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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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인지 속편도 출간되었다. 속편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는 무려 장편! 이번 이야기는 교코와 한때 같이 일했던 미호라는 아가씨의 편지로 시작한다. 미호는 현재 나가노의 고서점 '마루우도'에서 일하고 있는데, 그 서점에서 때때로 유령이 출몰해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단다. 더구나 그 유령은 27년 전에 유명했던 작가 기타야마를 살해한 후 체포되어 감옥에서 병사한 제자 아키오로 보인다는데...이번에도 역시 서점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다. 서점의 영업을 방해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 서점 탐정단 교코와 다에는 휴가를 맞아 마루우도로 향한다. 유령의 정체도 밝혀내고, 27년 전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끝간 데 없이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전편과 흡사하다. 다만 27년 전에 일어난 기타야마 사건이, 그가 자고 있는 사이 누군가 침입해 칼로 난도질해 죽였다는 끔찍한 내용이라 전편보다는 정통적인 미스터리 색채를 보이고 있다. 전편이 소소한 일상의 미스터리였다면, 이번 작품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 나간 살인 코지 미스터리 정도라고 할까. 단 3박 4일 동안의 휴가 동안 모든 걸 밝혀내는 내용이라 제법 속도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은 조금 지루한 느낌도 받았다. 27년 전 기타야마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을 하나하나 만나서 당시 일에 관한 증언을 듣고 점차 단서를 모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구성인데, 뭐랄까 탐문 과정에서의 배리에이션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자 A를 만난 다음 차를 타고 이동해 B를 만나고 끝나면 또 자리를 옮겨 C...이런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까 좀 물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라면 처음부터 모든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은다거나, 몇 명의 관련자는 전화나 서면을 이용해 증언을 얻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하게 처리했을 텐데, 이 작가는 그런 점이 좀 아쉽다.

 

아니면 어차피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 셋이니까 첫날부터 교코가 A를 만나고, 다에는 B, 미호는 C...이런 식으로 몇 명씩 나눠 관련자들을 인터뷰해서 나중에 그 결과를 취합하면, 실은 하루 안에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가. 탐문 과정에서 별다른 사건도 없이 그냥 주구장창 옛날 이야기만 듣는 셈이니까 솔직히 그 과정을 축약하면 단편으로도 충분히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작가 오사키 고즈에는 <한쪽 귀 토끼>라는 작품이 국내에 이미 소개된 바가 있는데, 평범한 아동용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품에서도 오래된 일본 고택에 관한 작가의 애호 취미를 느낄 수 있었는데,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에서도 역시나다. 기타야마 저택에 관한 묘사가 특히 뛰어나다. 모든 단서를 모은 다음 다에가 펼쳐낸 마지막 추리는 꽤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그 추리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평범해 어느 정도 감점 요소가 있다. 다만 이번 작품은 '책을 파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춘 전작과 달리, 그 '책을 쓰는 사람'에 시선이 맞춰져 있어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특히 결말에 제시되는 작가의 업보라는 테마와 교코가 책이란 무엇인가를 깨닫는 장면들은 몹시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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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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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은 <플리커 스타일>로 제2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사토 유야의 작품이다. <플리커 스타일>의 부제는 '카가미 키미히코에게 어울리는 살인'이었고,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의 부제는 '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이다. 부제로 짐작할 수 있듯이 카가미 남매가 등장하는 일종의 속편 격의 작품으로 여동생을 강간범들에게 잃은 카가미 키미히코가 자신만의 참혹한 복수를 일삼는 <플리커 스타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키미히코의 누나 료코가 주인공이다. 이렇게 설명하니 굉장히 복잡한 느낌인데, 전작에서 이미 학교를 졸업했던 료코가 여고를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라 사실은 프리퀄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초등학생 카가미 키미히코가 카메오로 슬쩍 출연한다).

 

마이조 오타로, 니시오 이신 등과 더불어 라이트노벨 계열에서는 꽤 평가받는 작가라는 소개에도 불구하고 사토 유야의 <플리커 스타일>은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강간범들의 딸들을 납치, 폭행, 강간, 살인하는 키미히코의 행적은 솔적히 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잔인하고 처참하고 불건전해 읽고 나면 내 머리까지 이상해지는 느낌일 정도였다. 하지만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은 폭력과 성폭행이 동반되는 집단 이지메(정말 끔찍하게 그려진다)와 인육을 즐기는 소녀까지 등장해 전작을 뛰어넘는 수위를 자랑한다. 이런 소재들을 도저히 눈뜨고 넘길 수 없는 독자들은 여기서 조용히 책장을 덮는 수밖에. 어차피 사토 유야는 한계를 넘는 강렬함과 기이함, 파격으로 무장한 작가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소재 상의 여전한 엽기성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플리커 스타일>보다는 한층 발전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키미히코와 그의 소꿉친구인 야스미의 두 개의 이야기가 병행되다 하나로 합치되는 구성을 취했던 전작에 비해,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에서는 인육을 먹는 소녀와 코스프레에 매몰된 소녀, 도플갱어(?)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소녀와 그녀를 돕는 탐정, 전작에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음이 밝혀진 카가미 료코, 료코가 다니는 2학년 반을 전학온 첫날부터 제압하는 공주풍의 소녀까지 줄잡아 다섯 개의 이야기가 뻗어나가다 결말에 이르러 모든 인물이 한 장소에 모이면서 그간의 기이한 상황들이 설명된다. 시점도 언급한 여러 인물들이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며 번갈아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구성의 묘랄까, 테크닉이랄까 그런 점에선 전작보다 훨씬 화려해진 것 같다.

 

부제에 '변화화는 밀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밀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도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너무도 완벽한 밀실 상황이라 야, 사토 유야도 트릭을 구사할줄 아는구나, 하면서 반가워했는데, 역시나 전통+정통적인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기에, 그 해결책도 예언, 기억 흡수, 변신 등 각종 특수 능력들이 난무하는 작품답게 약간은 비현실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A라는 작품을 왜 B가 아니냐고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존의 미스터리 잣대로 재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이라는 제목 역시 기묘한데 아마도 직접적으로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려 한 것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대부분 고등학생들이다)은 코스프레에 심취하거나, 혹은 타인의 기억을 흡수하면서, 또는 완전히 타인에게 동화되는 변신 등을 통해 현실세계 속에서 평범한 '나'를 애써 감추거나 외면하려 한다. 사실 주인공들이 갖고 있는 특수능력도 대부분 여기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어쩌면 작가는 작품이 씌어진 2001년 전일본 사회를 휩쓸었던 게임이나 코스프레, 애니메이션 등에 대한 열광 속에 현실의 무력한 나보다는 어딘지 대단해보이는 무언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비뚤어진 열망의 그림자가 숨어 있지는 않을까 지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번쩍이는 에나멜을 발라 실제보다 더 한없이 반짝이고 싶다는 실체 없는 공허한 욕망을 냉혹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맵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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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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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미우라 시온의 작품. 작년인가 어느 단편집에 그녀의 아주 짧은 단편 하나가 실려, 나와는 그 작품으로 첫 대면을 했는데 한 남자 사극배우와 그의 애인이 등장하는 사랑이야기였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남자가 마침내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의 떨림이나 청춘만이 내뿜을 수 있는 들뜬 열기가 인상적인 괜찮은 소품이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그후 나름 주목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다른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아 항상 섭섭하다가 마침내 현재까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으니,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도쿄 변두리의 마호로 시(가공의 도시지만 모델이 된 실제 도시가 있다 한다)에서 심부름집을 홀로 운영하고 있는 다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삼십대 이혼남인 그는 안정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여행 간 주인을 대신해 치와와를 돌봐준다거나, 개집을 고쳐준다거나, 문짝을 수리해주는 등 별 볼 일 없는 일들을 대행해주며 살아간다. 매서운 바람이 차가운 어느 겨울날, 여느 떄처럼 시시한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과 가정집을 겸하는 심부름집으로 귀환하려는 찰나 인생의 전환점이 될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그 추운 날, 맨발에 샌달을 신고 궁상맞게 앉아 있는 남자의 이름은 교텐. 공교롭게도 다다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던 괴짜 교텐과는 사실 친구라고 할 수는 없는 관계지만 다다에게는 그에게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있었다. 미술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재단기에 교텐의 새끼손가락을 잘라버린 것이다. 다행히 손가락은 붙일 수 있어 피는 통하지만 감각은 죽어버려 움직일 수는 없다. 항상 그게 미안했던 다다는 갈 곳이 없어 보이는 교텐을 집으로 데려온다(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사실 갈 곳이 없었다). 그날부터 교텐은 진득이 눌러앉아 다다의 심부름 일거리에 따라다니는데, 별로 일에 도움은 되지 않는다. 멀거니 서 있다 마지못해 도와주는 정도. 하지만 매사 즉홍적이고 감정적인 교텐은 일을 도와주기보다는 만드는 편이니 다다가 속이 좀 많이 타겠다.

언제나 지나간 아픔에 매여사는 다다와 작품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새끼손가락의 상흔만큼이나 역시 깊은 상처를 품고 있는 교텐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어간다. 이외에도 다다 심부름집에 일을 맡긴 콜럼비아 창녀와 부모에게 버림받은 초등학생, 부모를 살해한 용의자의 친구 여고생, 가정 형편 때문에 기르던 치와와와 이별해야 하는 소녀 등 다양한 의뢰인들과의 만남이 두 사람에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내내 고독하고 허무했던 두 사람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느끼고 절망으로 가득찬 인생에서 한 발짝을 내밀어 마침내 탈출한다는 고전적인 문학의 주제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나오키상 수상작치고는 약간 가벼운 느낌이지만 무겁다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짓눌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다다, 교텐, 그리고 독자를 이끌어가는 미우라 시온의 솜씨가 인상 깊었다. 깃털같이 가볍고 무난하다가도 어느 순간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메시지를 던지는 느낌이 썩 괜찮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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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시 2007-07-1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까 말까 고민이 많은 책입니다^^;;

jedai2000 2007-07-1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큰 기대만 않는다면 읽는 재미도 있고, 여운도 남는 좋은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쥬베이 2007-08-0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었습니다. 바로 위 제다이님 평이 와닿는군요. 큰기대 안하면 괜찮고. 기대하면 이하

jedai2000 2007-08-0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베이님...그래도 전반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라 느낌은 좋았던 것 같아요. 아주 힘 안 주고 적당히 훈훈한 이런 이야기 좋지 않나요^^?
 
럭키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
세오 마이코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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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 그림이 우선 시선을 잡아끄는 <럭키걸>은 이미 <행복한 식탁>으로 국내에 선을 보인 세오 마이코의 작품이다. 일본에는 제법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막상 <행복한 식탁>을 읽어보니 잔잔하다 못해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럭키걸>에 실린 작가 소개글을 보니 세오 마이코는 현직 중학교 교사로서 작가보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하며 자기가 가르치고 있는 중학생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소설을 쓰는데 주력한단다. 어떻게 보면 '쥬브나일Juvenile' 혹은 '영어덜트' 계열 작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같이 닳고 닳은 성인 독자에게는 심심한 작품일지 몰라도, <행복한 식탁>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느니 눈물을 흘렸다느니 하는 중학생 팬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인과 중학생이 같이 볼 수 있는 작가로서 폭력이나 범죄가 없는 건전한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세오 마이코는 분명히 소구하는 바가 있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작가라고 볼 수 있겠다.

 

<럭키걸>은 실제로 다른 이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지만, 손님들에게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을 해주어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루이즈라는 점성술사가 주인공이다. 그녀가 몇 년 전 손님으로 만난 미치히코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행운을 타고난 남자. 루이즈는 강운의 소유자인 미치히코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성공리에 꼬득여 현재 동거중이다. 루이즈가 만나는 특이한 손님들이 가져오는 고민을 해결해주면서 덩달아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사랑도 더욱 깊어져간다는 네 개의 예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첫번째 손님은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가르쳐달라는 꼬마아이. 이혼한 부모 중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망설이는구나, 생각한 루이즈는 아이의 아빠와 엄마를 모두 만나게 되는데...그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기함을 지르고야 말았다. 좋게 말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무척이나 시시한 그 비밀에 잠시 당황하고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이건 너무하잖아. 두번째 손님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넘어뜨릴 방법을 알려달라는 여고생. 이 이야기는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평범한 생활의 한 부분도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라면 보석같이 빛나는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세번째, 네번째 손님은 직접 만나보도록.

 

예전에 어느 번역자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선생님이 초등학교 때는 동화를 읽었고, 중학교 때는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 같은 중학생용 소설을 읽으며 낄낄거렸다고. 그런 식으로 그 나이에 맞는 책들이 단계별로 놓여 있어 항상 책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으며 자랄 수 있었다 한다. 하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가. 초등학교 때 읽을 명작동화나 아동용으로 축약된 세계 명작 등은 있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큰 중학생들이 읽을 만한 소설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 같은 경우도 그 시절 무협소설이나 추리소설, 암흑가 비화 등으로 선회해 지금까지 죽고 또 죽이는 책들만 골라 보는 피폐한 정신 상태를 소유하고 이 나이 먹도록 애인도 없는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갑자기 너무 흥분했다). 아무튼 세오 마이코의 <럭키걸>은 소란스럽지도 넘치지도 않는 적당한 재미와 그리 머리 아프지 않은 깨달음이 공존한다. 실제로 중학생 자녀나 조카, 동생이 있는 사람이 선물한다면 멋진 아빠엄마, 삼촌, 오빠 소리 들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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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모리 히로시 지음, 안소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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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대학교 건축과 조교수이자 수십 편의 추리소설로 많은 인기를 모은 모리 히로시의 신작입니다. 국내에도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웃지 않는 수학자(절판)>가 소개되서 제법 인지도가 있는 작가로 볼 수 있겠네요. '미스터리의 대단함을 알리기 위해' 추리소설을 쓴다는 거창한 포부를 바탕으로 천재적인 탐정이 등장하는, 트릭 지향의 작품을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웃지 않는 수학자>를 그럭저럭 꽤 재미있게 봐서 항상 신작이 나오지 않을까 관심이 가는 작가였는데, 조금 특이한 제목의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가 발간되서 얼른 읽어보았습니다.

 

목차도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부터 '더더욱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 '아직도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까지 독특하고 표지나 본문 일러스트도 상당히 예뻐 눈을 사로잡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보니 미스터리라고는 할 수 없고, 모리 히로시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일종의 '기묘한 이야기', 혹은 판타지라고 생각이 되네요. 고야마 교수의 후배 교수가 실종되기 전에 알려준 특이한 음식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일정한 장소도 없이 아무 때나 연락을 하면 적당한 장소(폐교도 있고, 죽은 예술가의 아틀리에도 있습니다)에서 그럴싸한 고급요리를 파는 독특한 음식점. 그런데 항상 혼자서만 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이동 음식점으로 보아넘길 수 있겠지만, 아주 특이한 것은 매번 갈 때마다 여인 한 명씩이 들어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

 

물론 별다른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함께 밥을 먹을 뿐입니다. 물론 돈은 혼자 간 고야마 교수가 내지요. 자기 돈 내고 무슨 거창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음식만 대접한다? 상당히 불합리한 조건이죠. 그런데 이 여인들은 십인십색, 한 명씩 알아갈 때마다 교수에게 어떤 깨달음을 줍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인은 단둘이 밥을 먹으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교수는 곧 누군가와 함께일 때 꼭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조금 특이한 아이 있습니다>는 이렇게 교수가 만나는 여인들에게 받은 묘한 감상과 깨달음, 신비스런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그려 나가는 소설입니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작가 모리 히로시가 이 작품에 애착을 꽤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의 본격 미스터리를 완전히 벗어나 다른 작풍을 추구하고 글솜씨를 제법 보여준 이번 작품이 작가에게는 그 의미가 제법 클 수도 있겠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모리 히로시 표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보았기에 약간 초점이 어긋난 독서가 된 감이 있는데(마지막 장에서 반전이 한 번 있긴 합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굳이 미스터리로 보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리 히로시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로 생각하세요. 아마도 모리 히로시는 특유의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미스터리와 트릭의 세계에서 약간 피로를 느꼈나 봅니다. 그래서 논리성이나 정합성보다는 환상성을 강조하는 이번 작품에서 잠시 쉬어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결말에 이르러서도 주요한 미스터리는 대부분 풀리지 않고 모호하게 끝을 맺습니다. 어딘지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니고, 잘 알 것 같으면서도 하나도 모르겠는 그런 신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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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4-0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같이 올랐습니다^^

jedai2000 2007-04-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

bongbong 2007-08-1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것이 F가 된다' 는 어떤가요? 아직 안 읽어봤는데...
신비한건 좋은데 글쎄요...정말 그 특이한 밋밋함은 어쩔수 없더군요^^

jedai2000 2007-08-1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컴퓨터나 로봇 이야기가 많이 나와 약간 복잡하지만 본격 미스터리로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굉장히 오래 이어지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지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조금 특이한 여자>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