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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형의 집 - 하 ㅣ 밀리언셀러 클럽 16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의 공포소설은 별로 읽어 보지 못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스티븐 킹이 엄청난 인기가 있다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힘을 못쓰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사계>는 읽어보고 아주 감탄했지만 그 외 작품들은 너무 길어 읽기 힘들며...무엇보다 무섭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본인이 겁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기가 허하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나다.(웬지 자랑같다..-_-;;;) 일본의 공포소설 <링>과 <검은 집>,<메두사> 등을 읽고는 불켜고 잤다..무서워서..-_-;;
영미권의 공포소설은 그 나름의 전통이 있고, 그쪽 문화권에서는 상당히 무서워할 독자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별로 공포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
흡혈귀나 늑대인간, 귀신들린 집 등의 공포 코드보다는 머리푼 처녀 귀신, 원한을 잊지 못하는 원혼 등이 훨씬 무섭게 느껴지는 건 비단 본인만은 아닐 것 같다.
이 작품 <붉은 인형의 집>은 위에 언급한 서양의 공포 코드 중 귀신들린 집을 차용했다. 보디 하우스( Baudey house - Body house)라는 중의적인 이름을 가진 집에 베스트셀러 공포소설 작가가 딸과 함께 취재 겸 해서 이사를 온다. 이사 첫날부터 콜드 스팟이라 불리우는 차가운 영적 덩어리가 그들을 반긴다.
알고 보니 그 집은 100년전쯤에 창녀들의 매음굴 비슷한 집이었다. 리찌라는 여자가 주인장이었는데 창녀굴을 운영했지만 악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리찌의 딸인 크리스터벨은 부두교의 주술에 능한 주술사였다. 심지어 호르몬 분비가 과다해 밝히기까지 한다...-_-;;
사악한 크리스터벨은 그 집을 피로 물들인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참혹하게 살해되는데 어찌나 끔찍한지 여기다 적을 수가 없을 정도다.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빗은 그 집에서 살면서 인형을 발견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그 인형에는 크리스터벨의 영혼이 갇혀 있다. 크리스터벨은 부활을 꿈꿔 데이빗의 꿈으로 찾아가 밤마다 그를 유혹한다..
밤마다 시큐버스(몽마)에게 강간을 당하다시피 해 공포에 질리는 데이빗...여기서 작가의 최초 실수가 있는 듯 하다. 미모의 여인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 잘해주는데(무엇을?) 그게 뭐가 공포스럽다는 말인가?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_-;;;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다 최후에 크리스터벨과 대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꽤 두꺼운 분량으로 2권이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비교적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져 읽는 맛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가장 큰 약점이라면 역시 공포소설치고 무섭지가 않다는 것이다. 공포소설이라면 긴장감 넘치게 달음박질쳐가다가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공포의 오르가즘을 독자에게 안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결정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전술한대로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공포소설이 무섭지 않다는 건 김빠진 맥주같이 느껴진다. 너무 잔인하고 색정적인 장면들이 연속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간단히 말해 싸구려같이 보인다.
지루하지 않고, 쭈욱 읽어나갈 수 있는 어느 정도 재미있는 책이지만 크게 무섭지도 않고, 칭찬받을 요소가 가득한 작품은 아니다. 다음 번 밀리언셀러 클럽에는 일본 공포소설을 추가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공포소설, 영화는 일본쪽이 요즘 세계를 휘어잡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p.s/ 주인공이 작가이다 보니 출판사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데 조금 웃긴다. 랜달하우스(랜덤하우스), 도너북스(워너북스) 등이 패러디로 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