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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참고문헌을 보니 흡사 박사논문 한 편 쓴 것처럼 여겨진다. 많은 자료를 찾으셨고, 찾으신 자료를 잘 살려내신 것 같다.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 안소영의 존재를 알았다. 서강대 철학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부친과 주고받았다던 편지 역시 결코 잊을 수 없을 수준이었다. 부녀간 대화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하다.
윤동주는 그녀의 말마따나 살아생전에 무명 시인이었다. 그도 조지훈이나 박두진과 같이 주목받고 싶었을 것이다. 청록파 시인처럼 고고한 학자풍의 시를 쓰고, 목가적인 향내를 물씬 풍기며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그러나 송몽규라는 걸출한 인물이 그의 곁에 항상 있었고, 그의 할아버지가 저 먼 곳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가풍이란 이래서 중요하다.
담백하고 정갈하고 단아한 전기 한 편 읽은 기분이다. 안소영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좋은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그리고 온갖 현실적인 어려움을 딪고 자신의 좋은 글을 출판사를 통해 출판해 낸 작가들에게는 누구든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책을 출판해내는 지난함을 견디는 작가는 흔치 않다. 출판계에도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금수저인 사람들이 아량(?)을 베풀어 흙수저에게 기회를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한 권만 포기해주면 흙수저 10명은 자신의 이름이 찍힌 좋은 책을 낼 수 있고, 그 책을 우리 독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몇몇 아포리즘으로 그 말이 그 말인 책을 찍어내는 금수저 작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하는 말이다.
2016년 네 번째 읽은 책이다. 아주 흡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