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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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하는 단어는 누가, 어떻게, 왜 만드는 것일까? 또 그 단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상식으로 굳어져 정착되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심오한 질문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해답을 보여준다. 호기심 많고 기발한 한 소년이 펜을 프린들이라고 부르면서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이 긴박하게 이어져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은 그레인저 선생님이다. 프린들이란 신조어를 가장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닉의 파격을 누구보다 응원했던 인물... 제자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고 정말로 열심히 그 역할을 완수한 그의 사명감이 존경스러웠다.

책을 다 읽고나니 문득 페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가 떠올랐다. 자신만의 언어로 사물의 이름을 바꿔부르다 결국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한 남자의 이야기와 <프린들 주세요>의 이야기가 다르면서도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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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까, 먹을까 -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황윤 지음 / 휴(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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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공장식 축산(밀집사육)과 지나친 육식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찍기 위해 돼지를 관찰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우리가 생각없이 먹는 고기가 실은 살아있는 동물의 사체이며, 그 동물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 고통과 두려움을 가진 생명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또 우리가 육식을 하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가둬 밀집사육 하면서 얼마나 잔혹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직시하게 한다.

책 속에는 우리나라의 축산업에 대해 저자가 발로 뛰며 보고 경험한 현실부터 외국의 여러 사례와 통계결과까지 다양한 자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인간인 게 부끄럽고,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윤리적인 식습관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된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큰 울림을 준 책 중 하나.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우리는 정말 우리가 먹을 음식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고 있나? 식당, 급식, 방송, 광고... 온통 육류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음식들은 정말 우리의 선택인가, 아니면 시스템이 강요하는 선택인가? 공장식 축산이 아닌 농장에서 인도적으로 기른 동물을 먹을 권리는 주어지는가? 또 동물을 먹지 않을 권리는 존중되는가? 다른 것을 먹을 선택권은 주어지는가? (119쪽)

- 도살장과 자동차 조립 라인은 자동화, 기계화, 분업화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차이가 있다면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부품에서 완성된 자동차로 '조립'되어 가지만, 도살장은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조각조각 '해체'되어 간다는 점이다. (139쪽)

- '무엇을 먹느냐'는 오랜 세월 권력의 문제였고 또한 취향의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어느순간 윤리와 정의의 문제가 되었고, 이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중략) 인간이 할 일은 분명하다. 덜 키우고, 덜 먹고, 생명을 생명으로 대우하는 일. 개인의 변화는 물론 법과 제도의 변화로 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다. (231쪽)

- 고기를 먹기 위해선 누군가는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전제를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281쪽)

- 아이들의 먹을 권리를 논하기 전에 이 사회가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물이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고 도축되는지 알려주는가? 공장식 축산과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지구와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하고 지구촌 이웃들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가? 무엇을 먹어야 사람과 동물, 지구가 건강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가? 부모와 학교의 잘못이 아니다. 어른들조차 알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 (340쪽)

- 우리는 비인간 동물들의 편에서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을 출산도구, 성욕 만족의 도구로 보는 폭력에 저항하여 여성들은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 외친다. 그렇다면 동물의 몸을 출산도구, 고기생산 도구로 보는 폭력에 저항하여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자궁은 나의 것, 그리고 너의 자궁은 너의 것'이라고.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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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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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에세이. 강압적인 독서교육을 비판하고 책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육서적이 아니라 에세이이기 때문에 문체가 화려하고 그야말로 문학적이다. 번역체가 적응 안 돼 초반엔 고전했지만 읽을수록 깊은 맛,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작가는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읽게 된 것이 교사나 부모가 독서를 강요하고 책을 학습이나 시험의 도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즐거움 이외의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 '무상성'이 보장돼야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두껍진 않지만 차분하게 곱씹으며 정독하기 참 좋은 책, 올해 만난 책 중 가장 즐겁게,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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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지음, 임진실 사진 / 돌베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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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실업계) 고등학교 아이들은 보통 3학년 때 '현장실습'을 나간다. 학교 교육과정 중의 하나로 실제 직장생활을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현장실습생들의 현실과 비참한 죽음을 이야기한다. 직장내 폭력과 협박, 장시간의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끓은 김동준 군의 얘기를 중심으로 비슷한 사건들, 죽음을 당한 학생들의 부모, 특성화고교 학생과 교사, 현장실습생 사건을 담당했던 노무사의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역사이래 청소년노동이 없었던 시대는 없으며 그들의 노동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당당하게 일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또한 이게 부당한 건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알지못하는 아이들에게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갔다.

특성화고교에 오래 근무했던 교사 지인에게 물어보니 최근 몇년 사이에 노동인권교육이 많이 강화되어 정규교과나 자율, 창체시간을 활용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먼 세상 일이다, 내 자식에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도 '어른'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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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천구백이 파랑새 사과문고 61
송언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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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의 돈을 허락없이 가져와 친구들에게 선심쓰듯 나눠 준 박마법, 그 돈을 받아 갖고 싶던 장난감을 산 건하(김브라보)... 그러나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장난감 값 7,000원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재밌는 동화지만 이 책 속의 인물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빌린 돈을 갚게 하려고 굴욕적인 별명을 지어 부르며 공개적으로 아이를 망신주는 선생님도 이상하고, 아무리 엄마가 바빠도 말 할 기회가 전혀 기회가 없는 게 아닌데 무작정 말 안하고 버티는 건하도 이상하다. 그뿐이랴, 바쁘단 핑계로 아이에게 무관심하고 방임을 일삼는 엄마도 이상하고, 친구의 별명을 칠판에 적으며 놀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반 친구들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아이를 돌보고 학교일을 챙기는 보호자를 엄마로 설정하고 엄마와의 불통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다가 막판에 아빠가 등장해 너무나도 쉽게 사건을 해결하는 결말도 맘에 안 든다. 무의식중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재밌어서 낄낄대며 읽다가 이 책으로 딸과 딸 친구들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기를 해 보았다. 아이들도 읽으면서 내심 '이건 아닌데...' 싶었는지 책에서 맘에 안들었거나 잘못된 부분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었냐고 묻자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상엔 참 좋은 책이 많다. 내용이 좋아서 좋은 책인 경우도 많지만, 비틀어 보고 삐딱하게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도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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