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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 - 여행의 감동을 선명하게 남기는 방법 스케치로 기록하는 나의 여행기
마크 타로 홈스 지음 / EJONG(이종문화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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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 드로잉 수업 나의 첫 어반 스케치 / 마트 타로 홈스 지음

유럽을 떠올렸을 때 랜드마크 장소나 건물등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곳곳에 이젤을 두고, 혹은 한팔을 지지대삼아 스케치북을 올려두고 크로키를 빠르게 담아내는 사람들도 함께 떠오르곤 한다. 지난 해 런던여행 중에는 모처럼 그들을 흉내내볼까 부끄러움도 불사하고 끄적여보긴 했다.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부끄러운 마음을 떨쳐내고 당당하게 순간순간 노트를 꺼내들었을텐데, 진정한 실력이란 그림을 잘그리느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어반스케치'에서는 얼마나 그렸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하고 아쉬웠다.

하지만 유럽에서만 어반스케치를 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물론 여행 드로잉을 주제로 삼았지만 정물부터, 인물 그리고 우리가 늘상 다니는 동네나 도심이라면 어디든 모두 모델이 되어주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저자가 해준 말중에 드로잉도 마라톤처럼 미리미리 준비해야된다고 조언해주는데 가령 오전10시부터 시작해서 저녁7시까지 계속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훈련이 되어야만 여행중에도 쉼없이 원하는 피사체를 마주했을 때 망설임없이 스케치북을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른 크로키 뿐 아니라 펜화나 드로잉처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때 안그래도 여행중에는 체력이 부족한데 그림까지 그리려면 드로잉 마라톤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 번을 생각해봐도 옳은 말씀이다. 여행 떠나기 전 체력을 키워야 할 이유가 또 한가지 늘어난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림을 그릴 때 펜을 들고 대략적인 사물의 크기를 재보는 행위가 화가인 것 처럼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거리를 재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작업이라는 것도 알았다. 정물화를 그릴 때에도 샤프나 펜으로 사물과의 간격을 측정할 수도 있고, 스케치북에 축소시킬 때 그 비율을 맞춰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여행 드로잉인만큼 건물을 그려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울기'를 확인한다고 표현했다. 대략적인 스케치 단계를 지나 펜으로 드로잉을 할 때 연필선을 따라 그린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조언도 해주며 무엇보다 한 번에 끝내는 그림도 있지만 보통 세단계로 나누어 명암을 조절하는 것이 좋고 특히 수채화처럼 물감으로 색을 입힐 때 그 농도에 따라 차, 우유, 꿀의 농도로 칠할 때의 느낌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림이 완성되어지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 따라 그릴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디자인'화 해야한다고도 거듭강조했다.

열심히 그리면, 저자의 말처럼 한 달에 한 권의 스케치북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면 언젠가는 정말 잘그리게 되겠지 하고 의욕에 불타오를만큼 책의 구성이 정말 좋았다. 물론 그러다가 책의 맨 뒷페이지에 실린 저자 약력을 보면, 그야말로 저자는 '드로잉신'이었구나 하는 알수없는 허탈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그럴때마다 #어반스케치 로 검색해서 동료(?)들의 그림과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용기를 얻으면 될 것 같다. 어찌되었든 잘그리는게 아니라 자주그리는게 실력이라는 저자의 말만큼 위로가 되는 말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