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소중한 하루 - 삶을 다시 사랑하게 하는 홍승찬 교수의 한 줄 지혜
홍승찬 지음 / 별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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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책을 읽는 것도 버겁던 즈음, 평상시에는 책이 없으면 불안하기만 했었으나 희한하게도 나름의 슬럼프에 빠진 것인지 책이 쌓여 있어도 손도 대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이유도 모른 채 허덕이는 게 싫어서 멀리하기만 하던 그때, 그저 표지의 곰을 보면서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에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는 생각도 잠시, 그들을 바라보는 눈을 쫓아 가다보니 어느 새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라는 존재가 없이 서 있는 나는 텅 비어버린 상태였고 그렇게 멀대처럼 서 있는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고만 있는 듯 했다. 지금의 내가 이런 것은 나 조차도 혼자 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을 스쳐 해본다.
 


 
 
언젠가부터 나중에 나의 결혼식은 아무도 오지 않는 텅빈 객석만이 남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친근하게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안부를 묻지도,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숨어 살다시피 하는 나로서는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의 틀 안에서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다시금 마음을 추스려 본다. 내 인생의 행복과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의 숫자가 그 무에 그리 중요하겠냐고 말이다.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임에도 나는 여전히 수에만 연연하고 있었구나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세상에 의미가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지금에만 머물러 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은 저 멀리를 내다보며 몸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서는 아등바등하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매 페이지마다 짧은 단락의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전해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바라봐야하는 것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듯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편하게 전해지고 그래서 오랜만에 한번에 읽어내려갔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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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알라딘 제공]

 

 

 

 

 

 

독서 기간 : 201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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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TOP10 시리즈
앨리스 리 지음 / 홍익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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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보면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곳들을 꼭 가보리라라는 바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감탄과 이미 이곳을 다녀온 저자에 대한 부러움을 가득 안고서는 바라보고 있었다유럽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호주는 딱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도 그런 곳이 있다라고 생각한 것이 전부였는데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나는 호주가 이토록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호주 역시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아 넣게 되었다.


 

 운명처럼 호주가 가게 된 저자가 들려주는 호주는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도 더 풍요롭고 한적한 듯 하지만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고 “G’day”로 시작하는 여행은 그저 이 안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가져다 주는 느낌이다.

 아무 의미 없는 조약돌도 나만의 추억이 스며들면 평생 간직할 소중한 물건이 된다작은 조약돌도 그럴진대 하물며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룰루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본문


 개인적으로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울룰루가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밀려든다사쿠타로가 그토록 고대했던 곳이지만 차마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버린 그곳그 애잔함을 안고 있는 곳이 바로 이 울룰루인데 이 곳을 가는 것이 생각만큼이나 쉽지 않다고 한다그럼에도 이 힘든 여정 속의 그녀 나름의 원칙을 깨고서는 여러 명에게 엽서를 보낼 정도로 아름답다는 캥거루 아일랜드는 이 광활한 장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반증하는 것일 게다.

 이 풍경이 치유제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이 곳에서 달리 무엇을 하지 않아도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고단함에 큰 위안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그랬기 때문에 그동안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던 나를 위해 일부러 이 먼길을 달려와 준 것일까바이런 베이의 바다가 들려주는 위로에 그저 망연히 바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본문

 여행객들의 성지라 불리는 바이런 베이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지역이었는데 에메랄드 빛 바다도 바다이지만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이어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노라면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을 느끼게 된다등대 전망대의 새 하얀 전경을 올라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책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행복함이 밀려드니실제 이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그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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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호주 / 정태관, 정양희저 


 

 

독서 기간 : 2015.03.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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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1 - 실록이 전하지 못하는 놓쳤던 조선사
최범서 지음 / 가람기획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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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야사록

『조선왕조야사록』은 지난 2003년 『연려실기술』을 토대로 각종 야사를 참고하여 출간한 『야사로 보는 조선의 역사』를 깔끔한 편집과 내용으로 새롭게 구성한 개정판으로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은 태조부터 명종까지, 2권은 선조부터 순종까지, 시대를 바꾼 결정적 사건과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야사를 모았다. 사건과 인물 위주로 엮어 정사에 기록된 사건과 인물이 야사에서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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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에서 사사로이 기록한 역사란 의미를 지닌 야사는 동일한 역사의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정사만을 바라본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야사에 담긴 이야기는 그저 정사의 이면에 담긴 시시콜콜한 것들을 담아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니까 정사는 무언가 검증된 기록이라는 느낌이라면 야사는 개개인이 남겨 놓은 자신들의 기록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야사 자체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찰나 이 책의 소개 글을 읽으며 야사도 읽어봄 직 하구나, 라는 생각에 조심스레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태조에서부터 명종까지의 시대 속에 담긴 야사를 들여다 보노라면 그 동안 들어왔던 굵직굵직한 역사 속 사건의 내막에 이러한 일들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고려에는 존재했던 야사가 조선 초기에는 폐지 되었다는 것은, 고려를 넘어 조선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태조에게 있어서 야사에 남게 될 정당성의 위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주목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까 야사는 정사와 함께 그 존재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으로 원척석이 남겼다는 야사를 훗날 가문의 멸망이 두려워 후손들이 다 태워버렸다고 하니, 야사를 그저 야사로만 바라볼 수 없게 한다.

 조선을 건국하기 전 이성계가 꾸었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었으나 명궁으로서의 이성계의 모습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중국 송나라의 명장 악비의 자손으로 알려진 퉁두란과 의형제가 된 모습을 보노라면 이성계의 호탕한 모습을 절로 느끼게 되는데 명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퉁두란이 이성계의 호연한 모습에 매료되어 이지란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곁을 계속해서 지켜왔다니, 그들이 어떻게 의형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성계의 진면목이 느껴진다.

 수양은 정난을 일으킨 후 아무리 생각해봐도 김종서의 오른팔 격인 이징옥이 껄끄러웠다. 그리하여 박호문을 함길도 절제사로 임명하여 임지로 보냈다. 이징옥에게는 날벼락이었다.
 
이징옥이 박호문에게 자리를 인계해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정에 나가봐야 찬밥 신세일 것 같았다. 조정은 이미 수양의 측근들로 포진되어 있고, 김종서의 사람인 자기는 자칫 그들의 마수에 걸려 개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
 
! 나라고 못할 것 없지. 나대로 북쪽 변장에 제국을 세우자.’ -본문

 수양대군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세조의 뒤에 숨겨져 있던 이징옥의 비화는 그 어디서도 마주한적 없던 이야기라 보는 내내 흥미롭게 다가온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밝았던 이징옥은 자신도 역시 수양과 같이 자신만의 세상을 이룩하고자 하는 꿈을 꾸게 되는데 스스로를 황제로 지칭하며 오국성을 세운 그의 나라는 오래지 않아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한단지몽이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사의 굵은 뼈대는 필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안에 부족한 것들 또 정사가 놓치고 바라보지 못한 것들을 야사로 채워나가면서 역사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기에 꽤나 오랜 시간 이 책을 잡고 있었다. 그 뒤에 이어질 숨겨진 야사는 어떤 것들이 있을 지, 다음의 책도 기다려진다 


전체서평보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9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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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에 이런 이야기가?
정사와 야사를 넘나들며 우리가 모르는 37가지 우리 역사 이야기를 시대별로 재미나게 구성했다.
선정 기준은 어디까지나 재미!
재미난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이야기광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의 배후와 사건들 사이의 틈새를 찾아 헤매다 건져 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역사’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서 잊혀지고 덜 주목 받는 소소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질투에 눈멀고 복수심에 불타고 연정에 휩싸인 주인공들에게 저절로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음을, 시대만 바뀌었을 뿐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자조와 공감이다. 역사란 다름 아닌 우리가 살아가고 만들어 가는 이야기임을 이 37가지 이야기들은 말하고 있다.
책 제목이 ‘한국유사’인 것도 역사로 기록된 거창한 역사가 아닌 에피소드로서 이 땅에서 일어난 일들이기 때문이다.

[예스24 제공]

 

 

 

독서 기간 : 2015.03.0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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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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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정도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목을 보며 그야말로 대담한 남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대담을 넘어 발칙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끔이라는 단어가 붙여진다는 사실과 아내는 남편과의 결혼을 가끔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는 나로서 이 책을 다시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얼마 전 김정운 교수의 <오늘 미래를 만나다>라는 강의를 듣고 나서였다. 늘 유쾌하면서 가벼운 듯 하지만 나름의 진심과 진리를 담아 말하던 그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의무만 있고 재미가 사라진 이 시대의 남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외침을 담은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 동안 사회 속에 만들어 놓은 통념 속에 갇힌 남자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태어나서부터 죽는 날까지, 단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조차 어색해하며 이 시대의 아버지상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돈만 물어다 주는 기러기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까 우리의 아버지들의 세대들은 가부장적이라는 이름 하에 스스로를 외톨이로 점점 묶어두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어느 초등학생이 썼다는 한 줄의 시처럼 냉장고보다도 못한 존재로 낙인 찍혀 이 시대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도 인생의 한편의 서사인 듯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늘 피곤에 찌들어 살고 술 아니면 담배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그들에 대해서 그것이 가장의 무게이니 견뎌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사회를 향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 50때에 만들어진 가치로 평균수명 100를 살아가야 하는 데서 오는 문제다. 대부분 50대 중반이면 직장에서 은퇴한다. 그러나 은퇴한 후에도 멀쩡한 몸과 마음으로 최소한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성실과 근면은 철저하게 평균수명 50세에 맞춰진 가치다. 그러나 평균수명 100세를 살면서 그저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 수 만은 없는 일이다. ‘평균수명 100의 가치는 재미, 행복이다. –본문

머리 좋은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그것을 즐기면서 하는 이에게는 자연스레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온다는 말이지만 과연 재미있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날 위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날 위한 것이 아닌 타인들과 같은 삶을 지내는 것이 바른 삶이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내달려 와서 정신을 차려보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에 멍하기만 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나이가 들수록 점차 편협해지는 인간관계는 물론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야한 농담도 주고 받을 친구들은 점차 사라지고 사회, 경제, 정치 등 딱딱하지만 사회 생활이라는 명목하게 주가나 땅값이야기만 하고 있는 아저씨들의 하루하루가 즐거울 리가 없다.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어제와 같은 지겨운 하루를 지내고 있을 뿐인데 그가 말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어디에 있어도 내가 확인되는 그런 일이라 말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어떤 일이 되었든 상관없다. 새소리 듣는 일이든, 개미새끼 보는 일이든 상관없다. 나훈아의 노래가 되었든 슈베르트의 가곡이 되었든 상관없다. 내가 헤맬 때, ‘나’와 ‘내가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아 헷갈릴 때 내 면역시스템을 가동시켜 내 안 의 항상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되어도 상관없다. 남 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 다. 그것이 바로 내 존재를 확인하는 비결이다. –본문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그를 기반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대학 교수로서 정년까지 보장받고 있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그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일본으로 건너가 홀로 지내며 일본의 옛 그림들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는 그것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는데 그는 이 책 안에서 주장하고 있는 삶대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웃음이 계속해서 지어진다. 이 웃음의 근원은 그가 그저 웃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진정 즐거운 삶을 찾고 있으며 그러한 삶 위에 자신이 있기에 이토록 당당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일 게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꽤나 많은 인세를 받았음에도 이 요상한 제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아내를 위해 그 모든 것을 전해주고 자신은 그저 아침의 커피 한잔과 그림으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 참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즐기고 있는 그 모습은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런 아름다운 삶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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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공간 / 이문희, 박정민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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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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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요즘, 학부생이었던 시절 만약 죽음에 대한 강의가 있다고 했다 한들 그때 당시에는 그러한 강의를 들으려는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들도 최근의 일이었으니,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과연 죽음이라는 것이 나와는 관련이 있을 소냐, 라는 모습으로 일관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죽음이라는 것이 나에게 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삶의 허무주의에 대한 단상이 아닌 언젠가는 도래할 그 현실에 대해서 멀리 떨어진 채로만 관조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 후 부터였는데 그러한 관심이 이 노바 보위 교수의 <죽음학 수업>을 마주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3년의 기다림이 있은 후에나 마주할 수 있는 그녀의 수업을 이렇게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더 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는데 죽음에 대한 교육이 그 어느것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이 강좌를 지금까지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강의를 듣는 수 많은 학생들과 주변 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죽음이라는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쉬이 마주할 수 있다. 따스한 이불 속에서 엎드려 책을 보고 있던 이 순간에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는 사랑했던 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내 오매불망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절규 속에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속에서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도 있었으며 호스피스 센터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 있는 이들의 마주해야 하는 순간들, 그야말로 수 많은 죽음의 현장 속에서 노마 교수와 학생들은 이 순간들을 기록해 놓았는데 이러한 것들이 바로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칼이 진아논 삶의 결과에 '만족'하며 마지막 날을 맞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선행을 쌓기 위해 그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노마의 경험으로 보자면, 생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모든 단계를 거쳤고 난관을 만족스럽게 극복한 사람들, 에릭슨의 생산성 의식이 강하게 발달한 사람들은 두려움이나 불만이 덜한 상태로 죽음과 마주할 수 있다. -본문 

 죽음으로의 문턱은 건너는 이들의 과정들을 보노라면 바로 이런 것들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혈액 공급의 패턴의 변동으로 오한이 느껴지고 피부가 파랗게 변해가는 것들. 그럼에도 시력보다도 청력은 마지막까지도 지속된다는 이야와 호흡이 가빠지는 모습등은 마지막 외할머니가 가시기 전의 모습들과 일치하는 모습이 많이 있었다. 당시 이것들을 조금이나마 먼저 알았더라면 나는 할머니와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끓는다.

 '신뢰는 여기서 "타인의 자아 통합에 대한 확실한 의존"으로 정의된다. 나는 웹스터가 아기보다는 비즈니스를, 믿음보다는 신용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그 표현은 유효하다. 또한 "아이를 돌보는 어른이 죽음을 두려하지 않을 만큼 자아 통합이 돼 있다면 건강한 아이는 삶을 두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의함으로써 성인의 자아 통합과 유아의 신괴 사이의 관계를 한번 더 바꿔 말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본문 

 매 챕터마다 학생들은 물론 수업 내용 속에서 혹은 그녀의 주변에서 있던 수 많은 죽음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작문을 통해서이기도 하고 추도사를 쓰기도 하면서 자신의 죽음은 어떠한 것일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만 있을 것 같던 죽음을 마주하면서 현재의 나를 마주할 수 있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러니까 이 수업을 마지막을 위한 것이 아닌 마지막을 바라보며 현재의 나를 다독일 수 있는 시간을 전해주는 것이다. 쉽지 만은 않지만 한번쯤 이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금 나의 오늘을 바라보게 하는, 수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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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 / 셸리 케이건저 


 

 

독서 기간 : 2014.12.11~12.1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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