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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

 

 



 

 

 

책이 생각을 바꿔준다

 

 

새벽 3 20에 일어나던 때가 있었다. 이미 4시 30 일어나서 일찍 출근하고 있었던 때이므로 한 시간을 일찍 당겨서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해낼 수 있었다. 게으를 땐 한 없이 게으른 사람이 어떻게 새벽 아니 꼭두새벽에 일어나게 되었는가.

 

첫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이 6시 24이었다. 어쩌면 남들은 일어날 시간에 이미 사무실에 도착해서 무엇을 할까. 성공하기 위해 일찍부터 업무를 준비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다. 나는 소위 정신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련의 일들을 한다. 그것을 아침행사라고 명명했다.

 

먼저 사무실에 도착하면 기도를 한다. 처음에는 그저 세상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사랑하고 또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희구를 염원했다. 그러다가 몸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치병기도를 더하게 되었다. 하나, 둘 늘어나서 이제는 10명 정도가 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중에는 암에 걸려서 돌아가신 분도 있다. 그분께는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계속 기도를 하고 있다. 정말 모든 사람들의 병이 다 나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은 이라고 해서 오늘 하루 어떻게 살겠다는 각오를 낭독하고, 성공일지를 마음속에 다지고 나의 목표를 노트에 기재한다. 책에서 배운 것들을 다 실행하는 것이다.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바로 오늘의 독서 시간이다. 15분에서 20분 정도 책을 읽는다. 정신 무장을 할 수 있는 책이나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에는 불편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강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루에 15분씩 꾸준하게 읽으면 한달에 한권 또는 두권 아니면 1권 반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다음 시간이 하루에 1챕터씩만 책을 읽는 시간이다. 욕심이었을까 하루에 조금씩만 더 책을 읽어도 한 달이면 한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음을 알게 된 뒤로 어떤 핑계를 대어 책 읽는 시간을 더 만들까 고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책상 위에 꼽혀 있는 얇은 책을 꺼내들게 되었는데, 마침 1페이지에 짧은 글들이 적혀 있어 잠시 잠깐의 시간에도 읽기에 부담 없는 책이었다. 그런 책을 1분 혹은 2분 정도 읽는다면 마음에 쏙쏙 새겨넣을 수 있을 것 같아서 1챕터씩 읽는 책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변질되어 몇 페이씩도 읽게 되었다.

 

이렇게 일련의 행사를 마치고 나면 1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봐야 시간이 7시 30이니 얼마나 여유가 있겠는가. 참으로 여유있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책 읽는 시간이 있어 참으로 행복했다.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갖은 핑계를 대고 묘안을 짜내어 책을 읽으려고 노력을 했다. 이렇게 생활하고 있던 어느 날 또 한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나는 그 때 정말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다. 배수지진을 치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마음을 날카롭게 세우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 그 책을 구입해 읽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얘기한다. 책을 읽고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이다. 내게 딱 맞는 말일 수 있었다. 책을 아무리 읽어도 실제 활용하여 써먹지 않는다면 뭣하러 책을 그리 열심히 읽냐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책을 읽고 딱 하나씩만이라도 실천하자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하고 많은 내용 중에서 내가 실천하게 된 것은 참 우습게도 고 정주영씨를 이겨보자는 것이었다. 뚝심의 사나이로 현대라는 거대 그룹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정주영씨를 내가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책에는 정주영씨가 매일 3시 30 일어나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때 책을 읽고 바로 결심했다. 이거다, 내가 정주영씨를 이길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는 3시 25 일어나기로 했다.

 

그런데 한 시간을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명종 소리를 듣고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뭉그적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3시 30 딱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전 마진을 확보하려고 조금더 일찍 일어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5분 더 당겨서 3시 20 일어나게 되었다. 자명종을 그렇게 맞춰놓고 자면 깜빡하더라도 3시 27에는 일어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늘 3시 30 이전에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1년 이상을 생활하게 되니까 습관이 들어서 얼마든지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정주영씨를 이길 수 있는 게 나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한시간 더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했을까? 물어보나마나다. 나는 책을 읽었다. 아침 시간을 1시간을 오롯하게 책을 읽으니깐 책을 무척 많이 읽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책을 읽다보니 한국인의 성공하는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저자는 그 책에서 우리가 뽑아내고자만 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3시간이나 빼낼 수 있다고 한다. 마법의 3시간이라고 해서, 3시간을 활용해서 독서를 하면 엄청난 독서를 해서 지식으로 중무장할 수 있다며 성공의 길로 가는 습관 중 으뜸으로 일찍 일어나기를 요청하고 있다. 나는 아침 3 20에 일어나면서 그의 이야기가 맞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람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일찍 일어났던 것은 아니고 점진적으로 점점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려면 먼저 생각을 바꿔야만 한다. 내가 하나라도 정주영씨를 이겨보자고 생각한 게, 마침내 결심으로 바뀌고 마음을 먹는 순간 실천을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3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미 3~4만 자고도 충분하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다음 동생이 읽고 있던 책을 곁에서 보고 나도 한번 읽어보자고 다짐을 했다. 아무리 해도 일찍 일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동생이 어느 날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3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을 읽고나서부터였다.

 

가끔씩 지각을 하기에 좀 일찍 출근할 수 없느냐고 충고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소 귀에 경읽기였다. 온갖 핑계를 댈 뿐이었다. 포기를 해야지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은 어디서 구했는지 3시간 수면법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 사람이 바뀌면서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전형을 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생각이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책이 당신의 생각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생각 자체가 변화의 첫걸음이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서 제일 처음으로 작동하는 스타트 모터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고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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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세상을 읽다

 



 

 

 

 

해외 여행을 하며 세상을 읽다

 

 

무역업을 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게 되자 할 일들이 생겨났다. 첫째는 외국어 공부를 해야만 했다. 영어 하나로는 부족하다 싶어서 일본어,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고, 나중에는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한편 해외여행도 계획하게 되었다. 그 동안 배운 회화 실력을 테스트도 해보고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 습관을 배우고자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책을 보아도 업무와 관련된 책을 많이 사 보았다. 특히 외국어 공부를 여러 개 하다 보니 어학공부 책을 많이 샀던 것 같다. 월급을 타면 투자하는데 다 쓰였다. 학원에 다니기도 하였으며, 또 견문을 넓힌다고 해외여행을 다니게 되었다. 명목이야 외국어 테스트였고 문화를 익힌다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놀러 다니는 여행이었던 것이다.

 

제일 먼저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짧은 여름 휴가 때, 친구와 함께 펜팔로 사귀던 사람을 만나러 갔다. 중학교에서 일본어 과목을 담당하던 여선생님이었다. 그러니 편지를 쓸 때도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렇게 1년간 편지를 주고 받으며 공부를 하다가 드디어 직접 일본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 비행기를 타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비행기와 함께 고도가 높아지면서 그렇게 세상을 압도할 것 같은 서울 시내가 점점 작아 보이더니 마침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진실로 큰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객관적으로 멀리서 떨어져 본다면 다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세상일에 구애를 받게 되면 높이 높이 떨어져 내려다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생각하고 보다 너른 시야에서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일본을 다녀온 이후에 영어를 테스트 할 때는 필리핀을, 중국어를 테스트 할 때는 대만을 다녀오게 되었다. 꿈을 갖고 사는 삶은 사람을 힘있고 역동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틀림이 없다.

 

무역업을 시작하면서 미국 제조사의 한국 대리점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시카고에서 전시회가 있었다. 그 때 미국에서 세일즈를 제일 잘 한다는 사람의 영업교육이 있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기법을 이야기 하면서 그런 걸 공부해 본적이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는데다 늘 영업이나 마케팅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금시초문이었다. SPIN Selling을 아냐는 것이었다. 전시회가 끝나고 시카고 시내에 있는 큰 서점을 찾아갔다. 그 분야 관련된 책을 모조리 구입했다. 그리고 세일즈에 관련된 책,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을 한권씩 샀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책을 구입한 것이었다.

 

미국 본사의 영업사원이 추천한 책을 읽으며 열심히 공부를 했다. 참 좋은 책임에 틀림이 없었다. 영업을 하면서 그 방식을 적용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 책 첫 부분에 실제로 실무에서 적용해 보는 것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ING에 입사하고 2년이 지났을까, 회사에서 부지점장들을 대상으로 그 기법에 대한 교육을 한다고 했다. 신기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직접 그 마케팅 기법에 대해서 듣고 공부를 했었는데, 한국에서 그 기법을 들여와 일반 회사에 보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일종의 자부심이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그 때 나는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선진 기술이나 기법을 빨리 받아들일 수가 있으니깐 말이다.

 

한번은 벨기에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관하기 위해서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착하는 첫날부터 참 재미있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네델란드의 공항에서 한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벨기에로 가게 되었는데 가는 날 안개가 심하게 끼어 연착을 하게 되었다. 육로로 가야 되느냐 비행기로 가야 하느냐 우왕좌왕하다가 안개가 조금씩 걷히게 되면서 비행기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수화물을 찾으려고 기다리니 내 것이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개에 신경이 쏠려서였을까 갈아타는 비행기에 내 짐 가방을 옮겨 싣지 못한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 가방에 세면도구며 전시회에 참가할 때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짐이 도착하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날 일찍 물건을 찾게 해 준다고 하여 할 수 없이 그냥 호텔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짐을 찾으러 공항에 오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공항에 가는 전철을 잘 못 타서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를 타고 얼마쯤 가다가 다시 되돌아와서 다시 전철을 타고 공항에 가게 되면서 출근하는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고 있었다. 조용한 기차 안에서, 전철 안에서 책을 보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그리고 여성분들의 얼굴을 보니 전부 맨 얼굴이었다. 늘 화장한 사람들의 얼굴만 보다가 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을 한 출근길 시민을 보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EU의 수도가 있는 벨기에서 말이다. 그날 짐을 찾으러 공항에 왔다갔다하면서 본 모습이 뇌리에 많이 남게 되었다.

 

여행도 책읽기와 다르지 않다. 세상이라는 책을 보는 것이니깐 말이다. 내가 살던 곳과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나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다. 비록 사는 모습과 사람들은 달라도 희로애락을 느끼며 사는 인간이라는 점에 있어서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여 나는 이제 더 이상 먼 미지의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지 않다. 멀리 나가 보아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나의 자리였으니깐 말이다. 이제  나라는 인간 존재의 심연으로 탐험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매일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나는 늘 여행을 떠난다. .퇴근 길에 책을 읽으면서 책 속으로, 책 속의 세상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세계를 향했던 발걸음 대신 책 속으로 눈 길을 내고 있다. 안으로 안으로 치달린다. 그래도 결국 닿는 곳은 바깥 세상이다. 전철에서 만나게 되는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 괜히 말을 걸고 웃어주고 싶다. 친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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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내 은사님의 결혼기념 책 선물

 

나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교육이다.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다 보니 우리가 가장 준비하지 않은 채 맞게 되는 것이 아이들 낳는 것이고, 우리가 가장 잘 못하는 것이 교육인 것 같다.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겐 모든 과거가 부정되는 실정이라 옛 어른들의 교육방식은 거부된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교육관이 확고하게 서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낳아 놓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니 일관성이 있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있겠는가. 한마디로 주먹구구방식으로 가르쳐 왔던 것이다. 많지 않은 책을 읽었지만 확실하게 깨달을 수가 있었다.

 

특히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것 같다. 감정이 앞서다 보니 불끈 화를 내게 됨은 물론 잘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못하면 무작정 야단만 치고, 조금 잘 하면 지나치게 칭찬하고 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백이면 백 다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배우지 않고 그만 포기하고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 선생님께 맡겨버림으로써 손쉽게 처리하고 만다. 그러니 더 이상 참다운 지도가 안 되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을 직접 해 보니 참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유비무환. 준비가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문제가 생기더라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와 교육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 준비 안 된 사람들이 결혼을 하여 살다 보니 이혼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잘 못 가르치니 어긋나거나 탈선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인성교육은 받지 못하고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니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간다. 이런 현상은 어느 가정에서나 생길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에 시달리며 힘들어 하게 된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살다 보니 알 수 있다.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반적인 문제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미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하면 될 것이다.

 

미리 겪은 사람들에게 배우거나 책을 통해서 배우면 된다. 아이들 교육에 관한 책 20권만 읽으면 교육에 관해서는 확실한 원리 원칙을 세울 수 있고, 다양한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나 선배들에게서 배우지도 않고, 책을 통해서 스스로 깨우쳐 나가지도 않는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너무나 단순한 논리지만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깊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육아를 제대로 하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책을 읽으면서 배우면 된다. 우리 부부에게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결혼을 한지 얼마 후에 아내 은사님께서 우리 집에 다니러 오셨다. 아내가 고등학교 때 담임을 하셨던 여선생님이신데 아내를 무척 아껴주셨다고 한다. 학교 졸업 후에도 음악회에도 데리고 가시고 했다니 각별한 정을 갖고 계셨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 선생님께서 책을 한 보따리 사 들고 오셨던 것이다. 또 아내에게 물어보니 결혼 생활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해주셨다는 것이다. 실제 결혼해서 살아본 사람이야 다 알겠지만 결혼생활이 환상적이지만은 않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 결혼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에게 나 또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그런데 선생님께서야 오죽하셨겠는가.

 

그런데 선생님께 참으로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아내나 나나 선생님께서 사주신 책을 읽지 못했다. 그 당시 나는 책을 아주 멀리하지 않았지만 가까이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취미란에 꼭 독서, 바둑 이렇게 적었지만 독서는 취미로 어쩌다가 하는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다가 37살 이후 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나중에 선생님께서 사주신 책들에게도 눈길이 가게 되었다. 그 책은 책장의 정해진 그 자리에 늘 꼽혀 있으면서 우리 부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던 어느 날 문득 나는 선생님께서 사다 주신 책들을 쳐다보게 되었고, 불현듯 선생님께서 책을 선물하셨을 때의 마음을 상상해보고는 죄송한 마음이 들어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다. 책을 선물할 때의 마음이야 얼마나 간절한가. 책을 읽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선물하는 것이 아닌가. 그 날 이후로 선생님께서 사다주신 책을 한권 한권 다 읽어나갔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지만 아내는 아직도 그 책들을 다 읽지는 않았다. 좀 오래된 책이라 선뜻 손이 가지 않는 때문일까.

 

그 책들은 자녀교육에 관한 것들이었다. 교육할 대상들이 많이 변하고, 세상이 또 변했지만 우리가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책이지만 장맛이 나는 좋은 책들이었다. 선생님께서 선물한 책들은, 어느 할아버지의 평범한 이야기, 내 딸아 인생을 너는 이렇게 살아라」「젊은 엄마를 위하여, 김약국의 딸들, 피천득 수필집 금아문선」등이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젊은 엄마를 위하여는 내가 사다 준 책인줄 착각을 하고 있었던 책이다.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읽지 못한 책이 있는 것이다. 당장 읽어보아야겠다.

 

책 제목을 보니, 육아에 관한 책 1, 아들 . 딸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책 각 1, 아내가 읽으면 좋을 수필, 소설 책 각 1권 등 딱 좋은 책을 선물하신 것을 알 수 있겠다. 책 맨 뒷 페이지 한 구석에 1993. 3. 14. 현옥 결혼을 축하하며 오정석이라고 가지런히 씌여 있다. 선생님의 마음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 하다.

 

몇 년 전 한 때 아내가 책을 많이 읽었던 때가 있었다. 그 때 교육에 관한 책 1권을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아내는 그 책을 얼마나 감명 깊게 읽었는지 책 뒷부분을 읽고나서는 자기가 잘 못한 점이 너무나 많아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리고 친한 친구와 또 다른 분께 선물을 한다고 책을 사다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사다가 주었다.

 

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어 변하게 되면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니 책의 힘이야말로 얼마나 큰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아내의 성장,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기회를 빌어 아내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런데 참 죄송스럽게도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귀감이 될 책을 선물한 선생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사이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아내는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나는 갖은 애를 쓰면서 연락처를 찾게 되었다. 예전에 선생님 부부께 인사 드리러 가서 받은 오래된 명함을 찾아서, 선생님 부군께서 다니시던 회사에 연락을 하는 등 이리저리 간신히 알아보아서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 명함 한장 소홀히 하지 않고 모아둔 소심한 내 행위 때문에 결국 연락처를 알아냈지만 아내와 나는 못난 제자 부부였던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연락처를 찾았건만 아내는 선뜻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계시긴 하지만 열 일을 제쳐놓고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마땅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하루 빨리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우리 부부의 못난 죄를 용서받아야겠다. 그리고 아울러 늦었더라도 책을 선물해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려야겠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지, 왜 사는지 모르고 사는 것 같다. 마땅히 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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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독서의 힘은 세다

 

 



 

 

 

책을 읽고 꿈을 꾸고, 문제를 해결하다

 

 

꿈은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했던가. 국민학교 때 일찍이 장군이 된다는 꿈을 꾸었다가 연좌제 때문에 육군 사관학교를 갈 수 없다고 하여 꿈을 포기하게 되었다. 꿈은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들고, 활기차게 만들며 열심히 살게 만들어준다. 그래서일까 꿈을 포기하고 나서는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으며, 공교롭게도 책까지 읽지 않게 되었다. 취미생활을 하거나 특별히 하는 것도 하는 것도 없이 중학교 3, 고등학교 3년을 허송세월을 하면서 보냈던 것이다.

 

누군가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있었더라면 다른 꿈을 꾸게 되었을 텐데 다른 꿈을 꿀 생각도 못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러 보냈다. 그 때 선생님과 가까이 지내면서 상담을 하거나, 좋은 책을 읽어서 다른 목표를 갖게 되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역시 우리 인생에는 스승과의 만남이나 책과의 만남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그런 만큼 더욱 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아이들을 꿈을 꾸게 하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하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운동을 잘 하거나, 음악 . 미술을 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아이들이 꿈을 꾸게 하고 미래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소를 물가까지는 데려갈 수가 있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듯이 공부를 억지로 하게는 할 수 있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 교육을 시킬 때 어떻게든 꿈을 꾸게끔 안내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시험 성적에 맞춰서 대학과 과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관심이 그곳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다. 물론 책도 열심히 보지 않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술도  많이 마시면서 자포자기 상태로 지냈다. 대학교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뚜렷한 인생의 목표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도피하다시피 군대를 가게 되었다. 제대를 하고 복학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느냐, 지금부터라도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느냐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나는 마침내 인생의 목표를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3학년 때 복학해서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역회사를 세운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서 3학년 때부터 그 준비로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4학년이 되어서는 본격적으로 외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4학년 때 경영정책이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 부교재로 한 권의 책이 정해졌다. 얇은 책에 불과했지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참 좋은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으며, 확고한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가 있었다. 책이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바로 나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책은 공생경영의 사상과 실천 (손시영저/우성문화사)이란 책으로 혁명적인 경영원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서로 도우며 자기 회사처럼 일할 수 있는 무역회사를 세운다는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이다. 그 꿈을 위해서 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으며, 회사에 취직을 해서도 무역 업무를 배우려고 노력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내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꿈을 이루기 위한 연습장이 되었다. 꿈을 꾸게 된 이후로 정말 열심히 살았다. 결국 무역회사를 세우게 되었다. 비록 IMF로 인하여 날개 짓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주저 앉게 되었으나 나는 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다. 결과를 두고 보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삶은 꿈과 희망에 차 참으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IMF로 인하여 사업에 실패하고 좌절하고 낙망하였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책을 통해서였다.

 

책을 읽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은 나처럼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어렵고 힘든 시절에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인생의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역경에 봉착하게 되어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아 고난을 딛고 일어서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윤택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인생의 목표를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으며, 그 때 한 권의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긴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모두 이런 저런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 만약의 경우에 책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독서의 힘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책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지식 획득의 기쁨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서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아버님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가 퇴원해 집에 계실 때였다. 재수가 없어서 그랬을까 당시에 몇 년 전에 집을 샀는데 준공검사를 마칠 수가 없어서 큰 걱정이었다. 관할 구청이 바뀌는 바람에 빨리 준공을 마치라는 독촉장을 계속 보내왔다. 반신불수가 되어 말씀도 못하시는 상태에서 당신 잘못으로 그런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고 생각하셔서인지 아버님께서 무척 힘들어 하셨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자니 너무 안돼 보이셨다.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아버님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돌아다녔다. 하지만 백방으로 노력하였지만 허사였다. 도저히 어쩔 수가 없어서 포기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금전적인 손해는 또 얼마나 컸을지도 모른다.

 

화가 나기도 하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어, 서점에 가서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책을 구입하였다. 93년도 무렵이라 지금보다 책값이 훨씬 쌌을 텐데 그 때 한꺼번에 이십몇만원어치의 책을 샀다. 그리고는 가장 관계가 깊은 것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던 차에 해결의 실마리가 될만한 법조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담당공무원에게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담당공무원이 직권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그 조항을 보여주면서 항의를 하였다. 그랬더니 바로 처리가 되었다. 아는 게 힘이라고 했나, 이렇게 책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우리는 풀기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험으로 독서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잘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의 예처럼 책을 잘 읽다 보면 이해력이 커지고 문제해결 능력도 배양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취미 삼아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읽으면 된다. 한권 두권 읽다 보면 습관이 들게 되고, 점차 다양한 책을 읽어나간다면 어떤 책이라도 읽을 수가 있을 것이다. 독서습관을 기를 수가 있다면 언제 어느 때고 독서의 힘이 발휘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보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얼마나 좋은 책이었길래 그 때 그렇게 크게 감동을 받고 인생의 목표를 정하는데 참고하게 되었나 알고 싶어서 몇 년 전에 그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그런데 역시나 좋은 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또 어떤 계기가 되면 한번 더 읽어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20만원이나 주고 샀던 책들이 그 때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금도 내 서가에 꼽혀있다. 까만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말이다. 책은 썩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우리들의 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 인해 인생의 기로에서 방향을 정할 수 있었고, 책을 통해 효도를 다할 수도 있었으니 내게 있어 책만한 벗이 또 있겠는가. 독서의 힘은 참으로 세다 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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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대망을 읽다

 



 

 

책과의 인연 - 소설 대망을 두 번 읽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더니, 한평생 농사를 지으시면서 고생고생하시던 아버님께서 일찍 돌아가셨다. 환갑도 못 지내시고 58세에 세상을 등지셨으니, 평균 수명을 80이라고 한다면 요절을 하신 셈이다. 돌아가신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버님은 내 속에 살아계신다. 나는 늘 돌아가신 아버님을 그리워한다.  

 

자기로부터의 혁명이라는 책에 의하면 우리가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래 전에 읽은 책에서 이렇게 주장했던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무엇을 잘 못하여 나는 이렇게 오랫동안 아버님을 나의 가슴 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사람 좋으셨던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오늘날 내가 새벽에도 잘 일어날 수 있는 것도 다 아버님 덕택이 아닐까 모르겠다. 전에 일찍 일어날 때는 3시 20 일어나기도 했으며, 요즘에도 글 쓴다고 4에서 4시 30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누군들 새벽잠이 달콤하지 않겠는가. 다 일찍 일어나 버릇을 해서 그렇게 된 것일 게다. 아버님께서 살아계신다면 한번 여쭙고 싶은 궁금한 일이 하나 있다.

 

6월에 군에서 제대를 하여 다음해 3월에 복학할 때까지 집에서 놀았다. 농사일을 거들기도 하면서 집에서 쉬었다. 그 때 막내 여동생은 중학교를 다녔다. 어떻게 해서 그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을까 지금 생각해도 궁금한데 여동생에게 학교에서 대망이란 책을 빌려오게 해서 열심히 읽었다. 저녁 때 하교할 때 책을 빌려오면 밤새 읽었다. 그 당시 책은 세로로 되어 있어서 읽기도 불편했다. 책을 열심히 읽으면 새벽 4시경이면 다 읽을 수 있었다.

 

새벽 4시경 책을 다 읽고서 흐뭇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런데 참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아버님께서는 막 곤하게 잠이 들기 시작한 나를 6에 발로 툭툭 차면서 깨우셨다. , 자려면 아침이나 먹고 자라고 하시면서 깨우는 것이었다. 겨우 막 잠이 들었는데 깨우니 얼마나 졸리겠는가. 그래도 아버님 명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눈비비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잠을 잤다. 그냥 자게 내버려두면 12시쯤에 일어나 점심을 먹으면 될 텐데 굳이 깨워서 아침을 먹으라고 하셨으니 그 땐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살아계신다면 왜 그러셨는지 여쭙고 싶다.

 

아무튼 나는 그 때 매일 대망을 읽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찌나 재미있던지 19권까지 읽었는데 19일이 걸렸다. 일요일을 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망을 읽었다. 그런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책을 다 읽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마지막 20권째 책은 읽지 않고 미뤄 두었다. 나중에 언젠가 때가 되면 읽겠다고 남겨 두었던 것이다. 대망은 재미나 스케일 면에서도 결코 삼국지에 뒤지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삼국지보다 훨씬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데 이 무슨 얄미운 일일까.

 

몇 년이 지난 93년의 일이었다. 아버님께선 약주를 좋아하셨는데, 전날 서울에 살고 계신 숙부님댁에 다녀오신 후 들에 나가셨다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것이다. 쓰러지신 뒤 시간을 많이 지체해서 작은 병원에서 손 쓸 수 없다고 해서 서울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아버님께서는 급하게 뇌수술을 받으시고 그 병원에 3개월간 입원해 계셨다.

 

그 때 나는 안산에 있는 컴퓨터 제조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밑에 여동생이 병원에서 자면서 병간호를 했다. 병 간호는 여동생이 했지만 나도 매일 병원으로 출.퇴근을 했다. 병원 안에 있는 벤치 같은 곳에서 자면서 3개월 동안 병원과 직장을 오갔다. 그 때 내가 다시 손에 잡은 책이 대망이었다. 이번엔 새로 나온 책을 사서 읽었다. 전철과 버스로 안산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병원에서 자면서 병 간호를 하면서 책을 열심히 읽었다. 두 번째 읽는 것이었지만 참 재미있었다. 아버님께서 쓰러져 계시던 어려운 상황에 읽었던 책이라 더욱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참 많은 감명을 받았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평생을 걸어가는 것과 같으니 너무 조급해 하지도 말고 쉬엄쉬엄 걸어가라며 인내를 강조한 책이었다. 일본 나라시대를 통일하여 막부정치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통일의 대업을 이룬 것은 나이 70세였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닌가. 큰 뜻을 이룬 때가 남들은 이미 죽었을 법한 나이였으니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 뒤로 나는 인내를 가슴 속 깊이 새기며 살게 되었다.

 



 

지금 이 나이껏 살면서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이 없겠는가마는 나는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잘 인내하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사실 길고 긴 인생이라는 측면에서도 보면 때때로 겪는 고통과 위기는 성장을 위한 발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잘 견디어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통에 힘겨워 하며 그릇된 길을 걷기도 한다. 그런 분들도 인생의 안내자가 될 좋은 책 한 권을 읽고 마음 속에 갈무리를 해 둔다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정신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는 한 권의 책은 벗삼아도 좋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망을 읽을 때는 두 번 모두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아버님의 말없는 가르침이 대망이라는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고 있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평생 인내할 때만 터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늘 그런 가르침은 주기 위해서 아버님께서는 아직도 내 가슴속에서 살아 계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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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권 2009-10-28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대망을 구할수 없을까요?? 보신분은 저에게 파십시요!!!! 부탁합니다.
rikwon1080@hanmail.net 011=9534-2848 류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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