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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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무지한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큰 주제 없이 건축을 중심 소재로 놓고 사회, 역사,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들여다 보는 책이다.

사실 책 자체로만 놓고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챕터 간의 연관성이 없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를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책의 구성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의 이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겹치는 내용이 다소 있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왜 굳이 '나' 대신 '필자'라는 지칭어를 사용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가리는 최강의 장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책이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소재는 인문학인데 풀어내는 방식은 소설같다고 할까? 다양한 사진, 그림과 함께 술술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두꺼운 책을 다 읽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시 하버드 출신은 다르구나 싶은 저자의 박학다식한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나도 함께 똑똑해지는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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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의 비밀 - 잠자는 거인, 무기력한 아이들을 깨우는 마음의 심폐소생술!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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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 4~5학년 밖에 안된 아이들 중에도 교실에 엎드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에선 무기력이 고질적인 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무기력에 대해 원인과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무기력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오랜시간 동안 누적된 문제로 인한 결과임을 강조한다. 방임이나 학대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부모의 과잉보호나 과도한 사교육, 성적을 평가하여 줄세우는 사회분위기의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원인이 다양한 만큼 원인에 맞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기력한 아이가 금방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긴 힘들다는 것을 강조한다.

무기력하게 보냈던 시간은 아이의 인생에서 죽어있던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뭔가를 해내지 못해도 하려고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 자체로 성공과 성취라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고,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아이의 존재를 그 자체로 존중하고 환대해주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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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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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차별을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어떤 차별은 오히려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대한민국 국민과 외국인 노동자 또는 난민... 이들을 놓고 비교해보면 우리가 선량한 시민이라는 탈을 쓰고 일부의 사람들에게 '공정이라는 이름의 차별'을 공공연하게 자행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공공연하게, 또는 아무렇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행사되는 차별의 장면을 콕 찝어 보여준다. 대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사실 대안은 우리 안의 차별을 자각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스로 타인을 편견없이 바라본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특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나 역시 스스로 평균 이상으로 공정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서 있는 기울어진 땅을 평평하다 여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옮겨적어 본다.

- 불평등에 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33~34쪽)

- 평등하기만 하면 모두의 삶이 쉬워질까? (중략)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하면서 나름의 삶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다. (34쪽)

- 엄청난 악으로 여겨지는 부끄러운 인종분리의 역사는 어찌보면 사소한 '불쾌한 감정'에서 시작될 수 있다. (중략) 어떤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마음가는대로 행동할 때 불평등은 더욱 깊어진다. (127쪽)

- 안타깝지만 법과 규범없이 개인들의 자발적 합의를 통해 평등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불평등한 체제를 유지시키는 우리 감정의 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27쪽)

- 멜빈 러너는 사람들이 공정세계 가설을 품고 산다고 말한다. 세상은 공명정대하고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한 만큼 결실을 맺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그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공정학다고 믿어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다. (중략) 문제는 부정의한 상황을 보고도 이 가설을 수정하지 않으려 할 때 생긴다. 세상이 언제나 공명정대하다는 생각을 바꾸는 대신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왜곡하여 이해하기 시작한다.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불행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가 안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기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있다는 바로 그 믿음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공정하게 만들지 못하는 모순이 생긴다. (168~169쪽)

-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론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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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말들 - 수많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배움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설흔 지음 / 유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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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공부란 학문탐구를 의미한다. 처음엔 자녀교육서인가 싶었으나 그건 아니다. 옛 성현(주로 조선 유학자)의 글을 왼쪽에, 그 글과 관련된 이야기를 오른쪽에 실어놓았다.

문장에 대한 깊이있는 해설은 아니지만 옛 성현들의 사소한 에피소드와 학자들 간의 친분과 교류 이야기, 작가의 재치가 더해져 읽을수록 재미있다. 책을 찬찬히 읽다보면 옛 성현들이 어떤 자세로 학문에 임했는지, 그들이 이런 글을 남긴 시대적 배경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원문이 없는 게 아쉬웠지만 책의 맨 뒤에 글의 출처는 간단히 적혀있다. 이덕무와 유만주의 글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남았던 부분을 옮겨적어 본다.

- 공부도 혼자 하는 것이고 글도 혼자 쓰는 것이다. 그러나 공부와 글쓰기는 결국 세상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그때 가장 필요한 건 진정성이다. 내 실력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대로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다. (81쪽)

- 어떤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다. 자신이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실감한다. (중략) 공부란 나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민낯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85쪽)

- 공부는 어렵다. 공부 방법을 아는 건 더 어렵다. 공부 방법을 남에게 설명하는 건 더 어렵다. (107쪽)

- 사람은 왜 책을 읽고 왜 공부를 하는 것일까? 길을 잃고, 돌아올 방법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도 있겠다. 위험하다고? 물론 위험하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독서는, 공부는 없다. (139쪽)

- 파격에 약하다는 건 공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자기만의 논리를 갖추지 못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뜻이다. (147쪽)

- 이익은 수십 년 동안 직접 벌을 키우고 관찰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글이 [벌의 역사(봉사)]이다. (중략) 이익이 벌을 기른 이유는 무엇일까? 이익의 또다른 글에서 답을 찾아본다. '선비들은 책에 있는 것을 외우기만 할 뿐이다. 스스로 체험하고 실천해서 세상에 기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159쪽)

- 말 잘 하는 사람이 권위 있고 실력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세상을 보며 나는 이황과 제자들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이익과 안정복이 주고받았던 편지를 생각한다. 공부란 어쩌면 말을 조금 줄이고 글을 조금 더 쓰는 것, 생각하며 또 글을 고치는 것, 글을 고치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또 글을 고치는 것,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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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미정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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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지 못했고, 책만 읽었다. 한글판과 영문판이 함께 있는데 일단 한글판만 읽었다.

노인의 몸으로 태어난 벤자민 버튼... 가족과 이웃들의 충격과 수근거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인생을 꾸려나간다. 사랑을 하고 자식도 낳고 공부도 하고 군 생활도 하고 향락에 젖기도 하면서... 그러다 아기가 되어 죽음을 맞는다.

사실 재밌다는 생각없이 그냥 읽어내려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멍~해졌다. 젊어 한 때 인생의 황금기를 맞다가 노년이 되어 맞는 죽음이나 거꾸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기로 맞는 죽음이나 결국 죽음의 모습은 다르지 않다.

죽음앞에서 화려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벤자민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허망하고 덧없는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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