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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의 민주화의 상징이라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은 애도의 물결을 표하며 거리로 향했으며 그 인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청났다고 한다. 연일 신문이며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니 그 이전에도 책을 통해서 간략하게 그에 대한 내용들을 접하면서도 별 다른 생각들은 해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남아프리카의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문구를 보면서도 그 ‘최초’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인지하는 대도 한참 걸렸던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그들이 나라인 아프리카에서 대체 흑인대통령이 왜 최초로 탄생되어야 했는지, 그 최초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인종차별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이겨내야 했는지 등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나는 그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순간이었지만, 더 이상 그의 삶을 그저 관망하는 것은 지금이 마지막이고 싶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숫자들을 보면서 파본인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알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는 이 기록들은 하단의 주석을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는데 그야말로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기록해 놓은 것들이었다.
연도 뺄셈 세 개에서 첫 번째 “28”은 넬슨 만델라가 감옥에 갇여 했던 총 햇수이고 두 번째 “44”는 그가 처음 감옥에 갇혔을 때의 나이며, 세 번째 “72”는 그가 마침내 감옥에서 풀여났을 때의 나이다. (출처: <자유롭게 향한 머나먼 길>의 속편으로 쓴 미완성 원고) –본문
한 아이가 태어나 소년을 넘어 장성한 청년이 되고도 남을 시간을 고스란히 비좁은 감옥에 수감되어야 했던 그는 죄수 466/64번이 되어서도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와 뜻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았으며 결국 그를 이 감옥 안에 투옥시킨 이들을 원망 대신 변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 만델라의 삶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류 없는 인간이 거둔 필연적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건 사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는 변화가 어려워 보이는 시대에, 우리의 대립과 우리의 불완전함이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서로 책임지지 않는 쉬운 길로 가도록 유혹하는 시대에 봉착해 있다. 만델라도 그런 시대에 봉착했었다. 그러나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로벤 섬 감방에서도 그는 더 나은 미래를, 희생할 가치가 있는 미래를 보았다. 복수를 하고 싶은 유혹에 부딪혔을 때에도 그는 화해의 필요성을, 원칙이 한낱 권력보다 우위에 있음을 보았다. –본문
28년이란 시간. 이렇게 글자로 쓰고 읽기에는 별 거 아닌 시간이지만 내 인생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시간 동안을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고자 했던 열망 하나 때문에 고스란히 갇혀 지내야 했다니. 역사를 고스란히 바꾼 이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이 책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세상의 변화를 위해 온 몸으로 희생했던 넬슨 만델라는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친근하면서도 그의 모든 것들이 여과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의 삶처럼 28년의 어둠 뒤에 5년의 찬란한 빛이 있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속삭이며 이 길을 갈 텐가? 라고 묻는다면 과연 나는 YES라고 답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만 계속해서 되뇌게 된다. 아니, 만약 그 길을 어떻게든 가게 되었더라면 나는 어떻게든 그들에게 이 모든 고통의 빚을 고스란히 돌려주려 아등바등 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괴물이 되어버렸을 28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오롯이 빛의 시간으로 보내왔으며 그 험난한 시간을 진귀한 시간으로 장본인이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도 겸손하게 웃고만 있었다.

세상에 폭력적인 사태로, 무구한 흑인들의 유혈과 그들을 향한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그는 이 모든 사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비폭력을 전술로 생각했어요. 상황이 우리에게 비폭력을 써야 한다고 하면 그럴 것이고, 상황이 우리에게 비폭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면 그럴 것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족장이……. 무력투쟁에 반대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실제로도 아주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설득했지요……. –본문
비폭력으로 모든 것을 진행하려 했던 초반의 생각들이 그들이 처해있던 상황 속에서 모든 것들 것 변모하게 만들었고 과격해지는 진압 속에서 정의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외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세상을 바뀐 위대한 성인으로 기록되기 이전에 그도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으며 아이들의 아빠인, 우리와 같은 평범한 가정 속의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평범한’이라는 단어 대신에 흑과 백의 공존을 위한 스스로의 길을 찾아 갔으며 그로 인해 그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끝내 모두 이룰 수가 없었다.

가히 글로 읽으면서도 이 모든 것들의 고스란히 겪어 오신 분이라는 것이 믿어 지지가 않았다. 한 인간으로서 과연 그는 어찌하여 이 고통스러운 길을 걸어가는 것을 선택했던 것일까.
모두가 말하는 그 정의라는 두 글자의 이름과 평등이라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향했던 지지와 열정은 물론이고 그에게 향했던 모든 반대 세력들마저도 아우르던 그는 표지 속 모습과 같이 더 없이 인자하고 자혜로운 분이었다.
그리하여 그를 떠나 보내야 했던 그 순간 지구상의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것을 책을 덮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저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라는 부고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만 해도 ‘그러했구나’ 라는 생각만을 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넬슨 만델라는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자연스레 머리가 숙여질 수 밖에 없다. 세상의 큰 별이 졌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이제서야 그를 알았다는 것이 송구스럽지만 앞으로도 그의 가르침을 오랜 동안 기억하며 그의 정신을 따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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