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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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쯤 <잘가요 엄마>라는 작품으로 서미애 작가를 처음 알게됐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강렬한 한방이 있는 마무리, 그 소설 하나로 서미애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의 미야베 미유키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때는 미야베 미유키가 누군지 몰랐기에 나는 신기하게도 서미애 작가 덕분에 미미여사를 알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라는 제목의 서미애 신작을 접하고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때의 강렬함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훅 빨려들어가 이틀만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최근 책읽기에 염증을 느끼고 살짝 슬럼프를 느끼던 차, '책의 재미란 이런거야'라며 나를 다시 책 앞으로 데려와 준 고마운 책이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시작하자마자 급박한 상황으로 사람을 몰아부친다.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우진에게 아내가 지금 옥상에서 떨어지려 한다는 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도대체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진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집으로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떨어지는 아내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려했지만 우진의 바로 앞에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내는 온몸의 뼈가 바스러진채로 피를 흘리며 죽었다. 딸 수정이에 대해 얘기하며 우진에게 원망스러운 눈빛을 남긴 채.
이들 부부의 딸 수정은 3년 전 살해당했다. 그것도 같은 또래인 16살 남자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딸 수정을 잃은 슬픔을 이 두 부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왔다. 우진은 일에 빠져서 잊는 방식으로, 아내는 모든 시간을 온전히 들여 수정이를 추억하는 방식으로.  

아내가 죽고 나서야 우진은 그동안 자신이 아내의 아픔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아내에게 의지했었는지 깨닫는다. 이제 딸도 죽고, 아내도 잃은 우진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더 살아갈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우진은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자신도 뒤따르기로 마음 먹는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소파 속으로 구겨 들어가 어둠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싶었다. 그곳에서 의식도 없이 며칠, 아니 몇 년 잠들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몇 년이라도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년 뒤 깨어난다고 해서 이 아픔이 가실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을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p.53>

잠에서 깬 우진은 주머니에 낯선 쪽지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진범은 따로 있다." 
짧지만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문장. 진범이라면 수정을 죽인 범인이 그 아이들이 아니란 말인가. 그 의문과 함께 아내는 왜 갑자기 느닷없이 죽음을 택한 것일까. 우진은 그 쪽지와 함께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년동안 고이 숨겨져 있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나와있는 작가의 말을 읽다가 마음이 서늘해졌다. 세월호로 떠나간 아이들의 빈방 사진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테마로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서미애 작가가 실제로 가족을 잃은 것이다. 친오빠를 갑작스럽게 잃고 나서 저자는 오랫동안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는 일상을 함께 하던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는다는게 어떤건지, 그동안 자신이 상상해내고, 머릿속으로 만들어냈던 고통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일년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1년 동안 아프고 쓰라렸던 자신과 가족들의 마음을 조용히 관찰하여 이야기 속 우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가는 잔인한 직업이다.
나는 오빠의 죽음 뒤 내가 겪었던 일상과 죽음에 대한 감정들, 가족들 곁을 지나는 슬픔의 풍경들을 낱낱이 지켜보며 기억했다가 이 작품속에 새겨넣었다. 어쩌면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385> 

어쩐지, 우진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을 잃는다는건 진짜 저런 마음 이겠거니, 서늘한 마음이 들 정도로 진짜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서 그런거였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다는 것, 그걸로 인해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 소설의 재미를 넘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람들의 이기심이 가져온 서늘한 결과를 동시에 보여준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페이지가 막 넘어가는 재미난 페이지 터너 소설인 동시에 인생의 끝자락에 몰린 한 사람의 진짜 고독을 보여주는 심리 소설이었다. 첫번째 읽은 소설에 이어 두번째 소설도 강렬하게 다가왔으니 이제 다음 소설도 마음놓고 기대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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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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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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