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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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선생님은 하버드 대학으로 안식년을 다녀오신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 교수가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느정도 현실적인 면에서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리고 대학 교수 중에서 하버드 대학으로 연구하러 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극소수에 해당하는 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정민 선생님은 미쳐야 미친다 라는 쉽지 않은 서적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우리 출판 시장의 자랑이 될만한 서적을 출간하셨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하버드에서 그가 발견한 책벌레의 흔적과 메모광의 흔적들에 대한 에세이다. 흥미롭고 아름다운 내용이 가득하다.
정민 선생님께서 하버드에 가셔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에만 매진하며 또 그 결과물을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확신하에 글을 써갈 수 있는 위치에 있으심이 부럽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런 위치에서 마음 편하게 자신의 학문에만 매진할 수 있는 그가 있음이 감사하다. 그가 없었다면 이러한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한문 실력이 비루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정민 선생님의 한역 실력은 우리나라 최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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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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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선생님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좋은 글을 발표하고 계신 분이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학생들을 위한 철학서를 많이 쓰셨다. 이 책은 인문학이나 사회학 서적을 어느 정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무난한 책이다. 작자 스스로 밝혔듯이 지나치게 짧게 쓰여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에 대해 약 10줄 내외는 할애하여 설명해줘야 될성 싶은데 단 두 줄로 간단히 요약해버리는 바람에 답답함과 성의없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나 이 것이 만약 신문에 기고했던 글이라면 지면의 제약상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 철학의 굵직한 마디만을 잘 엮어 놓으셨다. 계중엔 처음보는 사상가도 있었는데 반갑고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묵가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안광복 선생님의 묵가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은 더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공부해야겠다.
이 책은 결코 입문자를 위한 서적이 될 수 없다. 아마 철학이나 사회학에 서툰 사람들이 읽으면 절반도 이해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철학과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깊지 못하므로 안광복 선생님이 생략한 맥락을 찾아내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나중에 나의 학문이 조금 더 깊어지면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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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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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이런 책을 기획하고 출간해준 위즈덤하우스에도 감사하다. 독서가로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대체적으로 상세하게 나타나있다.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에 부합하게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오에의 성격상 강의노트의 상당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한 뒤 윤문하였을 것이다. 그는 알려지있다시피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영어에도 능하다. 그가 원문을 통해 텍스트를 접하려 한 것은 정말 탁월한 그리고 운명적인 선택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실력이 출중한 번역가라한들 원문이 가진 느낌 그대로를 번역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의 평생을 오르한 파묵의 작품만 번역하고 있는 이난아씨 역시 번역의 어려움에 대하여 토로한바 있다. 오에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그의 문학적 역량과 시대적 상황과 그의 작품을 수준높은 영어로 번역해준 실력있는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는 생각은 우리나라도 그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언제쯤 나올까....라는 질문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인의 작품을 빼어나고 아름답고 정확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문학감성 충분한 번역가를 많이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여겨진다. 번역가 양성은 산업으로 따지자면 가공업에 해당하는 분야이므로 뭔가...학자들 사이에서는...그게 국가차원에서 양성되어야 할 인재로서 자격이 있는가?라고 여겨질 것이 뻔하다. 예를 들어 미당의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미당을 제대로 연구한 학자들이 영어 실력을 갖춰 옮기거나 아니면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 미당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옮기는 일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거의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고 후자의 경우는 그저 영어만 잘하는 사람이 상식수준의 문학 지식을 갖추고 번역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전주에는 고전문학번역문화원 분원이 있다. 서울에 본원이 있고 밀양과 전주에 각각 하나씩 분원이 있다. 이 곳은 한학자의 추천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수도 없는곳이다. 요즘처럼 최첨단 시대에 고전문학 번역이라니....참 돈안되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번역문화원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교양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내 생각은 맞게 될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에드워드 사이드에 관한 그의 회상이다. 평소 에드워드에 대한 외경심이라고 해야하나....그런 것은 나 역시 지니고 있었다. 오리엔탈리즘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을 또 한 권 구입하기도 했다. 그런 그와 오에가 친하게 지냈었다니.....지란지교에 비유하고 싶다. 나 역시 그런 친구를 갖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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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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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으로 만난 하지현 선생님은 달변가처럼 여겨진다. 최근 출판 추세는 담론이나 인터뷰보다 녹취된 강의를 재편집하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나 '담론'과 강신주 선생님의 최근 시리즈가 그렇다. 이 책 역시 벙커에서 이뤄진 일종의 열린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김민정 시인의 편집자로서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녀를 잘 알진 못하지만 그녀의 시에서 느꼈던 진정성이 출판계 일을 하면서도 나타나길 진심바란다. 성찰하지 않으면 완성에 쉽게 도달한다. 쉽게 성취된 완성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기에 어려운 시기를 겪게된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현 선생님은 정상의 범위를 상당히 폭넓게 상정하고 있다. 동시에 그는 이런 류의 강의만 좇아다니며 자신의 불행을 프레임에 끼워 맞추며 미래 역시 이런저런 일들로 채워지고 말 것이라고 추측하는 '심리화'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섣불리 상담받지 말라는 충고도 새겨들을만 했다. 개인적으로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어설픈 상담치료는 반드시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혼자있고 싶어서 혼자임을 자처했던 이들이 자신이 비정상 아니냐며 질문해왔다. 하 선생님은 대체로 쿨한 성격인 사람을 건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신적인 문제가 외상으로 드러나는 것을 나쁜 사인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우울증과 우울한 성향을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외부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죽고싶다...미치겠다...삶이 무기력하다...이런 것들이 생각에만 머물면 우울한 성향이다. 이건 정상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과 함께 체중이 급격히 빠진다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잠을 이루기 힘들다거나, 쓰레기가 방에 쌓이는 일은 bad sign이다.

정신과 의사인만큼 약물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상당히 힘주어 말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 브라이언 리틀의 <성격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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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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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을 보니 흡사 박사논문 한 편 쓴 것처럼 여겨진다. 많은 자료를 찾으셨고, 찾으신 자료를 잘 살려내신 것 같다.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해 안소영의 존재를 알았다. 서강대 철학과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의 부친과 주고받았다던 편지 역시 결코 잊을 수 없을 수준이었다. 부녀간 대화의 한 전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듯하다.

 윤동주는 그녀의 말마따나 살아생전에 무명 시인이었다. 그도 조지훈이나 박두진과 같이 주목받고 싶었을 것이다. 청록파 시인처럼 고고한 학자풍의 시를 쓰고, 목가적인 향내를 물씬 풍기며 시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그러나 송몽규라는 걸출한 인물이 그의 곁에 항상 있었고, 그의 할아버지가 저 먼 곳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가풍이란 이래서 중요하다.

 담백하고 정갈하고 단아한 전기 한 편 읽은 기분이다. 안소영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지만 만약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좋은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그리고 온갖 현실적인 어려움을 딪고 자신의 좋은 글을 출판사를 통해 출판해 낸 작가들에게는 누구든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한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비해 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책을 출판해내는 지난함을 견디는 작가는 흔치 않다. 출판계에도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분명 존재한다. 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금수저인 사람들이 아량(?)을 베풀어 흙수저에게 기회를 양보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한 권만 포기해주면 흙수저 10명은 자신의 이름이 찍힌 좋은 책을 낼 수 있고, 그 책을 우리 독자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몇몇 아포리즘으로 그 말이 그 말인 책을 찍어내는 금수저 작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하는 말이다.

 2016년 네 번째 읽은 책이다. 아주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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