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2014 - 편집자가 알아야 할 편집의 모든 것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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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기 시작할 무렵그러니까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과연 책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일곤 했다물론 그러한 호기심도 잠시 스쳐가는 것이 전부이기에 별달리 알아보고자 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긴 했지만 그럼에도 책이 발간 되기 이전의 프리뷰 형태의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면무언가 미지의 세계에 들어설 수 있는 선택된 몇 명이라는 점에 가슴이 설레곤 했다그러던 와중에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읽게 되면서 한 권의 책이 발간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기에 그간의 궁금증들을 해갈시켜 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심히 부족한 국어 문법이나 띄어쓰기바른말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

 한글 맞춤법에서부터 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 등 글 자체에 대한 검토를 위한 내용들은 물론이거니와 열린책들 편집 및 디자인 원칙에서부터 편집자가 알아야 할 제작의 기초까지그야말로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 수 있을뿐더러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완성된 책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을 통해서 책 이전의 책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게만 느껴진다. 


 

  

구개음화나 두음법칙에 대한 문법은 물론 접미사, 접두어에 대한 내용들과 띄어쓰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번에 마주할 수 있는데 전에 한 외국인이 깻잎 깨씹 아닌 깬닙으로 발음하는 것이냐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 책이 있었더라면 어떻게든 설명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밀려들게 된다. 당연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다시금 마주하는 것들이라 이전에는 별달리 생각도 못해봤던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배우면서 한글의 쓰임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게 된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띄어쓰기가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데 서평을 쓸 때에도 워드에 먼저 작성하면서 그 아래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들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잘잘못을 판단하기 보다는 100% 워드 내에 있는 기능에 의존하여 사용하다 보니 쓰면서도 내가 올바르게 문장을 쓰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 책 안에 수록되어 있는 띄어쓰기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알 수는 없겠지만 찬찬히 배워나가면서 그 동안에 아리송했던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신경 써서 글을 작성할 수 있겠다, 라는 안도감이 든다. 

 

 위의 사항들을 기반으로 하여 열린책들에서 어떻게 책을 편집하고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물론 책 자체에 대한 설명들도 담겨 있는데 이러한 책의 형태에 대해 선택하는 것은 책의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하드커버 혹은 소프트 커버에 대한 것들은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책들이 어떠한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에 대해 접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책 안에 담긴 결과물에만 치중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책 자체에 대한 내용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인 셈이다.

 이 책을 마주하면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이 엄청난 과정들을 거쳐서 나와야 한다는 것에서 그저 책 한 권이라 쉬이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이전에도 책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 한 권이 탄생하기 위해서 수 많은 편집자의 손길이 닿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방대한 노력의 결과물에 대해서 감히 생각하게 된다.

 

 

독서 기간 : 2014.05.01~05.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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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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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르's Review

 

 

 

 세월호 참사 이후 적막만이 가득하게만 보였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느껴지는 따사로운 햇살이나 간간히 들려오는 밝은 모습마저도 죄스럽게만 느껴지기에 송연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월간 샘터 6>로 역시나 그러한 안타까운 시간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자 이 나라의 어른들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시간들에 대한 회한과 그럼에도 다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숙명에 대해서 그들 역시도 고뇌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샘터상 시상식에서도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순간들에 대해서 샘터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이번 6월호는 그 이전의 이야기들보다도 더욱 가슴 깊이 그리고 따스하게 우리에게 이야기들을 전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겨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샘터를 두 번째 마주하게 되는 이번 6월호에는 이전 5월호가 전해주었던 기대만큼이나 다양한 소식들이 담겨 있었고 행복한 티셔츠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하여 그 안의 이야기에 푹 빠져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샘터를 읽어래녀갔다. 

수 많은 책 속에 담긴 환경 문제들에 대해서 책을 넘어서 더 사람들에게 쉬이 다가갈 수 있는 티셔츠 안의 그림이나 문구 등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고 이렇듯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티셔츠를 입을 사람으로 하여금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수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하는, 그야말로 효과적인 광고가 되고 있었다.

 또한 조만간 도래할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기사들은 역대 국내 선수들이 신었었던 축구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북한 단장인 리찬명이 유니폼에 새긴 조국 통일이라는 문구의 비화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물론 어서 빨리 붉은 악마의 함성이 브라질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촌에서 온 그대>라는 특집 편에 실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읽고서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는데 양변기를 처음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몰랐던 과거의 시간 속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기야, 나의 어머니도 처음 서울에 상경했던 유6~7살때만 해도 버스에 신발을 신고 타야 하는지 벗고 타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당당하게 신발을 벗어 손안에 안고 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니, 당시의 신 문물을 처음 마주하는 이들의 이 에피소는 훗날 우리들에게 유쾌한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는 것을 보며 시간의 힘에 대해 다시금 느껴보게 된다.

 친구만은 양변기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고 있었던 거다. 우리는 그만 배꼽을 잡고 웃었찌만, 양변기 물로 칫솔질을 했던 그 친구는 창피했는지 제발 학교에 가서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며 뭐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게 아닌가. 덕분에 우리는 뭔가 불리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이야기를 꺼내는 척하며 친구를 골려 먹었다. 지나고 나니 그때는 정말 세상 모르고 순진했던 게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난다. –본문

 

샘터를 통해서 부산 시티투어를 지나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풋스툴에 대한 양희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어머니의 대한 이야기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에 오버랩 되며 잔잔히 스며들게 된다. 꿈을 이루기 바랐던 당시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꿈은 고스란히 자식을 위해서만 묻어나게 되는데 그러한 마음을 알기 때문에 양희은은 아직도 공연할 때면 어머니의 풋스툴과 함께 무대에 선다고 한다.

 지금도 양희은은 꽃 그림 풋스톨을 놓고 공연을 한다. “나는 소극장이 좋아요. 관객하고 눈을 맞추고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거든. 그런 데선 내 노래가 가슴을 건드리는지 바로 알 수 있어. 사람들이 만드는 투명한그러니까 구름 같고 공기 같은 거, 그게 둥실 떠올라서 난 그 구름하고 소통하는 거예요. –본문

 나눔에 대한 이야기까지 지나 풍성한 6월호의 이야기를 펼쳐선 그야말로 단숨에 한 권을 다 읽어 내려왔다. 다음 7월의 이야기는 무엇이 담겨 있을지, 아무쪼록 샘터다운 이야기가 더욱 가득하길 바라는 바이다.

 

 

아르's 추천목록

 

샘터 5월호 / 샘터사 편집부

 

 

 

 

독서 기간 : 2014.05.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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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몸으로 춤을 추는 여자였다
쥘리 보니 지음, 박명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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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책의 제목 때문에 별안간 눈이 휘둥그레 지기도 했지만 표지 안의 여인을 보면서 무언가 신비로운 느낌에 매료되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과연 그녀가 안고 있는 이야기를 무엇일까. 무언가 비밀스러운것이 담겨 있을 쥘리 보니의 이야기는 자신의 자전적인 삶을 녹여, 그러나 오롯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베아트리스'를 통해서 말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뭐랄까, 이전에는 마주해 본적이 없는 생경함이었으나 그것은 낯설어 거부감이 든다기 보다는 새롭기에 호기심이 드는 것이었고 그래서 자꾸만 페이지를 넘겨 베아트리스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게 하고 있었다.

 

 오로지 춤을 추는 것이 좋아서, 그것도 알몸으로 연주에 맞추어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어대던 그녀는 가보루와 파올로의 결테 있는 동안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지금은 산부인과 간호 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노르마와 로메오의 엄마이자 이제는 떠나버린 가보루의 부인으로써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현실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춤을 추었고, 사랑을 나누었다. 나는 사랑에 빠졌고, 내 남자는 행복했다. 나는 예술가로서 갈채를 받았다. 그리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즉시, 안개처럼 쳥체가 사라지면서 황홀경에 빠져들곤 했다.
 
내가 가진 것은 벌거벗은 몸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모든게 어떻게 무너져 내렸느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 
 
그 사이 내겐 아이들이 생겼고, 가보르는 떠났다. 그러자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두려워지 않던 내가. 더불어 나의 몸도 침묵했다
.
 
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간호사조무복을 입었다. -본문 

 

 이 책에서는 한 챕터마다 춤을 추며 그녀의 행복한 인생을 살았던 베아트리스와 엄마로서 그리고 삶을 위해서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이야기가 반복되어 펼쳐지고 있다. 춤을 추며 행복을 꿈꾸던 베아트리스가 과거에서 현재로서의 삶으로의 시간순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고 있는 베아트리스의 일상을 매 순간 병실의 문을 열면서 새로운 산모아 아이들, 그들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으며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삶처럼 매 순간 각방에 마주하는 그녀들의 이야기 또한 그 어느것 하나 평이하지 않고 특별한 그녀들의 살이 담겨져 있기에 어느 것 하나 파트릴 수 없이 진지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결혼도 안한, 그렇다고 어느 누구 앞에서 춤을 추는 것조차 스스로 몸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엄마로서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본 적도 없는, 그것도 알몸으로 춤을 춰본 적은 더더욱이 없는 나로서는 사실 처음에는 '베아트리스'를 이해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초반의 그 근심은 기우였다는 것이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 수록 드러나게 된다. 

 

 2호실의 부인은 자신의 몸 안에 있을 때에는 살아있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영혼도 같이 세상을 떠난 아이와 함께 떠나버리고 있었다.

 

 "아직 한 아이가 남았잖아요. 힘을 내세요." 라는 위로는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그 상황에 빠져보지 않는다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6호실의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나았던 산모는, 다분히 이 시대의 평범한 출산 과정 중에 하나인 제왕절개가 그녀 스스로의 삶도 조각내 버렸다는 것을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모든 것이 평범하고 일상적이라며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두렵게만 느껴졌다. 어느 것 하나 쉬이 말할 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매 호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베아트리스를 마주하며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도 그 곳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 모든 병실 속의 여인들이 그저 한낱 에피소드 속의 주인공인것처럼 쉬이 말하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흘러나왔다. 그들에게는 잠시 시간을 떼울 수 있는 소재이겠지만 그 소재 속의 이들에게는 평생의 삶이 담긴 순간들일테니 말이다. 

 

 그녀의 옆에서는 남편이 말없이 울고 있다. 그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는 귀여운 사내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영혼을 다시 붙여놓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겼던 것이다.
 
그는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
 
그의 사랑 한가운데에서 핵폭탄이 터져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에게 하는 말은 고작 '다 잘될 겁니다. 아버님'이 전부였다. -본문
 

 

 아마도 이러한 환경 때문에라도 베아트리스는 하루하루의 조무사로서의 삶이 버거웠을 것이다. 죽은 제쥐를 자신의 손으로 받아냈던 그녀였기에 이 병원 안의 또 다른 그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기는 하나 그 이외의 무수한 소음들이 함께하는 이 곳에서 언제나 그들이 바라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베아트리스는 이 곳이 벗어날 수 없는 철장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알몸의 무희였던 그녀는 사회 속에 살기 위해서 부단히 정상적인 그들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했고 그럴 수록 그녀는 스스로가 메말라 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을 연맹하기 위해서 조무사로서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의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모든 것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늒미을 예번보다 적게 받았다. 게다가 거리의 사람들도 예전만큼 나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수수한 차림새를 했고, 거의 평범한 엄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본문 

 

 그럼에도 그녀가 이곳에서 견디고 있었던 것은 그녀가 좋아하던 조산사인 프란체스카가 곁에 있었고 이미 떠나버렸지만 한때나마 곁을 지켰던 가보루와의 시간들에 대한 잔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프란체스카와 가보루는 이제 그녀의 곁에 없고 베아트리스에게는 자유를 욕망하는 자신을 숨기고 조무복 안에서 웃고 있는 그녀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프란체스카를 떠나보내게 했던 이 비정상적인 현실 속에 자신이 있는 것에 갑갑증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2호실의 L부인이 버젓이 누워있는 그 곳에 15호실의 입원한 산모가 2호실의 부인의 남편이었던 그의 새부인이라는 것을 보면서 베아트리스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체념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을 보내고 있다고 믿었던 순간 세상을 그녀에게 살인이라는 죄목을 덮어씌고 있었고 그것이 L부인의 심장마비였다는 판명이 나기까지 그 누구도 베아트리스를 지켜주지 않고 있었으니 그녀는 조무사로서의 그야말로 사회가 바라는 '정상적인 삶'에 대한 회한을 느꼈을 것이다. 

 

 파올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 
 
우리는 지난 8년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난 죄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꼭 안아주었고 우리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중략)
 

 

 "파올로, 난 이제 다시는 거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애초부터 거기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었소. 베아트리스"-본문 

 

 그녀가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더 이상 조무사로서의 베아트리스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알몸의 몸짓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자유를 꿈꾸기 위한 몸짓들이 여전히 그를 뛰게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만이 그녀는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물론 이제는 엄마가 된 그녀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아이들을 위해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삶을 쫓아왔던 나로서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생계와 육아만을 위한 삶을 살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나는 베아트리스 그녀의 삶을 살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여 그녀가 다시금 날아오르고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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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 / 넬리 아르캉저


 

 

독서 기간 : 2014.05.23~05.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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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사회 - 현대사회의 감정에 관한 철학에세이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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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4 16.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그 날 아침, 제주도로 향하고 있던 선박이 좌초됐으며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는 속보를 보고서는 안도하고 있었다. 점심이 지나고 나서는 사망자의 수가 2명까지 늘어난 것을 보며 안타까운 이들의 목숨이 이렇게 아스라히 사라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또 일을 하느라 금새 잊고서 그렇게 저녁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날 퇴근하고 나서 집으로 가는 동안에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구조되었다던 수 많은 사람들은 실종자의 숫자로 집계되었으며 그 때부터 수 많은 이들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뉴스에만 집중하고서 온 나라는 침묵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났지만 별다른 소식없이 지지부진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고 침통하리만큼 억장이 무너질 뉴스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수 많은 국민들의 눈이 집중되고 바랐던 구조는 늑장 대응이 이어졌고, 수 많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할 어른들의 의무는 사라져 버린 그 아비규환의 시간 속에서 대한민국은 분노를 넘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그 화살들을 안고 지금 한달이라는 시간을 견디어 오고 있다.

 

 그 누가보다도 어른인 지금의 나는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그저 안타까워하며 그들에게 미안해 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이 미약한 개인이, 이 미약한 나라를 만들어 온 장본인 중 한명이라는 것에서 끝없는 회한만을 안고 지내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이 분노에 대해서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이 모든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할지에 대해 답을 얻고 싶었다. 과연 이 분노를, 그러니까 무력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분노와 이 무력한 사회에 대한 분노, 무력한 국가에 대한 분노 등 이 모든 분노들에 대한 것들을 풀어내고 그것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분노라는 것은 신체적인 위협이나 안정성의 불안 등으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가 아닌 신념의 변화에 따른 정신적인 변화의 따라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노는 크게 개인들이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개개인이 속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 그러니까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분노로서 바라보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 안에서 힘 없는 인간들은 위대한 자연 앞에서 그저 하늘하늘한 존재로서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동시에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에 분노를 느꼈다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사회나, 정치, 경제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실제 자신이 속에 있는 현실에 대한 간극을 인지하는 순간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있으나 그러한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라 발생하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이 나라의 어른들로서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니까 실종자들을 위한 그야말로 당시에 필요했던 조치들을 취해야 했으나 그러한 골든타임을 놓친 채 무능한 정부와 그들을 보며 발만 동동 굴려야 했던 개개인들의 점차 커져만 가는 분노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생각의 끈을 따라 이어지고 있다.

 

 우린느 사회에 대한 하나의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 이상이란, 사회가 늘 내 삶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조화로운 세계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회'는 내가 그 사회에서 요구한 넋에 따라 교육받고, 공부하고, 일사고, 사회에서 지정한 적정 시기에 다라 진학, 취직, 결혼, 출산, 은퇴 등을 수행했을 때 그에 대한 당연한 결과로서 '행복한 안정'을 제공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나와 내 삶, 내가 속한 이 세계는 일치한다. -본문

 

 분노는 위험한 것이 아니다. 분노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 대한 불합치한 현실에 대한 인지를 통해서 그릇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함이며 그렇기에 정당한 분노는 우리 스스로를 바로 바라보게 하며 부당한 사회를 바른 사회로 이끌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분노는 그 잘못된 것들을 고치려고 하는 하나의 행동으로 이끌 수 있고 그 행동은 정당한 사회를 이끌게 하는 시초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왜곡된 현상에 대한 분노라든가, 특정 계층만을 향한 분노가 아닌, 그야말로 합리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야 하는데 현대 우리의 사회는 서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길거리에 늘어나는 노숙자들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고 노인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들에 대해서 젊은 이들은 외면하고 있으며 젊은 이들의 고민 중 하나인 취업이나 학업에 대한 비용에 대해서 노년층은 별다른 관심이 없이 그저 자신들만의 세대에 있는 문제들에만 치우쳐서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인지는 없이 그저 자신이 속해 있는 그 집단 내의 문제 속에서만 아우성을 치고 있고 그들만의 아우성이 나머지 세대들을 향한 분노로 치닫고 있으니, 이것은 융화되지 않은 분노이자 증오로만 변질 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개인을 통해서만 존재한다. 사회를 버린 개인들에게 사회는 결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사회는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 같은 다른 누가 만들어서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본문

 

 이렇게 함께 존속하는 사회는 개개인들의 신뢰가 뭉쳐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 속의 개개인은 그저 빠르게 흘러가는 세렝게티 위해 살고 있는 약육강식의 구도 안에서 살고 있다. 개인이 사회를 믿고 그러한 사회가 개인의 삶을 충족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사회 속에서 버둥거리고 헉헉 거리며 따라가기만을 바쁜 개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속의 괴리감을 느끼며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분노는 건강하고 정당한 것이 아닌 왜곡된 사회 속에서 발아한 불안정한 분노인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분노를 기반으로 하여 개인들은 집단화 되며 그러한 집단 속에서 극우 혹은 극좌의 형태로서 개인의 모습을 숨키고 집단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왜곡된 사회 속에서 발아한 것이기에 건강하지 못하고 또 다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분노라 점철되게 된다.

 

 극구든 극좌든 집단에 자기를 동일시하고 궁극적으로 도취와 열정을 바란다는 점에서 승리와 우월감을 통해 자기를 다시 느끼길 원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들은 에릭 호퍼가 말한 "자신과 화해한 자만이 세계에 대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라는 명제에서 정확히 동일한 거리로 동떨어져 있다. 그들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망상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본문

 

 

아르's 추천목록

 

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저


 

 

독서 기간 : 2014.05.15~05.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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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따뜻한 말 한마디
별글 편집부 엮음 / 별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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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살다보면 주저리 주저리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속의 위안보다는 별 다른 말하지 않더라도 한 번의 손짓이라든가 눈길, 단 한마디의 말에 더 많은 위안을 받는 경우들이 있다. 구태여 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넣지 않아도 그저 그 짧은 순간들로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그 순간이 주는 기적과도 같은 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이 책은 아마도 그러한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싶다.

 
 
 
 

 짧은 단문과 상단에는 영어의 원문이 함께 있는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게 되는데, 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던 그 첫 설렘이 어느새 무색할 정도로 예전의 내가 가지고 있던 원래의 내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과연 무엇을 위해 오늘을 살고 있나, 라는 반문이 들 즈음에 마주한 이 문장을 보면서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구나, 를 깨닫게 된다.



 
하늘과 땅에는 별과 꽃이 있고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어느 새 잊고 있던 따스함을 마주하게 된다.



 매일 매일의 허덕임 속에서 대체 왜 이것밖에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는가, 라는 불만을 가지게 되는 나에게 수확이 아닌 얼마나 씨앗을 심었는지에 대해서 하루를 평가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나의 하루들을 반성해 보게 된다. 그저 열매를 수확하려고만 했지 나의 앞날들에 대한 더 이상의 노력은 안했던 나에게 촌철살인과도 같은 이야기였는데 이 짧은 단상들은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게 하면서도 그 안의 상념들을 생각해보게 된다.

 

 짧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진국과 같은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내 마음속에 뇌리로 남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가끔 하루가 찌들어 있을 때, 휴식이 필요할 때 한번씩 읽어보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책이 되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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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 박범신저

 

  

 

독서 기간 : 2014.04.01~04.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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