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고 있는 송경동 산문집.
시인은 이제껏 내가 풍문으로만 들었던 노동 운동과 꽃잎처럼 스러진 아까운 사람들의 사연을 전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제되지 못하고 미안한 맘 역시 많은데 그 맘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죄송스럽다. 책을 읽다 맘이 울컥했던 부분만 옮겨본다.
절망은 이제 정말 지겹다고, 체념과 낙담도 이젠 싫다는, 그래서 신나게 놀고 오자는 날라리 희망버스를 지키기 위해, 나를 위해, 지금 누군가가 저 남도 끝에서 울부짓으며 '현대판 사제 용병'인 용역깡패들에 맞서 싸우고 있다.
캠핑 가듯이 즐겁게 가자는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건 연대의 마음뿐이라고, 힘이 되지 않는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 뿐이라고, 그거라도 힘이 된다면 함께하자고, 가족들의 손을 잡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연인의 손을 잡고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음이 설렌 착하고 순박하기만 한 사람들으르 위해 지금 자신의 절망만으로도 어깨가 무너지는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싸우고 있다. 회의를 중단하고 트위터상에 쉬지 않고 올라오는 실시간 글들과 동영상과 사진들을 보며 모두의 눈이 충혈되고 말이 없다.
운동을 좀 더 재미있게 하면 안 될까, 식전에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투쟁을 외칠까, 왜 그 모든 운동의 형태와 맘가짐이 그토록 치열할까. 노동 운동을 얕게나마 지켜본 내 시선이 그러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한순간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을 바꿀 수 있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쉽게 예단하거나 섣부르게 내 생각을 말하진 않을 것 같다. 물론 노동 운동만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안은 부차적으로 생각한다는게 아니라 노동운동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걸 염두해두자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의혹이 제기되었던 삼성반도체 공장의 위험을 알리는 책이 출간되었다. 반도체에게 최적의 환경인 클린룸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최적일 수는 없었다.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을 얻은 이는 138명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은 이들의 병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개인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근로복지공단 역시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4월 10일 처음으로 반도체공장 직업병에 대해 산재 승인을 했다.-알라딘 책소개 중-' 클린룸의 치명적인 위험만큼이나 놀라운건 개인은 물론 국가 기관조차 어찌할 수 없는 한 기업의 막강한 힘일 것이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055
삼성측은 언론 관계에서 자신들을 '을'이라고 하지만 매체가 구독료보다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선 형식적인 말에 불과하지 않을까. 어느쪽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뿐더러 관심도 없다. 다만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소신있게 '여자 가슴' 발언을 일삼는 것 빼곤 다 좋은 허지웅 기자가 적극적으로 좋아한다고 밝힌 김수박의 만화다. '내가 살던 용산'과 '고래가 그랬어'에서 만화를 그린 김성희씨의 책도 나란히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