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바꾼 사진들 -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시선, 20명의 사진가를 만나다
최건수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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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책을 접할 때 한국의 사진가 20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그래서인지 제목을『사진을 바꾼 사진들』이 아니라『사진을 바꾼 사람들』로 착각했다. 들뜬 마음으로 책의 목차를 확인 후 바로 구본창 작가의 페이지로 갔다. 몇 해 전 작가의 사진을 보고 오래도록 기억하며 좋아했다. 당시 토이 카메라에 흠뻑 빠져 있을 때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의 세계를 보며 이런 사진도 있음을 실감했다. 

 즉, 사진 자체의 순수한 형태가 아닌듯하지만 강렬함이 좋았다. 그러나 구본창 작가의 사진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숨 시리즈를 보면(이 책에도 사진이 실렸다.) 호흡이 멎을 것만 같다. 절로 경건해진 이유는 작가 부친의 마지막 숨이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무의식의 세계에 있던 숨이 별안간 의식의 세계로 전환되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렇듯 사진도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전환되는 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재현해낸 여러 작가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그러나 저자의 글이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이려니 한다. 아무튼, 작가마다 특징이 있어서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도 사람의 창작품인지라 그의 철학이 들어 있다. 그래서일까. 허무하거나 꼬집거나 의식 어딘가를 후비는 등 다양한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1부는 사진과 그 밖의 그림, 조각 등을 통한 이종교배를 시도(저자의 말.)한 작가들을 소개하고 2부는 그야말로 사진으로 사진을 변화시킨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같은 사각의 프레임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표현도 다를 뿐이다. 이를 알면서도 어떤 작품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아연실색 혹은 폭소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그야말로 적절하게 아름다운 사진보단 따스한 시선이나 감정이 들어간 사진을 좋아한다. 그것이 살짝 흔들렸거나 공간을 비틀어도 그 맛에 빠질 수 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마주하며 영감을 느끼고 같은 주파수를 찾은 순간의 떨림을 기억한다면 사진은 그야말로 소중한 그 무엇으로 남게 된다. 흔한 말이지만 사진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나만의 사진이 되느냐 마느냐의 고민을 한 번이라도 해보았다면 작가들의 만남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닌 새로운 문을 열어본 시간이었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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