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울랄라 즐거운 동화 여행 71
정혜원 지음, 공공이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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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으로 돌봐주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할머니의 가족에게 버려진 말티즈 아끼, 강아지 농장에서 새끼만 낳다 도망친 푸들 예님, 주인에게 학대당하면서 한쪽 눈마저 잃은 뒤 필사적으로 탈출한 진돗개 믹스견 진풍... 셋은 우연히 만나 야산 동굴에서 함께 살아간다. 추운 날씨에 먹이를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가끔은 인심 좋은 사람을 만나 얻어먹을 때도 있지만,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거나, 인근 닭장을 습격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식용 개농장을 탈출한 멍군이 먹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동화이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묘사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기견들의 삶은 비참하고 팍팍할 수밖에 없다. 사람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계속 사람을 그리워하는 아끼의 모습이나 사람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예님이의 모습도 나름대로 현실감이 있다. 만약 개들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진짜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결말은 반쪽 해피엔딩... 아끼는 마음을 바꾼 할머니의 아들 덕에 집으로 돌아가고, 예님이 역시 유기견을 돌봐주는 맘씨 좋은 할머니 집에 입양되어 떠난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하지만 나는 야생에 남은 진풍이와 멍군이네 가족이 자꾸만 맘에 걸렸다. 결국 보금자리를 찾은 건 귀엽고 예쁜 소형견 뿐... 이른바 대형견에 똥개인 진풍이나 멍군이네 가족은 다시금 춥고 험한 야생에 적응해야 한다. 이 아이들은 사람의 친구로, 이웃으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들개'가 되어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 취급을 받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 '다 함께 울랄라'는 틀렸다.

 

8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동화지만, 읽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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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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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아이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채 버려진 하늘이를 엄마아빠가 입양해 수술을 시켜주었고, 하늘이는 수술 때문에 가슴에 해마 모양의 흉터를 갖게 되었다.

 

엄마가 방송 출연도 자주 하는 유명 의사인 탓에 하늘이는 인터뷰를 하거나 얼굴 사진을 찍히는 일도 자주 있다. 입양 홍보 행사장에 엄마아빠와 함께 참석하기도 한다. 웃는 얼굴로 행복한 척 인터뷰를 하는 것도 사진을 찍히는 것도 하늘이는 너무 싫다. 카메라 앞에선 다정하지만 가족들끼리만 있을 땐 왠지 냉정한 엄마도 거리감 느껴지는 존재다.

 

가끔 연예인들이 공개 입양한 자녀들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오면 그 연예인들이 대단하다거나, 저 아이들은 좋은 부모 만나서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그 아이들 입장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입양 사실이 공개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지 못했다. 하늘이가 자신을 '애완용 아이'라 지칭할 때 그 아이의 복잡한 마음과 혼란이 느껴져 나까지 가슴이 아파왔다.

 

후반부로 가면 '덤벙거린다'는 말로 하늘이와 자신의 닮은 점을 찾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하늘이의 엄마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엄마의 내면이 드러나며 하늘이와 엄마의 거리가 좁혀진다. 실은 하늘이 엄마도 불안했던 거다. 자신이 하늘이의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이...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늘이의 옷차림을, 말투를, 행동을 통제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하늘이가 이제는 '진짜 모녀관계'가 되었음을 확인받고 싶었던 거다.

 

이 책은 혈연이든 입양이든, 진짜 가족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 노력과 소통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엄마와 딸이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고, 그 끝에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과정이 촘촘하고 정감있게 그려져 있다.

 

다만 아빠의 자리가 변두리로 밀려나 있고, 가장 생동감 있는 캐릭터인 할머니가 감초 역할만으로 머물러 있는 점이나, 또다른 공개 입양아인 한강이네 가족의 이야기도 궁금했는데, 짧은 에피소드 하나도 끝나버린 것은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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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바디 : 레고인간이 온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포스트휴먼 총서 2
몸문화연구소 지음 / 필로소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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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생각 없이 집어들었는데 생각보다 어렵고 심각한 내용에 놀랐던 책.

 

의학과 과학, 철학이 뒤섞인 독특한 책이다. 인간 몸의 상태를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업그레이드하고, 상한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듯 뇌도 임플란트할 수 있는 시대를 바디 3.0의 시대로 규정하고, 바디 3.0의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과학, 의학 용어가 많지만 방점은 철학 쪽에 있는 걸로 느껴졌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과학적 성과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술이 발달하였고, 책에서 얘기하는 포스트바디의 시대가 의외로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놀랍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였다. 본격적인 바디 3.0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죽을 수 있다는 걸 행운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찍이 칸트는 인격은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포스트바디 시대에 인간의 몸이 부분적이고 분할 가능하고 처분 가능한 것으로 다루어진다면(25쪽) 인간의 인격은 여전히 목적으로 대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인격 또한 부분적이고 분할 가능하고 대체, 교환, 처분 가능한 수단으로 다뤄질 것인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포스트바디 사회에서 우리의 몸은 부분적이고, 분할가능하고 대체, 교체, 교환 가능하며 처분이 가능한 것으로 다루어진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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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 차별과 혐오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가?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해용 옮김, 오찬호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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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차별은 주로 집단 괴롭힘(따돌림)이다. 즉, 집단 괴롭힘의 원인을 뇌 과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는 인간은 고도의 사회성과 협동을 통해 살아남은 종족이며,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에 비해 '사회 뇌'로 일컬어지는 전두전피질이 발달한 것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사회성과 협동을 통해 종족을 보존한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무임 승차자를 찾아내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뇌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 작용으로 설명한다.

 

결론은 집단 괴롭힘은 근본적으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방책이며 인간 뇌의 특성에 의한 행동이므로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단결이나 협동을 강조하는 사회일수록 집단 괴롭힘 또한 심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집단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일까? 저자는 단결과 협동을 강조하지 않는 자유롭고 느슨한 분위기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이 충분히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집단 괴롭힘 해결의 핵심 열쇠라는 것이다. 또한 호르몬은 계절의 영향을 받으므로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기는 5~6월, 10~11월에 보다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집단 괴롭힘이 자주 일어나는 학교에서는 교실이나 복도 등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CCTV를 두어 감시하는 것도 대책이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실험과 통계자료를 통해 논리적으로 전개되던 내용이 마지막 대책 부분에서 허술하게 끝난 게 무척 아쉬운 책이다. 그러나 집단괴롭힘을 뇌과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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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반짝 -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4
김수빈 지음, 김정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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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시골 외할머니 댁에 온 린아, 전학 온 학교의 친구들이 다가와도 마음의 문을 열 줄 모른다. 그런 린아에게 관심을 보이며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보이는 짝꿍 유하, 유하의 단짝 지호, 그리고 린아에게 유하 짝꿍 자리를 뺏기고 심통이 난 사월이. .

 

갑작스런 사고로 유하가 세상을 떠난 뒤 린아는 자기가 했던 말 때문에 유하가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고, 사월이, 지호, 린아 세 사람은 비눗방울을 매개로 세상을 떠난 유하와 소통하며 유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서로 협동하게 된다.

 

비눗방을을 통해 이승과 저승이 소통한다는 설정도 신선하고, 앙숙이었던 린아와 사월이가 친해지는 과정은 웃음이 난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 친구와 함께했던 추억을 더듬어 헤매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마지막, 친구들과 함께 했던 동네를 떠나 서울로 돌아가는 린아... 린아가 떠나는 장면은 사월이의 눈물과 아쉬움으로 가득하지만 마냥 슬프게만 그려지지는 않는다. 의젓하게 사월이를 달래는 린아의 모습은 상처를 극복하고 한 뼘 성숙한 내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겪지 말았어야 할 상실과, 사춘기를 힘들게 하는 친구들과의 갈등... 하지만 린아는 그 상실과 갈등의 늪에서 허우적대기보다 쓰라리고 아프지만 딛고 나와 다시 사는 쪽을 택한다. 린아의 성장이 눈부시고 대견해서 막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는 유하의 갑작스런 사고가 놀랍고 슬프지만 친하지도 않은 린아와 사월이가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며 친해지는 모습이 특히 재밌었단다. 친구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슬프게만 다루지 않고 웃음과 버무려 밝고 따뜻하게 그린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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