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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라면 '기욤 뮈소'라는 이름이 낯설지 만은 않을 것이다. 가독성 하나 만큼은 뛰어난 이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얼마 전이었는데 이제는 그의 작품들의 반 이상은 읽어 본 듯 하다. 펼치기만 하면 읽어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이니 말이다.
이번 작품 역시 '기욤 뮈소' 라는 이름만으로 당장에 들어올린 책이었는데 이번 책은 뭐랄까. 로맨스 같으면서도 스릴러 같기도 하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7년 후의 느낌이 혼합되어 있는 느낌이다.
영화 <동감>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듯한 이 이야기의 시작을 보면서 뭔가 달달한 로맨스가 시작될 거라 믿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사랑하던 아내를 잃은 매튜 앞에 나타난 와인감정사 엠마 사이의 소통의 장이 이어갈 수록 그들이 다시 만나 무언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날짜만 이상한 게 아니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로뮈알드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두 경우 모두 출발점과 도착점이 동일해요. 2011년에 동시에 보낸 메일이 2010년에 같은 컴퓨 터에 도착하고 있다는 거죠." -본문
달콤한 그 무언가의 시작은 갑자기 기묘하게 꼬여간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현재가 각각 2011년과 2010년이라는 1년의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진실이었으며 매튜와 엠마 사이의 현상은 과학을 넘어 그 어떠한 것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한 때는 엠마의 노트북이었던 것이 지금은 매튜의 손에 들어와 있고 그 노트북이 이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1년의 시간을 넘어서 말이다.
롤러코스트를 탄 것 같은 느낌이라든가 이 책을 펼친 순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을 거라는 감상평을 보면서 마케팅 상의 이야기도 있겠거니, 라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책을 읽어가는 순간 이들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이야기의 전개를 가늠하고 있던 찰나 이야기는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전환됐으며 새로운 장면의 등장은 어색하거나 낯설기는 커녕 점점 심장을 조여오면서 그 다음 페이지를 향해 손이 자동으로 움직이게 했다.
3. 오늘, 2011년 12월에 내가 엠마라는 여자와 접촉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엠마는 죽었으니까.
4. 그렇지만 반대의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매튜는 한 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집중했다. 엠마가 원한다면 '2010년 엠마'는 언제든지 비행기를 타고 보스턴으로 날아와 '2010년의 매튜'를 만날 수 있다. 과연 엠마가 그렇게 하고 싶을까? 그가 보낸 메세지에 대해 묵묵부답인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본문
누군가는 미래에 누군가는 과거에 존재하고 있다. 미래에 있는 누군가는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고자 했으며 과거에 있는 엠마는 과연 자신이 이 이야기 속의 마치 브루마블의 '말' 처럼 매튜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매튜가 가진 그 완벽한 가정을 엠마도 꿈꾸고 있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 그리하여 언제나 환하고 따스함 속에 자신이 속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녀의 지난했던 과거를 들추게 할 수록 그녀는 매튜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사실 엠마가 이메일을 통해 만났던 2011년 매튜는 부인과 사별한 상태였기에 그 바람이 가능할 지 몰랐다. 하지만 2010년의 매튜는 너무나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 속의 주인공이었다.
신문 봤죠? 우리 이제 어떻게 하죠? -엠마
엠마의 질문이 머릿속에서 메아리 쳤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죠?'
매튜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최소 두 명이라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그때 갑자기 놀라운 생각 한 가지가 가슴을 쳤다. 엠마가 메일을 보낸 시점으로 계산해보면 케이트가 살아 있던 때였다. -본문
과연 엠마는 메튜의 가정에 파탄을 놓는 것일까? 아니, 그녀의 욕망이 아니었다. 이 모든 판의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내내 어떻게, 감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라는 생각에 가슴이 조여왔다. 초반의 조바심은 두근거림이었다면 후반의 두근거림은 분노를 넘어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일까? 하는 배신의 두근거림이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속임수에 불과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본문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는 것들을 알고는 있었다지만 과연 이렇게 끔찍한 전모를 꾸밀 만큼이나 인간의 욕망이 대단한 것일까. 누군가를 살리고 죽이는 것이 과연 한 사람의 바람으로 가능한 것일까. 그리하여 타인의 것을 앗아서라도 내 것을 취할 수 있다면 과연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질문들을 남기고서 2011년도는 다시 도래했고 초반과 결말의 데칼코마니와 같은 반복이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첫 장의 엠마와 매튜는 서로를 모르는 사이었지만 이제 엠마는 그를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매튜도 그를 알아보고 있다.
이 모든 난황을 겪은 그들이 어떻게 될지는 책을 읽은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결말일 것이다. 어찌되었건 결말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다. 과연 지금 당신의 곁은 안전하다고 믿는가. 다만 이 모든 것들이 소설이길 바랄 뿐이다. 아니, 소설이여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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