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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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쓰는 작가가 그렇게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마녀체력`을 쓴 작가처럼 우리나라 유력 출판사의 편집자를 오랫동안 했다거나 조금 씁쓸하지만 모 방송국의 피디나 아나운서처럼 유명세를 치른 인물이 아니면 각종 언론의 주목이나 출판계의 호의를 담은 평을 댓글로 담보하긴 어려운 세상이다. 한 달간 세계 일주 하고하면 자의든 타의든 책을 낼 수 있고 각종 인터넷 매체 등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전문가 집단의 호응과 반향은 매우 드문 일이지 싶다.
임경선 작가는 위와 같은 나의 선입견 때문에 뭔가가 부풀려진 작가겠거니...싶었다.
잡지마다 호평 일색이었다.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녀의 글을 연재했으며 아마도 이를 책으로 엮어주려 했을 것이다.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 작가였다.

기록적인 폭염이 전국 아니 세계를 강타한 2018년 여름....
가족은 때아닌 도쿄 여행을 하게 되었다. 준비가 필요했다. 신뢰하기 어려운 각종 인터넷 블로그를 뒤지기 보다는 어느정도 검증이 된 여행자료(물론 2017년 이후 출간된)를 구매하여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도쿄와 교토는 한 끗 차이는 아니다. 뭐...좀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렇다. 언뜻 들으면 `거꾸로 읽으면 되겠네...` 싶은데 아니다. 잘 읽어보시라. 도쿄...교토....
여튼 도쿄 관련 책자를 찾는 과정에서 임경선 작가의 책이 있었고 어떤 곳인가 싶은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좋았다.
그녀에 대한 독자들과 출판 관계자들의 편향된 애정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데도 지나친 감성이나 엄격함을 느낄 수 없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그녀가 느낀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그냥 편안하게 말해주는 글이었다. 

교토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인 전주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처음 오는 손님은 별로 내켜하지 않으며 단골 손님에게 방해될까봐 되도록이면 출입문을 사람들 찾기 힘든 곳에 두는 상점이 많은 곳....적게 벌더라도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며 예전 그대로네요...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주인장들....500년 정도는 되어야 오래된 가게라는 타이틀이 붙는 유서깊은 상점이 많은 고장....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물건에 대한 자부심과 그 물건을 변함없이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예의로서 상점을 운영하는 품위있는 사람들...교토는 그런 곳이라고 한다. 

난 전주에서 나고 자랐다. 심지어 박사학위까지 이곳 전주에서 받았다. 전주 이외의 곳에서 살아간다는 일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전주는 공장이 적은 소도시라서 경기가 좋건 나쁘건 큰 변화가 없다. 공무원이 많고 아직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꽤 있다. 심지어 자연재해조차 별로 없는 고장이다. 변화가 적으니 발전이나 성장도 먼 이야기다. 그랬던 전주가 한옥마을의 성공으로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외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들석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한옥마을에서 10분 거리인데 주말이면 그 근처에 얼씬하지 않아야 한다.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4-5평되는 상점 월세가 한 달 500만원이라는데 그 조그만 점빵에서 그정도 수익이 생기나...여기니 그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전주가 교토와 같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단골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오니 처음오는 손님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라는 팻말이 자연스러운 그런 곳이면 좋을 것 같다. 손님은 주인장을 신뢰하며 가격을 깎지 않고, 주인장은 손님을 생각하며 좋은 원료와 최상의 기술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그런 가게와 상점과 식당이 많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와야지...라는 말보다 오래도록 이곳이 있어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정기적으로다녀가는 관광객 아닌 관광객이 많아지는 도시였으면 한다. 볼거리가 많아서 오는 곳이 아니라 어디든 볼거리가 되는 유서 깊은 곳이 이곳이니까....

차근차근 임경선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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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습이다 -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재발견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
글렌 커츠 지음, 이경아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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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그럴듯한 제목에 낚여 종이값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책의 앞 부분을 살피며 분노심을 일으키지만...이렇게 가끔은 나의 얄팍한 술수가 외려 진정성 있는 가르침을 던져주는 책으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얻어걸린다고 흔히 말한다. 
이 책은 한 쪽에 쌓여 있던 책 중 하나였다. 샀는데 한 장도 안 읽고 알라딘 중고매장으로 넘기기엔 아까워서 30페이지라도 읽어보자고 집어 들었는데 결국 마지막장까지 읽었다. 하루 만에 읽은 책이다. 내가 책 읽는 속도가 조금 빠른 편이긴해도 요즘처럼 정신없이 사는 생활패턴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집중해서 읽은 셈이다. 그 정도로 좋았다. 
주인공은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썼다. 그런데 드라마틱한 면과 예술을 다뤘다는 면 때문인지 시나리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거스트 러쉬`나 `빌리 엘리어트` 아니면 `샤인`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린 시절 음악적 감수성이 풍성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지은이는 기타교실(우리나라로 말하자면 문화센터정도가 될 것 같다)에 다니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현시킨다. 각종 콩쿨에 나가 1등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음악을 전공한 집안에서 음악을 전공해나가는 것과 음악을 애호하는 집안에서 혼자 잘해서 음악가의 길을 걷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의미다. 사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강 선생님의 수상이 그리고 박목월 선생의 아들인 박동규 교수의 성공이 이상하지 않은 까닭과 황동규 선생의 예는 들고 싶지도 않다. 타고난 유전적 기질과 함께 후천적으로 지원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은 유전만큼이나 재능 발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다수의 재능이 탁월한 기술 발현 정도에서 머물뿐 위대함을 얻기가 힘든 까닭은 여기에 있다. 뿌리의 깊이와 굵기가 달라지는 것이다.땅 위에 보이는 것이 비슷해보일지라도 그 나무가 수백년을 살아남는 위대함을 갖추려면 지상위의 모습의 몇 배에 해당하는 튼튼하고 단단한 뿌리가 있어야 한다. 빨아들이는 양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부모의 영혼과 위대함 부모가 음악을 하던 모습 등을 회상하는 일은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것일 수 있다. 악기와 함께 머물며 고독을 숙명처럼 살아가는 삶을 곁에서 지켜본 이는 자신도 그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입장을 취한다. 노력해서 집중하는 것과 당연히 몰입하는 것은 다르다. 

글렌 커츠는 섬세한 필체를 가졌다. 번역한 책이 이정도라면 본래 더 잘 썼을 것 같다. 음악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것과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비슷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문맥 속의 액센트 등을 찾아내는 일이 글을 읽는 것이고, 조화롭게 써 내려가는 일이 작곡과 연주하는 일의 다름아니라 했으니 말이다. 동의한다. 

 지은이의 삶의 여적을 따라가며 느낀 사실은 결국 지은이는 음악 자체를 사랑했기 보다는 음악을 통해 성공하는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꿈꿨던 것 같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화려한 도구인 기타를 통해 기타 음악 그 자체보다는 그를 통해 세상에 나아가고자 하는 특별한 자기자신을 원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러지 않을까싶다. 내가 좋은 글을 쓰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까닭도 사실 좋은 글이 내 이름 석자를 빛내줄 수 있기 때문이지 그것이 아니라면 글을 한 자도 쓰려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본능인지 속물적 근성인지 알 길이 없지만 부정하고 싶진 않다. 

여튼 작가는 현재 종합예술을 가르치는 교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뮤진틑리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읽어보고 싶다. 
이 책 덕분에 `존 윌리엄스`라는 훌륭한 기타리스트를 알게 되었다. 
음악이 있는 저녁 거실은 아름답고 영혼이 충만했다.
유유에게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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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3단 우양산 -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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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깜짝 놀랐다
알라딘 굿즈에서 거의 실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망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가격대비 너무 허름하고 천의 질감이 지나치게 투박하다.
한마디로 급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절대 들거나 받고 다닐 종류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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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 10년 차 초등교사가 푸는 교육계 미스터리
김현희 지음 / 생각비행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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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교육공동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모임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서로 안부를 묻고, 잘 지내고 있는지 인간적으로 물어보며, 혹시 도울 일이 있는지...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배려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시간 시간을 내고 있다.

올해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좌장을 맡아 최대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나는 이 책이 좀 재미있지 않을까 하여 전체 독서토론 책으로 택하였고, 반응은 반반이다.

그러나 주목할만한 점은 다들 이 책 내용에 대해 한마디씩은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샘~ 저는 진짜 반성 많이 되더라고요‘
‘샘, 이 책 쓴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극단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광장은 광활할수록 그리고 그 광장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이 많을수록 광장다운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목적이 합의나 합리적 문제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고 물을 참이다. 그리고 그냥 들으면 된다.

그리고 나 역시 학교에 존재하는 이상한 교사이지만 문제가 있거나 나쁜 교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한의 의미가 bad가 아닌 strange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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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온작품하기 좋은 책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같은 연구회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시기에 구입한 책이다.
고양이는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다들 그 고양이를 환영한다.
아무도 찾지 않는 할머니 댁을 우연히 찾은 고양이는 그 집에 머문다. 고양이의 행방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은 급기야 고양이를 찾아나서고 결국 그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

내가 읽은 동화책과 제목이 매우 흡사해서 함께 검색된 책이다. 스노우 캣 엄마인 권윤주 디자이너가 일러스트를 맡았다. 보경 스님은 독서광이시란다. 따스한 인정이 많은 분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고양이를 대하는 스님의 태도와 마음이 생경하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성찰도 나름 해 보았다.

행복에는 품위가 있어야 하고, 생각에는 상식이 있어야 한다. 상식은 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성취하는 것을 말한다는 문구가 와 닿았다.

여전히 나에게는 행복이 어려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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