 M은 엄마를 닮은 파란 눈동자를 싫어하면서도 엄마가 있는 아이들의 존재..그리고 그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눈물처럼 짠 바닷물에 둘러싸여 있는 M은 바다가 어쩐지 엄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엄마가 싫으면서도 엄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바다로 향한 M의 마음일 것이다. 여러 은유와 상징이 스며있는 콘세이요의 그림은 훌륭해보인다(나는 그림을 잘 알지 못하기에 평가할 순 없겠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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