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연애 - 서가에서 꺼낸
문아름 지음 / 네시간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연애는 감정이었다가 경험이었다가 일상이었다가 책이었다가, 라는 부제로 쓰인 이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왠지 모르게 이 책의 느낌이 좋았다. 책과 연애하는 것처럼 어딜 가든 가방 안에 2권 씩의 책을 넣어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된 나로서는 그야말로 책이 남자친구인 냥 애지중지 하고 있으니 책과의 연애라는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렸다.

물론 책을 들고 다니며 보는 것을 좋아하기는 한지만 어쩐 일인지 단 한번도 책과 연애를 연계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런 로맨스를! 이라며 꿈꾸기는 했으나 책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꿈꾸거나 혹은 연애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책에서 그 답을 구하려 한 적은 없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에 휘청거리듯 어찌할 바를 모를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재단하고 맞춰보려 하는 편인데, 내가 밖으로 나돌며 목적지도 없이 빙빙 돌고 있을 때 저자는 책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다.

연애와 책을 함께 접목시켜서 보진 않는다고 하지만 연애를 하는 내 모습과 책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 그 안에 저자와 동일하게 오독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린 라이트가 켜지는 순간이라 믿었던 나날들은 때로는 서로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작가는 A를 의도하고 쓴 문장들을 보며 나는 Z를 꿈꾸고 있으니 그야말로 오독의 난황인 것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 읽는 모든 텍스트는 두근거림으로 바뀌었고, 섣불리 읽기 어렵다는 책을 내 멋대로 바꿔 생각하며 책이라는 바다를 여행했다. 오독의 즐거움.

연애를 하며 내 안에 어떤 감정들이 있는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던 사람들은 그제야 책 속에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바다를 만난다. 아마도 그 학자나 작가를 연구하거나 좀 안다 싶은 선생님들의 눈에는 큰일 날 독서였을지 모르겠다. 작가가 낸 물길과는 영 딴판인 어느 곳에 독자가 멈춰 서 있으니. 그러나 때때로 오독은 진실이다. –본문

연애든 책이든 그 안에 있을 때에는 그것이 오독인지도 모르고 지나치며 내가 보고 싶은 것들만 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오독에 대한 편견이나 자책보다는 오히려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저자의 연애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연애마저도 달콤할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은 연애든 인생이든 그 무엇에서도 그만의 즐거움을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듯 하다.

사랑이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이야기와 사랑을 하려면 그 본원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에리히 프롬을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하나를 바라보면서도 이토록 다른 두 명의 저자를 보면서 왜 이 모든 것들이 또 하나하나가 주억거리게 되는 것인지. 무릇 사랑이라는 것은 달콤한 그 한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외로워지는 이유 :

절대로 나는 너 일수 없고, 너는 나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 깨달아 버린다. ‘연인이라는 이름은 생각보다 헐겁다. –본문

이 책은 포르노예요라고 설명하는 <파멜라>라는 책을 보면서 대체 무슨 책이길래 이런 설명을 한담, 하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당시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서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는 이별 후의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또 먹먹해지곤 한다.

그러니까 저 문장은 내가 누군가를 설명할 때 "재는 같은 과 남자애야" 라는 간단한 설명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서 "재는 좀 재수 없긴 하지만 저번에 맥주 마실 때 보니까 사람 이야기를 들을 줄 알더라고. 좀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남자애는 그때 그냥 졸렸던 것 일 수도 있다. 멋대로 해석하면서 독서는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꺼내기 전에 나는 두근 거린다. 본문

누군가를 만나든 어떠한 책을 보든 모든 판단은 '나'라는 사람을 기반으로 하여 시작되게 된다. 원래의 모습이 '나'라는 여과지를 건너면서 보여지는 그 다채로운 모습은 때론 그것이 오독이라 할 지라도 일단 마주하는 것이 지나치는 것 보단 낫지 않을까.

시원스러운 문체와 거침 없는 글담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수록 지금의 그녀와 동일한 이 습관이 잘하고 있는 거라는 나름의 위안이 되고 있다. 마구잡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엉뚱하기도 한 이 독서가 그녀를 이토록 매혹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으로 보아 한 동안 나도 그녀처럼 오독을 계속 해보려 한다.

아르's 추천목록

 

『서가의 연인들』 / 박수현저

 

독서 기간 : 2013.12.19~12.2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