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라면 날 사랑하겠어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이 책에 대해 언급 하기 전에 두 시 탈출 컬투쇼를 들었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의 청취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라디오 방송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그저 시끄럽다 였는데 시끄럽기도 하고 언뜻 들으면 싸우는 것처럼 들리는 이 방송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 라며 다른 채널로 주파수를 돌려 듣곤 했다. 그렇게 컬투쇼 방송과는 전혀 마주칠 일이 없다가 주변 지인들의 추천으로 어쩌다 베스트 사연들이 모아져 있는 방송을 듣게 된 날, 고요하던 전철에서 혼자 박장대소를 하고 난 이후부터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이 라디오를 한동안 계속 듣곤 했었다. 빠져봐야만 그 맛을 안다는 컬투쇼에 나는 뒤늦게 풍덩 빠져든 것이다.

 앞의 설이 길었던 이유인 즉, 이 책 역시 컬투쇼와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책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 전철이든 기차든 가리지 않고 혼자서 피식하고 웃게 되고 때론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주변 이들의 눈총을 받게 하는 책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쩜 이런 일들이 저자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에 그의 인생 자체가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킥킥 거리며 책을 읽어 내려가다 어느 순간 깨달은 바가 있으니, 나에게 똑 같은 일이 생겼다면 나는 그저 짜증나는 순간, 혹은 그저 일상 속의 지나가버릴 조각 쯤으로 여겼던 것이라면 그는 언제나, 늘 유쾌한 시선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쾌남의 이야기는 청자로 하여금 웃지 않을 수 없는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고 있어 그 이야기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이 하루빨리 예의 바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남자친구를 데리고 올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이 치커리 살라미를 몇 조각 그의 빵에 억지로 얹어 줄 그날을…… 그가 정말 맛있어요 비슷한 말을 내뱉는 순간, 바로 소시지는 몽땅 그의 차지가 될 것이므로. -본문

이미 연인으로서의 연은 다 옛일이 되어버린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그가 치커리 살라미를 맛있게 먹어주는 유일한 팬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동네의 정육점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이 살라미를 주문하고 친히 그의 집 앞에까지 배달을 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 살라미를 만드는 정육점 직원에서부터 배달하는 택배 기사, 심지어 이 살라미의 수신인으로 되어 있는 저자마저도 살라미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맛있어요라고 예의상 내뱉은 한마디가 그로 하여금 고역의 살라미를 매달 받게 하는 운명으로 만들었는데 그는 이 고역을 언젠가 마주하게 될 딸의 남자친구에게 전해줄 것을 생각하며 오늘을 버티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수영장을 다녀오기까지 경찰이 출동해야 할 만큼 파란만장한 일들이 있었지만 다음 타자를 위해서 아이들이 너무 착하더라고요라고 말할 줄 아는 센스를 지닌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그 당당함에 발목이 잡히는 순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우리는 딸을 진정시키고 어서 가서 다시 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부모가 야밤에 소리 죽여 욕을 하면서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며, 다들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니 이해하라고 말한다. 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마디 질문을 더 던진다. “근데 뭐 태워? 아까부터 화재경보기가 계속 울리던데.” –본문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알람 소리를 찾기 위해서 온 집을 뒤진 결과 딸이 일어나서 던진 한마디로 사건은 종결되게 된다. 그 진위를 찾기 이전까지 번잡스러웠던 시간들을 그가 미화시킨 것은 아니겠지만 그에게는 황당했을 이 이야기마저 듣는 이로 하여금 하나의 에피소드로 변모시키는 그는 틀림없는 재간꾼 인 듯 하다.

 별 다른 근심 없이 지내는 듯한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새 나도 피식하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온다. 무언가 복잡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며 현실을 잠시 있는데 괜찮을 책인 듯 하다. 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다 보면 중간중간 주변이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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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이 아니지 / 호어스트 에버스저


 

 

독서 기간 : 2014.08.23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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