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의 집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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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몇 페이지의 책을 넘겨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이야기가 어떠한 느낌이겠구나, 라는 것이 전해진다. 틈틈이 조금씩 읽어오던 것이 습관 아닌 습관이 되어 버린 지금, 몇 페이지가 아니더라고 몇 줄의 글만 읽어도 이 책이 나에게 쉽게 다가오겠구나, 아니면 버거운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인데 처음 마주한 누군가의 글이 몇 줄의 이야기만으로 느낀다는 것이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그들에게 외람되며 경솔한 것들이겠지만 <토우의 집>을 통해서 처음 마나게 된 권여선 작가의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내가 겪어 보진 못했지만 오래된 앨범이나 책장에서 마주한 이야기 같은 느낌이라 그렇게 속력을 내어 읽어보고 싶은 이야기로 다가왔다.

띠지에 적힌 '삼벌레고개'의 어린 스파이들이 자라는 법이라는 말만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그 아래에 적힌 '긴긴 성장통과 함께 써내려간, 고통에 관한 고백'이라는 글을 책을 다 덮은 후에 마주한 순간, ', 이것이었구나'라는 회한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아직 손떼 묻지 않은 아이들이 마주해야만 한 시리디 시린 현실 앞에서 아무말 없이 아린 가슴을 덮어야만 하는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파이가 되기 위해 주변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던 원과 은철이 왜 그들만의 고통의 방 안에서 살아야만 했을까. 좋은 스파이와 나쁜 스파이를 구분해서 복수를 해야 한다는 구실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던 꼬마 전령들이 웃는 것을 보지 못한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밤이면 동네 사내들이 술추렴을 하러 모여드는 박가네 가게 평상을 둘러싸고 기묘한 삼각편대로 자리 잡은 이들 세 사내와 어린 스파이들이, 말썽쟁이 남자들이 모두 부재하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낮 동안에 사벌레고개 중턱을 지키는 파수꾼들이었다. –본문

지금보다 더 복작거리며 수 많은 이들이 지내고 있던 동네이지만 누가 누구이며, 누구네 아들이 성공을 했다든가, 혹은 어느 집에 우마가 끼었다는 소식이 현재의 찌라시보다도 빠르게 퍼지던 마을 안에 우물이 있는 집의 계주였던 순분의 집에 사람들이 오가며 한바탕 동네의 이야기를 퍼다 다를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예전의 마을 모습들을 전해주는 것이려니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것일까. 은철의 말마따나 원의 동생 희가 나타난 순간부터 서였을까. 아니면 호기 어린 마음에 시작한 금철의 장난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순분이 떠들었던 새댁의 시누이의 슬픈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올린 탓이었을까. 우물 속의 아흔 세명의 망령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던 원과 은철의 이야기가 진정 불행의 씨앗이 된 것처럼 이들에게 드리우는 불행의 서막은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며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은철은 차창에 다가가 정면을 보고 안아 있는 원의 옆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원은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은철은 알았다. 자기가 병실에서 느꼈던 것처럼, 원도 날카로운 고통이 사방에 철장을 두른 작은 방 속에 갇혀버렸다는 것을.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그 방에 원 혼자 갇혀 있다는 것을. –본문

더 이상 혼자의 힘으로는 움직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은철은 이제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금철은 은철에 대한 사고 이후에 자신의 행실을 점차 다잡아 가고 있다. 순분은 그 동안 자신이 퍼다 나른 이야기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들이었는지에 대해 깨닫고서는 이제는 그 어떠한 이야기들을 제 입으로 전하지 않는다. 이미 세상을 떠나버린 덕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 길을 떠나면서 영과 원에게 따스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지는 모르나 그 일로 정신을 놓아버린 새댁이 다시 기운을 차려 아이들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 그 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겠지만 나는 그들에게도 희망이라는 빛이 다시금 드리울 것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열린 결말에 대해서 늘 편견어린 시선으로 불만을 표했던 나로서는 오늘의 이 이야기의 끝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에 새삼 다행이다, 란 생각을 감히 하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은 나지막한 위안이 전해질 것이다. 새로이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찬란한 봄으로 되돌아가 그들만의 방이 아닌 세상 속에 담겨 질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원과 은철,영과 금철, 새댁과 순분에게도 다시금 그들만의 봄이 전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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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성석제저

독서 기간 : 2014.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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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엠마뉘엘 베르네임 소설
엠마뉴엘 베른하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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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그 둘만의 달콤한 눈빛, 따스한 이야기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것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일반적인 커플에 대해 생각했고 당연히 그러한 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책을 펼치자 마자 옮긴이의 말이 이 소설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달콤한 말 한마디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연애소설" 이라는 이 한 줄의 이야기 속에 이 한 권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데 100여 페이지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이야기가 자칫 심심하지 않을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는 달리 그 어디서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생경한 느낌이기에 보는 내내, 이럴 수도 있구나, 라는 감탄과 동시에 그 생경함이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새롭기에 신선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진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는 서른살의 엘렌과 의사인 로익이 만나는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담겨 있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화장실에 들락거린다거나 밥을 먹다 입 안에 음식물이 끼인다거나 하는,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은 철저하게 가려진 채로 스크린 속에 등장한다면 이 '커플'이라는 소설 속의 그들은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 그러니까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전해주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엘렌을 바래다줄 것이다. 그리고 키스를 할 것이다. 그는 그녀의 볼 안쪽, 잇몸에 이어 치아로 혀를 옮기다 잇새에 낀 푸른 야채 조각을 없앨 것이다.

야채 조각은 엘렌이 커피를 마실 때 사라졌다. 그는 그녀를 바래다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지 않았다. -본문

누군가를 처음 알아가는 그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주며 엘렌과 로익의 시선에서 각자 자신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려내는 모습은, 뭐랄까. 서로 마주하며 웃고는 있지만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는데 현재 엘렌이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위해 준비하는 음식을 보면서 때론 그녀의 욕실에서, 심지어 그들이 서로 사랑을 나눌때 조차도 자신이 모르는 상대방의 모습에 대해서 망상에 빠지는 모습들은 나 역시도 누군가를 알아 갈 즈음에 이러한 상상들을 했던가, 라는 모습에 빠지게 된다.

목욕 가운 자락이 바닥에 끌리고, 소매는 로익의 손 밑으로 늘어졌다. 누구의 것이었을까? 그보다 훨씬 키가 큰 나맞, 목욕 가운의 색깔처럼 눈이 파란 남자의 것이었으리라. 아니면 왜 파란색이겠는가? 로익은 가운을 벗었다. 그는 작은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는 거실에 벗어놓은 옷가지를 집었다. 그는 후다닥 옷을 입었다. 그의 손이 약간 떨렸다. 구두끈이 잘 매어지지 않았다. 그는 엘렌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지 않을 것이다. -본문

나는 그에게 사랑이라 말하는 제스처가 상대방에게는 사랑이 아니구나, 라는 신호로 보내지는 모습들이 반복되며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특히나 로익은 엘렌의 모습 하나하나에서 자신이 곁에 있으면서도 그 뒤에 있을 누군가에 대해 상상하고 그곳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로인해 그는 엘렌이 아닌 브리지트에게 빠져드는 아슬아슬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머리 속으로 결별을 고하는 것은 수십번이지만은 그들은 아직 같은 곳에 함께 하고 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잠이 들고 함께 마주하는 일상이 반복될 수록, 동상이몽은 점차 옅어져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질 것이다. 달콤함따위는 없지만 그 쌉싸름한 것이 점차 사그라들며 뒤 이어 이어지게 될 평이한 나날들은 그 어느 것보닫 진득한 설렘의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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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열린책들 세계문학 227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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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은 것이 <노예 12>에 이어 두번째로 <데미안>로 읽은 것이었는데 처음에 읽었을 때는 조금 난해하기도 하고 어렵다고 느꼈던 것이 다시금 읽으면서 ',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생각들을 계속했던 것 같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무조건 다 이해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시달렸다면 두번째 읽으면서는 그래, 편안하게 읽어보자, 라는 생각이 아무래도 이 책을 마주하는데 더욱 도움이 된 듯 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데미안을 보았다는 아쉬움과 강박감을 떨쳐버리가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는 듯 했다. 10대의 기억들은 이제 아련하기는 하지만 그때의 선명히 남았던 기억들은 현재의 나에게 데미안을 읽는 내내 중첩되어 다가왔고 그래서 책을 보는 동안에 싱클레어의 행보들이 아련하게 다가온 듯 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며 바라보았는데, 사과를 훔쳤다는 상상에서 시작된 그의 속박은 안쓰러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삶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속박되어 가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는 듯 했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같은 느낌이 가득한 데미안을 보며 싱클레어의 삶을 마주하는 동안에 데미안이 얼마나 그의 삶에 가슴 깊이 내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한 세계는 아버지의 집이었다. 더욱이 그 세계는 훨씬 더 좁아서 원래 우리 부모님만 계셨다. 나는 그 세계의 대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세계는 어머니와 아버지라고 불렸고, 사랑과 근엄함, 모범과 학교라고 불렀다. 은은한 광채, 맑음과 청결이 그 세계에 속했으며, 다정하고 상냥한 대화, 깨끗이 씻은 손, 깔끔한 옷, 예의범절이 그 세계의 것이었다. –본문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부모님을 틀을 벗어나 새로이 마주한 세상인 프란츠를 통해서 어두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고 그 어둠 속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데미안이었는데 싱클레어에게는 데미안은 구원자와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데미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보다는 조용히 다시 부모님의 세계로 편승하게 되며 그 이후 데미안과 멀어진 다음 다시 그는 술과 함께 나락의 생활을 하게 된다.

모두가 그가 이제는 낭떠러지에 있는 것으로 보며 더 이상의 구원이 불가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조차 알폰스 베크가 들려운 야켈트 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문구점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그의 내면까지 어둠이 가득 차지는 않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데 우연히 마주한 베아트리제를 보면서 그리기 시작한 초상화가 데미안을 지나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회귀되는 것을 보면서 그가 이전의 방탕했던 삶을 청산하고서 다시 이전의 밝은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우린 슬퍼하지 않아요. 어머니, 다만 이 새로운 징조들이 무얼 뜻하는지 수수께끼를 조금 풀어 보려고 했을 뿐이예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오게 될 일은 불시에 들이닥칠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알아야 할 일을 알게 되겠죠. -본문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서 어린 싱클레어가 지금의 어엿한 청년이 될 때까지 데미안은 그의 곁에서 그가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어두컴컴한 길 위의 한 줄기 빛을 밝혀주는 조력자와 같은 일은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의 싱클레어가 완벽하게 다듬어 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혼자 나아갈 수 있기에 데미안은 그를 홀로 남겨두고 떠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홀로 남은 싱클레어도 자신이 어떠한 길을 가야할지를 알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사다난했던 유년기의 성장통은 값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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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저

독서 기간 : 2014.11.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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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미래 - 세계적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마티아스 호르크스 지음, 송휘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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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도 몇 년 전으로 거슬러가면 생소한 것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어 버렸고 그를 비롯해 다른 수 많은 기술들은 감히 따라가기에도 벅찰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자연이 나비의 성체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보잘것없는 애벌레들이어서 모든 변화, 모든 아름다움은 철저하게 파괴됨으로써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애벌레는 자신의 생물학적 주위 환경 때문에 냉정하게도 자기 자신을 먹는 건강한 생명체다. 이와 같은 욕심과 탐식은 변신의 중요한 단계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할 때에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본문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에 함께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라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는 현대의 우리로서는 변화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내고 있는데 무언가 이전과는 다르게 바뀐다는 의미의 변화라는 것을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틀이 없기에 막무가내로 모든 것들을 향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그야말로 피곤한 나날 속에 찌들어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다양한 방면으로의 변화에 대해서 전해주며 앞으로의 변화가 어떠한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체 어떻게 변화를 해야 할지 모르기에 늘 입으로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며 그 기회 속에서는 죽음과 비견될 만한 어둠과 그 곳을 통과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만약 그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면 영영 번데기 안에서 잠식해야 하기에 그는 천천히 그의 이야기에 따라 변화될 미래를 마주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경제적이나, 정신적, 일상적인 변화들은 물론 그러한 변화들이 어떻게 오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고 있는 변화가 어떠한 형태들로 나아갈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거시적인 것들도 있지만 우리의 생활 속에 담긴 이야기들도 쉬이 마주할 수 있기에 중간중간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 안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은 회복 탄력성을 말미암아 인간이 안고 있는 능력에 대한 것인데 어떠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을 말하는 회복 탄력성에 대해서 저자는 내구성을 넘어선 그 이상의 힘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 탄력성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픔, 상처들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스스로 안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그는 아프리카인들도 단순히 지난 세기의 식민주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자신들의 부정부패, 경제적 침체 등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것을 분명히 말한다. 그가 건강 제도를 개혁하려고 할 때는 먼저 관계되는 사람들 모두를 한 책상에 모은다. 그리고 전체 건강 제도의 머핏 쇼, 관청, 제약 산업, 병원 운영자, 지방 자치단체, 시민들에게 미국인들이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 의미 있는 제안들을 내놓으라고 단호하게 요청한다. –본문

 오바마의 변화에 대한 모습들을 보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왔던 것들을 쏟아 내고 있는 경험적 대통령이라 칭하고 있다. 오바마의 행보를 보노라면 그는 변화를 위해서 아이들의 교육이 얼마나 절실한지에 대해서 세상을 통해 배운 것은 물론 자신이 겪어 왔던 인종차별의 길에 대해서 그것들을 타파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으며 자신에게 드리운 책임에 대해서 방종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닌 함께 짊어지고 가되, 그 짐의 무게를 함께하는 이들과 같이 나누어 서로 책임의식을 가지고서 변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모습에서 변화를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배워 본다.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생각보다 우리네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접하는 것들이기에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에 대입해보며 책을 읽어 내려간 듯 하다. 막연하게 변화라는 단어만을 쫓아 가던 나에게 변화라는 의미가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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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기회의 대이동 / 최윤식, 김건주저


 

 

독서 기간 : 2014.1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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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라면 날 사랑하겠어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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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해 언급 하기 전에 두 시 탈출 컬투쇼를 들었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의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라디오 방송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그저 시끄럽다 였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언뜻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 이 방송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라며 다른 채널로 주파수를 돌려 듣곤 했다. 그렇게 컬투쇼 방송과는 전혀 마주칠 일이 없다가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어쩌다 베스트 사연들이 모아져 있는 방송을 듣게 된 날, 고요하던 전철에서 혼자 박장대소를 하고 난 이후부터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이 라디오를 한동안 계속 듣곤 했었다. 빠져봐야만 그 맛을 안다는 컬투쇼에 나는 뒤늦게 풍덩 빠져든 것이다.

 앞의 설이 길었던 이유인 즉, 이 책 역시 컬투쇼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 전철이든 기차든 가리지 않고 혼자서 피식하고 웃게 되고 때론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주변 이들의 눈총을 받게 하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쩜 이런 일들이 저자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그의 인생 자체가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킥킥 거리며 책을 읽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깨달은 바가 있으니, 나에게 똑 같은 일이 생겼다면 나는 그저 짜증나는 순간, 혹은 그저 일상 속의 지나가버릴 조각 쯤으로 여겼던 것이라면 그는 언제나, 늘 유쾌한 시선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쾌남의 이야기는 청자로 하여금 웃지 않을 수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고 있어 그 이야기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하루빨리 예의 바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자친구를 데리고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 치커리 살라미를 몇 조각 그의 빵에 억지로 얹어 줄 그날을…… 그가 정말 맛있어요 비슷한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소시지는 몽땅 그의 차지가 될 것이므로. -본문

이미 연인으로서의 연은 다 옛일이 되어버린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그가 치커리 살라미를 맛있게 먹어주는 유일한 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동네의 정육점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이 살라미를 주문하고 친히 그의 집 앞에까지 배달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살라미를 만드는 정육점 직원에서부터 배달하는 택배 기사, 심지어 이 살라미의 수신인으로 되어 있는 저자마저도 살라미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맛있어요라고 예의상 내뱉은 한마디가 그로 하여금 고역의 살라미를 매달 받게 하는 운명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이 고역을 언젠가 마주하게 될 딸의 남자친구에게 전해줄 것을 생각하며 오늘을 버티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다녀오기까지 경찰이 출동해야 할 만큼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지만 다음 타자를 위해서 아이들이 너무 착하더라고요라고 말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그 당당함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우리는 딸을 진정시키고 어서 가서 다시 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부모가 야밤에 소리 죽여 욕을 하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며, 다들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니 이해하라고 말한다. 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마디 질문을 더 던진다. “근데 뭐 태워? 아까부터 화재경보기가 계속 울리던데.” –본문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알람 소리를 찾기 위해서 온 집을 뒤진 결과 딸이 일어나서 던진 한마디로 사건은 종결되게 된다. 그 진위를 찾기 이전까지 번잡스러웠던 시간들을 그가 미화시킨 것은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황당했을 이 이야기마저 듣는 이로 하여금 하나의 에피소드로 변모시키는 그는 틀림없는 재간꾼 인 듯 하다.

 별 다른 근심 없이 지내는 듯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새 나도 피식하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무언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며 현실을 잠시 있는데 괜찮을 책인 듯 하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다 보면 중간중간 주변이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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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 / 호어스트 에버스저


 

 

독서 기간 : 2014.08.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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