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삶은 죽음을 앞두고 더욱 빛나는 것인가.

이사카 고타로의 <사신 치바>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치바'는 사신(死神)이다. 그가 관찰을 요구받은 사람들은 일주일간의 심사기간을 거쳐 '가(可)' 판정을 받는 경우 죽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은 '병사'나 '자살'이 아닌, 자신의 수명보다 먼저 찾아오는 뜻밖의 죽음이다. 사실 관찰과 판정은 거의 형식적인 절차이며 대부분은 결국 '가' 판정을 받게 되지만.

<사신 치바>는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치바는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성별이 바뀌지는 않는다.) 담당하게 된 사람을 만난다.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치바의 등장은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정보부(자세히 묘사되지는 않는 조직이다)에 의해 그 시기와 상황에 맞는가장 적절한 모습으로 분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신은 곧 죽음을 맞이할 인간들을 위해 그들이 자신의 삶을 멋지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많은 사신들 중 오직 치바만 그런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심각하거나 비장하지는 않다. 최근 일본 소설들의 트렌드이기도 하고, '쿨한 감성의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의 작품 성향이기도 하다. <러시 라이프>에서 인생은 풍요로운 것이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것 처럼 <사신 치바>도 마찬가지로, 비록 죽음이 곧 닥칠지라도 내 앞에 놓여 있는 인생과 삶은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감동적'이라 할만한 장면들을 치바는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사신들은 인간의 죽음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치바의 눈과 입을 빌려 이러한 냉정할 만큼 무덤덤한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죽음'은 그다지 슬프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삶'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냐이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소설속의 말 처럼 '인생은 관 뚜껑이 덮일 때까지 행복했던 것인지 불행했던 것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사신 치바>는 내가 읽은 같은 작가의 다른 두 작품인 <러시 라이프>와 <칠드런>에 비하면 평범한 소재와 익히 들어본듯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도 잘 짜 맞추어 놓는다면 비범하고 신선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의 구성 능력 덕이 아니겠는가. 이사카 고타로는 독특하고 교묘한 구성의 작품들을 생산해 내는 작가다. 또한 그의 작품들의 구성은 서로 비슷한듯 다르다.

<러시 라이프>는 3인칭 작가의 시점으로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5개의 사건들을 서술한다. <칠드런>은 한 사람의 주인공을 지켜보는 각기 다른 1인칭의 관찰자들이 챕터별로 등장하는 연작 소설이다. <사신 치바>는 1인칭 주인공이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상대방을 만나는 연작 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들은 독립적이라 믿었던 에피소드들의 절묘한 연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러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갖는 연결의 강도가 다르고, 작가의 의도를 내 비치는지, 은닉하는지의 여부도 각각 다르다. 이러한 다름이 서로 엇비슷하게 보이는 작품의 구성을 천편일률적이지 않게 하는 이유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들이 '출간 러시'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갑작스레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런 출간 러시가 타당하게 느껴질 만큼 각각의 소설들이 일정 수준이상의 품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사카 고타로는 나의 또다른 '보증 수표'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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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hand 2006-07-09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야심한 시각에 답글을.. ^^
근데 갑자기 올 한 해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식상해 질 가능성도 조금 있지 싶습니다. -_-a

상복의랑데뷰 2006-07-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식상해지거나 붐업되거나 둘 중 하나겠죠 ^^;

물만두 2006-07-0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가에게 작품마다 보여주는 꾸준한 패턴이 맘에 들더군요. 그것을 식상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이 좋은 작가라 생각됩니다^^

oldhand 2006-07-1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 님 / 꾸준한 3할 타자는 가능할 것도 같고.. 너무 시류에 편승한 물밀듯한 출간러시가 아닌가 싶구만.
물만두 님 / 구성 능력과 마무리 솜씨가 좋은 것 같아요. ^^ 물론 지루하지 않게 간결하게 써 나가는 능력도..

로드무비 2006-07-1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적이라 믿었던 에피소드들의 절묘한 연결이라는 공통점,이라굽쇼?
제가 그런 것 좋아하는데.ㅎㅎ
삼월은 붉은 구렁을 재밌게 읽었어요.
이사카 고타로도 도전해 봐야겠군요.^^

oldhand 2006-07-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세편의 소설 중에 '러시라이프'는 이 에피소드들은 서로 연관된 것이라는 것을 노골적으로 암시하고 있구요, '칠드런'과 '사신 치바'는 은근슬쩍 연결시키는 방식입니다.
 
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것은 자기 중심적으로(혹은 나에 빗대어) 생각하기 마련인게 인지상정이다. 그 중의 한가지가 세상 유명 인사들의 나이와 자신의 나이를 비교해 보는 것.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도 내 또래나 나보다 어린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이미연'이 동갑이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었는지. (대학 입시철 당시 이미연의 지망 학교가 초미의 관심이 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워낙에 고등 학생 스타들이 많아서 이런일은 없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대머리가 다 된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나 40대 용모의 루이스 피구가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기도 하며, 20대 초반의 젊은 연예인들이 나와 몇살 차이나 나는지 헤아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돌려 '작가'나 '문인'들의 나이를 확인하다 보면 나는 아직도 내가 젊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다. 인생의 경륜과 경험이 이들에게는 큰 자산이기에 어린 나이에 문명(文名)을 크게 날리는 일은 쉽지 않은가 보다.

<러시 라이프>의 작가이자 일본은 물론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인 이사카 고타로는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이다. 즉, 문단에서는 아직 젊은 신진 작가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 달 사이에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작가의 책이 세 권이나 출간되었다. 그만큼 출판 기획자들의 구미를 끄는 작가인 모양이다. 아직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의 작품세계와 그 근간을 이루는 주제의식들을 미처 알 수는 없지만, <러시 라이프> 한 권만으로도 이 젊은 작가의 재기 넘치는 상상력과 간결하면서도 촌철살인한 글 솜씨를 충분히 맛 볼 수 있었다.

<러시 라이프>는 젊은 작가가 말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쳇바퀴 돌듯한 단순한 삶을 하루 하루 살아간다. 그러나 단조로운 그들의 삶에도 전기(轉機)가 마련되는 중요한 순간들이 반드시 있을 터. 각기 다른 삶을 사는 네 명의 주인공이 그 터닝 포인트를 어떻게 맞이하는지를, 그들의 하루를 확대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단순하게 보여주기만 해서는 재미가 없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가이 리치의 영화나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 처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센다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병치되어 진행이 된다. 미스터리 작가인 S. 밸린저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플로팅 기법이다. 기차의 선로마냥 평행하게만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절묘하게 맞물리게 된다. 그것도 두, 세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네 명의 각기 다른 하루, 그리고 이야기의 처음과 중간, 끝부분에 등장하는 젊은 화가와 부유한 화상(畵商)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섯개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철학이 있는 절도범 구로사와, 신흥 종교에 심취한 대학생 가와라자키,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교코, 재취업 도전 40연패(連敗)의 암울한 실직자 도요타. 센다이 시에 사는 이들 네 사람은 같은 장소를 지나기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그들의 하루를 보낸다. 과연 그 하루 동안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이며, 그들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일까.

플로팅 기법을 쓰는 영화나 소설은 대개 독립적으로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서로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객이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독자는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말 뛰어난 작품은 결말만을 위해 치닫는 파노라마식 내용이 아니라 그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러시 라이프>는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결말을 궁금해 할 틈도 없이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정신 없이 몰입하게 한다. 네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하나 하나 만으로도 훌륭한 소설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착착 아귀가 맞물리는 순간에 또 한번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모든 톱니 바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그 순간 작가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러시 라이프(Lush Life). 돌고 도는 인생이다."라고.

인생에 대한 평범한 진리로부터 이렇게 정신없이 재미있고 멋진 이야기를 창조해 낸 작가에게 기립박수를 보낸다.


덧글 하나. 작가는 친절하게 복선을 여러 군데에 걸쳐 제시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이 이야기의 구조가 어떤 방식인지 알아 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알아챈다고 해서 그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지만.

덧글 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코의 인물 묘사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인텔리한 직업을 가진 교코는 너무나도 판에 박은 듯한 '성질 나쁘고 짜증을 유발하는, 제멋대로인 어리석은 여성'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가장 구태의연한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또한, 제멋대로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버릇 없는 인물이 대개 '여성'으로 묘사되는 것은(그것도 남성 작가에 의해) 유감스러운 일이다. 신경과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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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6-06-06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뜨는 작가에 번역자가 양억관이라, 음, 역시 대어를 놓치지 않는군요-_-;; 도서관에 신청해야겠는 걸요.

oldhand 2006-06-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초에 소개되었던 동작가의 '칠드런' 번역자도 양억관씨더군요. 대어를 미리 알아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6-0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신 치바도 평이 좋던데요.

oldhand 2006-06-06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 할 책은 점점 늘어나고..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로드무비 2006-06-0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립박수라니!
흥미가 물씬 생겨버리네요.
보관함에!^^

oldhand 2006-06-0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가 되면 일독해 보세요. 재기 넘치는 소설입니다.
물론 제가 추리소설 이외의 소설에는 문외한인지라, 공신력은 없습니다. 하핫.
 
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의 원제는 'Derailed'이다. 열차가 궤도를 벗어나는 사고 등을 일컫는 단어다. 그러나 번역된 제목인 '탈선(脫線)'은 보다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다.

평범한 가장이자 전형적인 중산층 백인인 찰스는 어느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통근기차를 타게 되고 그야말로 "우연히" 한 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탈선"은 시작된다. "탈선 중년"이 된 찰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일탈의 욕망은 어느덧 현실이 되었다.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딸, 결혼 18년 째 권태로운 일상의 아내, 그 가운데 은밀한 만남이 주는 짜릿함과 가슴떨림을 선사하는 그녀. 그러나 이내 다소 순진하고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시작했던 찰스의 '탈선'은 걷잡을 수 없는 삶의 '탈선'을 부른다.

스릴러 소설은 큰 범주에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것 같다.

액션 스릴러와 심리 스릴러.

큰 스케일과 복잡한 음모, 호쾌한 모험이 어우러지는 박력 만점 남성이 펼치는 액션 스릴러에 반해 심리 스릴러는 일상적인 소재,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서스펜스는 독자의 감정 이입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리라.

박진감 넘치는 총격전이나, 동서방을 넘나드는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는 독자는 소설 속에서 3인칭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그 소설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일지라도 말이다. 주인공의 삶과 운명이 나와는 먼 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저 독자는 한 편의 스펙터클한 구경거리를 감상하는 타자(他者)의 입장이 된다.

그러나, 일상속에서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릴러 소설에서 독자는 오히려 더 강렬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이 바로 지금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독자와 주인공의 거리가 좁혀지는 이 순간이 바로 소설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순간이다.

제임스 시겔의 <탈선>은 화려한 액션이나 큰 스케일의 복잡한 구성 등을 배제하고 일상적이고 소소하기까지 보이는 단순한 일련의 사건들로 소설을 이끌어 나간다. 바로 이런 평범하게 보이는 사건이야 말로 독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아니겠는가. 평온하고 무미 건조하기까지 한 궤도 열차가 철로 위에 놓여진 작은 돌멩이 하나에 탈선하여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결한 대화체 문장과 주인공의 독백은 독자의 감정이입에 힘입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 처럼 화끈하고 대범하지 못한, 어려움에 부닥칠때 마다 소심하게 에둘러가려 하는 찰스의 모습에 독자들은 답답해 하면서도 더욱 서스펜스를 느끼게 된다. 바로 그런 소심한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소설의 이야기를 반추해 보면, 이 소설의 소재가 얼마나 구태의연하고 흔하디 흔한 소재인지를 새삼 느끼고 허탈해 할 수 있다. 온갖 드라마나 사건 실화 등등의 프로그램에서 수없이 접했던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미처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수 없었다. 나는 어느새 주인공 찰스가 되어 이 난감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탈선>은 '정신없이 읽히고 부담없이 읽는다'는 현대 엔터테인먼트 문학의 본령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속된 말로 '재밌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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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5-30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거 여기와서 80% 세일 하드커버로 구입해서 침대 옆에 언제라도 읽을 수 있게 올려두고 있어요. 지금은 한참 울리치에 빠져 있는 중. 아, 그리고, 오늘 후더닛?에서 혹시나 하고 JJ 메릭 물어봤다가 한 스무권쯤 있는걸 보고, 일단 세권만 더 사와봤어요. 알고보니 엄청 다작인 작가더군요. 이렇게 부지런히 사도 되는가 모르겠지만 -_-a 주인 아저씨랑 드디어 말을 텄는데, ( 디스카운트도 험험) 이름은 헨리. 헨리는 챈들러 팬인데, 꼬임에 넘어가 겨우 4챕터 쓰고(20분의 1이나 되려나;;) 나머지는 로버트 파커가 썼다는 푸들 스프링스를 사고 말았습니다. 저보고 미스테리 서점 할 생각 없냐고 그러더군요;; 울리치 책들은 상태 별로인데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래도 갈때마다 한권씩 블랙시리즈 모아보려구요.

아, 근데, 전 '재미있으면 그만' 인건 별로인데, 흐음. 그런가요. 이 책?

oldhand 2006-05-3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원서로 사서 읽을 만큼 심오한 책은 아닌것 같기도 하구요. 딱 재밌으면 그만, 거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근데 그 재미는 제법 탁월한 편이구요.
JJ 메릭 책은 기데온 시리즈겠죠? 읽고 리뷰해 주세요. 저는 그저 리뷰 읽고 침만 흘리렵니다. 여담이지만 한때 제 영문 이름이 '헨리' 였다죠. 흐흐.

물만두 2006-05-3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죠.

하이드 2006-05-30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4불 좀 못주고 샀으니, (여기선 번역본구하기도 비싸고) 심오한 이유로 원서 산건 아니구요 ^^a 네, 기데온 시리즈요. 방화마가 좋아서, 막 원서산다고 난리 쳤더랬잖아요. 이렇게 직접 서점가서 사니 감개무량입니다.

oldhand 2006-05-3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러코스터, 정말 정신없죠? 아무래도 주인공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면이 많은 남자 유부남 독자인 저에게는 감정이입이 더 손쉬웠던 것 같아요. 하핫.
JJ 메릭은 어떻게 국내에 더 소개될 여지도 없는것 같아서 안타까울 뿐이죠. 하이드 님이 돈 벌어서 출판사 차리기 전에는. ^^

상복의랑데뷰 2006-05-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스릴러는 아이리시의 장기가 아닐런지 ^^

로드무비 2006-05-3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리 스릴러라니 구미가 당기는군요.
출근하다가 어딘가로 떠나는 이야기 저도 좋아합니다.^^

oldhand 2006-06-0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 님 / 아이리시에 비할 수야 있을까? 하하.
로드무비 님 / 출근하다가 어디로 떠나긴 하는데요, 몸이 떠나는게 아니라 삶이 딴길로 새는 이야기 입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6-0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님, 축하드립니다. 으하하하핫!

oldhand 2006-06-0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부끄 부끄.
 
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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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을 1권으로 셈했을 때,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은 작품이 번역된 미스터리 작가는 당연히 애거서 크리스티다. 크리스티의 모든 작품을 손쉽게 구해볼 수 있다는 그 점 만으로도 우리나라 미스터리 독자들은 큰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2등은 누구일까? 몇몇 작가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어쭙잖은 지식으로 꼼꼼이 따져보아야 승부가 가려질 것 같다. (참 별걸 다 따져본다.)

전 작품이 번역된 코난 도일은 기껏해야 9권으로 탈락, 역시 전 작품이 12권 밖에 되지 않는(그나마 모두 나오지도 않았다) 반 다인도 탈락이다. 작품수가 적은 챈들러도 마찬가지. 많은 작품을 썼지만 10권 내외만 번역된 상태인 존 딕슨 카도 탈락이다. 같은 맥락에서 E.S. 가드너와 렉스 스타우트 역시 탈락.

모리스 르블랑은 뤼팽 전집 20 권으로 일단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만 하다. '미스터리의 왕'으로 불리우는 엘러리 퀸이 시그마 북스로 나왔던 20권 + DMB의 <꼬리 아홉 고양이>로 21권, 르블랑을 제친다. '미스터 베스트셀러' 로렌스 샌더스도 드문 드문 나왔던 맥널리 시리즈, 대죄 시리즈, 계명 시리즈, 기타 단행본 등을  모두 합해봐야 15권이 채 되지 않아 보인다. 일본 작가들 중에 가장 많은 작품이 번역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쓰모토 세이초 역시 10권을 크게 넘을 것 같지는 않다.

숨어 있는 다크호스는 이미 눈치채고 계시듯 앨리스 피터스. 캐드펠 수사 시리즈가 모두 번역되어 있는 덕택에 20권을 먹고 들어가는 피터스 여사는 이에 더해 애드거 상을 수상한 현대물 <죽음과 즐거운 여자>가 나와 있어 총 21권이다. 피터스 여사의 작품은 아니지만 추모 소설집 <독살에의 초대>를 플러스 알파로 더하면 엘러리 퀸을 능가하기에 이른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 아닌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명도임에도 피터스 여사를 단박에 2위에 앉게 한 캐드펠 수사 시리즈. 전 권을 번역한 출판사의 뚝심도 칭찬 받을 일이지만, 시리즈 자체가 가진 매력이 이런 일을 가능케 하였으리라. 그러나, <죽음과 즐거운 여자>를 몇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경험은 있지만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었다. 막상 시리즈 전부가 출판 되었다면 냉큼 손이 가지 않는, '차려 놓은 밥상 마다하기'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차에 최근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과 제프리 디버의 <코핀 댄서>를 연달아 읽고 <불야성>의 '처절함'과 <코핀 댄서>의 '현란함'에 좀 지쳐있었다.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손에 들은 책이 바로 캐드펠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성녀의 유골>. (마음의 안식을 얻으려 집어든 책도 역시나 사람 죽어나가는 추리 소설이라니 나도 참 어지간한 모양이다 -_-;;)

이유야 어쨌든, 나는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 피비린내 나는 가부키쵸를 지나 무시무시한 암살자의 손길을 거쳐 도착한 중세의 고즈넉한 수도원에서 말이다. 그렇다고 종교에 귀의할 생각은 없다. 하하.

<성녀의 유골>은 12세기 잉글랜드와 웨일즈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그 시절 민중들의 소소한 생활과 그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기독교 신앙, 수도사들의 일상과 그들의 숨은 권력욕, 캐드펠 수사의 관조적이면서도 관찰자적인 모습 등이 시리즈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로만 보자면, 흔하디 흔한 소재와 트릭들이지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는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다. 작가의 솜씨는 한시대를 풍미한 거장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앨리스 피터스의 시선은 사건과 트릭, 명쾌한 해결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마음, 그리고 인간의 삶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캐드펠 시리즈의 미덕이 있다.


** 중세의 수도사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캐드펠 시리즈는 <장미의 이름>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둘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설이다. 둘 중 어느 한 작품의 기준에 맞추어 다른 작품을 비교하는 것은 올바른 관점이 아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유명세가 달리는 캐드펠 시리즈의 첫 작품인 <성녀의 유골>은 1977년 작품으로 <장미의 이름>보다 3년 먼저 씌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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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7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추리소설보다 그런 마음의 안정을 주는 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상복의랑데뷰 2006-04-2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죄 4권, 계명 3권, 맥널리 4권. 그리고 단행본이 10여권 조금 부족하게 가까이 나왔을 겁니다. 루시의 고백, 케이퍼, 도둑맞은 축복, 해리의 사랑...휴우 세기도 어렵네요. ㅠㅠ

로드무비 2006-04-27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의 계보를 완전히 꿰고 계시군요.
전체를 통찰하는 리뷰, 좋은데요.^^

oldhand 2006-04-2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만두 님 / 아, 미스터리 팬들은 마음의 안정도 역시 미스터리에서.. 하드하냐, 말랑말랑하냐에 따라 가는거군요. ^^
상복의 랑데뷰 님 / Mr.베스트셀러의 단행본이 생각보다 많구나. 앤더슨의 테이프도있다. 혹시 20권 넘는거아냐? 그럼 거짓말 한게 되는데.. -_-a
로드무비 님 / 완전히 꿰긴요. 그건 물만두 님이 하시는 일이죠. ^^ 통찰이라니, 졸문에 과찬이십니다.

하이드 2006-04-2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의 리뷰를 볼때마다 알라딘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oldhand 2006-04-2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망한 칭찬을 해주시는 군요. 그건 그렇고 이제 술은 깨셨나요? ㅎㅎ

하이드 2006-04-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략 그렇네요 ^^; 근데, 왜 당췌 몸은 한바탕 운동한사람처럼 이리 쑤시는걸까요, 모든걸 '삼십대' 나이탓을 해봅니다.

oldhand 2006-04-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역시 문제죠. 더 곤란한 것은 그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진다는 점이죠. 저는 이제 또 다른 '고지'가 멀지 않았습니다. OTL

2006-05-27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 여름, 한겨레 21 여름 특집 별책 부록이라는 명목하에 추리 소설을 특집으로 다룬 "비밀의 백화점"이라는 소책자가 나온 적이 있다.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문화계 인사들과 애호가들, 출판 관계자들이 원고를 채워 넣어 만들어진 책자였다. 이런 저런 연줄로 그 중 추리소설에 대한 설문 꼭지에 참여를 했었다. 별 볼일 없었던 설문 내용은 다행히 편집되고, 전체적인 통계에만 반영이 되었었다.

그 때 그 설문 중에는 최고의 작가는 누구인가라는 항목이 있었다.
미스터리 독자들은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 딱 한사람만 꼽으라면 나에게는 고민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나는 타협적인 답변을 작성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엘러리 퀸", 그러나, 가장 위대한 작가는 "에드가 앨런 포우('포'가 맞는 표현이지만 운율이 살지 않는 관계로 '포우'라 지칭한다)".

언젠가도 얼핏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적어도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문학의 한 하부 장르에서 포우는 '논외論外'의 작가라 생각한다. (잘은 모르지만 판타지나 SF 분야에서도 포우의 영향력은 클것이라 추측한다. 단편 소설과 시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거칠게 말하자면, 1841년에 발표된 <모르그가의 살인> 이후 160여년간 줄기차게 쏟아져 나온 모든 미스터리 소설(본격 미스터리에 한하자면 더더욱)은 <모르그 가의 살인>의 모방이자 표절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튜어 탐정과 화자인 나, 논리적인 추리 기법, 의외의 범인, 독자와의 페어플레이 등 본격 미스터리의 필수 요소들이 모두 최초의 추리 소설이라 일컬어 지는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제시된다. 장르의 개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작품은 너무나 완성도가 높았다. 미스터리의 제 1 황금기라고 불리었던 20세기 초반에 나온 단편들은 노회한 미스터리 독자들이 읽기엔 조금 구닥다리 냄새가 풍기기 마련. 하지만 뒤팽이 등장하는 3편의 단편은 최근에 씌여진 어떤 미스터리 단편들에 비해도 세련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1840년 대에 나온 작품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놀라울 뿐이다. 문학사적으로도 천재성을 따지자면 첫 손에 꼽힐 작가 포우의 힘이리라.

후배 작가들도 이런 포우의 위대함을 기리고 있다.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포는 필명을 아예 포우의 이름에서 따왔고, 본격 미스터리의 대가인 존 딕슨 카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포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고 있다. <모자 수집광 살인사건>은 포우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싼 사건이며, 그의 단편 <파리에서 온 사나이>는 포우의 팬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사史에서 포우만큼 중요한 작가인 코넌 도일. 그 역시 위대한 작가지만, 또한 포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포우가 만든 추리 소설의 틀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였다. 물론 '셜록 홈즈'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은 순전히 도일의 몫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도일에게 한 가지 찜찜한 의혹이 있다. 바로 포우의 <황금충>과 도일의 <춤추는 인형> 때문이다. 이 두 편의 암호 미스터리에 나오는 암호 해독 과정은 완벽히 똑같다. 물론 포우의 <황금충>이 훨씬 먼저 씌어진 작품이다. 도일은 과연 표절을 한 것일까. 나는 도일 자신이 선정한 자신의 Best 10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춤추는 인형>을 읽을 때 마다 박진감 넘치는 셜록 홈즈의 활약 속에 드리워진 표절의 의혹을 느끼며 포우의 위대함을 재발견한다.

<윌리엄 윌슨>, <아몬틸라도의 술통>, <큰 소용돌이>,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어릿광대 개구리>.. 어린 시절 얼마나 가슴 졸이며 읽었던 단편들인가. 음울한 분위기, 시적인 문장과 섬뜩한 반전. 고독했던 천재 포우가 남긴 보석같은 작품들이다.

** 포우의 작품으로만 치면 응당 별 다섯개를 주고도 부족하지만, 그의 문장을 다소 딱딱하게 만들어 버린 번역에 마이너스 별 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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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4-27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 제목 정말 멋져요.
두 단어 다 제가 좋아하는......
오래 전 사놓고 못 읽고 있는 책입니다.
빨리 읽고 싶네요.
(딱딱한 번역은 제 손을 거치면 말랑말랑해지는데.=3=3=3)

oldhand 2006-04-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하나는 정말 잘 뽑았지요? 예전에 4권으로 나왔던 책을 하나로 합치면서 제목을 붙인건데.. 아, 이 책이 로드무비님의 손을 거쳤더라면 별 6개를 주는건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