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삼디기 (양장) - 100쇄 발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2
원유순 글, 이현미 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삼디기가 불쌍하다. 

왜냐하면 2학년 연보라가 오기 전까지는 글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글씨를 유치원때부터 알았는대.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 

삼디기는 유치원을 안 다녔고 할머니는 글씨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희,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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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5-0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희가 3학년 이군요...^^ 진솔하면서 귀여운 서평이에요...ㅎㅎ

Arch 2012-05-03 10:51   좋아요 0 | URL
^^ 이제껏 본 독후감 중에서 제일 잘 쓴 것 같아서 올려봤어요.

nada 2012-05-0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삼디기를 이해한다...ㅋㅋㅋ
지희가 벌써 3학년이군요!
이쁜이 지희 얼굴이 아른아른하네요.

Arch 2012-05-04 15:03   좋아요 0 | URL
나는 놀리지 말아야지, 나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일색이었는데 '이해한다'는 말이 와닿았어요. 요새 자꾸 말라서 못난이 됐어요.. ㅡ,.ㅠ;;
 

  













 지금 읽고 있는 송경동 산문집. 


 시인은 이제껏 내가 풍문으로만 들었던 노동 운동과 꽃잎처럼 스러진 아까운 사람들의 사연을 전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제되지 못하고 미안한 맘 역시 많은데 그 맘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스럽다. 책을 읽다 맘이 울컥했던 부분만 옮겨본다.


  절망은 이제 정말 지겹다고, 체념과 낙담도 이젠 싫다는, 그래서 신나게 놀고 오자는 날라리 희망버스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지금 누군가가 저 남도 끝에서 울부짓으며 '현대판 사제 용병'인 용역깡패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캠핑 가듯이 즐겁게 가자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건 연대의 마음뿐이라고, 힘이 되지 않는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 뿐이라고, 그거라도 힘이 된다면 함께하자고, 가족들의 손을 잡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연인의 손을 잡고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음이 설렌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사람들으르 위해 지금 자신의 절망만으로도 어깨가 무너지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싸우고 있다. 회의를 중단하고 트위터상에 쉬지 않고 올라오는 실시간 글들과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며 모두의 눈이 충혈되고 말이 없다. 


 운동을 좀 더 재미있게 하면 안 될까, 식전에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투쟁을 외칠까, 왜 그 모든 운동의 형태와 맘가짐이 그토록 치열할까. 노동 운동을 얕게나마 지켜본 내 시선이 그러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한순간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을 바꿀 수 있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쉽게 예단하거나 섣부르게 내 생각을 말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노동 운동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안은 부차적으로 생각한다는게 아니라 노동운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걸 염두해두자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의혹이 제기되었던 삼성반도체 공장의 위험을 알리는 책이 출간되었다. 반도체에게 최적의 환경인 클린룸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적일 수는 없었다.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이는 138명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은 이들의 병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개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4월 10일 처음으로 반도체공장 직업병에 대해 산재 승인을 했다.-알라딘 책소개 중-' 클린룸의 치명적인 위험만큼이나 놀라운건 개인은 물론 국가 기관조차 어찌할 수 없는 한 기업의 막강한 힘일 것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055

 삼성측은 언론 관계에서 자신들을 '을'이라고 하지만 매체가 구독료보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선 형식적인 말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느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다만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소신있게 '여자 가슴' 발언을 일삼는 것 빼곤 다 좋은 허지웅 기자가 적극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힌 김수박의 만화다. '내가 살던 용산'과 '고래가 그랬어'에서 만화를 그린 김성희씨의 책도 나란히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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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4-28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생각을 하며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하나 하고
깨달으면 좋겠어요.

삼성 문제만이 아니잖아요.
현대이든 에스케이이든 대우이든 어디이든
다 마찬가지일 테지요.

중공업 공장이든 제철소이든 어디이든
언제나 똑같이 벌어지는 일이 되겠지요.

삼성도 삼성이지만,
삼성 말고도 수많은 공장에서는
사람들이 다 망가져요.

모두들 스스로 몸과 마음이 어떻게 되는가를
도무지 깨닫지 않아요...

Arch 2012-04-30 10:5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걱정, 염려 가득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건 아닌가란 생각도 들어요.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진 2012-04-29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꿈꾸는 자 잡혀간다> 읽고 계시구나.
저는 신간평가단 하면서 읽었는데 좋으면서도 괜히 읽었구나 했어요.
이 나이에 이런 걸 꼭 알고 느끼고 탄식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Arch 2012-04-30 11:12   좋아요 0 | URL
탄식까지? ^^ 저도 요새 그런 생각을 한적이 있어요.
조카들에게 내가 아이들이 원하는걸 다 해줄 수 없다는걸 어떻게 얘기해야하나, 신자유주의, 워킹푸어에 대해 말하려고 보자니 너무 웃기고 뭉퉁그려 그럴 수가 없다는걸 얘기하는 것도 답답하고. 그렇더라구요.
 

 어제 낮동안은 즐거웠다. 하지만 저녁쯤 체력이 방전되고 신경이 좀 날카로워져 옥찌들한테 퉁명스러웠다. 옥찌들을 재우고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어서 잠깐의 화를 못 참는지, 언제쯤 어른이 될지, 그런 날이 오긴 올건지 답답하고 속상해서 침울해져 있었다. a가 맛있는 케잌을 사오고 a,b와 가사 분담 심층토론을 하면서 속상한 맘은 '내일은 잘할 수 있겠지' 정도로 일단락된 줄 알았다.


 야식을 다 먹고 방에서 뒹글대며 a랑 k팝 스타를 보던 중이었다. 백아연 잘하네 못하네, 경연보다 듀엣곡이 더 좋네 어쩌네하는데 a가 옥찌가 그린 그림 얘기를 한다.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가운데 키가 큰 꽃이 있고 양 옆에 녹색 꽃, 그보다 조금 큰 빨강 꽃이 있었다. 양 옆에 있는 꽃들은 키가 큰 꽃쪽으로 줄기가 꺽였다. 꽃들은 풀밭 위에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위에는 잘못해서 물감을 떨어뜨렸는지 빨간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 a야, 저 그림 이쁘지

- 응. 엄마랑 옥찌들 그린거네.

- 응? 저건 그냥 꽃 그림이야.

- 봐봐. 녹색 꽃은 지민이, 빨강 꽃은 지희잖아. 지민이가 엄마쪽으로 좀 더 기울인거 보면 맞네. 평소에도 그렇잖아.

- 그럼 난? 난 어디있어?

- 저기 잘못 찍힌 점, 쪼오기 있네.


  잉? 그냥 꽃 그림인데 그걸로 심리분석을 하는 쩨쩨한 a가 얄미웠다. 그러고 그만인줄 알았는데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잘못 찍힌 점 하나라니. 예쁜 꽃은 못 되더라도 꽃 시늉나는 그림이라도 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해도 나는 고작 이모일 뿐인거야, 그런데도 그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성격을 고쳐야겠느니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야하나 고민하는 꼴이라니. 설움이 복받쳐 다시 엉엉 울었다. 영문을 모르는 a가 울지 말라고 토닥이고 웃긴 얘기를 해도 속상해서 더 크게 울었다. 


 아, 이만큼 나이 먹으면 다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닌 밤중에 눈물바람이라니.


 다른 이모들보다 조카들을 더 돌보는 것도, 그러면서 유난을 떠는 것도 다 나다. 순전히 이모 입장이다. 전에도 썼지만 혼자서 심심하다고 징징댈 때보다 옥찌들이랑 있으면서 즐겁고 재미난 일이 많은데 나는 내가 뭔가 대단한걸 해주는양 우쭐댄다. 실제로는 옥찌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자기 객관화가 덜 된 들 자란 어른인지 옥찌들 때문에 하루에 몇번이라도 더 웃을 일이 생기는지 까맣게 잊고 있는거다.


 얼마 전에 한 농부의 강연을 들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같이 사는 분이었는데 그분은 어머니와 같이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1시간이면 할 일을 어머니와 4시간에 걸쳐 하는 그이는 효율로 보자면 터무니없는 짓이지만 어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같이 하는게 좋다고 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정해진 일과를 소화해내라고 아이들을 닥달하는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맘이었다. 정해진대로 일과를 소화하는건 애초에 내가 옥찌들과 같이 지내기로 하면서 계획했던게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꼭 지켜야할 일처럼 생각하고 아이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옥찌들이랑 같이 있고 싶고, 아이들이 자라는걸 옆에서 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효율과 좋은 결과만을 바란다. 고민은 얕고 진심은 전달되지 않으며 한번씩 혼자 열폭할만하다.


 잘못 떨어뜨린 점 하나면 어때. 준비물을 혼자 챙기는게 속상했던 지희랑 같이 알림장을 보고(물론 훈장도 아닌데 훈계조지만) 숙제를 같이 하고 지민이의 엉뚱한 상상이 신기해 가만히 이 아이의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걸.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대로 좋고, 비가 오면 같이 우산을 나눠쓸 수 있어서 좋다. 다음에도 이런 비슷한 일로 혼자 열폭할 수도 있을거다. 그때는 지금처럼 엉엉 울진 않았음 좋겠다. 진심으로 동네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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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잠옷 입은 지민. 누나 따라서 영어 공부한다고 알파벳 시험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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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치답게 사는 중
    from 기우뚱하다 내 이럴줄 알았지 2012-06-04 20:16 
    * 얼마 전 읽은 선현경의 책에서 딸 은서에 관해 얘기한 부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엄기호 책을 읽다보니 '사회는 우리에게 언제나 이름을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생활 방식과 내용을 강요한다.... 이 삶의 형식이 인간이 견디며 살 만한 것인지를 나의 경험을 가지고 드러내고 증언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나는 쉽게 누군가를 '~답다'란 식으로 규정하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드는거다. 아이라면 뭔가 잘 모르는데서 오는 엉뚱함과 살짝 어리숙한 모습을 기대하듯이 말이
 
 
다락방 2012-04-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필들고 있는 모습이 예뻐요.

아치, 그렇지만 음, 나는 아치가 그 때 울어서, 그래서 더 좋아요. 어쩐지 굉장히 사람 같잖아.

Arch 2012-04-26 09:21   좋아요 0 | URL
^^ 그러니까요.

다락방, 나는 여자 사람이라구요! 창피해서 아무한테도 말 못했지만 서재에다는 그냥 써버렸어요.

숲노래 2012-04-2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 않고 점으로 그렸네요. 게다가 빨간 점으로.
이 점은 사랑을 받아 차츰차츰 예쁘게 피어날
좋은 꽃씨로구나 싶어요.

Arch 2012-04-26 09:22   좋아요 0 | URL
꿈보다 해몽이 훠얼씬 더 좋은데요! ^^
난 왜 꽃이 아냐. 나도 꽃하고 싶어. 이러기만 했는데...
고마워요. 된장님~

치니 2012-04-2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동네 다 물어봐요, 창피하긴커녕 다들 대동감이라고, 한 번씩은 다 그렇게 서러웠다고들 할 걸요. 이모라서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사랑' 따위가 없어서일 거라고, 저는 감히 그리 생각해요. 엄마도 똑같이 그렇거든요.

Arch 2012-04-26 13:50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구나. 내가 이모라서 그런게 아니구나. 살짝 다행스럽달까... 나도 못주고 바라면 안 되는걸 아는데 한번씩 그래지더라구요. 정말, 다행이다 ^^
 

 













 * 관점이 없다. 누군가를 위로할 깜냥도 안 되고 이 사안에서 내 기준에서의 옮고 그름을 논할만큼 성실하지도 않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 좀 더 나은 결론이나 모두가 납득할만한 절차를 밟는다면 모르겠지만 이건 그런 사안이 아닌 것 같다. 몇가지 얘기에서 언급된 '이달의 당선작'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건 가연님이랑 비슷하다. '주면 좋고 안 주면 어쩔 수 없지'다.  명예랑 상관있는 것 같진 않고 적립금 들어온건 웬지 배부르달까. 리뷰가 아니라 페이퍼에도 적립금을 주기 시작하면서 페이퍼형 아치답게 열심히 썼는데도 당선이 안 되면 좀 서운하긴 하고 신간평가단이 당선 많이 되던데 혹시 그쪽만 밀어주나 싶기도 하지만 적립금 주는거야 알라딘 마음인데 내가 감놔라 배놔라 할만한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돈 모아서 공정하게 심사해 당선시키는게 아니라 알라딘 맘대로 선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 알라딘에서 내가 맨 처음 페이퍼나 리뷰를 올리는 책은 드물다. 내가 무슨 책에 대해 얘기하는건 거의 뒷북이다. 신간보다 구간을 손에 넣기 쉬운 단순한 독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역시 누군가 소개를 했겠지 했는데 웬걸. 내가 처음이다. 흴랄라~ 영화와 다르게 영상미학을 논하기 힘든 텔레비전에서 자신만의 철학과 영상을 표현해낸 PD. 7인의 사무라이를 따라한 듯한 제목은 멋쩍었지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했다. 물론 읽기 시작할 때는 우려가 됐다. 보편화된 영상 문법과 메시지를 줘야하는 텔레비전의 매체 특성상 색다른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웬걸. 알차고 재미지다. 영상의 기술적인 부분이 1이라면 99는 인문학적인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라던가 연기술에 따라 연기를 잘 할 수는 있지만 덜어내는 연기를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 현장에서는 내가 성취하고자하는 바와 사람들에게 밀어붙일 수 있는 사이의 긴장이 있고 그걸 잘 풀어내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까지. 


 인터뷰집이 간혹 산으로 가거나 인터뷰어가 인터뷰하는 부분에 문외한이거나 별로 연관성을 갖지 못해 겉도는 얘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슬슬 지루해진다. 일단 인터뷰이가 같잖게 인터뷰어를 은근히 무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자신도 잘 모르는 얘기들을 횡설수설하는 경우는 더더욱. 최근에 읽었던 몇몇 인터뷰집은 그런 면에서 꽝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인터뷰어가 자신이 잘 아는 부분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도 별로. 그런 면에서 조민준씨는 현명하고 똑부러지게 인터뷰를 한다. 오랫동안 시민 비평가와 칼럼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인터뷰에 도움이 됐다. 군더더기 없고 핵심을 짚는 인터뷰어 덕분에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커졌다.
















 * 인터뷰집은 아닌데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도 혹시 제주? 하는 사람에게는 적극 추천하며 그렇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무방하다. 처음에 사회적 관계망이 대단한 사람만 제주도에 내려갈 수 있나 염려되었지만 읽다보니 가족끼리 생활터전을 꾸려나가는 사람도 상관없는거였다. 금전적으로 성공한 사람만 나오는줄 알았는데 현명하게 사는 사람들이 나온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언어와 삶이 '제주이민' 아래 모아진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저자 기락의 솜씨도 남다르다. 억지로 문장을 만들거나 애써 극적인 장치 만든 기색 하나 없으니 재미있게 읽힌다. 막연하게 제주이민과 여행을 생각하다 제주는 작으니까 저끝에서 여기까지 자전거 타고 다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주의 긴축 끝점을 네이버 길찾기로 해봤더니 차로만 5시간 넘게 걸린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제주도가 군산처럼 자전거 하나로 다 다닐 수 있는 조그만 섬으로 알았던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뭘 한걸까.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이 책을 소개해주신 치니님 고맙습니다. (급마무리)
















 *  여섯시에 일을 마치고 돌봄교실이 끝나는 아이들과 집으로 온다. 한숨 돌리기도 전에 저녁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식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한다.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청소를 하고 간혹 빨래도 한다. 퇴근하고 혼자여서 심심하다고 징징대던 아치는 요새 풀가동되고 있다. 옥찌들과 함께여서 좋지만 가끔은 a랑 b도 같이 했으면, 퇴근 후에 뭘 배우러다닌다던가 하는 호사를 누릴 때 누군가 아이들과 함께였으면, 갑자기 늦게까지 일하게 될 때 007작전을 짜느라 머리가 하얘지지 않았으면, 아이들에게 여유를 갖고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줬으면 하는 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어렸다면 더했을 것이다.


 이모된 주제에 엄마인척하는거 맞지만 정말 엄마라면 어떻게 감당해야하나 답이 안 나올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엄마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녀들이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선택'으로 보는 시각. 하지만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는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생활 둘을 병행할 수 없을 때 어렵게 내리는 '선택'이 정말 그녀들 맘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것마냥 치부하면 안 된다. 출산 거부가 왜 일어나는지, 보조금으로만으로는 왜 육아와 직장생활을 같이 할 수 없는지 여성들의 입장에 서봐야 한다.


 인터뷰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건 엄기호 방식이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자기 식으로 재단해서 속단하지 않고 끊임없이 깨닫고 자기 역시 공부하며 여전히 진행중인 질문을 던지는 것 말이다. 육아전쟁에선 비교적 평이한 결론을 담고 있다. 가사를 돕지 않는 남편, 고용주의  육아를 바라보는 편견보다 더 바뀌어야하는건 국가의 정책이라고 말이다. 책에선 미국의 엄마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어떻게 육아와 직장 중에서 선택해야만 했는지, 유럽의 육아 친화적 정책이 엄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아본다. 아울러 육아의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묻는 미국의 방식이 개선되어야할 것도 주문한다. 미국의 무관심한 육아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갈길이 멀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는 사람의 보모화로 겨우 지탱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분명 바뀌어야 한다. 


 저출산을 여성의 이기심이라고 말하는 것만큼 뻔해서 뻔뻔하고 파렴치한 주장은 없을 것이다. 저출산은 왜 여자들이 출산파업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고 정책을 세우지 않은채 예측 가능한 일반론에만 기대는 실무자의 불성실함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결국 가장 잘 먹히는 당사자 비난으로 손쉽게 면피하려는 것이다. 어제 음캠에서 임진모가 말한 것처럼 고시원 월세를 내야하는 처지에서 창의성이니 젊은이의 패기를 보여달라고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갑자기 격양됐지. 혹시 격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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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아치다. 아치, 안녕?
:)

가연님 글 좋죠? 아프락사스님도 언급한 바 있고 또 아치도 가연님도 말씀하셨듯이 나도 이달의 당선작 주면 좋고 안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그리고 대부분의 많은분들이) 페이퍼나 리뷰를 쓸 때 적립금을 타기 위해 쓰지는 않으니까요. 적립금을 타기 위해 글을 쓴다니, 그건 주객이 전도된 행위라서 저는 용납할 수가 없어요. 저는 쓰고 싶고 말하고 싶고 전달하고 싶고 듣고 싶어서 글을 써요. 저는 저를 위해서 글을 써요.

그나저나 아치, 아치라면 제주도와 퍽 잘어울릴것 같긴한데요, 그래도 제주도로 가지는 말아요(간다고 한건 아니지만 ㅋㅋㅋㅋㅋ). 왜냐하면... 우리가 자주 보는 사이도 아니긴 하지만...그래도 더 멀어지는 건 싫어요. 이런 마음이 뭔지,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죠? 히히.

점심에 삼계탕 먹고 왔어요. 한 마리 시켜서 먹었는데 뚝배기 설거지한듯 깨끗이 비웠더니 배가 터질것 같아요. 그래서 치마의 지퍼를 내렸..................( '')

Arch 2012-04-20 13:49   좋아요 0 | URL
우왕, 다락방 안녕~ ^^

가끔은 이주의 페이퍼를 위해 글을 쓴적이 있어요. 추천도 없고 댓글도 안 달리니까 어떤 목적이라도 있어야겠다, 잘 써야겠다 막 이런 집착으로. 그런데 그것도 한풀 꺾여서 자꾸 안 되니까 안 되려니 해요. 내가 집착할수록 내가 피곤해지고(난 또 집착 같은거 잘하잖아요.) 재미도 없으니까. 한번 받아본 사람의 적립금 맛이랄까, 이게 은근히 홀리는 맛이 있어놔서.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라딘에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전에 불매운동을 했을 때랑 이주의 당선작 부분에 대해 건의할 게 있다는거랑 어떤 차이인지는 좀 헷갈려요. 그때는 부작위의 요구여서 나만 불매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고. 알라딘이 내가 원하는 뭔가를 하길 바라는 점에서 말이죠. 전에 좀 무턱대고 했으니 지금은 될대로 되라는건가. 아니면 전의 경험으로 알라딘은 수익을 만들어내는게 우선인 기업이란걸 뒤늦게 알았다는건지.

제가 제주도 가면 다락방은 비행기 타고 숑 날라오면 되죠. 그래도 무슨 말인지 나 다 알어~

벌써 삼계탕? 아, 무슨 댓글이 19금이에요!!!

다락방 2012-04-2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치가 격양아치, 이런것처럼 자기 맘대로 말 만드는 거 볼때마다 미잘 생각이 너무 나요. 완전 보고싶어져요. ㅎㅎ
그 미소년이 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나할까.. ㅎㅎ

Arch 2012-04-20 13:51   좋아요 0 | URL
알걸요. 미잘은 집도의니까.ㅋㅋ
그러고보면 아치란 이름이 막 갖다붙이긴 딱인거 같아요.

치니 2012-04-20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양아치 님, 읽다 보니 저도 격양! 저출산 문제를 그 따위로 말하는 사람이 내 앞에 있으면 불을 뿜을 태세입니다. 우씨.

Arch 2012-04-21 09:19   좋아요 0 | URL
용치니? 치니용? 막 갖다 붙인다. ^^

정책을 개발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데 수세적으로 처신하는데 급급한 것 같아요. 육아전쟁의 세세한 결을 살린 리뷰를 꼭 쓰고 싶은데 그날이 언제쯤 오련지...

치니 2012-04-2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ㅎㅎ 제주는 섬 중에서도 무지 큰 섬이야요. 하지만 제주 옆의 우도 정도는 자전거로 끝에서 끝, 로망 실현 가능할 듯. 그러니 일단 한번 놀러오세여 ~

Arch 2012-04-21 09: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자전거로 한번 휙 돌면 되겠거니라고 생각한게 참... 제주 이민에 나온 사람들을 보는걸로 여행계획으르 세워도 좋겠고 올레길을 걸어도 좋고. 그런데 책 속 사진을 보니까 새삼 제주가 아릅답더라구요.

hnine 2012-04-20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치님, 옥찌들을 돌보고 계시군요. 힘드실텐데... 저는 지금도 그런 얘기만 나오면 격앙하는데, 격앙하시는거 하나도 안 이상해요.

Arch 2012-04-21 09:24   좋아요 0 | URL
^^ 막 잘 쓰진 않는데 그래도 나름 쓴다고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육아전쟁 얘기하면서 혼자 막 흥분이되는거에요. 웃겼어요.
옥찌들이랑 지내는건 어렵지 않은데 자꾸 아이들한테 미안한 일이 생기고 제 감정을 조절 못하는 게 어렵죠.

숲노래 2012-04-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더 가난한 아줌마 공무원'이 늘어나면 나라정책이 좀 달라지겠지요...

Arch 2012-04-22 21:53   좋아요 0 | URL
생물학적인 것만으로 구분이 잘 안 되더라구요. 경험하고 깨닫거나 그럴 의지가 있다면 계급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육아 친화적인 정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지희 책상을 정리하다가 이 그림을 발견했다. 

어, 이게 뭐지?

아니 이건, 혹시, 설마, 그럴 리가, 어쩌면, 아냐 우리 지희가 ......


그렇다. 이건 엄마씨, 아빠씨였다! 


 생물학적인 과정을 단촐한 그림으로 그려내는 솜씨와 무지개 색으로 글자를 꾸미는 센스에 놀라기엔

소심하고 걱정 많은 이모였다. 

대체 어떻게 왜 이 그림을 그리게 됐을까.

성적인 그림을 그리는건 유별나다거나 자라나는 새싹이 '그럼 안 돼'란 꼰대스런 생각이 없었을 리도 없다.

지민이 성교육 교재인걸까, 한번 그려본걸까, 뭘까 뭘까.


하는 수 없이 지희에게 물었다.


-지희야, 이게 뭘 그린거야?


 분위기 있게 차를 마시던 지희는 그건 또 어디서 찾아냈냐는 표정을 짓더니 이 그림 뒷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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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와와와 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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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1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들이란. ㅎㅎ

Arch 2012-04-16 16:22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웽스북스 2012-04-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당인것같은데...... 하면서 본 저는...ㅎㅎㅎ

Arch 2012-04-16 16:23   좋아요 0 | URL
헉, 그럴 수도 있는거였어요. 청정 웬디양님? ^^ 난 성 아치! ^^

다락방 2012-04-16 16:24   좋아요 0 | URL
청정 웬디양, 성 아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잘어울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Arch 2012-04-16 17:17   좋아요 0 | URL
성 아치는 전에 승주나무님이 뭔 얘기하다가 붙여준건데, 잘 어울린다니 다행이다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잖아요. 쳇^^

다락방 2012-04-16 17:39   좋아요 0 | URL
나도 청정 다락방 하고싶다 ㅋㅋㅋㅋㅋ

Arch 2012-04-16 17:42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지적이잖아요. 지적이면, 다 알아.

뷰리풀말미잘 2012-04-16 19:24   좋아요 0 | URL
세인트 아치.

Arch 2012-04-17 09:38   좋아요 0 | URL
ㅋㅋ 미잘 뿌잉뿌잉

비로그인 2012-04-1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마당 아닌가? 이랬는데 ㅋㅋ
아치님의 센스가 더욱 놀라운데요 :)

Arch 2012-04-17 09:39   좋아요 0 | URL
다 마당으로 생각하는거였어. 그런거였어...
저만 '그런' 여자인거에요. ㅡ,.ㅜ;;

^^

다락방 2012-04-17 13:38   좋아요 0 | URL
아니야 아치, 나도 '그런' 여자에요 ㅎㅎ

Arch 2012-04-17 13:4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응, 다락방님 그런 여자해요~

조선인 2012-04-1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 여지껏 추천이 하나밖에 없다니. 하나 더!

Arch 2012-04-17 09: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추천에 목말랐어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