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안나 카레니나 2 ㅣ 펭귄클래식 12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20210515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미선이-Sam
https://m.youtube.com/watch?v=CLXroGPSNds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모두가 헤어짐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덕목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사회라면. (대부분 옳다 그르다 해야만 한다 여기는 많은 일들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배워서 새겨진 일이므로.)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고자 뜻을 비추면 서로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기뻐하며 보내줘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좋은 끝맺음을 축하해주고 두 사람은 다시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면서도 새 시작에 설레면서 많은 연결고리와 매듭들을 정리한다. 그게 가능한 세상이라면 수많은 이별 노래나 치정 살인이나 술 먹고 걸려오는 ‘자니’하는 전화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겠지.
안나는 브론스키와 만나다가 임신한 아이를 낳다가 산욕열로 죽을 위기를 겪는다. 카레닌은 왠일인지 그런 순간에 그녀를 용서하고 태어난 딸아이를 돌보기까지 한다. 살아남은 안나는 카레닌을 떠나 브론스키와 함께 외국 여행에 나선다. 그 사이 레빈과 키티는 다시 만나 혼인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평온한 신혼을 누린다. 두 커플(세 커플?)을 대조하면 안나의 불행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브론스키는 안나와 함께 하기 위해 전역하고 그런 이후에 뭘하고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았다.(주목 받고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야만 즐거웠던 사람이므로.) 안나는 사랑하는 아들을 만나기 힘들어졌고 카레닌을 미워하면서도 죄책감에 고통스럽고 브론스키의 마음이 변했을까 두려워하고 페테르부르크의 사교계에 다시 얼굴을 내밀자마자 모욕을 당하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를 실감한다.
읽는 내내 죽음을 바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등장했다. 안나는 차라리 아이를 낳다가 죽었으면 하고, 브론스키는 카레닌과 안나와 셋이 대면하는 순간에 수치심을 느끼고 집에 돌아가 권총으로 자살 시도를 하다 미수에 그친다. 레빈의 형 니콜라이는 결핵으로 진짜 죽어버리고, 레빈은 형의 죽음을 마주하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극도의 불안과 방향 상실 속에 사람이란 왜 자꾸 죽어버리고 싶어지는 건지, 그런 맛이 간 개체는 그냥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쓸데 없이 관심이 많고, 쉽게 비난하고, 남의 흠과 관습 위반에 매우 민감하게 굴며 흉을 본다. 나는 왜 어떤 일은 옳지 못하고 비난 받아도 싸다고 여겨지게 되었는지 계속 궁금했다. 왜 어떤 선택은 수많은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관습대로 살지 않으면 일상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제약과 제도적, 사회적 얽매임이 왜 존재하는 건지, 누가 그런 걸 만든 건지, 그것들이 과연 무엇을 지탱하기 위함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대와 바람을 져버리고 자기들 뜻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남은 이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그러면 더 살만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지) 마냥 궁금했다.
몰매처럼 사방에서 두드려패는 어려움 속에 처음의 빛나는 사랑과 갈망이 유지되기란 어렵다. 안나와 브론스키도 점점 서로에게 질려가고 서로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관계도 망가지고 각자도 맛탱이가 가고 있다. 남은 1/3은 파국 뿐인 걸 알아서 읽기도 전에 벌써 슬픈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