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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이동도서관
오드리 니페네거 글.그림, 권예리 옮김 / 이숲 / 2016년 8월
평점 :
세상에 이런 사서와 도서관이 있다?!

연인과 다툼 이후 늦은 밤 거리로 나온 알렉산드라. 그녀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 시간대에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엄청 위험한 행동인데다 심지어 남자 홀로 있는 '차', 설사 그 차가 심야이동도서관이라 할 지라도 선뜻 차에 오른다는 것은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눈 앞에 심야이동도서관이 있고, 사서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내미는데 거부한다는 것은 애서가 혹은 평소에 호기심 가득한 이들이라면 불가능하다. 그렇게 들어간 도서관에는 처음에는 분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당황스럽지만 보다보니 너무 익숙한 책들이다. 사서는 거리낌없이 도서관내에 진열된 모든 책이 다 알렉산드라가 읽은 책이라고 말해주며 심지어 그녀가 쓴 일기장까지 보인다. 새벽이 지나도록 알렉산드라는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다시금 훑어본다. 읽다만 책들은 읽은 부분까지만 인쇄되어 있고 읽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지워져있다. 만약 요즘 속독법이라고 알려주는대로 발췌독서를 한 사람들이라면 책이 대부분 일부만 적혀있겠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알렉산드라는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지만 사서는 강경하게 그녀에게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대출도 절대 안된다고 하며 그녀곁을 떠난다. 다시 만날 생각에 알렉산드라는 밤이면 심야이동도서관을 기다리지만 쉽게 만나지면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리가 없다. 도서관과의 재회를 기다리며 그녀는 진짜 '사서'가 되고 그사이 연인과도 이별하고 열심히 책을 읽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 우연처럼 심야이동도서관을 만났을 때 그 안에는 그동안 그녀가 엄청나게 읽었던 만큼 장서가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진지하게 그곳에 사서가 되고 싶다는 그녀에게 사서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의 결말과는 사뭇다른 상상을 펼쳤는데 스포를 할 수 없으니 내가 예상한 결말을 적자면 심야이동도서관을 그녀가 차리는 줄 알았다. 그래서 아! 나의 로망이 이렇게 책으로 만나지는구나! 싶었는데 어멋, 어멋! 결말 보고 진짜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야이동도서관을 하고 싶었던 내 바람도 미련없이 내려놓았다. 흥미롭고 일정부분 낭만도 있고,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위해 노력하는 부분도 나름 교훈적이지만 결말은 정말 의외였다. 그러나 정말 매력적인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