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지음 / 마카롱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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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택배가 배달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느닷없이 폭발해버렸다. "펑!"...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아파트. 이름만 들으면 어느정도 수준인 줄 알만 한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야말로 분초를 다투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너나 할 것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그리고 끝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져 세상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폭탄이 터졌으니 경찰기동대가 떴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의심받은 사람은 피해자였다. 피해자였음에도 가해자처럼 의심을 받았다. 세상속에 떠도는 말들이 그들을 가해자로 몰고 갔다. 그리고 그들은 파헤쳐졌다. 온갖 일상이. 하물며 그들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쓰여지며 세상속을 떠돌았다.


사람들 말이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어서요.....

난 요즘 사람들 그게 마음에 안들어. 하나만 알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쪼그만 정보 하나얻고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떠들어대거든....위험한 건 그런 사람들이예요. 자기가 휘두르고 있는게 뭔지도 모르니까.

누구나 보고싶은대로만 본다는 것이 문제다. 누구나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는일인데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 존재가 자신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말이 있다. '입속의 칼'이라는. 입속의 칼, 사람의 말이라는 게 그토록이나 무서운 것이라는 걸 왜 모르는 척 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인터넷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원하면서도 또한 많은 사람이 외면해버리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요즘의 TV매체를 보면 징글징글하다. 말꼬리잡는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저리도 말장난의 유희에 빠져 있는지... 그 많은 채널이 모두가 입이 하나라도 된 것처럼 똑같은 말을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까지 한다. 자신이 했던 말, 자신이 하는 말에는 조금도 개의치않으면서 남이 하는 말에는 말마다 토를 달았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적당히 무심하고 적당히 진력내고 적당히 친밀하고.....

가족이 무엇일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모두가 자신만이 아픈 것처럼, 세상에서 자신만이 뒤처진채 살아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 이 책속에 등장한 사람들뿐이었을까? 오래전에 이런 유행가가 있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음음음 어 허허~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 게 덤이잖소... 딱히 이 노래처럼 살아보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이란 게 어찌 그리도 높고 높은지...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자기인생만을 생각하며 산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선택한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은 어딘가로 떠넘기고 싶어하면서. 나 살기도 벅차다고. 모두가 세상을 탓하지만 그 세상을 만든게 누구인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인간성만큼은 잃지 않았으면.... 쇼윈도부부라는 말이 있듯이 허울뿐인 가족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저 '가정'이라는 테두리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의미로만 존재하는. 그러나 그들 모두의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한결같은 꿈을 갖고 산다. '집밥'이라는 한마디의 말속에 너무나도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처럼. 그들 모두의 가슴속에 사랑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손내밀어주는 운동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은지 오래다. 누군가가 그랬다.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들 그렇게 살아요. 폭탄만 안터졌을뿐이지.....

불특정다수의 집으로 아홉개의 사제폭탄이 배달되었다. 단 한집에서만 터진 폭탄... 그 폭탄이 몰고 온 파급은 엄청났다. 그래도 중산층이라고 믿고 살았던, 그래도 나름대로는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사람들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범인은 왜, 무슨 이유로 폭탄을 만들었으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냈을까?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글이 추천사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짚어보는 이야기라고. 정말 그럴까? 추천사를 쓴 이들도 모두 알 것이다. 이것은 한 가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단지 '가정'이라는 아주 작은 집단으로 축소시켰을 뿐인 현대사회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펑!"... 누구나 가슴속에 폭탄 하나쯤은 안고 산다.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어쩌면 시한폭탄처럼 언제 터질 것인지 알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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