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읽었으면 변했을 책들 - 책, 서른을 만나다! 서른을 위한 멘토 책 50
김병완 지음 / 북씽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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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눈떠보니 서른이 되어 버둥거리고 있는 나에게 무언가 내 스스로 전환할 수 있는, 그러니까 20대의 내가 생각했던 서른과 실제의 서른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 처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졌을 즈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타의든 자의든 정신없는 시간을 지나고 나니 덩그러니 서른이라는 지금이 되어 있다. 저자인 김병완은 서른의 나이에 자신의 직장을 떨처버렸으며 3년이란 시간동안 90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오롯이 책만 보고 있었다는 그는 남들이 보아서는 한량과도 같아 보이던 그 세월 동안 실직을 경험하고 굶주림을 겪었으며 가정이 흔들리는 그 시기를 지나왔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풍랑과도 같은 그 시간을 겪어 온 그는 지금 말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에 그가 마주했던 책들이 그의 삶을 변화시켰으며 그 변화를 이끌었던 책들을 이곳에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이다.

책에 대한 메타포적인 책의 형태를 띄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서른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저자에에 영향을 미쳤던 책들에 대해서 소개를 하면서 그는 그가 지나왔던 지난하면서도 고난했던 날들을 어떻게 견뎌왔었는지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왔던 그가 다시 그 시간을 지나갈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서른이라는 지금의 나이가 패잔병이 되어 돌아온 이들이 아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 2의 전성기임을, 그는 똑똑이 알려주고 있었다.

<행복이 낯선 당신에게>에서는 행복이라는 막연한 이름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사는 우리의 모습을 버리고 막연한 고민이나 걱정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여, 자신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서는 자신의 것에 만족하며 사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태어나 보니 재벌집의 자녀이거나 로또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받게 되는 이들에 대한 부러움을 안고 있다거나 현재의 것들에 만족하지 못하며 미래에 대한 것만 생각하고 있기에 우리는 현재를 제대로 즐기지도 살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들에서, 매일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회사 책상을 지키며 푸념하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첫째는 그들이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 '할 수 없는 것', '될 수 없는 것'이 이싿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즉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허락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안에서 만족을 느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무나 권력, 명예가 아니라는 것과 삶의 가치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본문

저자가 꼽아준 책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아무리 찾아봐도 나는 이 책 안에 담겨 있는 그 어떠한 책들도 읽어보지 않았다것을 깨닫게 된다. 서른이라는 나이를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에 대한 별 다른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않고 관심도 없었던 나에게 저자는 '남의 책을 많이 읽어라. 남이 고생하여 얻은 지식을 아주 쉽게 내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자기 발전으로 이룰 수 있다'며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들에 대한 독서를 독려하고 있었다.

이미 타인이 갔던 길을 똑같이 쫓아가는 것은 별 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닐까, 라는 방만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들이 내어 놓은 길은 그들과 같이 아니면 혹은 더 많은 시간을 버둥거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배우면서, 이 안에 담겨 있는 책들도 하나 둘씩 마주하며 서른이라는 축복의 시간을 만끽하며 탄탄한 나의 삶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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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 곽명동저

독서 기간 : 201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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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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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스스로 선을 긋는 것이 동화라는 것에 대한 장벽을 쌓으면서 이미 잊어버린 기억들을 다시 쌓을 기회 조차를 없었던 날들이 계속되는 도중, 이 책을 마주하면서 이전의 기억은 물론이고 그 동안은 꾹 누르고 있었던 동화로의 회귀가 이어졌는데 읽는 동안 참 따스한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빙그레 웃음이 나기도 하고 때론 그 때의 쓸쓸함이나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의 계산 속에서 그들은 어리섞었다. 앞뒤를 잴 줄 몰랐고 우열을 가릴 줄 몰랐다. 감상적이었고 비효율적이었다. 내가 그들의 감상을 예의 바르게 거절할 때마다 그들은 '마음'을 말했다. 내가 그들의 비효율을 언짢게 지적할 때마다 그들은 또 '마음'을 말했다. 그리하여 그들과의 다른, 세상 저편의 우선순위를 가진 나는 그들의 무계산 속에서 몇 번의 당혹과 부끄러움 뒤에 입을 다물었다. -본문 

일 년에 한 번 정도 꼭 다시 읽는 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어린 왕자>이다. 어릴 때는 어린 왕자라는 그 외모에 끌렸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어린 왕자가 만났던 인물들의 모습들에 점점 닮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서글퍼지면서도 다시 어린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여기서도 마주할 수 있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는 엄마인 잎싹이 자신의 몸을 족제비에게 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것이 모성인 것인가, 라며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자신의 아이도 아닌 초록이를 그렇게도 지극정성으로 키우고 나서 결국은 떠나 보내야만 하고 마지막 역시도 비극으로 끝나는 이 동화를 보면서 과연 이것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일까, 라고 생각했는데 당시 이 영화를 보았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서글프기도 하면서도 애잔해지곤 했다 

"왜 여자들은 생의 주인공으로 살려 들지 않은 걸까요?"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한,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첫 번째 지인의 말에 나는 100% 공감한다. 잎싹의 모성이 조금만 덜 비장해서 자식뿐 아니라 자신의 행복도 살필 수 있었더라면, 그래서 자식이 떠난 뒤 껍데기만 남은 생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후배의 말에는 다른 할 말이 있다. 

 "네 말처럼, 많은 여성들이 헌신적인 조연으로 살아. 하지만 그건 그들에게 생의 주연이 되는 또 다른 방식이란다." -본문

 

 내가 이 책을 왜 읽어,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이 책들을 당당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몇 번의 울림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을 지금에서야 마주할 수 있었다는 것에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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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안데르센 동화 / 우라야마 아키토시저

 

 

 

독서 기간 : 2014.01.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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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뜨개 패턴 500 - 내 맘대로 골라 뜨는
고세 지에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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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뜨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라고 해야 할까. 한 땀 한 땀 손을 움직이면 어느새 늘어나 있는 목도리를 꿈꾸며 고등학생 때 이모한테 처음으로 손뜨개질을 배웠었는데 생각보다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힘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삐뚤삐둘해지는 목도리를 보며 처음 시작의 설렘은 사라지고 금새 손에서 놓아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일 년 전쯤. 갑작스레 달바의 목도리를 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 해도 겉뜨기와 안뜨기만 할 줄 알았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예쁜 목도리를 떠 주고 싶다는 생각에 동대문으로 향했고, 그 곳에서 한 10분여 동안의 짧은 강습을 받아 변형고무뜨기를 배워왔으며 풀고 다시 감기를 여러 번 반복한 결과 3일여만에 목도리 하나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살짝 어설픈 감이 없지는 않지만, 완성된 목도리를 보고 나서는 무늬가 있는 목도리를 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하여 네오무늬 목도리를 도전하며 처음으로 도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안을 볼 줄 몰랐을 때만해도 그저 막대기만 가득한 것인 줄 알았던 것들이 도안을 볼 줄 알게 되면서 도안만 있으면 어떠한 무늬도 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도안들을 구하는 방법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 안에 무궁무진한 도안을 안고 있다는 것에서 보기만 해도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안뜨기와 겉뜨기만으로도 이런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서 빨리 무엇이든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게 한다.

 

 

페이지를 넘겨보면 완성 작품과 도안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도안들이 가득 담겨 있기에, 웬만한 무늬는 이것으로 모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이 무늬는 목도리뿐만 아니라 스웨터에 넣어도 예쁠 것 같은데, 무늬 바로 오른쪽에 도안이 있으며 도안을 보아도 그다지 어려운 부분이 없는 듯 하여 이 무늬로 제일 먼저 목도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앞쪽에는 대바늘 도안이, 뒤쪽에는 코바늘 도안이 담겨 있는데 코바늘 뜨기는 그야말로 초보이기에 도안을 보는 법도 잘 몰라서 엄마한테 보여드리고 여쭤봤더니 상당히 많은 무늬가 있다면서 이 책만 있으면 다양하게 코바늘 뜨기를 할 수 있겠다며 좋아하셨다.

 목도리를 하나 뜨기 위해서 도안을 찾아 몇 시간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고 결국에는 도안을 따로 구입해서 만들곤 했었는데 이 책 안의 패턴으로만 만들어도 도안 걱정 없이 원하는 목도리를 마음껏 뜰 수 있을 것 같다.

 


 

 

도안 보는 법만 안다면 세상의 거의 모든 무늬를 뜰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책을 매 겨울마다 꺼내 보며 부지런히 뜨개질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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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손뜨개》 / 주부와 생화사 편집부저

 

  

 

독서 기간 : 2014.01.0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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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기분파 위험물기능사 필기 (핵심포인트 및 주기율표 수록) - 핵심포인트및주기율표수록+2014년최신기출문제수록+최신법령개정포함
에듀웨이 R&D 연구소 엮음 / 에듀웨이(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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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보면 종종 위험물을 다루는 경우가 있다. 일명 DG Cargo인 이 화물들은 선적하기 전부터 필요한 서류를도 꽤나 많고 컨테이너에 실리고 선적되기까지 발화점은 물론이거니와 UN No. 등 기재해야 하는 항목들도 다양하다.

 그도 그럴것이 위험물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운송 중의 갑작스레 사고로 변모할 수도 있는 것이니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DG Cargo들을 다루게 되면서 이 화물들의 취급에 관한 내용들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긴 했었는데 <위험물 기능사>라는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이 참고서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위험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위험물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은 4장에서부터 다루게 되며 그 이전에는 화재 예방 및 소방시설의 운영 및 설치 등에 대해서 먼저 배우게 된다. 업무상 다루게 되는 분야는 4장부터라서 그런지 그 이후의 내용들이 눈에 더 들어오곤 한다.  

 

 

   

 화학물의 결합에 관련한 내용은 고등학생 때 화학 2를 전공하기도 했거니와 관세사를 준비하면서도 배웠던 내용들이라서 화학식은 물론이거니와 구조를 이해하는데도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다. 하이드록시기니 에테르기니 하는 것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다시금 공부하는 느낌도 드는 것이 설명을 보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껴진다.

 

 

 

 업무상 겹치는 부분들도 있고 학창시절에 배웠던 부분들도 있기에 흥미롭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아마도 쉬이 획득할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 속에서는 전반적인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기출문제 수록과 더불어 친절히 해설까지 되어 있는 부분을 보면서 이 책을 따라 꾸준히만 준비하다 보면 자격증 획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 안에 이 자격증을 공부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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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바다여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0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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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라는 인물을 마주하는 동안 전에 보았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이란 영화 속 류승룡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보였다. 첫사랑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했던 장성기라는 역할을 맡았던 그는, 찰스라는 인물처럼 희대의 카사노바였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었다. 그저 전리품과 같이 잠시 스치는 여인들은 그를 잊지 못해 매일 그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는 매몰차게 그녀들을 돌려보낸다. 사랑이 아니니 돌아가라며 말이다.

 다만 찰스와 장성기의 차이가 있다면 첫사랑이 현재까지 그들의 곁에 존재하느냐의 차이였다. 장성기의 첫사랑은 이미 세상의 떠난 상태였다면 찰스의 첫사랑 하틀리는 어느 순간 그의 눈 앞에 나타나게 된다.

 바다가 근처, 바위 꼭대기에 있는 슈러프 앤드라는 집에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찰스의 모습을 보면서 사실 처음에는 얼마나 묵직하면서도 담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하는 모습을 기대했었다. 무릇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의 지혜와 삶을 관통해 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 속의 찰스는 그러한 깊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사랑이라는 것을 제 멋대로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다분히 좋은 의도로 한 일들이 타인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 지는 경우가 있다. 사랑이라는 것 역시, 나에게는 사랑이기에, 상대방에게 그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것이 사랑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때론 그것이 스토커와 같은 두려움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짝사랑이라는 단어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혼자 하는 외톨이 사랑은 상상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구현할 때도 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비참한 장면을 만들어 놓기도 하기에 혼자서 하는 사랑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짝사랑이라는 것이 도를 지나치게 되어 그 선을 넘게 되는 경우, 모든 것을 자신의 판단 하에 상대는 무조건적으로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하는 행동은 감정의 표현을 넘어 폭력이 되기도 한다.

 회고의 순간 그의 손끝에서 나열되는 화려했던 찰스의 전성시대의 이야기들을 보면 (비록 나이가 든 현재 역시도 그는 계속해서 전성 시대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에게는 그저 흘러가는 무용담과 같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 심지어 남자까지도 그를 마음에 담아두고는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유일한 사랑은 바로 첫사랑이자 결혼을 약속했던 하틀리뿐이었다.

 정말 그것이 이유였나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은 런던으로 갔어요.”

 그래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고, 난 당신을 버린 게 아니라 항상 당신만 생각했고 날마다 편지를 썼다는 건 알잖아요. 다른 남자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였죠? 그 남자 때문은 아니었겠죠?” (중략)

 그때 그를 알고 있었나요?”

 그건 상관없는 일예요.”

 상관이 있고 말고요. 아무리 사소한 일들이라도 모든 상관이 있으니까 다시 찾아내고 주워 모아 부활을 시키고, 과거를 다시 살아 그것을 순수하게 깨끗하게 만들고, 마침내 서로 구원을 하고 상대방을 다시 완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겠나요…..” –본문

  열 여덟 살이 되면 결혼을 하자던 약속이 무색하게 갑작스레 사라져 버린 그녀는 어느 새 노년이 된 그의 눈에 띄게 되고 그때부터 찰스는 다시금 하틀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과연 완전하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찰스가 생각하는 완전함은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하틀러를 벤으로부터 구해내어 자신과의 사랑을 점철시키는 것이었으며 그리하여 그는 하틀러가 자신과 헤어진 그 순간부터 불행했으며 현재도 불행한 삶 속에서 옥죄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라는 그 틀이 무궁무진 할수록, 그 생각에 감정이 더해져 사랑이라는 형태로 변모되어 갈 때, 미숙한 사랑은 그것마저도 사랑이라 표방되어 상대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주게 된다.

 어느 날 밤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려진 절벽에서 바다로 빠지는 순간, 그리고 하틀리의 아들이 주검으로 발견된 그 때가 되서야 찰스는 이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진 집착이자 폭력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인간은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비록 변화가 있다고 해도 그 범위는 백만 분의 1밀리미터밖에 안 되리라. 가엾은 혼령들이 가버리면 평범한 의무와 평범한 관심만이 남는다. 인간은 조용히 살면서 자질구레한 좋은 일들을 하며 아무도 해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은 내가 할 만한 자질구레한 좋은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데, 내일은 하나쯤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 –본문

 자신만은 객관적이고 다분히 합리적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기 중심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듯 하다. 내 눈에 비친 것이 세상의 전부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통념이라 믿으니 말이다.

 사랑이 아닌 질투와 분노를 기반으로 자신의 이 모든 광기의 태동이라는 것을 바다 속에서 마주한 바다뱀을 떠올리며 알게 되듯 과연 우리는 인생의 어느 순간이 실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 그것이 너무 늦게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독서 기간 : 2013.12.26~12.3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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