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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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의 원작이다. 마야모토 테루의 이 책 <환상의 빛>은 죽음을 둘러싼 가족 혹은 지인들의 이야기다.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이루어가지는 돌아본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곁을 떠난 사람에 대한 기억들 다시 짚어보면서 살아 있는 공간의 숨결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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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종의 기원 - 부끄러움을 과거로 만드는 직진의 삶
박주민 지음, 이일규 엮음 / 유리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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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으로서 제일 행복한 것은 쓸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높낮이 혹은 양질의 차이가 있겠지만 쓸모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존재 자체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어떠한가.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사람 말이다. 밤 길을 걸어도 같이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무섭지 않다. 힘든 길을 걸어도 함께 곁여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두렵지 않다. 


박주민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도 더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이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 어떤 자리에 앉아 있는지 얼마나 알고 사는가. 내 자리인가 싶지만 남의 자리에 앉아서 내 자리라고 우기지 않는가. 


이 책은 박주민의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엮었다. 그가 어떻게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게 되었으며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들을 했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는 시간을 준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시민단체나 인권단체에서 이런저런 참석을 부탁하면 거의 다 가게 됩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을 맡고, 입당해서 출마하고 선거 치르고 국회에 들어오니 더 정신없고 그렇지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어떻게라도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게 기본 입장이죠. 아, 몸이 힘들긴 합니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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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도시 서울
방민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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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은 다른 책을 더 읽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서욕을 자극한다.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만들어주는 책이다. 마을과 마을을 건너게 해주는 작은 다리도 되고 나라와 나라를 이어주는 비행기가 되어주는 책이다.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좋은 책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 문학 기행은 좋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가들, 그러나 알고 있는 것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소개된 작가들과 그들이 남긴 작품들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할 이유를 던져준다. 


"저는 오래전부터 손창섭이 매우 중요한 문학인임을 주장해왔습니다. 물론 손창섭은 언제나 중요한 전후 소설가로 인정되어 왔습니다만, 그가 단지 전후문학이라는 개념의 작용 속에서만 중요시되는 것을 넘어서 존재하는 작가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이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지만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눈에 보이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웠습니다. 나름대로 모색을 안 해 온 것은 아니었지만 학계나 독자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무르익지 못했다 할 수 있습니다."-300쪽


같은 길을 걸어도 그런 생각이 들지 못했는데 저자는 이 길을 통해 작가의 삶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윤동주의 하숙집 가는 길은 어떤가. 그러고 보면 작품을 쓰는데 있어서 작가가 처한 환경은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그런 작품을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아파트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골목길 속에 숨겨진 아픔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누상동 9번 시절의 시를 보면 윤동주가 자신도 모르게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음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상이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소설 '종생기'를 쓴 것처럼 자신의 문학 세계와 시대의 아픔에 골몰하고 몰두했던 윤동주 또한 자기의 운명을 직감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76쪽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 속 서울 거리다. 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광화문, 종로 일대 안 걸어본 곳이 없다. 그런데 그런 거리와 골목에 작가들의 삶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작품 속거리가 어디인지 짚어보며 읽었다. 작품과 작가의 생과 도시 거리를 이어주는 저자의 글솜씨는 독자들의 독해력을 높여준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책을 쓰기 위한 과정의 노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 숨어 있는 문학의 흔적을 찾아 거기 스며든 삶의 이야기를 모아보고 싶었다는 저자 방민호가 '시와 소설의 사연이 깃든 서울', <서울 문학 기행>에 소개한 작가는 모두 10명. 이상을 시작으로 박완서까지다. 이상, 윤동주, 이광수, 박태원, 임화, 박인환, 김수영, 손창섭, 이호철, 박완서 이렇게 모두 10명의 작가들이다. 


이 책에서도 저자가 간절히 원하는 인물은 손창섭. 그의 문학관이 세워질 수 있길 소망한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그의 책을 다시 구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책에서도 소개하지만 좀 더 그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이유가 더 궁금했다.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거나 혹은 작가 스스로가 삶의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 


저자는 작가와 그들이 남긴 작품을 살펴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지극한 탐구를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고 서울이 문학 도시로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상의 시대는 극단의 시대였습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시공간 전체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삶 자체, 거처, 사고방식, 행동양식 등이 전부 파격적으로 변해가는 시대를 온몸으로 감당하고 성장해야 했지요. 이상은 바로 그러한 역사를 기록하고, 그 현실을 드러내고, 그 변해가는 시대가 인간 삶에 미친 문제들을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47쪽


여름 더위로 걷기가 어렵다. 가을이 오면 바람맞으며 작품 속 작가들의 거리를 걸어보며 이 책의 향기를 오래도록 품에 담아보고 싶다. 만나는 거리와 그 골목들은 더욱 아름답고 슬프게 다가올 것 같다. 


"이제 박인환과 관련된 현대시사의 이해를 새롭게 정리해야 합니다. 한국의 현대시가 어떻게 일제 말기에서 해방공간으로 새롭게 넘어왔는가를 설명할 때, 박인환은 가장 중요한 시인입니다. 더불어 해방과 함께 맞이한 서구 문학과의 동시대성을 확보하는 문제에서도 빠질 수 없겠지요. 그는 젊은이의 몸과 정신으로 그러한 과제를 감당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바람처럼 살다 떠나간 시인이었습니다."-220쪽 중


앞으로 이 들 이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 서울 거리가 더 소개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전후 우리 시대의 아픔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별과 죽음, 상실과 같은 갖고 싶지 않은 단어, 삶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러나 그러한 시간들이 우리를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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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좋아 - 요코씨의 기타가루이자와 일기, 제3회 고바야시 히데오상 수상작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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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에세이가 요즘 눈에 띈다.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에세이다. 그냥 편해 보인다. 소소한 일상 속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저녁 혹은 아침 밥상 이야기도 좋다. 급하게 사는 요즘, 이렇게 천천히 혹은 느릿느릿 이야기가 좋다. 사람이 사람에 신경 쓰지 않으면 누구에게 신경을 쓰며 살 것인가. 이웃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풀어놓는 사노 요코의 육십 이야기다. 남들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며 오늘도 천천히 가는 삶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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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 책방 탐사
양미석 지음 / 남해의봄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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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나 해도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보려고 하면 좀 더 깊은 콘텐츠가 나온다. 그냥 들렸다가 나올 수 있지만 뭔가 하나라도 더 알아보고 보여주려고 하는 분들이 있어 우리는 좀 더 쉽게 도쿄를 만나고 도쿄를 이해하고 도쿄의 책방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책을 내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다. 생각이 도망가기 전에 잘 정리해야 한다. 꼼꼼함이 있어야 할 일이다. 정성은 또 기본 아닌가. 


요즘 도쿄를 방문하는 이유가 이전에는 디자인이나 패션 쪽이라면 지금은 이렇게 책이라든가 출판 분야로 떠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책방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책이라는 것이 동시에 뜨거운 혹은 차가운 콘텐츠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어떻게 들여다보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확장 가능성은 또 얼마나 풍부한가. 이러한 책을 유통하는데 애를 쓰는 서점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행복한 일이다. 


저자 양미석이 10년 이상 서른 번을 넘게 다닌 골목 속 책방들은 모두 여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소개된다. 시부야, 다이칸야마처럼 익숙한 거리도 있고 가구라자카나 야네센 같은 곳도 사진과 지도를 담아 잘 찾아가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분야별로 소개를 하고 있는 서점 주인들이 좀 더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이러한 서점들이 더 많아져서 반갑고 고마운 일들이 많아지길 또한 바란다.


"도전의 힘을 믿는 젊은이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내 또래의 이 친구들을 나는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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