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3~4년 정도 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제목을 보며 그야말로 대담한 남자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대담을 넘어 발칙하다! 라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가끔이라는 단어가 붙여진다는 사실과 아내는 남편과의 결혼을 가끔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아련한 기억만 남아있는 나로서 이 책을 다시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얼마 전 김정운 교수의 <오늘 미래를 만나다>라는 강의를 듣고 나서였다. 늘 유쾌하면서 가벼운 듯 하지만 나름의 진심과 진리를 담아 말하던 그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의무만 있고 재미가 사라진 이 시대의 남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외침을 담은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 동안 사회 속에 만들어 놓은 통념 속에 갇힌 남자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태어나서부터 죽는 날까지, 단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법조차 어색해하며 이 시대의 아버지상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돈만 물어다 주는 기러기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까 우리의 아버지들의 세대들은 가부장적이라는 이름 하에 스스로를 외톨이로 점점 묶어두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어느 초등학생이 썼다는 한 줄의 시처럼 냉장고보다도 못한 존재로 낙인 찍혀 이 시대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도 인생의 한편의 서사인 듯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늘 피곤에 찌들어 살고 술 아니면 담배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그들에 대해서 그것이 가장의 무게이니 견뎌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사회를 향해 저자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수명 50때에 만들어진 가치로 평균수명 100를 살아가야 하는 데서 오는 문제다. 대부분 50대 중반이면 직장에서 은퇴한다. 그러나 은퇴한 후에도 멀쩡한 몸과 마음으로 최소한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한다.
성실과 근면은 철저하게 평균수명 50세에 맞춰진 가치다. 그러나 평균수명 100세를 살면서 그저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 수 만은 없는 일이다. ‘평균수명 100의 가치는 재미, 행복이다. –본문

머리 좋은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열심히 하는 사람도 그 일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그것을 즐기면서 하는 이에게는 자연스레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온다는 말이지만 과연 재미있게,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날 위한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날 위한 것이 아닌 타인들과 같은 삶을 지내는 것이 바른 삶이라는 생각에 남들처럼 내달려 와서 정신을 차려보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라는 생각에 멍하기만 하다.

저자의 말마따나 나이가 들수록 점차 편협해지는 인간관계는 물론 자신들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야한 농담도 주고 받을 친구들은 점차 사라지고 사회, 경제, 정치 등 딱딱하지만 사회 생활이라는 명목하게 주가나 땅값이야기만 하고 있는 아저씨들의 하루하루가 즐거울 리가 없다.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어제와 같은 지겨운 하루를 지내고 있을 뿐인데 그가 말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은 어디에 있어도 내가 확인되는 그런 일이라 말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어떤 일이 되었든 상관없다. 새소리 듣는 일이든, 개미새끼 보는 일이든 상관없다. 나훈아의 노래가 되었든 슈베르트의 가곡이 되었든 상관없다. 내가 헤맬 때, ‘나’와 ‘내가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아 헷갈릴 때 내 면역시스템을 가동시켜 내 안 의 항상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이 되어도 상관없다. 남 들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야 한 다. 그것이 바로 내 존재를 확인하는 비결이다. –본문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그를 기반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대학 교수로서 정년까지 보장받고 있던 그는 어느 날 홀연히 그의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일본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일본으로 건너가 홀로 지내며 일본의 옛 그림들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그는 그것이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는데 그는 이 책 안에서 주장하고 있는 삶대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웃음이 계속해서 지어진다. 이 웃음의 근원은 그가 그저 웃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진정 즐거운 삶을 찾고 있으며 그러한 삶 위에 자신이 있기에 이토록 당당하게 들려주고 있는 것일 게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꽤나 많은 인세를 받았음에도 이 요상한 제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아내를 위해 그 모든 것을 전해주고 자신은 그저 아침의 커피 한잔과 그림으로 행복을 찾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면 참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즐기고 있는 그 모습은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이런 아름다운 삶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아르's 추천목록

 

남자의 공간 / 이문희, 박정민저

 

독서 기간 : 2015.01.15~01.18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