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나무늘보처럼 누워서 잠을 몰아자고, 착실하게 책을 읽자고 다짐했다.

일단 읽은 책은 금요일에 급하게 주문한 온다 리쿠의 책이 2권이다.
원래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비오는 날 느긋하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네
날이 잔뜩 흐리기만 할 뿐 기다리던 비는 오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한 작가의 죽음과 그 작가의 기일 즈음에 모이는 네명의 여자들 이야기 <목요조곡>
내일이면 헤어질 남자와 여자의 하루 밤 이야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이 정도 읽었으니 정말 온다 리쿠의 왠만한 책은 다 읽었군.
온다 리쿠의 판타지는 영 취향이 아니라 읽지 않은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읽었다.
왜 온다 리쿠의 이야기에서는 헤어나올 수 없는걸까. 

이야기를 잘 분석해보면 뼈대는 항상 같고, 살만 조금씩 바뀌는 것일 뿐인데. 

*****

다른 책은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중 <소유> 상권이다.

빅토리아 시대 한 시인에 대한 연구를 하던 주인공이 그동안 시인에 대한 연구를
엎을 수 있는 새로운 연인을 알게 되고, 그 연인과 시인과의 관계를 더듬어 간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라면 껌뻑 죽는 나로서는 '빅토리아'와 '편지'라는 단어에
홀딱 넘어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약간 낚였다고 느끼고 있는 점은 시인과 시인의 연인 간의 이야기보다는
주인공의 연구 속에 시인과 시인의 연인의 학문적인 내용 자체가 많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기가 버거운 부분도 조금씩 나와서 처음 읽는데 애를 좀 먹었다.
상권을 다 읽은 지금은 시인과 연인이 주고 받은 편지가 등장했고,
시인의 부인이 적은 일기가 막 등장하기 시작하는 즈음에서 끝났다. 

일요일 하루 정도 더 읽으면 하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좋다. 

잘 몰랐는데 편지를 쓰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편지지에 사각거리며 글자를 써내려가는 그런 착실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다. 

음, 그런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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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상반기 책 정리에 이어 다시 이어지면 역시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다. 영국 풍 소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영국 소설을 국가별로 따지면 일본 다음쯤으로 좋아하지는 지도.

제인 오스틴의 <엠마>는 읽으면서 주인공이 엠마라는 사실에 참을 수 없었으나 책이 결말로 달려가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완성형 주인공이 아닌 성장형 주인공인 엠마를 보는 즐거움이 솔솔하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올해 영화화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직 감감 무소식인듯. 작품 자체로 보면 역시라는 말을 하게 말만큼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야기자체가 워낙에 매혹적이지만. <어느 도시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은 굳이 따지면 영국풍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도시 아가씨의 시골 적응기라고 하지만 특별히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가 명확하지 않고 결말이 제대로 없는 이야기여서 읽기에는 조금 막막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올해 꽤 인기있었던 서간체 소설. 2차 대전 기간 동안 건지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작가 아가씨와 그 섬 사람들 이야기라고 요약해야 하려나.  

미국소설로는 건축이라는 소재로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 <마천루> 어렵게 구한데다가 1권은 파본이었는데 교환을 한 책마저도 파본이어서 나를 완전히 좌절하게 만든 슬픈 책이다. 책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정말 멋진 책이다. 이런 철학을 가진 이런 소설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만큼 정말 멋진 책이다. 별 6개쯤 줄 수 있는 책이다. 정말 멋지고, 정말 아쉽다. 이 책을 원작으로 개봉한 영화도 있다는데 꼭 찾아서 봐야지. 에벌린 워의 <한 줌의 먼지> 는 영국작가의 소설이나 마치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 있는 기분이 물씬 든다. 위선적인 사람과 관계, 그런 시대. 무엇 하나 진실한 것이 없는 것 같은 그런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라 해야할까. 2번 써진 결말이 인상적이다. <휴먼 스테인>은 읽고 있노라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그런, 조금은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지는 소설이랄까나.




 















인문서는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기분 좋게 읽고 있는 중이다. 올해 역시 다시 읽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다시 읽고 있는 중인데 한번 속도가 붙으니 2주에 3권 정도 읽는 속도감을 즐기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역사적인 사실에 마냥 취해서 멋지다만 연발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고 있노라니 작가의 고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고, 나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읽는 듯. 하지만 역시 전쟁 장면에서는 흥분되고, 카이사르가 나오는 4권은 흠뻑 그에게 취해서 읽고 있다. 아참, 지금 현재 카이사르는 루미콘 강을 넘었다.

하워드 진이 올초 타계해서 그런지 그의 책도 한권 보인다. <권력을 이긴 사람들>인데, 그의 책은 항상 비슷한 이야기인듯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계속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시대가 우울하다. <한나라 이야기>는 만화로 그려진 이야기인데, 수엄수엄 휙휙 책장을 넘겨가면서 훑어내리는 맛이 있다. 최근 히트작 두 권을 나도 읽었는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와 <정의란 무엇인가>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이 담겨있고 그에 비례해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화두로 던지면서 내가 알고 있는 철학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는 생각 중에 이런게 있다. '버스를 뒷문으로 타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하는 이유는 멀까' 이 책은 이런 성격이다. (이건 나만의 생각인지도)

















얼추 정리한 상반기 책읽기 Part 2 되시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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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7-2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천루>를 여기서 또 만나네요.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 겠어요. 별이 총총 뜨겠는걸요 :D

하루 2010-07-24 23:29   좋아요 0 | URL
<마천루> 1권을 사시면서 페이지가 하~얀 몇 페이지는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책을 교환했는데도 그런걸 보면 아마 애초에 출판사에서 나올 때부터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 그 몇 페이지가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날도 덥고 일요일자 읽은 책도 마무리 되어 상반기 독서를 좀 정리해보겠다 싶어 시작했다.

다시 읽은 책들은 곰곰히 살펴보니 죄다 소설이다. 일단 다시 읽은 책이 있고 새롭게 읽은 책도 있는데 다시 읽은 책이 약간 재미나다. 역시 다시 읽은 책이라고 해야하면 머리맡에 두고 시간 날때마다 읽는 책도 있겠지만 - 이건 완전히 손때묻은 책이다 - 통상은 지금 읽고 있는 책과 같은 작가이거나 이래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주말에 읽을 책이 똑 떨어지면 거실에서 굴러 다니다가 책장에 - 우리집은 거실에 제일 큰 책장이 있다 - 눈이 닿는대로 꺼내서 읽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하면, <채링크로스84번지>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여파로 다시 읽었는데 솔솔한 재미가 있다. 역시 잘 써진 서간집 소설의 힘은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키다리 아저씨>는 내 영원한 베스트 10. 셜록 홈즈 전집은 회사 동기가 9권 세트로 사들인걸 기념해서 읽었는데 2권 읽다 말았다. 왜 더 이상 셜록 홈즈는 나에게 어린 시절 셜록 홈즈가 아닌걸까. 중간에 이미지가 없는 그림은 <체스, 아내의 불안> 누구에게 추천해도 절대 후회없을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이번에 문학동네 쪽에서 이 책에 다른 단편을 붙여서 낸거 같은데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어떠려나. 아참 내가 읽은건 범우사 문고판.(범우사 문고판은 정말 최고라는)

히라시노 게이치로의 <달>도 다시 읽은 책.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 나서 이왕 이렇게 된거 <일식>을 다시 읽어볼까 했는데, 눈에 먼저 띄인게 <달>이가 읽었다. 세상에 내가 이 책을 예전에 읽고 나서 쓴 글이나 감상을 더듬었는데 완전 다르다. 난 다른 소설을 읽고 생각하고 고민했었는가보다. 이럴수가. 아 그리고 하루키의 수필 <하루키 일상의 여백> 하루키의 수필중에서도 유독 가볍게 - 거의 날아갈 지경이지만 - 쓴 수필인데, 팬인 내 입장에서는 이것도 좋습니다 라고 말하게 싶어진다. <1Q84>3권을 계기로 그의 이야기를 또 많이 읽게 될 듯 하다.
 

 

 

 

  

그리고보니 일본 작가의 책을 꽤 읽었다. 읽으면서 항상 비슷해서 읽을 때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 별론데'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무려 2권이나 있다. <성녀의 구제>는 회사 동기에게 빌려 있었고, <동급생>은 교보문고에서 30% 할인하길래 100% 충동적으로 사서 읽었다. 집에 갈때까지 읽을 책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보니 아마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와 만난 첫 책이 <용의자X의 헌실>이기 때문에 이런 변변치 않은 평가를 받는 듯, 음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개미>로 나와 만나 그 이후 책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는 것과 같은 듯.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두 작가님.

올 신간인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별 2개 반 정도 줄 정도인데, 이 책을 읽고 회사에 계속 '난 낚였어요'이러고 다녔다.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여전히 멋져서 이제 온다 리쿠의 소설 중에 내 취향이 아닌 이야기를 제외하면 거진 읽은 것 같다. 왠지 연극을 보고 싶게 만드는 <초콜릿 코스모스>. 멋진 주인공 - 아버지와 아들이라니! - 이 돋보이고 하나에서 시작한 스토리가 10가지로 전개되는 얼개를 잘 보여준 <코끼리와 귀울음>. 올해의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요네하나 마리. <올가의 반어법>을 시작으로 <프라하의 소녀시대>, <마녀의 한다스>. 이미 이곳에 남아 있지 않은 작가라니 이렇게 아쉬울수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와 요네하라 마리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감상이 비슷한 듯. '이런 작가가 남긴 소설이 이거 밖에 안되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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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은 모든 일에 2%쯤은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사실 그 2%쯤의 여유는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 셈인데, 덕분에 친구에게 오랜만에 주저리주저리 편지를 썼다. 사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건 아니었는데, 편지를 쓰다보니 펜이 저 혼자 달려 버려 써놓고 보니 4장이 넘는다. 학교에 다닌다고 지방에 내려가 있는 친구에게 할 말이 많았나보다.

편지를 쓰고 났는데 잠은 오지 않고 지난 주 아팠을 때 자리에 누워서 읽은 <채링크로스 84번지>가 생각난다. 음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친구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편지에 근 2주나 답장도 써주지 못했으니 몸이 나으면 편지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읽을 요량으로 책을 추려서 주문했는데 그 중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입소문으로 화제가 된 소설인데, 그 덕분인지 엄한 표지로 책이 개정되어 나오는 바람에 이만저만 아쉬운게 아니다. 저번 판본이 훨씬 아름다웠는데 갑자기 절판이 되어 버려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이렇게 빨리 개정되서 새판으로 내놓을 줄 알았으면 그 전에 사두는건데. 아참,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을 보면 훨씬 충격적이다. 도대체 왜 이런 표지를 쓴걸까. 혹시 디자이너가 안티인걸까.

이 책을 읽다가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나서 한권을 또 내쳐 읽었다. 아 정말 <키다리 아저씨>는 명작이다. 어머니와 내가 책에 관한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라고 해야하나. 난 <빨간머리 앤>까지는 범접할 수 없는지라 <키다리 아저씨>가 딱 어머니와의 접점이다. 아참, <키다리 아저씨>는 속편이 있다. 주디의 친구가 주디의 요청으로 고아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고아원 근처의 의사와 두탁거리는 내용으로 역시 서간채 소설인데, 음 역시 재미나다. 

친구에게 못 한 말이 있었는데, 편지를 다시 써야겠다.

아참, 요즘 우표값은 250원이다. (대부분이 모르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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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은 2010-05-02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표값이 궁금했는데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느 가족이 안 그렇겠는가 싶지만,
우리 가족은 약을 참 많이 그리고 오래 달고 살았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어머니가 주로였고, 동생도 잠깐 1년 정도 함께 했었고,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 정도가 함께이다.

그래서 내게는 어머니가 아버지 약을 챙겨주시는 풍경이,
그리고 어머니가 내게 영양제 같은걸 챙겨주시는 풍경이
참 익숙한 그야말로 소위 일상이라는 풍경이다.

음 그래, 일상.

그런데 참 재미있는건, 가족의 약을 챙기시는 어머니는
정작 당신의 약은 잘 드시지 못한다는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사람들 먹는 약은 잘 챙기지만, 본인 약을 챙기기는
참 어려운 일이니 그러려니 싶지만. 그게 또 어머니인 것 같아서 항상 그렇다.

요즘은 일주일치 약을 미리 넣어 놓어놓고 요일 별로 확인이 되도록 된 약통이 있다.
꽤 편리한 도구인데, 일요일 저녁 설거지를 하면서 난 어머니 일주일치 약을
저 통안에 하나씩 하나씩 요일별로 채워넣는다.

이런게 나이가 든다는건가 싶기도 하다.
내게 어머니의 약통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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